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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 님의 서재입니다.

병, 병, 병, 그리고 병.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김지.
작품등록일 :
2019.03.07 21:45
최근연재일 :
2019.03.18 23:2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25
추천수 :
2
글자수 :
76,339

작성
19.03.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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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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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십과 십일의 병.

DUMMY

「찰그락-」


“황금이다!”

“황금, 황금 좋다!”

“켈켈켈!”


원래 노란 색인 코볼트들의 눈이 더욱 노랗게 빛난다. 저들끼리 킬킬대며 신나서 발을 구른다. 그리고 잠시 뒤 코볼트들의 좌우로 갈라지며 우두머리가 나타났다.


“나는 케빈, 이 산을 지나가는 자.”

“황금을 가진 자로구나.”


“금화 세 닢이다. 조용히 광산을 지나가게 해준다면 네 닢을 더 주겠다.”

“적다.”


“그렇다면 지금 네 닢을 주고, 나중에 세 닢을 주겠다.”

“그게 그거잖아.”


우두머리답게 영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럼 열 닢을 주지.”

“그게 전부인가.”

“너희들을 죽이지 않고 줄 수 있는 전부라면 맞지!”


포말하우트가 도발하자 다른 녀석들이 호응한다.


“케빈! 차라리 우리한테 더 줘! 그냥 죽이고 가게!”

“드워프는 모든 광산의 주인이지. 몸 좀 풀어보자고!”


“이곳에서 싸우다 오크 추격대에게 발견될 수 있어요.”

“3서클 마법사 나 에릭이 있는데 무얼 걱정이야 제인.”

“케빈 씨, 엘부르즈에 빠르게 가는 것도 중요해요.”


호전적인 친구들과 차분한 친구들의 의견이 갈라지고, 우두머리 코볼트도 고민하는 분위기를 가진다. 줄루의 말이 맞다. 우린 아라툰이 함락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엘부르즈에 가야하니까.


예전, 광부들을 안내하고 호위해주며 들었던 민담이 생각났다. ‘코볼트 녀석들 고블린에게 그렇게 경쟁심을 가지더라구요.’


“이봐, 우린 회색 봉우리의 고블린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만나면 너희들에게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고 얘기해줄게.”


“고블린!”

“나쁜 고블린 녀석들!!”

“케르르, 고블린 죽여야 한다!”


고블린과 사이가 좋지 않은 부족이었다니. 포인트를 잘못 짚었구나.


“지나가게 해주면 무엇을 해줄 건가.”

“황금 열 닢을 준다고.”

“부족해.”

“마녀 율리쿨리에게 잘 보살펴달라고 얘기 해줄게.”


그녀의 이름이 나오자 코볼트 녀석들이 두려움에 벌벌 떨기 시작한다. 곡괭이를 떨어뜨리는 녀석, 무릎을 꿇고 고개를 파묻는 녀석, 바위 뒤로 숨는 녀석.


“그래, 우린 마녀왕의 친구라고!”

“케빈! 어서 통행증을 보여줘!”


“너, 약속 지켜야한다.”


밉상이지만 악하지 않는 녀석들이 포위망을 풀고 조금씩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우두머리 녀석은 우리 앞에 서서 광산의 출구를 안내해준다.


“이야, 쉽게 쉽게 가는구만!”

“애초에 광산으로 올 생각이었구나 케빈?”


“아냐, 광산으로 가면 돌아가니까, 대신 경우의 수로 생각해두긴 했지.”


우린 광산에서 잠시 식사를 한 뒤 광산의 끝에 도착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말린 생선과 금화 열 닢에, 우두머리 코볼트는 기분 좋게 사라졌다.


“이 숲 뭔가 이상해요.”

“왜?”

“정령들의 혼이 느껴지지 않아요.”

“마녀의 숲이잖아 루시.”

“마녀는 숲과 공존하는 존재인걸요.”

“저도 광산을 나온 후로 새들과의 교감이 사라졌네요.”


동물과 교감하는 드루이드 루시와 주술사 줄루가 당황하고 있다. 다른 이들은 별 느낌을 못 받으며 계속 길을 걷는다. 산에서 오랜 생활을 한 나도, 무언가 이질적인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어느덧 마녀의 영역 표식들이 나타났고, 곧 돌무더기의 벽과 입구가 나타났다. 그리고 반쯤 열려있는 문.


“피 냄새. 다들 척후 대형으로 가자.”


포말하우트의 지시에 각자 정해진 위치와 간격으로 일행들이 펼쳐진다.


“줄루 씨, 새들의 눈을 통해 안보이나요?”

“네, 이곳엔 교감되는 어떤 것도 없네요.”

“다 죽었어요!”


선두에서 가던 제인이 소리쳤다. 달려간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진 마녀들의 시체. 어질러진 집기들, 불타오른 오두막, 그리고 심하게 패여 있는 땅바닥.


“흑마법이네요.”

“마녀들끼리 싸운 거야?”

“아니요. 숲의 마녀들의 마법 수준이 아니에요.”

“에릭! 어떤 마법인지 알겠어?”


“글쎄, 인간 계열은 아닌 걸.”

“아 에릭! 그건 우리도 알아!”

“오크 흑마법사 일거 같아 난.”


“저기! 마녀왕 아니야?”


검은 로브의 장식과 화려함을 보아하니 율리쿨라의 시신이 맞는 것 같다. 그녀의 시신을 살펴보니 짙은 유황냄새가 올라왔다.


“야 황금이다!”



우리가 시신을 살펴보는 동안 자라스와 올라프가 시신 뒤에 흩어진 황금을 보고 뛰어간다. 한껏 들뜬 둘이 황금 덩어리를 집어 드는 순간,


「쉬이이익-」


“아셀라, 투타치오!!”

“자라스 씨 조심해요!”


함정이었다. 풀숲에서 여러 발의 화살이 날아왔고, 급하게 시전한 에릭의 보호 마법이 모든 화살을 막지는 못했다.


“올라프..”

“이 멍청한 놈아.”


화살이 자라스를 향해 날아오자 올라프가 자라스를 밀치고 세 발을 몸에 맞았다. 그 순간 땅바닥에 그려진 별 문양 들에서 해골 병사들이 소환된다.


“언데드다! 루시, 올라프 치료 부탁해.”

“정령의 힘을 빌리기 어려워요!”


“줄루! 루시를 도와 올라프를 돌봐줘!”

“예 대장.”

“난 괜찮다고 친구들!”

“올라프 씨, 팔을 관통한 화살이 동맥을 지나갔어요.”

“대장, 시간이 오래 걸릴 거에요.”


“다 죽여 버리겠어!!!!”


자신을 위해 다친 올라프의 부상, 거구의 자라스가 폭주한다. 자신의 어깨까지 오는 길다란 망치를 휘두르며 언데드들이 미쳐 소환도 되기 전에 하나씩 분쇄해버린다.


자라스의 뒤편은 제인이 연신 화살을 날리며 엄호한다. 하지만 바닥 곳곳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해골병사들이 계속해 소환되고 있었다.


“아 이제 생각났어. 저 문양, 마법진은 마족 거야.”

“그래서?”

“해골병사가 끝없이 나오고 곧 해골기사도 나올걸.”

“그래서!”

“기억이, 아마 자간이었나? 염소악마 자간이 곧 나타난다 이 말이지.”

“에릭!! 그래서!!”


“뭘 그래서야?”

“어떻게 물리쳐야 하냐고!”

“몰라 나도.”

“마법 학교에서 안 가르쳐줬냐고!”

“그건 신학 대학에서 배우는데..”


“됐어 다들 그만해. 우선 벤다. 자간인지 뭔지가 나올 때까지 베고, 그놈이 나오면 베면 그만이다.”

“아참, 그 자간 정도 악마면 7서클 8서클 이런 수준이 아닌 걸?”


“케빈, 오랜만에 시합 한번 할까?”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어.”

“왜 그래 케빈, 견습 기사단 수석 졸업생답지 않게.”

“이야, 이터리아 대륙에서 가장 묵직한 검과 가장 빠른 검의 대결을 다시 보네~ 그럼 나도 주 종목 꺼내 볼까?

“다들 얘기 그만 하고 같이 싸워요!”

“아아, 미안 제인, 간다!”


포말하우트가 거대한 대검을 양손에 잡고 뛰어나간다. 대각선으로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해골병사의 척추가 갈라지며 땅에 떨어진다. 가끔씩 세로로 검을 벨 때면 해골병사의 철제 투구까지 갈라지곤 한다.


에릭이 자신의 지팡이에 냉기 속성을 부여하자 푸른빛이 감돈다. 방정맞게 빙글 돌며 지팡이를 휘두르자, 이에 맞은 해골병사의 뼈들이 얼었다 부서져 내리기 시작한다.


검을 바로 잡자 내 검이 붉은빛을 띠며 열기가 생겨난다.


“어? 케빈? 검에 인첸트 받았어?”

“어, 아이린 님이 부여해주신 거 같은데.”

“아이, 화염 말고 냉기 속성으로 하라고!”

“할 줄 몰라.”

“줘봐.”


에릭이 조금 살펴보자 검 날이 푸른 용의 비늘만큼이나 시퍼렇게 변한다.


“아이린 님이 해주신 거라고? 급이 다르네..”


시무룩해진 에릭이 다시 지팡이 질을 시작한다. 포말하우트, 자라스, 에릭 주변에 뼈들의 무덤이 생겨난다. 화살이 떨어진 제인이 단검 질을 한창 하다, 생각이 바뀌었는지 열심히 화살을 줍고 있다.


나 역시 검을 휘둘렀다. 강력한 냉기 속성으로 해골병사를 베는 것이 공기 베는 수준이라, 이내 더 빠른 찌르기로 스켈레톤들을 해치웠다.


“나도 싸우고 싶다고!”

“올라프 조금만 참아요. 간신히 치료 중이니까요.”


“숲에 정령과 동물들의 혼이 없을 리가 없는데.”

“그쵸? 흑마법이 이 공간을 격리시킨 거 같아요.”

“그게 뭘까요 루시.”


해골병사들이 소환되는 속도보다 우리가 베어내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체력이 고갈되어가고 있다.


“생각났어!”

“뭘 또!”

“자간은 상위악마라서, 그냥 못 넘어와.”

“그럼.”

“매개물이 필요해.”

“그럼 다행이네, 해골병사는 언제 끝나?”

“계속 나올걸?”


“대장, 슬슬 힘이 빠진다.”

“저도 화살 쏘고 줍고 지겨워요.”

“걱정마 다들, 해골기사 나오면 이런 얘기 못할 거야.”


에릭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장 큰 문양에서 해골기사가 소환되기 시작했다. 온 몸을 덮은 철제 갑옷,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투구 속, 그 안에서 새어나오는 한기. 데스나이트. 그 셋.


“시작된다.”

“내가 왜 최고의 용병단장인지 보여줄게.”


포말하우트가 검을 땅에 끌며 달려가, 해골기사 앞에서 들어올린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내려치는데 어렵지 않게 그 검을 받아낸다. 아무 말 없이 무심하게 철퇴를 휘두르는 기사. 재빨리 고쳐잡은 대검으로 맞받아친 포말하우트가 뒤로 밀려난다.


“엄청 쌘데?”

“원래 엄청 쌔.”

“그걸 왜 이제 말해줘 에릭!”

“직접 보니까 생각이 나서.”


“내가 하나, 자라스가 하나, 케빈이 하나 씩 맡는다. 그리고 줄루까지, 각자 한명 씩 지원해!”

“나도! 내 도끼로 분쇄해 버리겠다고!”

“거의 다 나았어요. 조금 만 더 참아요. 올라프.”


해골기사의 오른쪽 어깨갑주가 들썩인다. 바로 숙이자 왼쪽에서 검이 내 머리 위로 빗겨간다. 재빨리 오른쪽 대각선으로 내딛자 해골기사의 연이은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생각보단 느리네.


계속해서 이동해 해골기사의 뒤를 잡았다. 검을 찌르고 검이 놈의 브레스트 아머에 닫자 한기가 전달되며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


위험한 직감에 세발자국 뒤로 빠지니 이제 막 뒤로 돌며 휘두른 놈의 검이 내 코앞을 지나간다. 지금이다. 빠르게 검을 놈의 투구 속으로 쑤셔 넣는다. 묵직한 뼈가 깨지는 느낌이 칼 손잡이를 타고 손에 전달된다.


줄루가 던진 손도끼가 놈의 투구를 벗겨낸다. 해골이.. 아닌데..?


“도와줘!”


저 편에선 자라스와 제인이 궁지에 몰려있다. 가장 먼저 전투를 시작해 가장 먼저 지친 자라스가 겨우 해골기사의 검을 피하고 있고, 가끔식 검에 베이고 있다.


묵직하지만 느린 검의 포말하우트는 해골기사의 팔 하나를 자르고 두 번째 기회를 위해 연신 철퇴를 피하고 있다.


“야이! 자라스는 내가 패줄 거라고!”


치료받던 올라프가 뛰쳐나와 도끼를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보니 도끼들 날리고 도끼자루에 매달려있는 모양새. 베는 회전력과 자신의 무게를 더해 휘둘러진 도끼가 자라스 상대의 브레스트 아머를 찢어버린다.


다시 내 상대에게 집중. 놈의 검이 직선으로 날아오면 고개를 피해 흘려주고 바로 찌르기. 수평으로 베어오면 같은 방향으로 몸을 뉘여 피해 다시 찌르기.


몇 번의 찌르기에 놈의 뼈가 얼어가며 조금씩 부서지고 있다. 목뼈가 부서지자 방향 전환을 하지 못한다. 어깨와 가슴 갑주의 이음새를 공략해 하나씩 그 뼈들을 부러뜨린다.


결국 바닥에 엎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해골기사. 우리팀은 완료다. 나머지들은?


포말하우트는 어깨 갑옷 양쪽이 날아갔지만 기사의 양 팔을 자르고 이제 목을 베고 있다.


자라스는 앉아서 쉬고, 올라프가 무식하게 해골기사의 갑옷을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있다.


“자 올라프만 끝나면..”

“대장..”


정신을 차린 우리 눈앞에 해골병사가 못해도 백은 넘게 소환되어 있고, 해골기사도 다시 셋이 소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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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 팔 병. 餠 19.03.14 13 0 12쪽
7 제 칠 병. 거인병 19.03.13 21 0 12쪽
6 제 오와 육의 병. 19.03.12 10 0 12쪽
5 제 오 병. 䔊(풀이름 병) 19.03.11 13 1 14쪽
4 제 삼과 사의 병. 19.03.09 18 0 13쪽
3 제 삼 병. 표절병 19.03.09 15 0 9쪽
2 제 이 병. 신병 19.03.08 25 1 14쪽
1 제 일 병 19.03.07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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