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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草魂) 님의 서재입니다.

마무의리(魔武義理)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초혼(草魂)
작품등록일 :
2014.07.04 10:42
최근연재일 :
2014.07.21 19:30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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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3,127

작성
14.07.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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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장

DUMMY

10장



소림사.

하남성 등봉현 숭산 소실봉의 계곡에 있는 소림사는 예부터 태산북두라 하여 세간의 백성에게는 불도의 성지로, 무림의 무림인들에게는 모든 무공의 총본산으로서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외적이 들이닥쳤을 때엔 국가의 수호신이 되었고, 무림에 위기가 들이닥쳤을 때 정파의 정신적 지주로서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준 최강의 철벽.

그래서였을까. 소림사로 향하는 소실봉의 소로에 깔린 석판조차 범접할 수 없는 고풍스러움과 역사가 느껴졌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소로 석판조차 지금껏 소림사가 생긴 이래 소림사를 찾았던 수많은 제왕과 영웅의 발걸음을 담고 있는 것이다.

‘저곳이 소림사구나.’

소림사 정문 앞.

드디어 소림사 정문 앞으로 일행들과 함께 도착한 이백은 눈앞에 펼쳐진 소림사의 전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미타불. 소림엔 무슨 일로 방문하셨습니까?”

소림사 정문 앞으로 네 개의 계인이 이마 위로 선명히 찍힌 무승이 근엄한 표정으로 한 손에 합장을 한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일곱 척 길이의 곤봉을 쥐고 있었다.

태양혈이 불룩 튀어나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라서, 어지간한 고수라도 감히 덤빌 엄두를 못 낼 듯한 위엄 앞에 과연 소림이란 말이 떠올랐다.

“제갈세가의 제갈윤호라고 합니다. 이곳 소림의 속가제자이신 석형께서 윗분들께 보여드리고 상의하실 물건이 있다고 하여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십팔대 제자 보연이 법효 사숙께 인사드립니다.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가장 선두에 있던 제갈윤호의 말에 석정강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소림사 정문을 가로막고 있던 무승을 향해 예를 올렸다.

그러자 무승이 석정강을 알아보았는지 근엄한 표정 대신 선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보연이로구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무승은 석정강을 기억하는 듯했다. 그러나 선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도 잠시. 무승이 어느새 다시 근엄한 표정을 하고서 석정강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로 왔느냐.”

“제자 속세에서 우연히 포천혜라 하는 물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물건이 범상한 물건이 아닌지라, 자칫 잘못하면 수많은 사람이 이 물건을 둘러싸고 싸움을 벌일 상황이라 사문에 이를 바치고자 합니다.”

“포천혜?”

순간적이지만 석정강의 입에서 포천혜란 말이 나온 순간 무승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곧,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무승이 석정강을 향해 말했다.

“잠시 기다려라. 일단 범장사숙께 말씀을 드려보겠다.”



“아미타불. 본사의 지객당주인 범장입니다. 멀리서 제갈세가에서 귀하신 분이 오셨는데도 몰라뵈었으니 죄송합니다. 제갈가주께선 평온하신지요.”

잠시 후, 정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객당주 범장은 팔 척이나 되는 키에 단단한 근육까지 갖춘 거한이었다.

마치 웬만한 전각의 기둥을 보는 듯한 범장의 위용에 어지간한 것엔 눈썹 하나 꿈틀하지 않는 연노조차 두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였다.

“포천혜란 물건을 가지고 오셨다고요?”

“우연히 여기 계신 석형과 동행을 하게 되어 소림에 오는 도중 이미 두 번이나 살수들의 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포천혜를 얻는 자. 능히 천하를 얻으리라.’라는 소문이 이미 암흑가의 흑도 사이에 퍼져 있다더군요.”

“으음…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지객당주 범장은 일단 일행들을 소림사 안으로 안내했다.

‘아!’

일행들과 함께 지객당주 범장을 따라 스무 개 남짓한 계단을 걸어 올라서던 이백은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

정문을 지키고 있던 무승 두 명이 정문을 개방하자, 그 사이로 소림의 전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이…….’

소림은 무당과도 인연이 무척 깊은 곳이다.

우선 무당의 개파조사인 장삼풍 진인이 소림 제자출신으로 알려진데다, 소림과 무당은 오랜 시간 정파 무림을 대표하는 양대산맥으로서 존재해왔다.

하!

소림 안으로 들어선 이백 일행을 가장 처음 맞이한 것은 평화로운 전경과 다르게 절제된 박력이 깃든 무승들의 기합성이었다.

수많은 무승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으면서도 마치 한 사람이 내지르듯 단결된 기합성.

‘대단하구나.’

이백은 한 덩어리로 뭉쳐 장천을 향해 승천하는 기운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랄까. 무당의 기운이 청아하면서도 맑은 푸른 색이라면, 소림의 기운은 햇볕과 같이 따스하면서도 부드러운 황색이었다.

“지금 방장께서 본문에 방문하신 손님들과 함께 계시니, 일단 지객당으로 모시겠소이다.”

지객당주 범장의 말과 함께 일행이 안내된 곳은 즐비하게 건물이 늘어선 곳이었다.

승려만 이천에 달하는 소림은 말 그대로 대사찰이었다. 거기에 매해 소림을 찾는 향객의 수만 수십만이니, 이 향객을 배려하여 지은 건물의 수가 지객당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개에 달했다.

“그럼 저는 이만.”

일행과 함께 내실 안으로 들어선 지객당주 범장이 짧게 합장을 하며 말했다. 별다른 장식을 찾아볼 수 없는 방 안에 들어서자, 쌉싸름한 향 내음과 차향이 느껴졌다.

“대사님. 혹시 무림맹에서 손님이 오신 것입니까?”

제갈윤호가 의자에 몸을 앉히며 돌아서던 지객당주 범장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지객당주 범장이 갑자기 눈에 띄게 몸을 멈칫거렸다.

눈치가 없는 이백조차 조금 전 제갈윤호의 말이 맞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미타불.”

지객당주 범장도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별다른 말 없이 불호를 외곤 떠나가려 했다. 가타부타 별다른 말 없이 떠나간다는 것은 마음대로 생각하되, 떠벌릴 생각은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백이 멀어지려 하는 지객당주 범장을 조용한 목소리로 불러세운 것은 바로 그때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소협.”

조금 전 일 때문인지 지객당주 범장이 다소 껄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일이 어찌 되었던 소림 안에 방문한 손님의 정보를 유출한 것은 큰 실수였다.

“이것을 전해주시겠습니까?

“이게 무엇입니까?”

이백이 품속에서 꺼낸 서찰 한 장을 조심스럽게 내밀자, 그것을 보며 지객당주 범장이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비단 지객당주 범장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제갈윤호를 비롯해 연노와 석정강의 얼굴에도 의문이 떠올랐다.



“아미타불. 포천혜라…….”

소림방장 범효가 반개한 눈으로 손안에 쥔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파르스름한 머리에 선명히 찍힌 아홉 개의 계인. 눈 옆까지 자라난 백염과 가슴 밑을 풍성하게 뒤덮은 백염. 그리고 자애로움이 깃든 눈매와 눈동자가 무척 인상적인 노승이었다.

“아시는 것이 없으십니까?”

범효의 앞으로 반듯하게 무릎을 꿇은 채 공손히 앉아 있는 중년인이 물었다.

산속 제왕인 범의 얼굴형에 태산이 무너져도 동요하지 않을 것 같은 눈동자. 전체적으로 호쾌한 이목구비랄까. 다듬지 않는다면 자칫 얼굴 전체를 뒤덮겠으나, 무척이나 말끔하게 손질된 수염들이 보기 좋고 탐스럽게 자라나 있었다.

“빈승은 잘 모르겠소이다. 포천혜라는 말조차 처음 듣는구려.”

소림방장 범효가 난처한 얼굴로 중년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중년인의 얼굴 위로 아쉬움이 스쳐갔고, 그 아쉬움을 본 탓인지 범효가 다시 말을 이었다.

“맹주께서 친히 걸음을 하셨는데 죄송하오이다.”

무림맹주.

그 얼마나 무게감 느껴지는 말인가. 천하에 난립하는 문파들 가운데서도 정파라 칭하는 곳. 그 모든 곳을 하나의 이름으로 아우르는 것이 바로 무림맹이었다.

정파라면 그 누구나 발 한쪽을 담그는 곳이었으며, 천하에 위명이 자자한 구대문파와 오대문파가 주축이 되어 천하의 정도를 이끌어 가는 무림 최대 조직.

“하하. 아닙니다. 제가 괜히 방장의 심기를 어지럽힌 것 같아 죄송스러울 뿐이지요.”

그런 무림맹의 주인로 통하는 무림맹주 윤도평이 털털한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젊은 시절 무적검호로 불렸으나, 이제는 검신이란 단 두 글자의 말로 불리는 명실상부 무림제일인의 소탈한 모습이었다.

“제갈군사. 이만 일어나세.”

손사래를 치던 윤도평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듯했던 윤도평의 뒤로 또 하나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관옥을 깎아 만든 듯이 반듯한 외모에 마치 천하제일의 재주를 가진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도자기를 보는 듯한 고아함. 서른이 넘었음에도 약관으로 보이는 동안과 천하이대지자 중 하나로 불릴 만큼 대단한 지식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제갈백이었다.

“…….”

“사람 참. 입이 무거운 것 하고는.”

윤도평이 자리에서 일어나 별다른 말 없이 범효에게 예를 갖추는 제갈백을 보며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소림의 방장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예만 달랑 갖추는 모습을 보고 뭐라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나, 위기의 상황이 되면 그 누구보다 현명한 해답을 내놓아 일언천금이라 불리는 제갈백의 성격을 잘 아는 까닭이다.

“음?”

그러나 소림 방장의 권위를 상징하는 녹옥불장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윤도평과 제갈백을 배웅하려던 범효가 움직임을 멈추더니, 문밖을 향해 말을 건넸다.

“그게 사실이냐?”

“네.”

범효의 물음에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소림 제자에게서 대답이 흘러나왔다.

아마도 처음엔 전음으로 말을 전한 듯했으나, 전음을 들은 범효가 육성으로 대답을 대신하니 제자 또한 육성으로 대답한 것으로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급작스러운 상황이 의문스러운지 윤도평이 범효를 향해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범효가 윤도평에게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연이 있는 것 같소이다. 본사의 속가제자 중 하나가 포천혜라는 물건을 가지고 와서 빈승을 뵙고 싶다고 하는구려.”

“오! 그것이 정말입니까?”

윤도평이 범효의 말을 듣고 반색을 하며 말했다. 이대로 아무런 소득도 없이 무림맹으로 돌아가는가 싶었는데, 뜻밖에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확실히 의외였던지, 웬만한 일엔 동요조차 없을 것 같이 보이던 제갈백도 조금은 눈을 크게 뜰 정도였다.

“장문인!”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닌 걸까.

범효가 웃음을 지으며 걸음을 옮기려 할 때, 갑자기 저 멀리서 나타난 노승 하나가 신법을 펼치며 달려왔다.

발을 한 걸음 뗄 때마다 일 장에 달하는 거리를 쑥쑥 치고 나오는 것이 척 봐도 대단한 고수였다.

“아니. 호법전주 범언이 아닌가.”

“범언? 범언이라면 태산신권으로 명성을 떨쳤던…….”

범효의 말을 들은 윤도평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쪽으로 달려온 노승을 바라보았다.

호법전이라면 소림 안에서도 강력한 무승들. 특히, 전대 배분의 노승들이 있는 곳이었다.

일종의 장로전이라 해도 될만한 곳이었는데, 그런 호법전의 주인이 체면도 포기한 채 저토록 다급한 모습으로 달려오다니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었다.

“무슨 일인가?”

범효가 너무나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범언을 향해 방장실로 달려온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범언이 숨을 고를 사이도 없이 손가락으로 지객당이 있는 남서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지, 지금 혜안사숙조께서 지객당으로 가셨소이다!”




추천. 선작. 댓글.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고, 하시는 일들 모두 다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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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수정사항입니다. 기존에 읽으셨던 독자님들께서는 간단히 읽고 가시기를!^^))2014년10월7일 +2 14.07.15 21,693 70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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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장 +20 14.07.12 22,894 765 16쪽
7 6장 +21 14.07.09 23,663 667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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