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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치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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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블루치퍼
작품등록일 :
2022.10.30 03:43
최근연재일 :
2022.11.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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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0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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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사태

DUMMY

제1화



서울 모처의 지하 벙커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입니까?”


그는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분명 중국 북부전구의 움직임은 연해주를 노리는 것이고, 북은 이에 대비해 중국과의 국경에 병력을 증강한 것이란 분석을 보고 받은 것은 불과 어제였다.


노골적인 중국 인민해방군의 움직임은 최근 수개월 동안 이루어 졌고, 미국과 다른 국가들 역시 연해주에 전운이 감돈다는 분석을 내놓았던 것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인 중년 남자는 쉽게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그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급변사태는 그를 궁지로 몰았고 통제력을 잃게 만들기 충분했다.


단단히 화가 난 이 남자는 주변을 둘러친 열일곱을 노려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대부분이 그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감색 정장에 쑥색 넥타이를 한 노신사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북과 관계정상화를 한다는 핑계로 공들여 만든 휴민트를 제거해 버린 것이 그 원인이겠지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알았는지가 아니라, 어떤 대응을 하느냡니다.”


“아니 중국이 압록강을 넘었는데 그걸 백악관에서 전해 듣는 게 도대체나 말이나 됩니까?


대통령은 총리의 말에 더 화가 치민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운 것인지 집요하게 각료들을 핍박했고 그의 따가운 시선은 통일부장관에게 이르러서야 멈추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을 받은 것은 국정원장이었다. 그는 이 상황에도 느긋한 표정으로 답했다.


“우리가 비록 이 상황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으나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반드시 늦었다고만 할 순 없습니다. 총리의 말 대로 지금은 우리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백발의 남자는 흥분한 대통령과 잠시 눈빛을 나누며 교감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얼굴에서 보이던 짜증이 조금 누그러지자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국정원에서 알아낸 것으론 중국을 등에 업은 친중 세력이 총비서 암살을 시도했고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어디로 피했는지는 알 수 없고 이미 친중 세력이 북한 군부까지 장악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걸 누가 모르겠습니까? 이미 중공 80집단군의 일부가 압록강을 넘었는데 아무런 전투도 없었다 하니 그 내막은 어린 아이도 알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우리는 빨리 북진을 준비해야 합니다. 중국이 명분을 줬으니 조국통일의 다시없을 기회입니다.”


잠시간의 침묵도 허락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이는 늙은 총리였다. 그는 아니꼬운 듯 쳐다보는 각료들의 시선은 관심도 없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몹시 부끄러운 일이나 백악관이 알려 줬다는 건 지난 일을 잊고 도와주겠다는 의사 표시일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 설마 주한미군을 철수시킨 것에 자격지심을 느끼는 건 아니겠지요? 어서 미국을 비롯한 동맹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합참의장이 도착하는 대로 우리도 북진을 강구해야 합니다. 절대로 북한을 중국에 넘겨선 안됩니다. 반대로 우리가 북진한다면 중국에게 간도나 만주까지도 얻어낼 수 있을지 몰라요.”


총리는 대통령의 폐부를 찌르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 정도에 분노를 표출할 정도로 가벼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총리의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고 홍보실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언론은 아직 눈치 채지 못했나?”


“예, 아직 어떤 기사도 나가지 않았고 기자들의 움직임도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지체하면 미국에서 먼저 나가지 않겠습니까?”


“양해는 구해 뒀어. 2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을 거야. 우리가 발표하기 전까진 어떤 기사도 나가선 안되니 입단속 철저히 하게. 만약 기사가 먼저 나가면 국민들이 크게 동요할 테니.”


대통령은 홍보수석을 보고 있었으나 듣고 있는 모두에게 전하는 충고였다.


“늦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합참의장 김성식의 표정은 비장하기 그지없었다.


“비상 상황이니 합창의장이 가장 바쁘실 수밖에 없죠. 어서 앉으세요.”


대통령은 평소의 그 답지 않게 한껏 정중하게 합참의장을 맞이했고, 김성식이 자리에 앉자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전군은 준비가 끝났습니다. 대통령님의 마지막 선택만 남았을 뿐입니다.”


그의 표정은 담담했으나 대통령은 회의적인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전선이 감당 못할 정도로 확대되지는 않겠습니까? 우리 영토가 전쟁터가 되고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미 우리의 국민과 영토는 크나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합참의장의 말에 대통령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들이 벌써 휴전선까지 넘었단 말입니까?”


“허, 북한 땅도 우리 땅이란 말이지요.”


대통령과 다르게 김성식의 말을 바로 이해한 총리는 담담히 대통령을 깨우쳤다.


대통령의 머릿속은 확전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그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흠, 음. 가장 최근에 있었던 통일에 대한 여론조사는 어땠나?”


대통령은 헛기침을 하며 빠르게 주의를 돌렸으나 시뻘겋게 물든 얼굴이 그가 느끼고 있는 부끄러움을 대변하고 있었다.


“지난 해 있었던 조사에선 우리 국민의 53%가 통일을 해야 한다고 답했고 그 중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은 29.7%였습니다. 남성 중 58%가 통일에 긍정적이었고 여성의 통일을 지지하는 비중은47%로 과반이 되지 못했습니다.”


“반반이라···.. 통일을 원하는 여성은 반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지?”


대통령은 어떻게든 전쟁을 피할 명분을 찾으려는 듯 보였고 보다 못한 총리가 일갈했다.


“설마 북쪽 영토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죠? 지금은 기회란 말입니다. 다시없을 통일의 기회요. 겨우 이런 각오로 주한미군을 쫓아내듯 했단 말입니까?”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침공 때 미국과 대만이 요청했던 파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 정치적 입지를 다진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발판 삼아 대통령이 된 후 주한미군까지 내보냈기에 전쟁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총리는 시간이 제법 흘렀으나 보수당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었고 북한의 도발에 북진을 주장할 정도로 강경한 발언을 일삼아 온 인물이라 대통령과는 상극이나 다름없었다.


한데 대통령은 당선 후 인기가 떨어지자 대연정을 외치며 한물간 보수의 아이콘을 총리로 앉혀 이용하려 하였다. 큰 권한을 주지도 않고 각료들 사이에서 왕따 시키다시피 하면서 대연정의 얼굴마담으로 총리를 내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총리는 자신의 입지를 알면서도 언제나 고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전운이 감도는 지금 그의 말은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에게 강한 충격을 주고 있었다.


“총리, 말 조심하세요.”


민정수석이 총리를 노려보자 다시 합참의장이 그 대립에 참전했다.


“우리 군은 준비되어 있고 두려움이 없습니다.”


“합참의장, 그 얘긴 내가 지금 겁먹고 있다는 얘깁니까?”


발끈한 대통령이 김성식을 노려보자 그는 통수권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애쓰며 점잖게 답했다.


“그럴리가 있습니까? 한 뼘의 우리 땅도 중국에 내어 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나라고 그러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만약 중국과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장관은 전선이 서울까지 밀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합참의장은 대통령의 물음에 이미 준비했다는 듯 빠르게 답했다.


“우리 군은 중국인민해방군 북부전구와 북한군을 충분히 밀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선이 확장되는 건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중국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세히 말해 보세요.”


“이미 북한의 군부가 중국에 포섭되었고, 북부전구 80집단군의 기계화부대와 특수전부대 일부가 평안도, 함경도에 들어왔다지만 북의 군부는 여전히 지휘체계에 혼란이 있을 것입니다. 이때 우리가 선제타격을 가하고 전력을 다해 북진한다면 그들을 물리치고 몰아내기는 충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오랫동안 궁지에 몰려 있는 상태라 이번에도 패할 상황에 빠지면 어리석은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때는 양측이 큰 피해를 각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합참의장, 우리도 현무 등 중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는데 그들이 정말 그렇게 나오겠습니까?”


총리가 물은 것이나 합참의장은 대통령을 바라보고 말을 이어 나갔다.


“제 말은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군은 우리의 영토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고 지금껏 그것을 위해 훈련해 왔습니다. 우리가 현재의 위협에 참으며 중공이 북한 들녘을 삼키는 걸 지켜만 본다면 결국 저들은 우리를 깔보고 언젠간 이 땅마저 넘볼 것입니다. 지금 피해가 두려워 인내한다면 그것은 인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고립시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군사력이 아니라 정치공작으로 북의 수뇌부를 축출하고 쿠데타한 걸 보면 우리와 무력 충돌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시 총리가 따져 묻자 이번엔 국정원장이 입을 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국은 대만 침공 때 연합군에게 격퇴당하고 자신감을 많이 잃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 때문에 무력침공보단 뒤에서 체제전복을 지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대만 파병을 반대한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고 미군까지 철수시켰으니 안심하고 바로 기회를 잡은 것이겠군.”


총리의 시선은 국정원장을 향하고 있었으나 그의 가시 돋친 말은 분명 대통령을 향한 것이었다.


“지금은 한가하게 지난 일을 평가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의 영토가 침략당했으니 군사적 결단을 해야만 하는 순간입니다.”


처음 나선 국방장관은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다시 물었다.


“일단 중국에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의 신중한 물음에 노기 충천한 총리가 책상을 내리쳤다.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요? 중국대사와 연락이 끊긴 걸 보면 모르겠습니까? 최후통첩에 돌아갈 거라면 애초에 압록강을 넘지도 않았을 것이고 우리가 한가하게 중공의 반응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더 많은 병력이 넘어와 견고하게 자리잡을 게 뻔하지 않습니까?


국방장관도 거들었다.


“저도 총리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선제타격 후 바로 올라가면 수월하겠지만 80집단군의 핵심이 모두 내려오고 어수선한 북한 지휘부가 정비된다면 북진을 하는데 피해가 커집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선 안됩니다.”


“흠······ 그렇다면 먼저 서울을 방어할 수 있는 모든 전략자산과 북진에 대한 작계를 들어봅시다.”


“우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제타격입니다···.


대통령의 말에 합참의장은 기다렸다는 듯 직접 브리핑을 시작했다. 군인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는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는듯 보였고 대략적인 북진계획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었다.


합참의장의 설명이 5분쯤 진행되었을 때 안보실장이 조심스럽지만 빠른 발걸음으로 대통령에게 다가가 귀에 속삭였다.


그리고 대통령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가 잠시 뒤 입가에 미약한 미소가 번졌다.


“잠시 쉬었다 합시다.”








벙커 내 대통령 집무실




“원산까지 얼마나 걸리죠?”


“항공기론 얼마 안 걸립니다만···”


“못 들었습니까? 격추 우려로 항공기나 헬기는 안 탄다는 얘기.”


안보실장은 앞서 있던 통화 내용에 당황해 정신이 없었다.


“배로 간다면 UDT나 해병대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누구 목 따러 가는 줄 아십니까? 얼굴 시커먼 놈들 보내면 총비서가 순순히 배를 타요? 다 된 밥에 재 뿌릴 일 있나.”


“그럼 해군 이지스함에 장성을 보내 예우를 갖추는 것이 낫겠습니다.”


기가 죽은 안보실장의 말에 대통령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답했다.


“북진하는 마당에 군이 총비서와 만나는 게 영 껄끄러운데...”


“우리 군은 대통령님의 명령을 받습니다.”


“고지식한 군인들... 거기다 군은 북의 도발로 인한 상처가 있어요. 아직도 천안함, 서해교전 들먹이는데. 거기다 일전에 합참의장 소환에서 망신 준거 기억 안나요?”


“그때 좀 심하긴 했죠. 북한 선박 나포했다고 합참의장을 불러서 4시간 동안 갈궜으니. 하지만 총비서의 말 대로 레드노트가 그런거라면 쉽게 꺼낼 카드는 아닐 겁니다. 거래하기로 한 이상 대통령님을 만나 확실한 보장을 받을 때까진 노출하지 않을 겁니다.”


“후우, 그럴까···..”


“그리고 레드노트가 아니라도 vip를 구출해야 할 명분은 충분합니다. 특히 단기에 불과하지만 핵위협에서 벗어나려면 풋볼의 확보는 필숩니다. 레드노트는 확실히 찝찝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이 풋볼입니다. 거기다 북진 타령하던 야당놈들은 박수치고 환영할 일 아니겠습니까?”


“북이 아니라 중국과 싸우는 겁니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돈 밝히는 놈들이 중국 돈 안 먹었겠어요? 아실 만한분이.”


대통령은 말을 끊더니 잠시 고뇌에 빠졌다.


“국회에 알리면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는데... 아직 담배 못 끊었다고 했죠?”


대통령은 안보실장이 건내 준 담배 한 개비를 물더니 깊숙이 빨아들였다 토해냈다.


“홍보수석과 북진에 대한 대국민호소문 준비하세요. 그리고 오늘 저 전쟁광들과 나눈 이야기는 꼭 기억해 두세요. 그런 날이 와선 안되겠지만 언젠가 누가 북진을 주장했는지 국민들이 알아야 할지도 모르니까. 다시 말해두지만 나는 절대로 이 전쟁을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패했을 때 그 멍에를 뒤집어쓸 생각은 없어요. 그땐 북진을 종용한 저 전쟁광들이 역사의 죄인이 되어야 할테니.”


대통령은 허공에 의미심장한 눈빛을 흘리더니 다시 안보실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가서 국정원장 불러주세요.”


작가의말

가능성 농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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