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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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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7,658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1.12.29 05:15
조회
282
추천
6
글자
9쪽

4th 03. 가족(8)

DUMMY

하지만 다른 일행들은 다 맛있게 먹는데 나만 안 먹을 수는 없었다.


“어라, 이거 맛있네.”


심지어 자르카도 먹고 있는데 말이다.


“......후우...”


포크로 건드리자 쉽게 부서지는 것을 보니, 부드러운 음식인 것 같았다.


“어디...”


텁.


조심스럽게 부서진 살을 포크로 약간 퍼서 입에 넣어보았다.


“......맛있네.”


물고기의 크기로 생겼던 거부감을 한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맛있었다. 게다가 특별히 비린내도 나지 않았고...


“다음 요리는 바닷가재 요리입니다.”


어라, 요리가 또 있... 아, 코스요리였지.


‘가재라... 먹을거나 있을까?’


가재는 나도 많이 먹어보았다. 뭐 손바닥 만한거 먹을거나 있나... 그냥 간식으로 잠깐 먹는 거밖에 더 있겠어?


드르르륵...


바퀴소리에 시선을 돌려보니 수레에 실려 나오는 주황색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괴물체가 커다란 접시에 담겨 있는 것이 보였다.


“......마물?”


“아닙니다.”


아니, 마물이 아니라면 무슨 가재가 이렇게 커?!


‘뭐야 이 거대한 갑옷 입은 물체는...’


이 바다에 사는 가재라는 괴물체는 약간 과장해서 아세아의 몸통 만했다.


“허어......”


그리고 먹기도 굉장히 난감한게, 껍질이 되게 딱딱해 보였다.


팅.


세상에... 나이프로 한번 찔러봤는데 튕겨 나온다.


“일단 레이디분들께 먼저 드리겠습니다.”


......왠지 신아가 이걸 먹지 못하게 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데.


꾸직꾸직


가재의 관절 부분에 나이프를 넣으니 뭔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집게발이 잘려나갔다.


“호오.......”


선원은 집게발 2개를 신아와 저쪽 아가씨한테 주고, 아세아에게는 배를 갈라서 가운데 속살을 주었다.


‘먹을 것도 없겠다.’


우린 뭐 먹으라고.


꾸직꾸직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가재의 몸 곳곳을 누비는 나이프와 우수수 쏟아지는 숨은 살들.


‘아니 진짜 한 마리로 6명이나 되는 사람이 다 먹네...’


대단하다. 참치라는 생선도 한 마리로, 그것도 몸의 일부로 우리 모두의 배를 채워주더니 이제는 가재마저도 단 한 마리면 우리의 식사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여기 있습니다.”


선원은 나머지 살을 나눠서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음......”


하지만 자르카는 자신의 몫으로 배분된 가재의 살을 조용히 앞으로 밀었다.


“왜 그래?”


“비린내 나.”


하여간 가리는 것도 많아요... 아까 스테이크는 비린내가 없어서 먹은 건가?


“오빠. 바꾸자.”


“응?”


“깨먹기 귀찮아.”


신아는 나무망치를 들고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호오... 재밌겠다’


그냥 살만 먹는 것보다는 저게 재밌을 것 같다.


“알았어.”


신아와 접시를 바꾸고 망치를 건네 받았다.


“흠......”


잠시 저쪽 아가씨의 깨먹는 시범(하인이 대신 깨기는 했지만)을 보고 나는 간단하게 끝냈다.


쿠웅! 쩌저적!


단 한번에 집게발의 위쪽 껍데기를 모조리 부숴 버릴 수 있었다.


‘역시......’


완벽한 힘 조절로 접시는 멀쩡하고 집게발만 부쉈다.


“뭐야 그 눈빛은?”


그런데 왠지 날 보는 눈빛들이 조금 한심하다는 눈빛 같다.


“아니야. 됐어.”


신아는 이제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냐...’


왠지 기분 나쁘잖아.


“다음 요리는...”


자, 잠깐! 나 아직 가재 다 못 먹었다고! 아니 아예 포크도 안 가져다 댔는데? 그리고 신아는 왜 한 입만 먹고 내버려두는 거야? 아깝잖아.


“크...”


킁. 하여간 이렇게 접시를 빼앗아가는 것을 봐서는, 다른 손님에게도 줘야 하는 모양이니 일단 맛만 봐야겠군. 일단 껍질을 다 덜어내고...


“......”


큰일났다.


“......바보.”


껍질이 너무 자잘하게 깨져서 골라낼 방법이 없다...


‘약하게 깰 걸...’


내가 바보지...


“그럼 다음 요리는...”


다음으로 나온 요리는 평범한 생선구이였다.


“하아......”


결국 난 가재요리를 입도 못 대고 밀어놓아야 했다.


“어라......”


이번 생선은 너무 평범하잖아! 가재 못 먹은게 후회될 정도로!


“후아... 배부르다.”


식사가 끝난 것은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지나고 나서였다.


“맛있는 식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레이디.”


신아의 인사와 저쪽 아가씨도 뭐라고 인사하는 것 같은데, 난 불러 오른 배 쓰다듬느라 그런 말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허... 식사 한번에 한밤중이라니.”


자르카는 꽤나 황당해하는 것 같았다.


“원래는 조금 일찍 시작하지만... 오늘은 참치 잡느라 늦어서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뭐 사과할 것까진 없는데...”


하인의 정중한 사과에 자르카는 오히려 당황하고 있었다.


“그럼 이만 나가야지?”


내 말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밖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니, 손님은 없고 뒷정리하는 선원들이 몇 있을 뿐이었다.


“근데 특실이 여기서 식사하면 일반 승객들의 식사는 뭐죠?”


“빵과 스프, 샐러드입니다.”


세...개?


“워낙 승객이 많다보니...”


자르카 말대로 최고급으로 잡기를 잘 한 것 같군.


“후우......”


식사를 마치고 나서 갑판으로 나와 맡는 바닷바람은 또 감회가 새로웠다. 밤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뱃속에 바다에서 나온 것들을 잔뜩 넣어서 그런가?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어’


“그럼 안녕히 주무시길...”


밥 먹고 바로 자라는 거냐.


“뭐 할 일도 없는데 나는 들어가서 잘게.”


“나도...”


여자들은 잘 생각인가 보다.


“밥 먹고 바로 자게?”


“난 어차피 중간까지만 먹고 나머지는 입만 대고 안 먹었어. 끝까지 먹은 건 오빠지.”


“응. 응.”


아세아... 너는 끝까지 다 먹었잖아!


“......됐다. 그냥 가서 잘 자라.”


“그럼 오빠는 뭐하게?”


“운동할 겸 그냥 돌아다니게.”


“알았어.”


신아와 아세아는 그렇게 방으로 돌아갔고, 자르카와 파리아는 멀뚱히 내 뒤에 서 있었다.


“나는 그냥 들어간다. 밖에 나오니 속이 또 뒤집히는 것 같아...”


“알았으니까 빨리 들어가.”


잠시 서 있던 자르카는 안색이 다시 새파랗게 변하며 방으로 도망치듯 달려갔고, 파리아는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가 자르카의 뒤를 따라갔다.


“너는 왜 들어가?”


“책 읽던거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결국 나 혼자 남게 된 거네.


쏴아아...


밤바다는 굉장히 검었다. 오늘은 그믐이라 그런지 달빛도 제대로 없고...


‘뭐, 달이 어두우니 별들이 더 잘 보이지만’


“거기서 뭐 하십니까?”


누군가 나를 부른 것 같았다.


“네?”


“밤에 갑판으로 나오면 위험합니다. 들어가십시오!”


“아,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고 선원은 선실로 들어갔다.


‘안 들어 갈 건데’


왠지 모르게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응?’


갑자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흑... 흐윽...”


누군가가 울고 있는 소리.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여자... 목소린데?’


파도소리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여자... 그것도 소녀의 울음소리 같았다.


“착각인가?”


“흐윽......”


또 들렸다. 울고 있는데 억지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듯한 소리가.


“......”


다시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응?”


왼쪽 귀가 간지러워서 손으로 만져보니 여신이 준 귀걸이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뭐지...?”


혹시나 싶어 날개를 펼치고 몸을 위로 띄웠다.


“......”


그러자 가장 높은 선실 지붕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와 같은 머리색을 가진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탁.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선실 위에 가볍게 착지하며 날개를 없앴다.


“뭐해요? 이런 곳에서...”


“......”


그 울음소리의 정체는 여신이었다. 성전이 끝난 다음부터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도 안 해주더니 갑자기 나타나서 울고 있었다. 뭐 하자는 거야?


“없어......”


“뭐가요?”


“데로스... 없어...”


데로스라면... 그 때 보았던 바람의 투신을 말하는 건가?


“......”


내 예상으로는 아마 성전에서 전사했을 것 같지만... 그녀는 믿지 않고 있었다.


“조금 잔인한 얘기 일수도 있겠지만...”


“아니야! 데로스는 죽지 않았어!”


내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정면으로 주시하는 여신이었다.


“......솔직히 그런 전장에서 주변인이 아무런 피해도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되잖아요.”


나도 친구를 잃었다. 그 때 사자머리의 마족에게서 한번 구했건만, 에인은 결국 그 전장에서 죽고 말았다. 오로스도 한쪽 눈의 시력과 젊음을 잃었고.


“하지만... 데로스가 죽었다면 바람이......”


여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죽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지만, 죽었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곧이어 여신은 다시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하아......”


곤란한 상황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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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7) +1 12.01.10 239 5 9쪽
21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6) 12.01.10 238 6 8쪽
21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5) +1 12.01.09 268 7 10쪽
20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4) 12.01.04 248 5 10쪽
20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3) 12.01.03 237 6 10쪽
207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2) 12.01.03 248 6 8쪽
206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 12.01.02 290 6 11쪽
205 4th 03. 가족(13) +1 12.01.02 269 7 10쪽
204 4th 03. 가족(12) 12.01.01 251 6 9쪽
203 4th 03. 가족(11) +1 12.01.01 301 6 11쪽
202 4th 03. 가족(10) +1 11.12.31 258 6 9쪽
201 4th 03. 가족(9) +1 11.12.30 257 8 10쪽
» 4th 03. 가족(8) 11.12.29 283 6 9쪽
199 4th 03. 가족(7) 11.12.28 291 8 9쪽
198 4th 03. 가족(6) +1 11.12.28 304 6 9쪽
197 4th 03. 가족(5) +1 11.12.27 270 9 9쪽
196 4th 03. 가족(4) +5 11.12.26 312 6 9쪽
195 외전 - 페이로나의 하루 11.12.26 320 8 6쪽
194 4th 03. 가족(3) +2 11.12.25 283 7 10쪽
193 4th 03. 가족(2) +1 11.12.25 296 8 9쪽
192 4th 03. 가족(1) +1 11.12.24 276 9 11쪽
191 4th 02. 사막여행(4) 11.12.23 293 8 16쪽
190 4th 02. 사막여행(3) +1 11.12.23 275 9 11쪽
189 4th 02. 사막여행(2) 11.12.22 253 6 10쪽
188 4th 02. 사막여행(1) +2 11.12.22 27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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