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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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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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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팔라이네

DUMMY

“적함 좌현 선저의 함포에 명중했습니다.”


팔라이네는 함교의 지휘관석에 앉아 브라운관 디스플레이를 보았다. 미확인 함선은 색적 디스플레이에 순양전함급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팔라이네는 통신관에게 말했다.


“교신을 열어라. 직접 교신을 하겠다. 여명호의 선장 팔라이네 크레프터이다. 귀함은 포격을 중단하고 교신에 응하라.”


팔라이네는 수도 가온으로 복귀하던 도중, 통신망이 감지되는 거리에서 사빌라밀의 사고사 소식을 타전받았다. 곧이어 대공장장 선거 입박했다는 알림도 차례로 떠올랐다.


팔라이네는 이 소식을 듣고 변침하여 빠른 속도를 수도를 지나쳐 날아오고 있었다. 미탑재 컨테이너 계약 불이행 수수료와 석탄 보급 날짜와 같은 통신망에 수많은 정보에서 까마귀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까마귀호의 출발 날짜만 알면 지금쯤 어디에서 운행하는 지는 팔라이네의 손바닥 안이었다. 까마귀호는 이미 수도 가온에 없었다. 팔라이네는 회의 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까마귀호가 사라진 것을 이상하게 느꼈다.


그리고 까마귀호의 자취를 따라 남서쪽으로 항로를 변경하여 따라왔다.


“적함이 좌현으로 틀어 본격적인 교전에 임하려고 합니다.“ 콘마일이 디스플레이에 예상 침로를 지휘관석에 보내 왔다. 팔라이네는 적함이 여명호의 집중 포격 사거리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고 미간을 찌푸렸다.


일반적인 전함은 갑판 위에 함포가 배치되었지만, 여명호의 주포는 선수/선미의 우현과 좌현에 12인치 함포가 2기씩 좌우대칭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적함에서 입전이 들어옵니다.” 통신관은 담담한 척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목소리에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스피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갑다. 본함은 적월호 함장 베어검 깁슨이다. 귀하의 사격술에 경의를 표한다. 교전에 전력을 다하겠다.”


“철혈이 비행함선 까지 보유하게 될 줄이야.” 콘마일이 탄식했다. 철혈가는 전쟁 패배로 극심한 물자 제한을 받고 있었다. 때문에 철혈가가 광맥-밀알 동맹군에게 적의를 품고 있을 정도였다.


비행함선에 필요한 부유석은 필수품을 제외하고는 공급되지 않도록 해 오름 공장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었고 수출되는 부유석 화물들도 몇 단계에 거쳐 감시되고 있었다.


팔라이네는 철혈가가 비행전함을 새로 건조 할 수 있을 만한 부유석을 보유하지 못했을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눈앞에 신형 함선이 나타난 걸로 보아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2차 대륙전쟁 때 격추당한 해 오름의 자유호를 회수하여 건조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자유호의 부품들을 재사용하여 건조하면서 추가로 신형 주포를 달아 화력면에서는 여명호를 압도할 수도 있었다.


신형 함선 건조에는 천문학적인 금화가 필요하지만 철혈가에서 그 금화를 어디서 났는 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눈앞에 적월호라 불린 함선을 격추시키는 게 1순위 였다.


“우현 5도로 타각하고 고도를 1000pt 로 높이게” 조타수가 복창하고 조타기를 돌렸다. 팔라이네는 지휘관석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번갈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디스플레이에 적월호는 40노트의 속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순양전함급으로도 매우 빠른 속도였다.


‘신형 순양전함답군.’ 팔라이네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적월호를 보았다. 10분 이내면 서로 집중 사격이 가능한 사거리에 도달할 터였다.


“전원 전투대세로!” 양쪽 함선이 20km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팔라이네가 입을 열었다. 바람을 가르는 잔진동에 긴장감있는 침묵이 흘렀다. 콘마일이 전투경보 버튼을 누르자, 함 내 적색경보등이 켜지고 사이렌이 울렸다.


전술관은 사격 제어 장치를 보며 함포를 조정했다. 여명호는 함포 구조상 전후면에서 사격이 가능했지만, 측면에서는 사격각도가 나오지 않았기에 적월호 보다 높은 고도에서 사격을 준비했다. 적월호에서 3연장 함포 12문에서 먼저 불을 뿜었다.


“아직 아군 함포 사거리에 밖입니다!” 전술관이 소리쳤다. 팔라이네는 콘마일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콘마일은 긴장된 얼굴로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적월호의 2발의 명중탄은 여명호의 선저 장갑이 튕겨 내었다. 선체에 피격당할 때마다 간헐적으로 충격이 느껴졌다.


“사격 개시!” 팔라이네는 여명호의 사거리에 도달하자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여명호의 좌현의 2 연장 12인치포 8문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부유석을 함유한 탄두는 거의 직선으로 적월호를 향해 내리꽂았다. 적월호는 선체를 살짝 비틀어 일차 사격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전부 빗나갔다.


적월호는 여명호의 후미를 노리며 침로를 남동쪽으로 바꿨다. 여명호는 선미를 방어하려고 우현으로 선체를 더 틀었다. 기관실과 추진체에 포격을 직격으로 받아 손상되면, 함선을 움직일 수 없는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함포 재장전을 알리는 닉시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적월호의 발포가 더 빨랐다. 포탄 두 발이 선저의 일부를 뚫고 폭발했다.


팔라이네는 지휘관석의 손잡이를 잡았다. 여명호가 큰 충격을 받아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콘마일은 함교 곳곳에 달린 손잡이를 잡아 쓰러지지 않고 버텼다. 손잡이를 잡지 못한 일부 장교가 함교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선저 7번 구역이 손상되었습니다. 피해대응반이 구획 격리 중입니다.”


팔라이네도 지지 않고 반격에 나섰다. 적월호의 주포 하나가 직격탄을 맞아 포신이 일그러지며 불타올랐다. 적월호의 화력이 줄어들었음에도 기죽지 않고 맞받아쳤다.


여명호의 선저에 포탄이 추가로 박히며 천공이 뚤렸음을 알리는 기밀 램프들에 불이 연달아 들어왔다. 팔라이네는 기밀이 복구되는 동안 고도가 낮아지는 걸 느꼈다.


콘마일은 이마에 땀이 흐르는 지도 모르고 전술지도를 보고 있었다. 여명호가 동쪽으로 선미를 완전히 돌리자, 적월호가 우측에 따라 붙으며 재장전이 되는대로 연신 함포를 쏘았다.


여명호와 적월호는 집중사거리에 닿기만 하면 누가먼저라 할것 없이 난타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직는 선저에 치명적인 상처가 없었지만 피격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격실채로 떨어져 나갈 터였다. 팔라이네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런 식으로 피격당하다가는 제아무리 여명호라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콘마일이 피해상황을 알리는 디스플레이를 보며 팔라이네에게 말했다.


“알고 있어. 까마귀호가 안전하게 벗어날 시간을 벌어 주고 있을 뿐이야.” 전투에 돌입한지 막 1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좌현 90도로 변침하고, 갑판에 화물들을 버리게.” 팔라이네의 지시에 콘마일은 갑판장에게 교신해 화물을 묶고 있는 쇠사슬을 풀었다. 화물들은 옆으로 쓸려 나가며 기뢰처럼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뒤따라오던 적월호가 쏟아져 내리는 화물을 보며 급하게 우현으로 침로를 변경했다. 팔라이네는 적월호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걸 느끼며 잠깐 포격에서 벗어나며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


“여명호 선저 관통력으로 보았을 때, 적함의 주포는 13인치 이상으로 예상됩니다.” 콘마일은 함 내 피해 디스플레이를 보며 말했다. 두려움을 감추려고 침착하게 이야기 하려고 했지만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나왔다.


작은 점처럼 멀어졌던 적월호가 급회선하여 거리를 점차 좁혀 오고 있었다. 이는 적월호의 최대속도가 여명호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있었다.


다행인 점은 뒤따라오는 적월호의 속도를 감안했을 때, 적월호의 주장갑은 아군 함포가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얇을 수 있었다.


팔라이네는 고도를 높이는데도 적월호의 거리가 계속 가까워지는 걸 신경 쓰고 있었다.


“아군 집중사격 사거리를 확보하고, 적함 시타델을 겨냥하여 일제사격을 준비한다.” 팔라이네는 엄숙하게 함교에 전달했고 장교들은 좌측으로 급변하는 함선의 움직임을 느꼈다. 육안 관측창에서도 가까워지는 적월호가 보였다.


기관실의 엔진온도 알람이 울렸다. 1차 과열 경고였다. 연돌에서 시꺼먼 연기가 뿜어나오며 과출력으로 비행하는 걸 나타냈다..


팔라이네의 지시에 따라 여명호의 함포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콘마일은 초조한 얼굴로 포탄의 직선 궤적을 지켜보았다.


“적함 마스트에 명중했습니다.” 관측관의 보고에 팔라이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함교에서 적함 마스트를 살펴보았다. 마스트의 역할은 통신 수신과 기내외 알림 송수신. 최신식으로 갈수록 색적의 정확성과 기민성이 높아졌다. 완파되지는 않았지만 레이더 부근 마스트가 손상되어 있었다.


동시에 여명호의 피해알람 경보가 울리며 기우뚱 하며 중심을 잃었다. 적월호의 포탄이 우현측 주장갑을 관통하여 폭발한 것이었다. 팔라이네는 주장갑이 누더기처럼 터져 나갔을 거로 생각했다


피해복구반이 부양력을 유지하려고 발 빠르게 기밀을 유지하러 달려갔을 것이다.


“적함이 침로를 바꿔 후퇴하고 있습니다. 추격할까요?” 탐지관이 물었다. 여명호가 가까스로 기밀을 수리하고 중심을 잡을 때, 적월호는 동쪽으로 변침하여 여명호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팔라이네 추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추격을 중지하고 비상착륙하여 피해 복구에 전념한다.” 팔라이네는 후퇴하는 적월호의 추격을 단념했다.


“레이더 시스템이 파손되 후퇴하는 거라면 격침시킬 수 있는 기회가 아닙니까? 적은 까막눈일 수도 있습니다.” 콘마일이 물었다.


“만약 레이더 감지가 가능하고 우리를 기만한 적의 유인 작전이라면?” 팔라이네가 되물었다.


“함장님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갑작스러운 전투 이탈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입니다.” 콘마일은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속임수도 아니고 레이더가 기능고장이라고 하더라도 아군 함선으로 뒤쫓을 수 있나?” 콘마일과 전탐관의 말문이 막혔다. 팔라이네의 지시로 탐지관은 여명호와 적월호의 속력을 고려하여 침로를 수정했다. 디스플레이 상에서 적월호가 시간에 따라 점차 멀어졌다.


“나중에 보급은 어떻게 할 텐가. 적진에서 할껀가?”


“수도 가온에서 보급하면 되지 않습니까?”전술관은 되물었다.


여명호의 출력으로는 적월호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연료만 허비하다가 놓쳐 버린다면 재보급하러 마천루까지 회항해야 했다.


“베어검의 행동으로 추정해 보건대, 가온은 이미 베어검편에 붙었다는 게 명백하지 않겠나? 다시 말해 수도는 적진이라고 봐야 하겠지. 우리가 착륙하는 순간 물자 보급은커녕 전범으로 체포당할걸세.”


팔라이네는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함교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하지만!” 콘마일은 팔라이네의 말에 대꾸하려고 했지만 감정만 앞설뿐이었다.


“감정만 가지고 전투할 수는 없어. 쉽지 않겠지만 얼음장같이 차가운 뇌로 냉정하게 판단하고 움직여야 해. 이번 전투로 갑판 아래에 사상자가 생겼을 거야. 부상병들 치료도 중요해. 함장의 판단에 400명의 목숨이 달려 있어. 실수한다면 모두 죽어.”


팔라이네는 관측 창으로 아래를 내려보았다. 까마귀호의 열차칸 몇 개가 탈선하긴 했지만 철혈가의 목표를 저지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적월호가 레이더가 복구된다면 포기하지 않고 다시 까마귀호를 노려 쫓아올 게 분명했다. 열차는 비행함선보다 속도가 2배 정도 빨랐다. 하지만 대륙을 빙 돌아서 가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적월호는 직선거리로 항해할 터였다.


얼마 못 가 적혈호가 까마귀호를 따라잡을 것이었다. 까마귀호에 몇 명이나 타고 있을지 모르지만 광맥가를 한꺼번에 처리할 기회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팔라이네의 다른 고민이 있었다. 전투 경험이 있는 노련한 장교 몇몇은 눈치챈 모양이었다. 적월호가 아군 함보다 함포와 장갑이 우위에 있다는 점이었다.


정면에서 부딪칠 시에 여명호가 격침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의미였다. 이는 함 내 인원의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다. 그래서 함교 내에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전술관은 남은 연료와 탄약을 확인하고 전탐관은 지도상에서 비상 착륙이 가능할 만한 평지를 찾아보게.” 결국 팔라이네는 함 내 장교들의 불안한 생각을 강제로 털어 버리려는 듯 특유의 위엄있는 목소리로 지시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함교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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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스철케이드 23.12.20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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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 카트란 23.12.12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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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팔라이네 23.12.07 8 0 18쪽
» 36. 팔라이네 23.12.06 9 0 13쪽
35 35. 스철케이드 23.12.06 9 0 13쪽
34 34 알도린 23.12.05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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