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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草魂) 님의 서재입니다.

마무의리(魔武義理)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초혼(草魂)
작품등록일 :
2014.07.04 10:42
최근연재일 :
2014.07.21 19:3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10,874
추천수 :
8,875
글자수 :
133,127

작성
14.07.12 11:29
조회
22,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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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7장

DUMMY

7장



“이백 공자. 정신이 좀 드십니까?”

이백은 제갈윤호의 부름에 눈을 떴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같았지만, 눈을 뜨자 뿌옇한 시야 사이로 어렴풋이 제갈윤호의 얼굴이 보였다.

“…….”

이백은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무슨 일인지 입이 열리지 않았다.

잠시 정지되어 있었던 정신과 신체의 기능이 본래의 능력을 되찾기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온전히 정신을 차린 이백이 제갈윤호를 향해 물었다.

“이곳은…….”

“근처 객잔입니다. 그나저나 갑자기 정신을 잃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이백이 제갈윤호의 말을 들으며 침상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몸에 큰 이상은 없는 듯했다. 그러나 제갈윤호는 걱정스러운지 이백의 행동을 제지하며 말했다.

“무리하지 말고 좀 더 누워계시는 것이…….”

사실 감기 몸살이라도 걸린 것처럼 몸 구석구석이 쑤셔오긴 했다.

그리고 정신을 잃기 전에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제갈공자.”

“네?”

“잠시 혼자 있고 싶습니다.”

제갈윤호가 평소답지 않은 이백의 모습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동행을 시작한 이래 이백이 이렇게까지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제갈윤호도 이백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문밖에 들리도록 말씀하십시오. 점소이를 시켜 문밖에 서 있도록 하겠습니다.”



“휴우.”

제갈윤호가 이백이 있는 방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나 진지해 보이던 이백의 모습이 좀처럼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질 않았다.

“크게 문제는 없는 듯한데.”

제갈윤호는 이백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당시, 즉시 내공을 불어넣어 몸의 이상부터 살폈었다.

또한, 장소를 옮긴 후에는 인근에서 가장 실력 있다고 소문난 의원까지 데려와 이백의 몸을 살피도록 했었다.

하지만 이백의 몸을 살핀 의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긴 마찬가지였다.

보통 사람보다 조금 허약한 체질이긴 하지만, 보약 한 접 달여먹으면 건강해진다고 말을 했다가 연노한테 약을 팔려고 한다며 욕지거리만 엄청나게 얻어먹었다.

“도련님.”

“연노.”

“저 드릴 말씀이…….”때마침 연노가 방문 밖으로 나오자, 제갈윤호가 눈짓으로 자리를 옮기자는 뜻을 내비쳤다.

그 자리에서 말해도 되었지만, 왠지 감시라도 당하고 있는 것처럼 이상한 기분을 느낀 탓이었다.



“…….”

이백은 가만히 문쪽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백은 제갈윤호와 연노의 기척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기척을 느낀다?’

크게 이상한 일이었다.

물론 사람이 기척을 느낀다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도 기척이라는 것을 느끼니까.

그러나 그 기척이라는 것이 누군가가 얼마 정도 거리에 있으며 어느 정도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 알 게 될 정도라면 충분히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무공을 할 줄 아는 것인가?’

이백은 자신에게 살수가 달려들었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무공을 할 줄 모르는 이백으로선 살수가 달려오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었다.

찰나의 순간 연노가 양손으로 장풍을 사용했던 것을 떠올리며, 만약 온몸으로 기운을 내뿜을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 다였다.

“흐읍!”

다시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 보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백의 몸 주변으로 단숨에 살수를 날려버렸던 대기의 고속회전은커녕, 실바람 하나도 일지 않았다.

“흐으읍!”

자신이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살수가 달려들었던 상황 하나하나를 떠올렸다.

자신의 몸 주변에서 대기가 회전을 시작하고, 살수가 튕겨져나가던 순간순간을 천천히 떠올려 갔다.

…….

방안으로 묵직한 적막감이 흘렀다.

금방이라도 이백의 몸 근처에서 매서운 소용돌이가 일어날 듯했다.

“끙…….”

그러나 그뿐이었다. 결국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이백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실패한 것이다.

“뭐지? 뭐가 문제일까?”

그러자 이백은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곰곰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문제점을 떠올리려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마치 어렸을 적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신만 보면 무조건 괴롭히고 보던 사숙한테 꾸지람을 듣는듯한 기분이랄까.

“…….”

답답한 마음에 오른손을 품 안으로 가져갔다. 평소 포천혜를 넣어두는 곳이었다.

“헉!”

그러나 아무것도 손에 만져지질 않자, 이백은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다급한 마음에 황급히 앞섶을 풀어헤쳤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원래 없는 것이 생길 리 없었다.

“…….”

이백이 황망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해서 주변에 소지품을 두었나 하고 본 것이다.

그러나 방안에서 유일하게 물건을 올려놓을 만한 탁자 위에조차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우당탕!

이백이 당황한 나머지 방 밖으로 나가기 위해 침상을 나서려다 발을 헛디뎌 바닥을 뒹굴었다.

“크윽!”

이백은 아픈 줄도 몰랐다.

서둘러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것을 좀 보시지요.”

“이게 뭐야?”

제갈윤호가 연노의 손에 들려있는 서책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연노가 평소 책과 친하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갈윤호가 아니던가.

“일단 보십시오.”

“으음.”

제갈윤호가 너무나도 진지한 연노의 표정 때문인지, 자기 자신도 조금 굳은 표정으로 서책을 펼쳤다.

“이건…….”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표지였다. 그러나 서책의 표지를 천천히 넘기자, 그 안으로 사람들의 이름과 지위가 적혀진 첫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명장?”

제갈윤호가 탄성과 함께 두 눈을 크게 뜨며 연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단지 첫 장만 보았을 뿐이건만, 서책 안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를 단숨에 알아보고 있었다.

쿠당탕!

갑자기 객잔 안쪽에서 소란이 일어나며 제갈윤호와 연노 간의 긴박해지던 분위기가 깨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지.”

객잔 안쪽으로 고개를 돌린 제갈윤호가 연노에게 다급히 책을 주었다. 이백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것을 본 탓이었다.

“이백공자. 무슨 일이십니까?”

“제갈공자. 혹시 저한테 있던 서책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서책이요?”

“제 품속에…….”

이백이 경황 중임에도 매우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제갈윤호를 향해 말했다.

다급한 마음에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제갈윤호의 얼굴을 봄과 동시에 다시 머리가 차갑게 식어감을 느꼈다.

만약 제갈윤호가 포천혜의 내용을 보았다면 앞으로의 일이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과연 자신의 짐작대로 제갈윤호가 포천혜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제갈윤호는 이백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자신의 방에 들어가 하얀 천으로 곱게 둘러싼 것을 내밀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경황 중이라 다시 돌려드린다는 게 잠시 잊어버렸군요.”

“…….”

이백이 곧바로 포천혜를 다시 받지 않고 제갈윤호를 바라보았다.

하얀 천으로 포천혜를 둘러싼 것은 때가 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만약 안에 내용을 보았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이전에 자신이 해놓았던 매듭과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위험해 지겠지.’

이백에게 있어 제갈윤호는 동행을 하고 있긴 하지만,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믿기엔 너무 변수가 많은 인물이었다.

잘생긴 얼굴로 친근을 가장하지만, 그 안으로 비수보다 더 날카로운 계산속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제갈윤호라는 인물이니까.

“혹시 안의 내용을 보셨습니까?”

“네?”

“이것 안에 내용. 보셨느냐 물었습니다.”

이백이 제갈윤호의 손에 들린 포천혜를 잡으며 말했다. 그리고 잠시지만 두 사람이 서로 포천혜를 마주 잡은 상태에서 눈을 맞추었다.

“…….”

“…….”

짧은 시간이었으나, 이백과 제갈윤호 모두 서로에게서 진실을 알려고 애썼다. 그러나 잠시 뒤, 제갈윤호가 포천혜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이전에도 제가 말하지 않았었습니까? 제가 이래 봬도 명문가 출신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의 물건엔 함부로 손대는 것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교육을 받았지요. 하하.”

“그렇습니까…….”

이백이 제갈윤호에게서 포천혜의 내용을 보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음에도,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제갈윤호가 포천혜를 보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었지만, 이번 일로 제갈윤호에게 포천혜에 대한 궁금증을 심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백공자의 표정을 보니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나 봅니다. 안보길 더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하.”

제갈윤호가 갑자기 달라진 이백의 태도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흩으려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그 절묘한 시점 즈음해서 연노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건 뭡니까?”

“이백 대협께서 지니고 계셨던 물건이야. 의원이 진찰할 때 떨어져서 내가 맡아두었었는데, 깜빡하고 있었지 뭐야. 하하.”

“설마 가지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지요?”

“연노. 사람을 어떻게 보고! 나 제갈윤호야! 제갈윤호!”연노의 반쯤 농담 섞인 물음에 제갈윤호가 일부러 과장된 몸짓을 사용하며 대답했다.

이백은 그사이 조심스럽게 손에 있던 포천혜를 품 안으로 갈무리했다.

‘다행이다.’

석정강이 포천혜를 가지고 있다 했을 때도 그를 탐하지 않았던 제갈윤호였다.

물론 포천혜를 흰 천으로 싸매놓았던 것이 제갈윤호가 포천혜를 펼치지 않은 데 한몫을 단단히 했음을 부정할 순 없었다.

제아무리 제갈윤호라 해도 포천혜라 쓰인 겉표지를 봤다면, 호기심에 책장을 넘겼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몸도 좋지 않을 텐데, 물건 받았으면 그만 들어가 쉬어라. 도련님께서 나와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다.”

“연노.”

“도련님. 아무 말 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시급을 다투는 일입니다.”

연노가 전례 없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제갈윤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노복이긴 했지만, 이럴 땐 상전이었다.

제갈윤호도 연노의 고집을 꺾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는지, 이백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럼 푹 쉬시길.”

“말씀 나누십시오.”

이백이 제갈윤호의 사과에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뒤돌아섰다.

사실 누구보다 이 자리에서 빠지고 싶은 사람이 이백이었다.

“이백공자.”

그러나 이백이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하려 할 때, 제갈윤호가 갑자기 이백을 불러세웠다.

“네?”

이백이 조금 전 포천혜 때문인지 약간은 긴장된 표정으로 제갈윤호를 바라보았다.

제갈윤호가 혹시 없던 호기심이라도 생겨 그 천안에 있던 서책의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어찌할까 불안했다.

“이것.”

“아…….”

그러나 이백은 이어진 제갈윤호의 행동에 긴장이 탁 풀림을 것을 느꼈다. 제갈윤호가 지난날 노하구에서 유태희에게 받았던 태양패를 이백에게 건넨 것이다.



이백은 자신의 몸을 기대어 문을 막았다.

“…….”

섣불리 문에서 몸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누군가 들어올 것 같은 불안감 탓에 한참 동안 온몸으로 문을 막고 서있었다.

스윽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자, 이백이 조심스럽게 품 안에 넣어두었던 포천혜를 꺼냈다.

하얀 천의 매듭을 풀고 천천히 벗기자, 그 안에 푸른색 표지로 된 포천혜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이백이 비로소 느껴지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치 못한 일로 큰 위기를 겪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이백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포천혜는 하늘을 품는 법을 담은 책으로써 그 시작은 반로환동이니라…….’

포천혜의 겉표지를 넘기자, 다시 봐도 황당한 첫 문구가 적힌 첫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백이 이번엔 첫 장을 넘겨 두 번째 장을 펼쳤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겨날 것이다. 이것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변화다. 너는 마치 번데기를 벗고 나온 나비처럼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문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아이가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것처럼 두서가 없는 글씨체였다. 그러나 지금의 이백에게는 너무나 공감이 가는 글이기도 했다.


‘새로운 세상이 전과 같은 세상임을 인지하여야 한다.’


사락

또다시 두 번째 장을 넘기자, 세 번째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그리고 이백은 눈앞에 펼쳐진 백면(白面)을 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포천혜를 처음 보았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안의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백이 반로환동을 한 다음 볼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장까지뿐이었다.

세 번째 장부터는 그 안의 내용이 사라져 모조리 백지로 변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던 포천혜의 내용까지 머릿속에서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이백은 그 때문에 포천혜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지만, 세 번째 장을 보기 위해선 자신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인지라.’

두 번째 장에 쓰인 문구야말로 그 해답일 것이다.

이백은 포천혜를 다시 접고서 조심스럽게 흰 천으로 둘러쌌다.

이미 수백 번이나 두 번째 장의 내용을 외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수백 번이나 확인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세 번째 장이 갑자기 보일 일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휴우.”

긴장이 풀린 탓일까. 갑자기 항거할 수 없는 피곤함이 전신에 밀려왔다.

“조금은 쉬어야겠다.”

이백이 두어 번 고개를 흔들더니, 결국 졸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침상을 향해 걸어갔다.

침상 위에 몸을 눕히자, 마치 침상이 몸을 흡수하는 것처럼 나른함을 느꼈다.

‘차라리 별것 아닌 일처럼 행동할 것을…….’

조금 전 자신의 경솔했던 행동과 실수들이 떠올랐다.

오직 포천혜를 잃어버렸단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물론 제갈윤호가 포천혜를 읽지 않은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지만, 제갈윤호에게 포천혜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위태로운 일이었다.

‘허허. 이백아. 아직도 가볍구나.’

갑자기 사십 년도 전에 돌아가셨던 사숙에게 들었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의 이백은 참으로 가벼운 사람이었다.

대소사의 구분 없이 덤벙대기 일쑤였고, 본의 아니게 말실수를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그 때문에 무당 내에서도 깐깐한 성격으로 유명했던 이백의 사숙은 늘 이백만 보면 그 경솔함을 질책했다. 그런데 젊은 시절의 이백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숙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았다.

‘나이가 먹으면 절로 나아질 텐데, 뭘 그리 걱정하시느냐고 했었지.’

그러던 어느 날 이백은 여느 날처럼 자신을 나무라던 사숙을 향해 가벼운 행동이야 나이를 먹으면 절로 나아질 텐데, 뭘 그리 걱정하시느냐고 했었다.

그러자 사숙은 이백을 향해 ‘몸은 나이를 먹을망정,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라고 대답했었다.

‘사숙께서 오십 년 전에 알고 있었던 것을 저는 이제야 이해하는군요.’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몸에만 해당이 되는 것이지, 마음이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었다.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 어찌 나이를 먹을 수 있을까.

다만 나이를 먹은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지질 않으니, 사람이 나이 먹은 몸에 마음을 맞춰 행동하는 것일 뿐이었다.

‘신중해야겠구나.’

지금 이곳은 무당산이 아닌 말 그대로 속세였다.

이곳에 나이 팔십의 학도 이백은 없었다. 오직 나이 스물의 청년 이백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온전히 겉으로만 보이는 표면적인 사실일 뿐, 여전히 이백의 젊은 몸 안엔 학도였던 때의 정신과 기억이 들어 있었다.

‘학무지경이라.’

이백은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을진 몰라도, 나이를 팔십 먹던 이십을 먹던 배우는 것은 정신이지 몸이 아니었다.




추천. 선작. 댓글.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고, 하시는 일들 모두 다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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