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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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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7,673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2.01.01 18:30
조회
301
추천
6
글자
11쪽

4th 03. 가족(11)

DUMMY

“자, 자. 그럼 다음은 누가 할래?”


그래도 가뜩이나 어색한 상황에서 나까지 표정 구기고 있으면 안되기에 표정을 펴고 다음 사람을 찾았다.


“제가 하겠습니다.”


의외로 파리아가 나섰다.


“천계에서는 어린 천족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기릅니다.”


무슨 가축이냐... 기르게.


“어라? 그걸 어떻게 아세요?”


엘레인의 물음은 꽤 날카로웠다. 하긴, 지금 파리아가 천족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모를 테니.


“그냥 전해지는 기록으로...”


파리아... 그렇게 어설프게 말하면 누가 믿겠어?


“아... 그래요?”


어라? 그걸 믿네?


“어쨌거나 그런데, 어느 순간 세 명의 어린 천족들이 사라졌습니다.”


‘어린 천족이라...’


잠시 그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마사랑 비슷 하려나?’


평소에는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는 마계공작. 과자 하나로 인간의 편으로 만들었지... 지금이야 신예를 따라가서 상단에 있지만.


“이 이야기는 그 어린 천족들이 겪은 일입니다.”


음... 왠지 긴장된다.


“그들은 지루한 나날이 싫어서 그곳을 탈출했고, 곧 그들은 마족들이 쳐들어 왔을 때 부서진 천족의 도시로 가게 되었죠.”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군.


‘다 집중하고 있네’


심지어 자르카조차 과자를 먹던 손을 멈추고 있었다.


“그들은 어른들이 쫓아 올까봐 가까이 보이는 무너진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에 버려진 그 집이 깨끗하다는 것을 알고는 그곳에서 쉬기로 했죠.”


이것도 저택괴담인가?


“그리고 시계를 보는데...”


“시계?”


“시간을 알려주는 기구입니다.”


천계에는 그런 것도 있나?


“그리고 그 시계가 12시 정각이 되어서 울리는데... 뎅... 뎅... 뎅...”


파리아가 목소리 낮게 깔고 말하니 무섭다... 게다가 저 딱딱한 표정이 더욱 상황을 무섭게 묘사하는데 한 몫 했다.


“어린 천족들은 그 시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흐음... 시계에 무슨 문제가 있겠군.


“세상에, 시계가 13시까지 있는 것입니다!”


12시가 아니라, 13시?! 13이라면 악마의 숫자잖아?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시계가 불량이었습니다.”


딱!


나는 참지 못하고 파리아를 한 대 쥐어박았다.


“장난하냐?!”


“일단 긴장을 푸시라고...”


파리아는 잘못한 것 하나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시계를 보고 굉장히 놀라서 저택을 빠져나오려 했죠.”


원래 무서워야 하는 부분인데 시계가 불량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니 하나도 안 무섭다.


“그런데 그 순간...”


콰르릉!


마침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음... 정말 교묘하게 좋은 시간에 치는군’


마치 파리아의 말에 맞춰서 친 듯한 정교한 시간에 떨어지는 번개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선원이 폭풍우 친다고 했었지?”


“네.”


아세아의 말에 또 좋게 만들어지던 분위기가 죽고 말았다.


‘하여간 이 사람들을 데리고는 무서운 이야기를 할 수가 없구만’


그것에 신경을 쓰는 건지 안 쓰는 건지, 파리아는 여전히 딱딱한 표정으로(방안이 어두워서 파리아의 얼굴에 음영이 지며 더욱 파리아를 괴기스럽게 만들어주었다)말을 이어나갔다.


“그들이 들어왔던 저택의 정면이 무너졌습니다.”


쿠르르릉!


마침 뭔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의 번개가 쳤다.


‘이거 정말 교묘한 시간인데?’


뭔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파리아의 이야기에 맞게 번개가 친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갇히게 되었죠.”


꿀꺽.


점점 어두워지며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불안한 눈으로 시계를 주시했습니다. 들어 온지 시간이 얼마 지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13시가 가까워졌다고 시계가 가리켰기 때문이었죠.”


흠......


“겁에 질린 그 아이들은 창문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반쯤 부서진 창문들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덜컹덜컹!


마침 바람이 이 방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정말 교묘하게 시간이 맞는군...’


이제는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밖에서는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휘이이이~


때맞춰서 창문을 두드리는 강한 바람소리가 들렸다.


“겁에 질린 그들은 서로 꼭 붙어서 시계를 주시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자정이지? 아마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계가 13시를 가리켰습니다.”


긴장된다...


“원래 시계는 시간의 수만큼 소리가 납니다. 한시라면 한번, 두시라면 두 번...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말이 멈추자 자르카가 버티지 못하고 파리아를 재촉했다.


“뎅... 뎅... 뎅... 뎅...”


절정의 순간이었다.


“뎅... 뎅... 뎅... 뎅...”


모두가 파리아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뎅... 뎅... 뎅... 뎅...”


12번이다.


“뎅...”


13번 쳤군.


“그리고 그 순간...”


꿀꺽.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어른들이 와서 그 아이들을 꺼내갔습니다.”


그거... 다행이지만 약간 허무한데.


“그런데 아이들이 탈출하기 직전...”


헛, 아직 끝이 아니네.


“모두가 그 시계의 시간이 빠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과연... 뭘까?


“불량이라서 그랬던 것입니다.”


“으이구!!”


퍽퍽퍽!


결국 참지 못하고 자르카와 나는 파리아를 발로 짓밟기 시작했다.


“커헉... 이 이야기의 교훈은...”


“닥쳐!”


퍽퍽퍽!


열심히 밟고 있음에도 파리아는 자기 할 말은 계속하고 있었다.


“물건을 살 때 불량품을 사지 말자...”


퍽!


결론이 그거냐?!



“후아아암...”


파리아를 처벌하고 피곤해서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했기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 뭐 했더라?’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게 없는 것 같군...’


정말 정신 없이 있다가 나온 것 같다.


“끄응...”


파리아가 침대에서 잠꼬대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녀석을 진짜...’


“끄응...”


계속해서 끙끙거리는 것이 어제 맞은 곳이 조금 아픈 모양이었다.


“하아... 관두자.”


시계 생각만 하면... 아직도 수명이 다섯 시간씩 깎이는 느낌이다. 근데 왜 어제 다 한번씩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며 수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왜 계속 시계생각만 나는 거지?


“일어나셨습니까. 가주님.”


케이안은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인사는 꼬박꼬박 하는 것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때, 움직일 수 있겠어?”


“죄송합니다...”


하긴, 저렇게 새파란 얼굴을 보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어 보이기는 한다.


“그럼 오늘 아침도 이곳으로 부탁할게.”


“고맙습니다.”


그런데 자르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보자...’


생각해보니, 어제 자르카와 함께 방에 돌아온 것까지 기억났다. 둘이서 파리아를 끌고 들어왔으니까.


‘그리고...’


그리고... 자르카의 침대 시트가 흐트러진 것을 보니 자르카가 이 방에서 잔 것도 확실했다.


“그런데 어디 간 거지?”


이런 아침에 자르카가 갈만한 곳이 있던가?


“에이... 모르겠다. 어디 배 구석에 들어갔겠지.”


자르카가 애도 아니고, 식사 때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라드.”


“왜.”


파리아는 어느새 일어나 있었다.


“자르카가 이 배에 없는 것 같습니다만.”


“......뭐?”


“혼돈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 파리아의 말에 나도 눈을 감고 신력을 퍼트려 혼돈의 힘을 찾아보았다.


“......어라?”


없었다. 아무리 감추고 다닌다지만, 기본적으로 자르카에게서는 혼돈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마련인데, 아무리 찾아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넓은 곳까지 감지 범위를 늘려 찾아봤지만 느껴지지 않았다.


“어라?”


자르카니까 어떤 상황이라도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파리아. 일어날 수 있겠어?”


“수색하려는 겁니까?”


“응.”


여기서 날 수 있는 것은 나와 파리아밖에 없으니...


“차라리 아세니카르나 시드린에게 부탁해봐서 찾아보지 그러십니까?”


“뭐?”


“용족의 주술 중에 상대방을 찾는 주술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알았어.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좀 준비해 줄래.”


“알겠습니다.”


하지만 파리아는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피곤하거나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밟은 혼족을 왜 찾아야 하지?’라는 표정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하게 굳은 표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 안 되면 이따가 끌고 가면 되겠지...’


그리고 방을 나와서 옆방의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응? 무슨 일이야?”


마침 근처 갑판에서 아침바람을 쐬고 있는 아세아를 발견했다.


“아, 마침 잘 왔어.”


“뭔데?”


“자르카가 사라졌어.”


“그래서?”


그래서라니...


“용족의 주술 중에 상대방을 찾을 수 있는게 있다고 해서...”


“있기는 한데.....”


아세아는 조금 곤란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쓰는지는 몰라.”


솔직히 아세아에게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시드린은?”


“알고 있을걸. 용족이 배우는 기본 주술 중 하나니까.”


근데 그 기본을 왜 너는 모르는 거냐.


“그럼 좀 부탁해.”


“응.”


아세아가 방으로 들어갔다.


“후우...... 아침부터 어디로 사라진 거야.”


다시 신력을 넓게 펼쳐 주변을 감지해보아도 느껴지지 않았다.


“골치 아프군...”


몇 분 뒤, 아세아가 나왔다.


“뭐래?”


“곧 돌아온다고 걱정하지 말래.”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그래도 자르카가 없다는게 조금 불안하다. 이 배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으니까 잘못해서 놓친다면 큰일날 것 아닌가.


‘응?’


지금, 내 감각에도 혼돈의 기운이 느껴졌다.


“진짜로 오고 있네...”


“뭐야... 내 말을 못 믿은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자르카는 꽤나 빠른 속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날아오는 건가?’


하지만 날개 펼치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는 자르칸데? 성전 이후로 몇 번이나 보고 싶다고 했지만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르카였다. 그런데 이런 속도가 가능한가? 아니, 그것보다 날지 않으면 바다 위를 이동할 수 없을 테니......


“아, 보인다.”


아세아의 말에 혼돈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자르카가 접근했다.


“어라...?”


근데 저건 뭐야?


“으하하하하!!!”


자르카는 뭔가... 거대한 물고기의 등에 타고 있었다.


휙!


탁.


그리고 물고기의 등에서 갑판으로 뛰어오른 자르카. 그는 완전히 젖어 있었다.


“어디에 있었어?”


“저거 등위에.”


“저거?”


그러고 보니 저 물고기는 뭐냐.


“돌고래라고 하는 건데, 이곳 선원들이 먹이를 줘서 키운 거래.”


“저걸?”


“응. 그래서 선원들을 친구로 알고 이 배 주변을 돌아다니며 해류를 알려주고 있다는데.”


“호오......”


난 왜 지금까지 몰랐지?


“나중에 너도 한번 타봐.”


“글쎄... 난 물고기가 싫어서...”


“나 타볼래!”


아세아는 타고싶은 모양이었다.


“아침 먹고 선원들에게 부탁하면 될 거야.”


“응!”


아세아는 돌고래가 신기한 모양인지,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근데 또 갑자기 타고싶네.


‘나도 탄다고 할까?’


쳇... 괜히 싫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아세아가 먼저 타고나서 타야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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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8) +1 12.01.11 321 5 8쪽
212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7) +1 12.01.10 239 5 9쪽
21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6) 12.01.10 238 6 8쪽
21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5) +1 12.01.09 268 7 10쪽
20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4) 12.01.04 248 5 10쪽
20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3) 12.01.03 237 6 10쪽
207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2) 12.01.03 248 6 8쪽
206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 12.01.02 290 6 11쪽
205 4th 03. 가족(13) +1 12.01.02 269 7 10쪽
204 4th 03. 가족(12) 12.01.01 251 6 9쪽
» 4th 03. 가족(11) +1 12.01.01 302 6 11쪽
202 4th 03. 가족(10) +1 11.12.31 258 6 9쪽
201 4th 03. 가족(9) +1 11.12.30 257 8 10쪽
200 4th 03. 가족(8) 11.12.29 283 6 9쪽
199 4th 03. 가족(7) 11.12.28 291 8 9쪽
198 4th 03. 가족(6) +1 11.12.28 304 6 9쪽
197 4th 03. 가족(5) +1 11.12.27 270 9 9쪽
196 4th 03. 가족(4) +5 11.12.26 312 6 9쪽
195 외전 - 페이로나의 하루 11.12.26 320 8 6쪽
194 4th 03. 가족(3) +2 11.12.25 284 7 10쪽
193 4th 03. 가족(2) +1 11.12.25 296 8 9쪽
192 4th 03. 가족(1) +1 11.12.24 276 9 11쪽
191 4th 02. 사막여행(4) 11.12.23 294 8 16쪽
190 4th 02. 사막여행(3) +1 11.12.23 275 9 11쪽
189 4th 02. 사막여행(2) 11.12.22 253 6 10쪽
188 4th 02. 사막여행(1) +2 11.12.22 27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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