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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 님의 서재입니다.

병, 병, 병, 그리고 병.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김지.
작품등록일 :
2019.03.07 21:45
최근연재일 :
2019.03.18 23:2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26
추천수 :
2
글자수 :
76,339

작성
19.03.18 23:25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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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DUMMY

“김 간호사! 김 간호사! 오전에, 오전에 왔던 경찰 명함 어딨어.”

“잠시만요~”

“응? 딱히 명함 받은 거 없는데요?”

“전화, 전화 뒤져봐. 전화 온 거 있을 거 아니야?”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인터넷에 검색을 한다. 아무것도 없는 명함 제작 등 여러 검색어를 사용해도 얻을 정보가 없다.



「띠리리리-」

[네 원장님. 전화 걸어보니 내일 오신다는 그 분이 받으세요. 오전에 오신 분은 아니에요.]


“알았어, 끊어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경찰이 방문을 한다고 전화가 왔는데, 누군가가 용케 알고 우리 병원에 왔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냔 말이지. 대체 누가 경찰 전화라도 도청해서 미리 알고 움직인다고? 이거 아니잖아.


“수 간호사, 마지막 환자. 환자 기록 봐봐.”

[네 보고 있어요 쌤.]

“핸드폰 번호 없어?”

[네 없네요. 접수할 때 안 적었어요.]

“주소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고마워요.”


하.. 이 새끼가.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마니산이 나온다. 허탈한 마음에 의자에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며칠 전부터 눈을 감으면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쉬이이이익-」

의사인 나는 안다. 이 소리가 사람이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는 소리과 흡사하다는 것을. 그리고 정신과 의사로서 내가 만들어내는 허상이라는 것도.


**


삼 일이 지났지만 심승범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블러핑을 하지 말고 좀 더 대화를 해볼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다시 하루를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다.


그 사이 감시자들의 존재는 갈수록 뚜렷하게 느껴졌다. 의심에서 확신으로 넘어갔다. 문득 거울을 보면 거울 속 간호사들의 소름끼치는 웃음이 여전히 보인다. 밤마다 UFO일지 모르는 노란 불빛이, 안방 유리창에 비쳐지곤 한다.


하루 휴원을 하고 차를 몰아 마니산으로 갔다. 산 아래 마을을 수소문해서라도 심승범을 찾고 싶다. 아니, 그 마을에 가면 분명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이 복잡한 심경과 떨떠름한 기분을 떨칠 수 있을 것만 같다. 제정신을 차리기 위한 나의 발악.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비게이션에 ‘하양 펜션’을 불러 보았다.


「안내를 시작합니다.」

설마. 아닐 거야..



점심이 한참 지나서야 강화도에 도착. 좀 더 가서 하얀 펜션에 도착했다.


예쁜 집들. 아름다운 경치. 미쳐버려 이 먼 곳까지 왔구나. 이제 펜션 주인에게 아무것도 없는 하얀 명함을 보여주고, 심승범을 묻고, 그리고 모른다는 대답만 들으면 된다. 그럼 적어도, 심승범에 대한 생각은 지울 수 있다.


차에서 내려 인터폰을 누르려 하는데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펜션의 마당까지 들어가 차에서 내리는데, 펜션에서 심승범이 나온다. 나는 차에서 내려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5일이나. 5일이나 걸렸네요. 곤란한데 이러면.”

“얘기나 좀 합시다.”

“따라 오시오. 갈 곳이 있소.”

“여기서 합시다.”

“상대와 얘기를 할 땐 상대에 맞춰가면서 시작하는 거야.”

“뭐요?”

“타.”


나는 그의 봉고차에 탔다. 그는 말없이 운전하여 강화도를 두 바퀴 돈 뒤, 다시 이동하여 마니산에 도착했다.


“내려.”

“이 양반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올라가지.”

“어딜.”


심승범이 말없이 앞장서 마니산을 오른다. 빌어먹을 자식이 진짜. 일단은 참고 따라갔다.


“어디까지 가는 건데.”


무심하게 돌아보더니, 다시 말 없이 오르는 심승범. 정상에 오르겠다는 고집이 느껴진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정상이 나타났다.


“자, 이제 말해.”

“그 날 환자가 무슨 이야기를 했지?”

“뭔 환자.”

“당신 찾아오고, 얼마 뒤에 분신한 사람.”


“왜 다들 그 얘기야.”

“경찰이 찾아와서 물었나?”

“그래. 그 환자가 뭔데 대체.”

“그래서 대답했나?”


“안했다.”

“왜지?”

“다짜고짜 답변을 요구하니까.”

“또.”


“뭘 또야?”

“또 다른 이유.”

“그런 게 어딨어.”

“생각하지 말고, 느껴졌던 그런 이유는 없나?”


“당신, 시간 나면 우리 병원 와. 제정신이 아니네.”

“그래. 내려가지.”

“아니. 아니 이 사람아.”

“말해. 아니면 생각을 더듬던가.”


“하. 나 진짜.”

“그럼 나도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내가 뭘 원하는데?”

“니가 여기 온 이유.”


산 정상에 칼바람이 불어온다. 해가 져가고 있고, 한쪽으론 넓은 평야가, 다른 한쪽으론 서해 바다가 펼쳐져 있다. 잠시 생각을 집중했다.


그저, 심문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들어서, 말로 설명하기엔 너무 긴 내용들이라서, 경찰을 사칭한 자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마음에 안 들었어.”

“어떤 부분이.”

“그냥, 경찰 같은 느낌도 아니었고.”

“그래.”

“와서 그걸 집요하게 묻는 것도 말이 안된다 생각했고.”

“느낌적으로?”


“느낌이든 생각이든 뭐든.”

“뭐 위화감이나 위험 같은 건 못 느꼈고?”

“그래, 이 사람아. 내가 무슨 동물이야?”

“그 환자는 그래서 세상이 가짜라고 얘기 했나?”


“했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해.”

“안해?”


“난 제정신이야. 의료인이라고. 당신들처럼 망상에 빠져 있지 않아.”

“여기까지 합시다.”


“뭘 여기까지 해.”

“자. 로그오프 합시다 거참.”


“이게 진짜 미쳤나.”


내 왼쪽에 있던 서해 바다가 육각형의 조각들로 쪼개지고 있다. 파편이 되어 하나 둘씩 조각되어 땅으로 꺼진다. 바다가, 조각이 돼 땅으로 꺼진다하면 상상할 수 있겠는가?


오른쪽의 평야 역시 육각형의 조각이 되며 사라진다. 그 자리는 하얀, 그저 하얀 공간만이 남는다.


“너는, 진짜 너는 내가 인간 만들어 놓는다. 그럴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저기. 이거 뭐야? 이거 꿈이야? 우리?”

“미친놈인가.”

“아니, 당신 뭐고. 지금 이거 뭐야?”

“이따 보자.”


심승범이 사라진다. 내가 밟고 있던 마니산 정상의 돌무더기들 역시 사라진다. 모든 것이 사라지며 그저 하얗고 하얀 텅 빈 공간에 나 혼자만이 떠있을 뿐이다.


혹시 나는 정신과 의사가 아닌, 환자였을까? 이건 내 꿈? 아니면 나는 혼수상태?


공간에 떠있는 느낌이 온 몸으로 퍼지며 그대로 정신을 잃어가는 게 느껴진다. 다시 일어나면 기억할 수 있을까.



***


「쉬이이익-」



“테스터 2859 번 김지운, 시뮬레이션 종료합니다.”


“신체활동수치는?”

“모두다 정상입니다 박사님.”

“2860번은?”

“아직 15분 남았습니다.”

“2860번이 마지막 테스터인가?”

“예 박사님.”

“그래, 60번까지 잘 지켜보고. 결과지 나오면 연락 줘.”

“네.”



=========================================


[인간 종 정신감응 TEST 시뮬레이션 결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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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박지운

나이 :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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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 1 병. 19.03.18 7 0 13쪽
12 제 십일과 십이의 병. 19.03.17 11 0 12쪽
11 제 십과 십일의 병. 19.03.17 9 0 12쪽
10 제 십 병. 용병 19.03.16 13 0 12쪽
9 제 구 병. 고산병 19.03.15 12 0 17쪽
8 제 팔 병. 餠 19.03.14 13 0 12쪽
7 제 칠 병. 거인병 19.03.13 21 0 12쪽
6 제 오와 육의 병. 19.03.12 10 0 12쪽
5 제 오 병. 䔊(풀이름 병) 19.03.11 13 1 14쪽
4 제 삼과 사의 병. 19.03.09 18 0 13쪽
3 제 삼 병. 표절병 19.03.09 15 0 9쪽
2 제 이 병. 신병 19.03.08 25 1 14쪽
1 제 일 병 19.03.07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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