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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 님의 서재입니다.

병, 병, 병, 그리고 병.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김지.
작품등록일 :
2019.03.07 21:45
최근연재일 :
2019.03.18 23:2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27
추천수 :
2
글자수 :
76,339

작성
19.03.1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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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십 병. 용병

DUMMY

『부우우우우우우』



“오크다! 오크 군단이 몰려온다!”


오만 오천 오백 오십 일의 오크 군단. 대지가 초록 점들로 검게 물들어간다. 아라툰 요새 사람들의 짧았던 평화는 오늘에서야 끝이다.


“카르딘! 모든 첨탑에 전투 준비 종을 울리라 이르게. 말티스! 오전에 성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어느 정도인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마리울 님!”


“홀랜드! 기사단을 집결시키고 나갈 준비를 해라.”


“전원 말씀이십니까, 마리울 님.”


“그렇다. 카르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요새 수비 준비를 마쳐 두어라.”


“안 됩니다! 마리울 님께서는 요새 방어 지휘를,”


“걱정마라, 카르딘.”



***



깍아지듯 가파른 절벽에 세워진 아라툰 요새. 우르파 산의 절벽에 나있는 동굴 입구에 큰 문을 달고, 그 앞에 두터운 이중의 성벽을 둘러놓은 난공불락의 요새.

동굴 내부의 가장 깊은 곳. 아카딘 국의 국왕과 고위 대신들이 모여 있는 응접실에 젊은 사내가 들어온다.


“부르셨습니까, 에른하르트 님.”

“왔는가. 케빈, 자네가 필히 해내야 할 일이 있네.”

“예, 대주교 님.”

“오크의 침공을 엘부르즈국의 국왕께 전해 주게나.”

“명 받들겠습니다. 헌데, 어찌 기사가 아닌 저에게 맡기시는 것입니까.”

“기사단이 저 오크 무리를 뚫고 갈 수 있겠는가. 간다 한들 요새 방어에 필요한 병력을 얼마나 나누겠는가.”

“그렇다면 기사단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겠군요.”

“이 요새에는 비밀 통로가 있다네. 산 속으로 나갈 것이고, 그래서 스카우터인 자네를 불렀다네.”


“기사단은 함께 하지 못하나, 왕국 근위병 7인을 붙여주겠소. 많은 수가 아니라 미안하오.”

“아닙니다. 근위대장님. 근위병의 강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나 산을 통해 빠르게 이동하는 것도 생각해야합니다.”

“그렇다고 그대 혼자 갈 수는 없지 않겠소.”

“금화 50닢만 주신다면 함께할 이들이 있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아요. 케빈, 당신의 검은 어디 있나요. 밖에 근위병에게 있나요? 내가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어요.”

“영광입니다, 대 마법사 아이린 님.”


“나도 선물을 주지. 자네가 꼭 성공하길 바라네. 아카딘의 운명이 걸린 일일세. 봉화를 올리고 비둘기를 날리겠지만, 자네가 꼭 도착해서 직접 이야기 해야만 하네.”

“꼭 해내겠습니다. 에른하르트 대주교님.”



***



성 밖 공터로 가 녀석들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한눈에 띄는 포말하우트의 용병단. 덩치 큰 자라스와 드워프 올라프가 티격태격 하는 게 멀리서도 보인다. 그리고 붉은 머리가 매력적인 제인.


“젠장, 대장! 내가 블루샤이어로 가자고 했을 때 내 말 들었으면 됐잖아.”

“진정해 올라프. 오크가 오만이 넘는다고. 어딜 갔으나 결국 만났을 거야.”

“맞아요. 그리고 여기 오지 않았다면 백 스원의 염소 슈트도 못 먹었을 거잖아요.”

“뭐.. 염소 슈트가 끝내주긴 하지만.”


이 용병 녀석들, 늘 티격태격 하는군. 저 녀석들하고 엘부르즈까지 잘 갈 수 있겠지?


“잘 들 지냈어?”

“어! 케빈! 이게 얼마만이야!”

“어머 이게 누구야? 케빈 씨!”


“다들 오랜만이야. 어이 포말하우트.”

“여 케빈.”

“일 안하고 뭐해?”

“일거리가 있어야지.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인데.”


「찰그락!」


“어! 황금이야? 케빈?”

“가자. 갈 곳이 있어.”

“대장! 금화 서른 닢이야!”

“세상에! 드디어 과일 좀 사 먹을 수 있겠어요.”


“어딘데?”

“엘부르즈.”

“어떻게?”

“산으로.”

“그래. 케빈 네 의뢰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줄루하고 에릭은 어디 갔어. 다들 준비하고 두 시간 뒤에 북쪽 우물에서 만나.”

“참 케빈, 우리 이곳으로 오면서 찢어졌어. 지금 나까지 총 일곱 명이다.”

“적으면 적은대로 좋지.”


녀석들을 뒤로하고 집시들이 모여 있는 구역으로 발을 옮겼다. 집시의 왕, 마녀 카리고스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네가 오는 게 보이더구나.”

“에이 뭐에요. 오크가 쳐들어와서 예상하신 거면서.”

“그 잘난 대주교는 뭐하나 도와주는 것도 없디?”

“아니요.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케빈아.”

“네.”

“그래 무엇이 필요하니.”

“우르파 산의 검은 기운을 알려주세요.”

“산을 집으로 삼는 스카우터가?”

“마녀의 영역은 피해갔죠. 이번엔 지나가야 할 것 같아요.”

“이 고양이 이빨 팔찌를 받으렴.”

“통행증 같은 거죠?”

“그래. 나의 자매 율리쿨라가 도움을 줄게다.”


“또 조심해야 할 건요?”

“그냥 말 잘 듣고, 하지 말란 거 하지 말고.”

“아 예.”

“이번까지면 전에 받았던 도움, 다 갚는다고 생각한다.”

“아닙니다. 제가 도움 받는 거죠.”

“올 때 쥐똥풀 있으면 좀 뽑아오고, 그리고..”

“네.”

“이거 받아. 정말 위험할 때 땅에다 던져보려무나.”

“그럴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내가 너와 늘 함께 하겠다.”

“네?”


알 수 없는 카리고스의 말에 적당히 인사를 하고 나왔다. 마녀들을 너무 귀찮게 해서는 안 된다. 남은 돈으로 화살 등 무기를 정비하고 효율적인 식량을 준비했다. 마지막 만찬으로 염소 슈트 한 그릇. 약속한 시간이 다가온다.


“케빈! 여기야 여기. 우린 준비 다 끝났어.”

“흥, 케빈. 얼굴 여전히 좋네.”

“에릭. 야매로 배운 마법 실력은 여전해?”

“내가 주문만 외면 저 오크들 다 불태워 버릴 수 있다.”

“으이구, 짐은. 식량들 무게는 얼마나 돼. 몇일 치야.”

“용병단은 식량을 만든다. 걱정마라.”

“예전에도 그러다 쫄쫄 굶더니.. 갈까?”

“가자!”

“가자고~~~”


우리 여덟 명은 수비대의 안내를 받아 비밀 통로로 들어갔다. 동굴을 생각했지만 제법 잘 만들어진 사각의 통로. 흙냄새와 습기가 자욱한 통로를 따라 모두들 말없이 걸었다. 어느덧 끝에 이르렀다.


“케빈 님. 오크의 습격이 있으면 호위하란 명령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으면 저희는 다시 입구를 지켜야 하니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 주십시오.”


육중한 문이 비명을 지르며 열린다. 어두컴컴한 산 속이 눈앞에 펼쳐진다. 다행히 오크들은 없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무사하십시오.”


수비대가 통로로 돌아가고 문이 닫힌다. 이제 우리뿐이다.


“으으 무슨 산이 이렇게 음산하냐.”

“겁쟁이 자라스.”

“뭐? 이 난쟁이 놈이.”

“드워프에게 산은 침대와 같다네.”


“그래 케빈, 어떻게 갈 셈이야.”

“산을 가로질러야지. 마녀들의 숲을 지나야해.”

“뭐? 마녀의 숲? 케빈 그런 얘기는 없었잖아!”

“드워프는 마녀가 싫어 케빈!”

“걱정들 마, 카리고스에게 통행증 같은 걸 받아왔으니까.”


“이야, 역시 인생은 인맥이야.”

“정말 케빈 씨는 최고에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용병단 녀석들의 호들갑, 하지만 줄루만큼은 조용히, 또 침착하게 있다. 그리고 입을 연다.


“대장, 저기 트롤.”


저 멀리 트롤 머리 하나가 보일락 말락 한다. 용병단 녀석들의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체화된 행동에 나선다.

자라스가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소리 없이 트롤에게 접근한다. 반대편에선 드워프 올라프가 뒤뚱거리며 역시 다가가고, 실력 좋은 궁수 제인이 활시위를 당기고 기다린다.

에릭이 주문을 외울 준비를 하고 줄루는 여전히 침착하다. 처음 보는 루시란 여자는 가만히 있는다.


“떨어진 곳에 세 마리 더 있어 대장.”


차분한 줄루가 상황을 파악한다. 용병단 대장 포말하우트가 손가락으로 대기하란 수신호. 에릭이 조용히 주문을 외운다. 대충 사일러스 주문 같은데 조금 다른 주문.


“자 시작하지. 10초 정도 뿐이야.”


에릭이 마법으로 다른 트롤들의 귀를 잠시 멀게 하자, 제인의 화살이 떨어져 있는 트롤의 뒷목에 꽂힌다. 트롤이 돌아보는 찰나, 어느새 달려 접근한 자라스와 올라프.

크게 휘두른 자라스의 망치가 놈의 턱에 적중하자 휘청대는 트롤. 동시에 올라프의 도끼가 트롤의 왼쪽 발목을 찍는다. 놈이 넘어지며 괴성을 지르지만 아직은 다른 트롤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포말하우트의 거대한 대검이 트롤의 머리에 박히자, 상처 부위의 재생도 함께 멈추었다. 확인사살을 위해 제인은 놈의 심장에 화살을 박아 넣는다.


“나머지 놈들도 처리해 대장?”

“그게 낫겠지?”

“대장, 오크들이 오는 거 같아요.”

“얼마나 돼 줄루.”

“끝이 안보여요. 부대 단위에요. 곧 도착해요.”

“이런 젠장! 이 멍청한 자라스.”

“왜 내 탓이야!”

“니가 제일 먼저 뛰어 나갔잖아!”


“철수하자. 케빈 다른 길 아는 곳 있나.”

“버려진 광산으로 가자.”

“자 다들 움직여. 빨리. 곧 오크와 트롤들이 쫒아 올 거야.”


**


버려진지 수십 년이 된 라파 광산. 하지만 생명의 기운과 흔적이 남아있다. 어두컴컴한 광산을 헤쳐나가는 우리.


“광산을 통과하면 돼 케빈?”

“좀 돌아가지만 그래도 마녀의 숲으로 갈 수 있어.”

“광산 또한 드워프의 고향과 같다네!”

“아주 그냥 다 니꺼 해라.”

“두 분은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이에요?”

“제인, 난쟁이랑 얘기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포말하우트, 새로운 저 여자는 누구야.”

“높은 마을 출신인데 우리 용병단에 합류했어.”

“높은 마을 사람이 용병단에? 신기하네.”

“거기도 오크들에 의해 파괴됐거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광산을 통과하는 데 저 멀리서 새파란 작은 불 두 개가 보인다. 이내 불빛의 쌍은 수없이 많아지고, 우린 모두 자신의 무기를 고쳐 잡고 둥글게 모여 수비대형을 갖춘다.


“뭐야 이놈들은.”

“니 고향이라며, 올라프 저거 뭐냐고.”


「너 양초 못 가져 간다-」


눈빛의 주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검이 붉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대 마법사 아이린 님이 내 검에 마력을 부여했나보군


“아 뭐야! 깜짝 놀랬네. 코볼트 오랜만에 보는데?”

“안심하기엔 수가 너무 많지 않아요? 올라프 씨.”

“코볼트 정도야 뭐.. 문제 되지 않지..”


광산에 서식하며 금을 훔치는 코볼트. 쥐와 도마뱀이 겹친 얼굴. 이족 보행을 하지만 인간보다 원숭이의 그 것과 한참 닮은 걸음걸이. 빳빳한 회색 털을 두른 조금은 모자란 작은 미물들.


코볼트들이 우리를 둘러 싼지 한참인데도, 계속해서 코볼트들이 들어온다.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코볼트는 손쉬운 상대이나, 그 수에 모두들 긴장한 기색이다.


에릭이 화염 주문을 시전 하며 손에 화염구를 만들어내자 어두운 동굴이 밝게 빛났다. 그리고 그 불덩이에 비친 우리들의 그림자가 기괴한 거인들 마냥 벽에 붙어버린다.



“대장! 어떡하지?”

“앞에서 버티면서 다시 돌아가 게 어때요.”

“그게 더 위험해. 나가면 오크 부대에게 발각될걸.”

“정면 돌파하기엔 너무 많잖아.”

“이봐! 신참! 자네 드루이드라며, 쟤들은 못 부리나?”

“야생은 부리는 게 아니라 도움을 청하는 거라고요!”

“명색이 용병단인데.. 코볼트에 도망가면 안 되지!”


용병단장 포말하우트가 대검을 돌리며 몸을 푼다. 이 녀석, 자기 아내 말고는 세상에서 무서워하는 게 없는 사나이. 하지만 내가 스카우트인데.. 이 광산에 코볼트가 있는 것 정도는 알고 왔다고 여러분.


에릭이 손의 화염구를 키운다. 불이 커질수록 빛나는 것을 좋아하는 코볼트들이 다가온다. 긴장한 에릭이 화염구를 던지려 한다.


“다들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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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 오와 육의 병. 19.03.12 10 0 12쪽
5 제 오 병. 䔊(풀이름 병) 19.03.11 13 1 14쪽
4 제 삼과 사의 병. 19.03.09 18 0 13쪽
3 제 삼 병. 표절병 19.03.09 15 0 9쪽
2 제 이 병. 신병 19.03.08 2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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