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지. 님의 서재입니다.

병, 병, 병, 그리고 병.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김지.
작품등록일 :
2019.03.07 21:45
최근연재일 :
2019.03.18 23:2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22
추천수 :
2
글자수 :
76,339

작성
19.03.07 21:50
조회
49
추천
0
글자
11쪽

제 일 병

DUMMY

저 여자, 벌써 삼일 째 나를 미행 중이다.


늘 반대편에는 또 다른 남자. 두 명의 한 팀..


하지만 너희가 처음은 아니다.




“선생님, 잠시 신분증 확인 좀 가능할까요?”

“무슨 일이시죠.”


“서울지하철경찰대입니다. 테러신고가 있어서요. 불편하시겠지만 모든 시민 분께··”



경찰도 같은 편인가?

그럴 리가. 그저 경찰인 저 사람이 같은 편일 뿐.



“예, 여기 있습니다.”

“실례지만 가방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원치 않으시면 거부하실 수 있으십니다.”


“예예, 임의수사니 영장이니, 뭐 전 괜찮습니다.”



경찰의 표정을 살핀다. 너는 필시 미행팀을 위해 시간을 끄는 임무렸다.


역시나 남녀, 나를 따라 역사로 허겁지겁 들어온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쇼.”

“예, 고생 많으십니다.”



그래, 너희들 각본대로 움직여주마. 그때가 너희의 긴장이 가장 풀어질 때 일 터이니.



[띠리리리리~ 지금 대화, 대화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한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먼저 지하철에 탑승.


곧 두 남녀도 나를 따라, 몇 칸 떨어진 지하철 칸에 탄다. 열차에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문이 닫히려는 순간에 내린다.


내가 나온 후 다시 내린 사람은 없다.



[우우우우웅~]



지하철이 출발하며, 후방 열차 칸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이쯤일 텐데?

짧은 순간, 유리창 너머 나를 놓쳐 분해하는 두 남녀, 일그러진 표정.

내가 너희들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었잖아?


또 붙기 전에 집으로 가자.



*



“안녕하세요.”

“안녕하쇼.”


“경비 아저씨 요즘 우리 아파트에 이상한 사람들 보이지 않나요?”

“세상이 흉흉한께 원체 다 수상해 보이지라~”


“아.. 예 고생하세요.”

“그려, 아 택배 가져가쇼!”


“택배요?”

“사백... 사백 칠 호 맞는가? 여기 사인 하시고.”



택배.. 드디어.. 드디어 온 것인가?

메시지.


헌데, 경비아저씨는 믿을 수 있겠어? 아저씨도 그들과 한통속이라면?


시간이 얼마 없다.




집 층으로 올라오니, 옆집 아주머니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복도에 서있다.


“어머, 총각 어디 갔다 와?”

“예 잠시 볼일이 있어서요. 무슨 일이세요?


“좀 전에 가스 검침 있었어. 아휴~ 총각 때문에 다시 오셔야겠네.”

“가스 검침원이요?”


“응. 조금만 빨리 오지 그랬어.”



조금만 빨리 오라고?


어째 조금만 늦게 오지라고 들리는 데. 옆집 아줌마도 믿을 수 없다.




외출 전, 출입문에 붙여놓은 스카치테이프.

그대로다.


그대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은, 스카치테이프에 희미하게 묻은 누군가의 지문.


감시자여, 아직 덜 영글었구나.


*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내 방,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히 놈은 집 안에 들어오진 못했군.



어디보자. 택배송장 번호..


[20050025724]


2+5+2+5+7+2+4. 27.


27번째 메일?



낡은 컴퓨터를 켰다. 곧 메일을 확인한다.



[주님의 말씀 세미나에 초대합니다!]



이건가?


숫자 11개..

문단 6개..

숫자가 안 맞아..

한참을 바라보니 곧, 해답이 보였다. 첫 문단만 꼬아야겠는데..



일 문단 02 번째,

이 문단 00 N/A

삼 문단 50 번째,

사 문단 02 번째,

오 문단 57 번째,

육 문단 24 번째,



주님의 말씀 세미나

20-화 켈리포니아복음 그리스도의 교회

(22-목) 선양 재중한국인 감리 교회

27-화 마카오 하늘의 은총 교회

29-목 오사카 참된 교회


에이멘!! ‘구원을 받으리라’ 연구소 제임스 목사입니다. 1908년도 마지막 세미나 "주님의 말씀" 세계투어 9번의 일정이 진행 중 입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구원과 인류"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1,200여 교회 전도를 통해 건강한 믿음을 설파하고 있는 (목)회와 사역 전문가, 제임스 목사가 성경 해석 강의로 믿음 부족의 현장을 살펴 드립니다.


구(원)을 받으리라 연구소 홈페이지에 사전 등록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기를. 각 교회 담임 목사님께서 직접 참여 할 경우 사전에 미리 연락 주십시오. 각 지역을 확인하시어 미리미리 등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터키교회탐방 1998년 1월 일정이 진행되오니 메일과 연구소 홈페이지를 참고하셔서 문의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님의 (은)총을 받는 교인이라면 꼭 한 번은 다녀와야 할 의무이자 자세이오니 저희와 제휴하고 있는 교회에도 문의 바랍니다.


올 한 해도 최선을 다해 하나님을 섬기시고, 앞으로도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주의 은총이 함께 하길..




22일 목요일, 목원은행.


오늘이잖아?

은행을 가서 어쩌라고..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

-장 대리-


왔다!



“여보세요?”

“오늘입니다.”


“방금 보았습니다.”

“시간은 충분히 드렸습니다.”


“전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더 미루시면 많은 사람이 힘들어 집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 아시잖아요.”


“알겠습니다. 이행하도록 하죠.”

“이번에는 정말 믿어보겠습니다.”



본부 교신원 장 대리의 전화가 끊겼다.


지금 세상은 평온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그들’.

그리고 저항군 우리.




우리는 그들의 실체와 전혀 다른 개념, 이미지를 세상에 뿌렸다. ‘일루미나티’, ‘빅브라더’. 그들의 눈을 피해서 진실을 알리고 동료를 모으기 위해서.


허나 아쉽게도 우리의 시도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세상은 그저, 흥미로운 공상이나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말았다.




우선은 목원은행으로 가보자.

가면 답이 있겠지.



**



“하 미치겠네. 걔 왜 그래 진짜?”

“정 과장 그 자식 지만 살겠다고 인사팀에.. 나참.”

“그 배신자 자식.”



목원은행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마주보고 오며 대화 하는 두 회사원.


내 옆을 지나치는데, 한명이 나를 쳐다본다. 다른 한명과는 손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방법이었나. 메일로도, 전화로도 알려줄 수 없었던 정 과장.


목원은행, 정 과장..


그 다음은?




「..제거해」




누구야?

방금 말하면서 지나간 사람은 없었는데?

저 노인?

꼬마아이?


우리 저항군의 비밀교신 기법에 사뭇 감탄한다.






[목원은행 상구지점]



“반갑습니다. 고객님.”



맞이해주는.. 인턴사원인가? 신입?



“정 과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아.. 저기 창구에 말씀해보시겠어요?”


“뭐야?”

“아, 차장님. 그게..”


“저기 대출계 보이시죠? 저기로 가시면 됩니다. 자넨 우리 지점에 정 과장이 한명인지도 몰라?”

“죄송합니다..”


괜히 신입사원에게 미안해졌다.

정 과장. 드디어 만나는구나.





“예, 대출 상담으로 오셨나요?”

“정 과장님.”


“예?”

“잠시 옆으로 가도 될까요?”


“네??”


가증스러운 연기.

사슴 눈망울처럼 놀란 척 하지 마라.



“정 과장님. 그들이신 거 다 압니다.”

“예?”



정체가 드러나자 말문이 막히는 게냐.


빠르게 놈의 머리채를 잡고,

뒤로 돌아가,

목에 칼을 겨눈다.



“꺄아아아아악!!!!!!!!!”

“꺅!!! 꺅!!!!!!”



죄 없는 여자 민간인들이 놀란다.

미안하다.

이래야 당신들이 산다.



“청경! 청경! 청원경찰!”

“경찰에 신고해!”

“은행 강도야! 어서 신고해!”



은행 강도라니..

그들의 지배가 시작되면 화폐는 의미가 없어.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이 사람들아.



“....네. 제가 그들입니다.”

“당신에게 원한 없어. 오늘까지 누군지도 몰랐으니.”


“...저는 정 과장이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진짜 정 과장은 따로 있습니다.”

“수작 부리지마.”


“저를 해치시면, 진짜 정 과장 못 찾으실 텐데요.”



이 자식, 왜 이렇게 침착해?

- 원래 그들은 침착해.


이 놈 말이 맞다면?

- 본부에서 그 정도도 파악 못했을까.


진짜 정 과장이 따로 있다면 영영 놓치는 거잖아?

- 지금 죽이지 않아도 영영 놓치는 거야.




“진짜 정 과장은 30분 뒤에 돌아옵니다.”

“그럼 넌 누군데.”


“대리인이요.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요.”

“그게 말이 된다고··”


“30분 뒤에 아무도 안 나타나면요. 그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믿음이 가질 않는다.

맞는 말도 아닌 거 같지만..



삼십분 정도라..

그래 까짓 거.


*



나는 외롭게 은행 한 가운데서, 놈들의 핵심 인물인 정 과장을 기다리고 있다.


정 과장이 혹시 내가 잡고 있는 이 자일지도 모르니, 이 자의 목에 대고 있는 칼을 잡은 손에 힘을 빼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났지만 역시나..


정 과장은 오지 않는 것인가. 이놈이 정 과장이렸다.




“경찰이다. 손 들어!!”

“칼 버려 어서!!”


“너희들은 아무것도 몰라!”


“너는 포위됐다. 당장 칼 버려!!!”



여자 하나가 뒤늦게 뛰어 들어온다. 음? 저 여자는? 저 여자가 왜?



“진정하세요. 저희가 도울 수 있어요. 진정하시고 칼에 힘을 좀 빼주세요.”

“당신.. 나 알지?”


“예? 아, 알아요. 강치원 씨! 저는 서울경찰청 위기 협상팀 신지현 경위입니다. 저와 대화 괜찮으신가요?”

“당신.. 원래 그들 쪽이었나? 아니면 배신한 건가?”


“강치원 씨는 어려운 결정을 하셨지요? 그 마음 이해합니다.”

“개인적 결정은 어려웠지만, 모두를 위한 결정은 어렵지 않았어.”


“누구나 그렇지요. 우선 인질 분 놓아주시고 저와 단둘이 대화 괜찮으시겠어요? 상구 지구대 분들은 잠시 나가주세요.”



[경찰특공대장이다. 일단 안에 경찰들 다 빼.]



“여자. 당신은 이해할 수 있잖아. 왜 이러는지.”

“네. 알아요. 그래서 제가 온 거고요.”


“왜 그들 편으로 돌아섰나. 가족으로 협박했나? 아니면 돈?”

“예?.. 아... 지금 인질 분의 가족들도 마음이 아프실 거에요.”


“한 명, 두 명 살자 하면 끝도 없지. 결국 다 죽어.”

“예, 말씀 다 맞으세요. 그러니 우선 칼··”



「커억」



“인질이! 인질이 목에 자상을 입었다. 구조대 보내요!”



[저격수! 사살해!]

[여기 찰리. 협상가가 가리고 있어 주시 중입니다.]

[여기 탱고. 타겟이 시야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재혁이! 보여? 테러범 보이냐고!!]

[예, 대장님 발포 하겠습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어. 그래야 모두가 살아.”

“닥쳐 이 정신병자 새끼야! 물러서!!”


“쓰레기? 누가 쓰레기인데. 배신자 년아.”

“인질에서 떨어져, 정말 쏜다. 정말로,”


“인질? 이봐 여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



「타앙-」



**



두 명의 회사원이 순대국 집에 앉아 TV 속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속보입니다. 목원은행 상구지점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범인은 총상을 입고 현재 병원으로 이송 중입니다.」


「범인은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었으며··」




“순대국 나왔어요. 특짜 어디에 놓을까요?”


“요기요, 요기. 감사합니다.”

“야 장 대리. 저거 우리 체납자, 걔 누구야. 걔.. 강치원 아니야?”


“그런 거 같은데요? 아까 오전에 오늘까지 돈 갚는다고 저랑 통화했는데? 설마 은행을 털 줄은...”






제 일 병 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병, 병, 병, 그리고 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9.03.18 9 0 7쪽
13 제 1 병. 19.03.18 6 0 13쪽
12 제 십일과 십이의 병. 19.03.17 11 0 12쪽
11 제 십과 십일의 병. 19.03.17 8 0 12쪽
10 제 십 병. 용병 19.03.16 13 0 12쪽
9 제 구 병. 고산병 19.03.15 12 0 17쪽
8 제 팔 병. 餠 19.03.14 13 0 12쪽
7 제 칠 병. 거인병 19.03.13 21 0 12쪽
6 제 오와 육의 병. 19.03.12 10 0 12쪽
5 제 오 병. 䔊(풀이름 병) 19.03.11 13 1 14쪽
4 제 삼과 사의 병. 19.03.09 17 0 13쪽
3 제 삼 병. 표절병 19.03.09 15 0 9쪽
2 제 이 병. 신병 19.03.08 25 1 14쪽
» 제 일 병 19.03.07 50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