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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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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53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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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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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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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9

DUMMY

천하에 수천 수만 개의 무공이 존재하는 가운데 어찌 상극이 없을 수 있는가? 물과 불처럼 서로의 성질이 맞지 않은 것이 있거니와 뱀과 개구리처럼 천적관계에 놓인 무공들도 있다. 심지어 게중에는 무공 수준의 고하를 막론하고 상대함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는 극상성인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파훼식(破毁式)은 존재 자체가 위의 것들과는 이질적이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무공이 아닌 애초에 태생 자체가 한 무공을 깨뜨리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무공이란 본디 자신의 경지를 보다 높은 것으로 이끌기 위한 상승의 도(道)의 묘리에 의거하여 만들어지고 대를 이어 보완하고 진보하여 하나의 거목으로 성장시키는 숭고한 과정이다.


하지만 파훼식은 도끼에 불과하다. 수십, 수백 년을 거쳐 아름답게 자라난 거목을 찍어 내려 만든 것. 한 대상을 깨뜨리고(破) 무너뜨릴(毁) 목적으로만 만든 외도(外道)이기에 명문 정파에서는 이를 혐오하고 부정해왔다.


그런 파훼식이 펼쳐졌다. 그것도 보통 명문이 아닌 강호 제일 명문대파로 꼽히는 대성파의 직계 제자이자 장문인의 딸의 손에서. 그리고 그녀가 이 파훼식을 알고 있다는 것은 단순 개인의 일탈이 아닌 문파의 수뇌진과도 관련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지안의 파훼식보다 두영모 일행을 충격에 빠뜨린 사실은 백발검귀의 정체가 지금은 멸문한 백화장의 주인인 천뢰검 벽문천이라는 사실이었다. 천뢰검이 누구던가. 일찍이 협행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백화장의 성세를 천하에 떨친 일세의 호협(豪俠)으로 젊은 협객들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금까지도 백화혈사는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 아닌가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만큼 천뢰검의 명성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를 직접 만난 이들마다 입을 모아 헌앙한 인품에 영웅의 기상을 갖춘 인물이라며 칭송한 장부와 눈 앞에 손속이 잔인하기 그지없는 광인(狂人)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경악에 빠졌다.


한편 경악에 빠진 건 두영모 일행 뿐 만이 아니었다. 백발검귀, 아니 벽문천 또한 소녀의 검식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결정적인 검초마다 검로의 진행을 방해하며 끼어들어와 연결을 막아내고 한 술 더 떠서 미리 예측이나 했다는 듯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게 공간을 먼저 제압해냈다.


파훼식이라니, 그것도 천하제일인의 독문검법으로 가히 천하제일검이라 자부해도 오만하지 않을 무극봉익검이다. 벽자엽 본인에게 직접 사사받은 자신이기에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완전하지 않지만 저 갸날픈 체구의 소녀가 구사하는 것은 무긍봉익검의 파훼식이 분명했다.



“이정도 수준의 파훼식이 연구될 정도면 여간한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고는 불가능 할 터. 언제부터였지? 아니지. 물어볼 것도 없군. 나조차도 직접 보지 못한 절정 수위의 무긍봉익검을 누구보다 더 많이 지켜본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애초에 연구부터가 불가할 터. 나청진(羅聽進)은 참으로 치졸한 인간이었군.”


“사조(師祖)님을 욕되게 말하지 마세요! 그 분은 혈마의 후예로 전락한 당신에게 모욕당할 분이 아니오!


“클클클, 혈마의 후예라니 정말이지 네 놈들은 제멋대로 낙인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족속이야. 정작 혈마의 손에서 무림을 구제한 이를 혈마로 몰아세우다니. 정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하기 그지없어.”


나청진. 대성파의 전전대 장문인이자 검선 호연에게 검술을 직접 가르친 사부로 벽자엽과 함께 혈마를 토벌한 무림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 중 한 사람이었다. 청아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한 그루의 대나무와 같은 사람이라 죽검선인(竹劍仙人)이란 별호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 파훼식을 만들었다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하물며 그 파훼의 대상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자신의 동료인 벽자엽이란 사실을 제하고도 말이다.


벽문천의 힐난에 부끄러움에 잠겨 잠시 말을 잊은 나지안을 대신하여 비분강개를 토해낸 것은 봉태산이었다.


"이 육시랄 놈아, 파훼식이고 나발이고 그것이랑 네 놈이 우리 홍숙의 모가지를 날린 것과 대체 무슨 상관이냐!"


"뭣?"


볼썽 사납게 부어오른 얼굴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남자의 삿대질과 함께 이어진 일갈에 기가 찬 벽문천은 헛웃음을 지었다. 더러운 남자, 봉태산의 분노에 가득찬 일침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파훼식이 치졸해? 이기고 싶어서 방법을 강구해낸 게 뭐 어때서 그러느냐. 무인으로서 진짜 수치스러운 건 여태 네놈이 저지른 짓거리들이다. 이미 패배해 전의를 상실한 상대를 희롱하다 시체를 온존하지도 못하게 머리를 날려보내는 거야말로 더 치졸한 개짓거리가 아니더냐!"


봉태산의 입에서 명문 세가의 자제의 입으론 담지 못할 품위 없는 비속어가 난무했다.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말은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여자와 아이같은 약자들을 막론하고 그는 정파의 인물들이라면 살행을 저질러 왔다.


제 개인의 무공 수련을 위해 무차별적인 학살을 일으킨 혈마와 그의 차이점이라곤 희생자의 피와 살을 탐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 하나 뿐이었다. 개인적인 사정을 제외하더라도 그가 여지껏 저지른 악행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인 것이다.


봉태산의 말에 힘을 입은 두영모 또한 앞서 나아가 벽문천을 마주보며 힘있게 말했다.


"그렇소. 우리 같은 무림 말학들은 귀하와 귀하 가문이 겪은 사정은 잘 모르오. 허나 우리가 이렇게 출도한 이유가 귀하가 그간 저지른 살행 때문이란 것은 분명하오. 이제 누가 옳고 그르니 하는 무의미한 갑론을박은 필요없소."


어느새 두 손을 움켜쥐고 자세를 낮추어 기수식을 취한 두영모였다.


"우리 모두 무인, 해답을 내리는 건 입이 아닌 서로의 검일 뿐이오!"


"권각을 쓰는 사람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뱉은 말은 칼같이 지키는 사람이니까 그냥 인검(人劍)이라 칩시다!"


어폐가 있는 두영모의 말에 공완정이 딴지를 걸었고 봉태석이 그를 두둔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번개처럼 쏘아져나간 두영모의 신영을 따라 벽문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기를 잔뜩 둘러 뻣뻣하게 부풀어 오른 장포를 펄럭이며 두영모의 손이 수차례 교차하며 내질러갔다. 두씨 세가가 자랑하는 천원장(穿元掌)의 절초 천지쌍관수(天地雙貫手)였다. 그러자 순간 공기를 찢고 사람의 손에서 나왔다 믿기 힘들 굉음이 울렸다.


펑!


엄청난 내기의 회류(會流). 한 점에 모인 강맹한 기운이 벽문천의 가슴팍을 뚫을 듯 치고 들어왔다. 하지만 공세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의 좌우에서는 검을 꼬나쥔 봉씨 세가의 형제들이 가문의 호미검법(虎尾劍法) 중 절초 대호도약(大虎跳躍)을 써가며 협공해왔다.


나지안과 공완정 또한 각각 파훼식과 부친의 검법을 이용해 정면에서 벽문천을 압박해갔다. 전방의 공격에 대응하자니 봉씨 형제에게 양 옆이 노출되고, 공격을 피해 한 발 물러나자니 찔러오는 강력한 두영모의 수법에 의해 가슴이 그대로 뚫릴 상황이었다.


전방위가 위협적인 공세에 놓여 사면초가의 처지가 된 벽문천이 택한 것은 정면돌파. 찰나 의 순간 숨을 고른 벽문천의 검이 사방으로 비산(飛散)했다. 날카로운 검의 환영이 그의 몸을 감싸며 돌출했고 그 모습은 가시를 세운 채 몸을 움츠린 고슴도치와 같았다. 가시 하나 하나가 예리하게 벼린 칼날이라는 점을 빼면 말이다.


촤촤촹-


찌지직-


검과 검, 기와 기가 부딪히며 쇳소리와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차례 일어난 격돌의 여파는 한 쪽에게 너무 일방적이었다.


“으윽...”


“크흡! 컥!”


“우웨엑!”


격돌에서 손해를 본 쪽은 두영모 일행이었다. 게 중 무공 수위가 제일 뛰어난 두영모 역시 내상을 입고 침음성을 삼켰고 나머지 일행은 격돌의 손상을 감추지 못하고 입가에 한 두 줄기 피를 흘리고 있었다. 심지어 내력이 가장 부족한 봉태산은 아예 바닥에 고꾸라진 채 연신 피를 토했다.


그에 비해 벽문천은 의복의 손상을 제외하고는 일신에 조금의 손상도 없어보였다. 사실 그 역시 내력을 급하게 끌어올린 결과 약간의 내상을 입었으나 그것은 애써 감출 수 있는 정도였다. 숨을 갈무리한 벽문천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두영모 앞에 섰다.


비록 무위로 돌아간 공격이었으나 그의 일장이 가장 위협적이었고 강력했다. 아직 이립이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불구하고 이 정도의 무위를 갖추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처리할 수 있을 때 얼른 처리해두어야 했다.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벽문천에 대항해 기를 끌어올리려 들었지만 애석하게도 어깨 밑으로 팔만 부들거릴 뿐 탈진된 몸과 내력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에 힘을 가득 주어 벽문천을 노려보는 것 뿐이었다.


“이 나이에 이정도의 경지라니. 자네는 소위 말하는 천재라는 존재군. 아직 여물지 못한 상태에서 나를 만난 것이 안타까울 뿐 참 대단했어.”


“백발검귀의 칭찬은 하나도 기쁘지 않으나 천뢰검의 인정은 가히 저승에 가져갈만한 선물이 되겠군.”


“그럼 잘 가시게.”


하늘로 쳐올려진 벽문천의 검이 내리쳐지는 순간, 공완정이 그의 검 앞으로 몸을 날렸다.


“안돼!”


“완매!”


눈 앞까지 검이 다가온 순간 공완정은 질끈 눈을 감고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퍼억-


“윽!”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참이 지나도 제 숨이 붙어있는 것에 의문에 빠진 공완정이 눈을 떴고 그 앞에 벌어진 광경은 기묘한 것이었다. 백발의 두 늙은이가 몸을 부둥켜 안고 바닥을 구르는 것이었다.


한 명은 벽문천이었고 다른 한 명 또한 그녀의 눈에 익은 사람, 자방객 백완섭이었다. 공완정은 놀라 크게 소리쳤다.


“백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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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10 +3 22.05.28 172 7 9쪽
»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9 +2 22.05.28 175 5 10쪽
37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8 +2 22.05.27 170 8 10쪽
36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7 +2 22.05.27 184 8 11쪽
35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6 +2 22.05.26 183 10 17쪽
34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5 +2 22.05.26 194 10 13쪽
33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4 +2 22.05.25 202 10 13쪽
32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3 +1 22.05.25 201 11 13쪽
31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2 +1 22.05.24 201 11 13쪽
30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1 +2 22.05.24 236 12 11쪽
29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2 +2 22.05.23 214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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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망자회향(忘子回鄕)-6 22.05.21 223 9 11쪽
25 망자회향(忘子回鄕)-5 +2 22.05.21 241 9 12쪽
24 망자회향(忘子回鄕)-4 +3 22.05.20 239 11 12쪽
23 망자회향(忘子回鄕)-3 +5 22.05.20 251 11 17쪽
22 망자회향(忘子回鄕)-2 +3 22.05.19 254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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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제지연(師弟之緣)-3 +2 22.05.16 324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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