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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 님의 서재입니다.

능력자는 도태되면 멸종당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여담이
작품등록일 :
2022.02.14 22:33
최근연재일 :
2022.02.28 18:28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386
추천수 :
2
글자수 :
101,227

작성
22.0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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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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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능력자물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설정 (5)

DUMMY

“자, 그럼. 얘기는 끝난 거 같으니, 어서 두 분의 대련을!”


여교관은 갑자기 심판을 자처하며 나섰다.

어.

어어, 그러지 마라.


“고맙다, 응해줘서. 200만 구독자들아, 내게 힘을 줘!”


우렁찬 목소리로 라이브를 켜며 소녀알통이 말했다.

넋이 나간다.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이야, 대체.


갑자기 달궈진 후보생들.

지석의 외투와 넥타이까지 받아가며 분위기를 조장했다.

지석은 멍한 상태에서 싸워야 할 이유를 만들어보려 물음을 던졌다.


“하나만 물읍시다. 그거 1등은 왜 하려고 하는 겁니까?”

“나는 관종이다. 하지만 나쁜 짓에는 영 재능이 없어. 남들을 괴롭히는 것으로는 어떻게 해도 관심을 끌지 못하지. 그렇다면 세상 온갖 좋은 일들을 이뤄서 관심을 받겠다는 거다. 그 일념으로 지금까지 수련했다. 네 놈처럼 태어날 때부터 죽지 않는 녀석은 절대 모르겠지.”

“아니 이상한 클리셰 쓰지 마세요.”

“너를 쓰러뜨리면 잠시 안티는 넘쳐나겠지만, 뜻한 바를 끝까지 이루는 경험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아니 자기계발하지 말라고.”


소녀알통의 근육은 만개했다.

이 갑작스러운 결투는, 곧바로 시작됐다.


“받아라, 양로원 1600시간 봉사로 단련한 「보살핌 근육!」”

“기술명 말하지 말라고요!”


남자는 바닥을 박찼다.

순간 고요해진 세상은, 일그러지며 밀려난 바닥 매트리스와 함께 소음으로 가득 찼다.

총알처럼 갑작스레 가까워진 육중한 몸체, 지석도 배에 힘을 주고 맞섰다.

날아드는 주먹을 손바닥으로 받아내려는데, 몸이 붕 떴다.

압도적인 근육량.

체중으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그대로 날아간 지석은 반대편 벽에 꽂혔다.

쫙 갈라지는 벽, 웅성거리기 시작한 후보생들의 걱정스러운 눈초리.

지석은 명치를 얻어맞은 듯 강력한 일격에 잠시 고개를 털다 주춤주춤 일어섰다.


확실히, 어처구니없는 파괴력이었다.

어깨에 떨어진 콘크리트를 털어내며 지석은 귀에 들어간 물을 뺄 때처럼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아쉽지만 이 정도는 워밍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온 마음 류.」”


첫 타에 강격이었지만, 지석에겐 큰 타격이 없었다는 걸 확인한 남자.

한쪽 손을 옆으로 들고 기운을 끌어 모았다.

굵어지는 힘줄과 쫙 갈라지는 팔 근육.


맞상대하는 지석의 발돋움은 가벼웠다.

그러나 쾌속.

매트리스에 닿은 지도 모르게 딛으면서 사내와 거리를 좁혔다.


“「등짝 분리 스매시!」”


이대로라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타점.

남자의 손바닥은, 빠르게 다가온 지석의 몸통을 노렸다.

괴력이 일으키는 풍압은 지켜보는 이들의 살갗을 아프게 했다.


닿기 직전.

지석의 앞발이 강한 저항을 일으키며 매트리스를 구겨 버렸다.

급정지의 반동으로 지석 역시 손바닥을 마주 날렸다.


손바닥과 손바닥이 맞닿을 때, 내는 소리는 하이파이브의 청아하고 경쾌한 타성.

온 체육관의 소음은 그 하이파이브 소리에 씻겼다.

모든 눈과 귀는 이 한 번의 합에 집중됐고ㅡ,

일순간 공간이 일그러지는 건 아닐까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남자 둘은 눈앞에 맞잡은 손을 두고 겨뤘다.


“기술명 말하면서 공격하시면, 대응하기가 쉽습니다.”


밀고 당기는 힘의 움직임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 사내의 부풀어 오른 등빨과 핏발 선 관자놀이가 힘의 균형을 말해줬다.


“방금 공격으로 네 손바닥은 아작났다.”

“따끔하긴 하네요.”

“내 굳은살은 아빠 수염만큼 까칠하지.”


확실히, 감각이 살짝 없어진 건 맞다.

사포로 문질러진 듯 따끔함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그쪽도 아픈 건 마찬가지일 텐데요.”

“고통은 근육의 친구다.”


그 말엔 웃음이 나왔다.

고통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쪽은 나라고.

죽을 만큼 아파본 적 있어?


“고통은, 제 친구기도 한데 말입니다.”


그래?

소녀알통은 확인이라도 해보겠다는 듯 맞잡은 손의 손등을 다른 손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한방 한방에 담긴 무게감은 최소 3대 700급.

그동안 들어 올린 바벨의 한이 사무쳐 있는 듯했다.


“큭.”


지석도 질 수 없었다.

소녀알통의 손등을 가격하며 맞대응했다.

손의 매콤함이라면 수많은 범죄자들의 귀싸대기를 날리며 단련해왔다.

절대 지지 않아.


새빨개진 두 남자의 손등.

견디느라 실핏줄이 터진 소녀알통의 흰자위.

지석은 악문 이가 갈라질 것만 같았다.


그때, 다시 기를 모으는 소녀알통의 손.


“「혈액순환 류.」”

“어어.”


혈액순환 당한다.

혈액순환 당해.


지석은 갑자기 급해져서 사내의 단단한 복근에 발을 대고 힘을 줬다.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상체를 뒤로 젖히지만, 그의 악력은 막강한 살인 무기.

무슨 돌덩이야? 움직이질 않아.


“「갓난아기 트림유도.」”

“그렇게 유도하면 아기 죽어!”


엄청난 연타력, 누가 기관총이라도 쏘는 듯 지석의 손등에선 불이 났다.

순간 생명에 위협을 느낀 지석은 소녀알통의 복근을 딛고.

반대편 무릎으로 그의 턱을 가격했다.

풀려난 손, 놓쳐진 반동으로 인해 체공한 지석은 텀블링해 착지했다.

그러나 곧바로 일어서진 못하고 퉁퉁 부은 손을 붙잡고 주저앉았다.


양손의 부피가 달라진 건 소녀알통도 마찬가지.

방금 맞은 턱주가리를 매만지며 지석을 마주했다.


“실력이 이 정도가 아닐 텐데. 왜 진심을 다하지 않는 거지? 건장한 남성 1위를 지켜내고 싶지 않은 건가?”

“그런 게 아니라.”

“겉보기 순위니까, 건장함의 기준 따위 잡지사 마음대로 정한 것이니까?”

“아니이. 저도 건장하다는 소리 들으면 기분 좋긴 한데.”

“어차피 속마음 따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겉모습! 등수! 가챠! 성적! 조회 수! 그런 게 중요한 세상이야! 때마다 그런 것들에 날 짜맞춰가며 살아내는 게 인생이라는 거다!”


방금 말에는 지석도 마음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만약, 이탈자 꿈의 직장인 보탬에 들어오지 못했다면,

아마 여전히 괴물 취급이나 받지 않았을까, 나도.


“나한테는 중요한 문제다.”


몰아쉬던 지석의 호흡.

그의 말에 서서히 진정되어 갔다.


“오늘 지고 2등이 되더라도, 이것까지 해보지 않고서는 난 납득할 수 없어.”


부피와 위력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다.

곧게 섰다고 생각한 그의 몸은 양쪽 어깨 균형이 맞지 않아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풍기는 아우라는 처연.


지석의 눈엔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지함이 들어섰다.

무언가를 굳게 마음먹은 듯 잠깐 소녀알통을 바라보던 그는,

갑자기 매트리스를 주먹으로 더없이 세게 내리쳤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집중된 이목.


두어 번 그런 행동을 반복하고 나자, 지석의 손은 검게 물들었다.

굳게 채웠던 와이셔츠 단추를 두 개쯤 풀어내고 편안히 섰다.


“단번에 가겠습니다.”

“좋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런지 자세로 맞설 준비를 끝낸 소녀알통과,

지석과는 다른 자아로 움직이는 듯 검게 물든 손가락.


“「절교 류, 비기.」”

“······.”


첫 일격과는 정반대 상황.

지석은 내달리고, 소녀알통은 받아낼 준비를 했다.


“「불알 딱밤!」”


관절 최대로!

거대한 손가락을 석궁의 시위삼아 당기고, 타점을 맞췄다.


승부는 단숨에 났다.

지석의 주먹이 사내의 가슴팍에 닿았다.

압출되는 여파는 소녀알통의 등판으로 뿜어져 나왔다.

빗나간 딱밤은 허공을 가르고, 넘어간 중심은 거목이 쓰러지듯 천천히 뒤로 기울어졌다.


의식이 빠져나간 거구는 그대로 매트리스에 안착했다.

대 자로 뻗은 몸.

좌중은 침묵하다, 서서히 승부의 열기가 퍼져나가 함성을 질렀다.


지석은 쓰러진 그의 맥박과 호흡을 살폈다.

의식만 잃었을 뿐 이상이 없었다.

여교관과 눈이 마주쳤다.

지석의 마음 깊은 밑바닥을 아는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교관님.”

“알았다.”


양지석! 양지석! 양지석!

연호하는 후보생들과 유튜브 라이브로 올라오는 실시간 채팅창.

이따금씩 소녀알통이 정말 유튜브를 접는 게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채팅도 올라왔다.

지석은 알통을 들어 업고,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자! 자! 참관 시범은 끝났다! 다시 훈련에 열중할 수 있도록!”

“네? 시범이라고요?”

“그럼 당연히 시범이었지. 특별히 소녀알통님을 모신 거다.”

“예에? 실제 상황 아니었어요?”

“비상일발 상황에 대한 모범적 대응을 가르치기 위한 시범이었다. 다들 교본으로 삼도록!”


체육관에서 들려오는 여교관의 상황 정리를 뒤로한 채 지석은 알통을 업고 걸었다.

병동을 향하는 복도, 자주 가던 길.

유리 쇼윈도로 들어오는 정오 무렵의 햇빛은 딱 나른할 정도.

그때, 정신을 차린 알통이 말했다.


“정말 건장한 인간이군, 너는.”


지석은 고개를 저었다.


“애쓰는 중이에요, 그냥.”


정말 건장하다면, 이렇게 사는 게 힘들 리가 없잖아.








5


건강한 남성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혼절했던 터라 소녀알통을 병동에 눕혔다.

경과를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워낙 튼실해서 괜찮을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

의료팀 여성 이탈자가 안정제를 맞고 잠에 든 소녀알통의 침대 옆에 화분을 놓았다.

그녀의 손길이 화분에 닿자, 몸의 이완을 돕는 향기로 가득한 허브가 불쑥 자라났다.

한동안 자리를 지키던 지석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리 최고참이 대기명령을 내렸다고는 해도, 탱자탱자 노는 것은 역시 마음이 쓰였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17층, 테러대응 및 방지부로 향했다.

입사 때부터 매일같이 출근하는 공간이면서, 억세고 실력 좋은 엘리트들로 이루어진 집단.

4년 전, 얼 타던 첫 출근 때 봤던 선배, 동기들 중 남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많이 죽었고, 많이 떠났다.


밀어둔 실무 보고서라도 적어놔야지, 하는 생각에 쫓겨 사무실로 들어섰더니.

떡하니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월이었다.


“여.”


시크한 손 인사.

익숙한 사무실과 익숙한 애인의 조합은, 낯이 설었다.

수많은 자리들, 그 중에서 용케 지석의 자리를 꿰차고 앉은 소월은 긴 다리를 쭉 뻗고 있었다.


“어떻게 왔어, 수애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4교시면 끝나더라. 벌써 아저씨한테 맡겼지.” “집에서 쉬지.”


와줘서 고맙다는 말은 도저히 못하겠는 게 한국식 체면.

걱정이 너무 돼서 올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같은 식으로 나오지 않았다.


“수업은? 들을만해?”

“첫날이라 안 했어, 수업.”


문득 소월은 궁금해졌다.


“야, 너도 세 자리 곱셈 할 줄 알아?”

“어. 하지.”

“으흠, 꽤 하네.”

“나도 한 지 얼마 안 됐어. 취업하려고 검정고시 준비하면서 한 거잖아.”


대단하네, 마음에서 흘러나온 소월의 칭찬.

건장 남성 1위랑 비교도 안 되게 당황스럽고, 기뻤다.


“강원도에서 같이 구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음지석 성공했네. 짜아식.”

“그때 같이 하자니까, 말을 안 듣고.”

“됐네요, 언제 무슨 일 생길지도 몰랐던 땐데. 팔자 좋게 공부할 생각은 어떻게 했대?”

“팔자가 안 좋아서 한 거야.”


누나 말에 토도 달고, 많이 컸네.

소월은 갑자기 씁쓸해져 자기 허벅지를 쓸어댔다.

실제로는 소월이 한 살 어린 동생이지만, 숫자에 약하다는 핑계는 이럴 때도 쓸 만했다.


“인기 많더라, 너.”


대뜸 나온 본심, 섭섭할 일이 아닌데 괜히 말투가 시무룩해졌다.

대다수의 시간을 둘이서만 보냈고, 힘든 시간도 둘이서 이겨냈고.

같이 컸고.

나쁜 놈도 같이 물리쳤었는데.

멀다, 너.


“다 한철이지, 뭐. 내가 어떤 종자인지 알고 나면, 다들 지금 같지는 않을 걸.”

“네가 뭐 어때서.”

“뭐 어떻다기보다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지. 얼굴처럼, 성별처럼.”


짧게 다듬었지만 털이 억센 지석의 머리칼은 종종 번개 맞은 것처럼 뻗치곤 했다.

그래서인지 천둥벌거숭이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그 얼굴에 슬픈 기운이 감돌면.

산타가 없다는 걸 깨달은 소년처럼 우울해 보였다.


기분 전환으로 물들인 꿀빛 머리카락을 베베 꼬며 소월은 고개를 돌렸다.


“나처럼 계속 좋아할 수도 있지.”

“그거야 너랑 나는.”


너랑 나는, 너랑 나는.

너랑 나의 관계를 정의하는 뒷문장을 뱉어야할 때면 버퍼링이 걸렸다.

참, 한 단어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너랑 나.


“너랑 나, 뭐.”


홍조 띤 얼굴은 대답을 기다렸다.

고심 끝에 열린 입술.


“동무, 라고 해야 되나.”


확 바뀐 소월의 태도, 눈빛부터가 불만조였다.

쏘아대기 시작했다.


“넌 동무랑 몸 섞냐? 하긴 요즘은 세상 발랑 까져서 섹프도 친구라고 한다더라.”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동무? 하, 나 참. 우리 과장 동무, 북한이랑 통일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런 반정부적 단어를 쓰는구만 기래.”


농담을 섞긴 했지만, 보통 속이 상한 게 아니었다.

괜히 넥타이만 만지작거리며 화풀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친구 사이라고 선 그을 거면, 침대선도 넘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난 늘 친구가 필요했어.”


이쯤에서 우리 사이를 변호.

변명 말고 변호, 무죄 판결, 환호.


“하도 몸에 검은 점이 많아서 내 별명이 바둑이였잖아. 다 누가 찌르고 물어서 생긴 건데.”

“뭐, 그래서 뭐. 불우한 어린 시절은 나도 같이 보냈어.”

“그때 너만 나랑 같이 보내줬어.”


내게 너는 이만큼 소중한 사람이야, 너는 내게 이만큼 애를 써줬어.

그걸 내가 알고 있어.

치받던 화는 풀리고, 못된 눈초리였던 눈엔 어느새 강원도 산골 어딘가 소년소녀가 보였다.


“친구는 친군데, 요즘 친구라는 말은 너무 흔하잖아. 너랑 내 관계가 흔해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 벗으로 할까, 했는데. 그건 또 너무 친애하는 나의 벗, 같은 느낌이라서. 그 중 나은 게 동무였어. 너무 무겁지도, 흔하지도 않은. 그냥 보면 좋은 거.”

“꿈보다 해몽이네.”


소월은 책상에 놓인 이면지를 괜시리 만지작거렸다.

내다만 잔잔바리 화를 털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요즘은 친구 없는 찐따 너드남이 대세라더라. 딱 너네.”

“그러게, 내 시대가 오려나.”


지석의 순순한 반응에, 소월의 입가엔 웃는 듯 마는 듯 씰룩이는 미소가 걸리고.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내어줬다.

옆에 앉아 책상에 엎드렸고,

살랑살랑 고개를 까딱이며 보고서에 무슨 말을 적나 지켜봤다.


두 시간째, 고아원 유괴 사건에 대한 전말을 풀어쓰다가 너무 얌전한 그녀에게 말했다.


“보면 아냐? 까막눈이.”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한 말투.


“나는 금방 알지. 똑순이거든.”


이건 무슨 말이고, 이건 무슨 말이야, 소월은 자기가 읽을 수 있다는 걸 자랑했다.

학교에서 배운 걸 뿌듯하게 설명하는 초등학생이냐고.

아, 맞다. 초등학생 맞지.


“그리고 몸 섞는 거.”


지석은 곰곰이 생각하고 생각하던 것을 입 밖으로 내놓았다.

대뜸 목소리를 낮추고 소월의 귓가에 속삭이는 말.

숨결에 어깨가 긴장되고, 발끝이 섰다.


“네 살만 닿으면 왜 검은 게 지워질까?”


나야 모르지, 확 더워진 콧김을 스웨터 소매에 숨기려 애썼다.

지석은 말했다.


“나 오늘도 다쳤어, 엄청 아파 지금.”


그럼 집에 얼른 가자, 나랑.

소월이 말했다.


내가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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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가도 도태되면 멸종당해? 22.02.17 26 0 -
18 아이 엠 그라운드 자기 약점 대기 (2) 22.02.28 8 0 10쪽
17 아이 엠 그라운드 자기 약점 대기 (1) 22.02.28 6 0 15쪽
16 그놈의 흑막 여주 코스프레 (8) 22.02.27 11 0 13쪽
15 그놈의 흑막 여주 코스프레 (7) 22.02.25 15 0 10쪽
14 그놈의 흑막 여주 코스프레 (6) 22.02.22 11 0 10쪽
13 그놈의 흑막 여주 코스프레 (5) 22.02.22 10 0 14쪽
12 그놈의 흑막 여주 코스프레 (4) 22.02.18 29 0 11쪽
11 그놈의 흑막 여주 코스프레 (3) 22.02.16 23 1 14쪽
10 그놈의 흑막 여주 코스프레 (2) 22.02.16 18 0 13쪽
9 그놈의 흑막 여주 코스프레 (1) 22.02.16 18 0 14쪽
8 능력자물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설정 (8) 22.02.16 10 0 9쪽
7 능력자물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설정 (7) 22.02.16 9 0 11쪽
6 능력자물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설정 (6) 22.02.16 18 0 14쪽
» 능력자물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설정 (5) 22.02.16 18 0 16쪽
4 능력자물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설정 (4) 22.02.15 20 0 14쪽
3 능력자물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설정 (3) 22.02.15 25 0 12쪽
2 능력자물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설정 (2) +2 22.02.15 43 0 13쪽
1 능력자물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설정 (1) +2 22.02.14 9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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