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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7,657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5.27 20:14
조회
170
추천
8
글자
10쪽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8

DUMMY

“조금 많이 늦는군,”


“그러게 말이에요.”


도착하기로 예정된 날이 늦도록 당도하지 않은 나지안과 봉태산에 볼멘 소리를 뱉는 두영모에 공완정이 작은 소리로 답했다. 그러자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봉태석은 웃으며 제 동생의 역성을 들었다.


“조금 더 기다려보게. 우리야 문중의 흑백마차 중 흑마차를 탔으니 시일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만, 따로 교통편을 구해야 했으니 중간에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하긴 대해수 어르신이 인솔하고 거기에 깐깐한 나 언니까지 동행하는데 봉 소협이 한눈을 팔 일은 없을테니까요.”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제 동생을 핀잔주는 공완정의 말에도 봉태석은 그저 웃으며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았고 두영모 또한 아무런 말 없이 잠자코 있음으로 그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러던 와중 정적을 깨는 굉음이 들렸다.


쾅!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지며 객점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등장한 인물은 바로 이들이 내내 화젯거리로 삼았던 봉태산이었다. 결국 그는 늦은 밤이긴 하지만 약속된 일정에 맞춰 일행을 찾아왔다.


다만 그의 너저분한 외양이 여간 심상치 않아 보였다. 세가의 귀한 몸으로 태어나 무공을 익히기 전 까진 땅에 발도 딛지 않고고 다닐만큼 유별나고 까탈스러운 성격의 봉태산이다. 그런 그의 새하얀 의복이 흙먼지에 더럽혀저 군데군데 누렇게 되었고 볼따귀는 누군가에게 얻어 맞은 것 마냥 팅팅 부어 있었다.


동생의 몰골에 놀라 당황한 봉태석은 한 달음에 봉태산의 앞으로 달려갔다. 쉬지도 않고 달려온 것인지 땀 범벅인 봉태산은 귀 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숨을 가쁘게 헐떡이며 훅훅대고 있었다.


“아니 이 밤중에 대체 이게 무슨 꼴이냐? 그리고 홍숙과 나 소저는 어디가고 너 혼자 온 것이냐.”


“혀..형님...우우욱.”


익숙한 얼굴을 만나 안도한 것일까? 봉태석과 눈이 마주친 봉태산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고였다. 그간 겪은 모진 고초가 하나의 감정의 덩어리가 되어 입 밖으로 토해져 나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가 하는 말의 뒷 부분은 듣는 이가 알아차릴 수 조차 없게 되었다.


일단은 어르고 달래고 자초지종을 들어야 할테지만 그들은 봉씨 세가였고 또 무림인이었다. 감정을 주체 못하고 웅얼대는 봉태산을 본 봉태석은 손을 들어 그의 이미 부은 뺨을 한 차례 더 후려 갈겼다.


철썩-


“!?”


“정신 차리고 네게 일어난 일을 똑똑히 말해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으읍...흡! 형님 그게...”


"백발검귀를 만났어요."


봉태석의 모진 훈계에 정신이 바짝 든 봉태산이 본격적으로 말하려는 찰나, 그의 뒤에서 나온 한 여인이 대신 말하였다. 그녀는 나지안이었다.




늦은 밤의 어둠에 감싸여 흐릿하게 형체만 구분할 수 있는 칠흑같은 흑마들이 끄는 마차가 밤을 무섭게 달리고 있었다. 한혈마(汗血馬)라 했던가? 피와 같이 붉은 땀을 흘리며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말이 있다. 봉씨 세가가 자랑하는 흑백마차를 끄는 말들이 바로 이 한혈마였다.


제 주인의 다급한 심정을 아는지 흑마들은 짙은 피부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핏빛 땀을 흥건히 흘리며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래서인지 마차는 순식간에 백발검귀를 찾아 낼 수 있었고 일행은 서둘러 마차에 내렸다.


백발검귀 또한 마주선 홍제수의 어깨 너머로 두영모를 위시한 그의 일행을 발견했고 그와 동시에 빙그레 웃음을 띄웠다. 풀어준 새끼곰이 어미가 아닌 제 형제들을 데려온 격이라 그저 실소만 나왔다.


한편 봉태산은 백발검귀와 자신들 사이에 홍제수를 보았다. 애초에 다리에 부상을 입고 기진한 탓인지 그는 무릎이 꿇린 엉거주춤한 자세로 백발검귀와 마주보고 있었다. 일행이 당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안 보이는 홍제수의 모습에 불안한 마음에 봉태산은 크게 소리 쳐 그의 이름을 불렀다.


"홍숙! 우리가 도착했소! 무사하시오?"


그 소리를 들은 백발검귀는 봉태산을 보며 홍제수를 대신에 대답하였다.


"홍숙? 이자를 말하는 거라면 안심해라. 아직 숨은 붙어있으니 말이다."


백발검귀의 말에 다시 홍제수를 유심히 관찰한 봉태산은 그의 어깨가 아주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백발검귀의 말이 바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방금까지는 말일세."


서걱-


미끼를 유인하는 용무가 끝났다 생각한 것인지 백발검귀는 필요가 없어진 홍제수의 목을 간단히 쳐서 날려 보냈다. 몸통과 분리된 홍제수의 머리가 밤하늘을 가르는 포물선을 그리며 일행의 발밑으로 날아왔다.


"으아아...홍숙!"


봉태산은 자신과 나지안을 대신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홍제수의 머리를 끌어안고 오열했고 그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한 두영모는 분노의 감정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일갈했다.


"이...어찌...전의를 상실한 사람을 이리도 처참하게 죽일 수 있단 말이냐! 내 강호의 소문이란게 무릇 과장되기 마련이라 생각했건만 네 놈은 소문보다 더 악독한 놈이었구나. 내 반드시 너를 죽여 홍 대협의 원한을 풀리라!"


말을 마친 두영모는 본격적인 전투에 대비해 자세를 낮추어 내기를 끌어올렸고 나머지 일행 또한 검을 꺼내들어 곧 이어 일어날 격전을 준비했다.


"말은 번드르르하게 해놓고 무기만 꼭 쥐고 낑낑대는 게 겁먹은 개새끼들 같구나. 이 밤이 영원할리 없으니 내 먼저 움직이도록 하지."


말을 마친 백발검귀가 검과 함께 몸을 날렸다. 첫 상대가 된 것은 일행 중 기세가 가장 강맹해보이는 두영모였다. 순간 자신의 코 앞으로 쏘아지는 백발검귀의 검의 기세에 흠칫 놀란 두영모는 착란마저 정도로 날카롭게 느껴졌다.


'저 새하얀 달빛 한 줄기에 제 검과 몸을 숨길정도라니 이 자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고수다. 내 오늘 여기서 뼈를 묻을 수도 있겠구나!'


백발검귀의 경지에 놀란 것도 잠시 두영모는 능숙하게 몸을 피한 두영모는 그의 검을 발로 누른 뒤 내력을 담은 일 장을 내질렀다. 허나 아무렇지 않게 검을 빼낸 백발검귀는 오히려 그 반동을 이용해 짧은 원을 그리며 두영모의 팔을 베어나갔다.






"조심하시오, 강맹한 공격 일변도로 가기엔 상대는 위험한 자요."

"고맙소, 봉씨 형제!"


공격해 나간 팔이 그대로 잘려 나갈 순간 양 옆에서 봉씨 세가의 형제들이 검을 맞대어 백발검귀의 공격을 막아 두영모는 한 시름을 덜 수 있었다. 천만다행이었던 두영모의 처지와 달리 백발검귀는 회심의 공격도, 별다른 한 수도 아니었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검을 회수해 계속해 공격을 이어나갔다.


차세대 정파 무림을 이끌어나갈 육신성 중 다섯을 동시에 상대하며 백발검귀는 시종일관 공세를 단 한차례도 넘겨주지 않고 있었다. 오 인을 상대하는 한 명의 일방적인 공격! 하물며 그 상대들이 어지간한 중소 문파의 장문인 이상의 무위를 갖춘 무인들이라는 게 더욱더 그들에게 백발검귀의 수준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홀로 다수를 상대하며 지칠 법도 하건만 오히려 지친 기색이 드러나는 건 육신성 쪽이었다. 무공 수준의 역순인 봉태산, 공완정, 나지안과 봉태석을 차례로 일행의 의복과 피륙에 조금씩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에야 가벼운 생채기 수준이지만 이것은 제방(堤防)에 실금이 가기 시작한 상태로 한번 구멍이 뚫려 물이 새기 시작한 둑은 언제 무너질 줄 모르기 마련. 일행의 운명이 풍전등화로 무너지기 전 기사회생의 순간이 왔다. 그리고 그 역할을 맡은 건 다름 아닌 나지안이었다.


일행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백발검귀의 검을 홀로 맞받아치기 시작하더니 여태 공격 일변도였던 백발검귀의 공격을 반격해 나아가 그에게 역으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기어이 매서운 일검을 내지른 그녀는 마침내 백발검귀를 뒤로 몇 걸음 물러나게 만들었다. 덕분에 백발검귀에 몰려 곤경에 처한 육신성은 잠시나마 숨을 고를 여유를 갖게 되었다.


"헉...헉...나 소저, 이런 상승의 무공을 가지고 있었소?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쓰지 않았소? 그렇다면 홍숙도 저렇게는..."

"..."

"그게 아니다, 태산."

"네? 그게..."

"나 소저, 자세한 이야기는 이후에 듣겠소."


무려 백대 고수인 백마권 최염과 적신창 매융의 합격을 뚫고 그들을 처치한 백발검귀이다. 그 추정 무위가 가히 강호 이십대 고수 안팎이라는 그를 일순간이나마 압도한 나지안은 그렇다면 강호 이십대 고수의 경지에 이른 것일까?


뒤로 물러선 백발검귀는 나지안의 검이 스쳐간 자신의 뺨에 손을 대었다. 얇게 베여진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슬쩍 피를 닦아낸 백발검귀는 나지안을 보며 미친듯이 폭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핫! 우하하하하!"


백발검귀의 광소(狂笑)에는 중후한 그의 내력이 그대로 실려있었고 격전으로 인해 지쳐있던 육신성 일행은 속이 진탕되어 일렁였고 작은 내상을 입게 되었다. 그리고 웃음을 멈춘 백발검귀는 정색하며 표정을 가라앉힌 뒤 차갑게 나지안을 쏘아 보았다.


"네 검술로 보아 대성파의 계집인 것이 분명하거늘 어찌 이런 해괴한 검을 익혔느냐? 강호제일검이라 자부하던 대성이 뒤에서 이런 추잡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니...그것 참 재미난 일이야. 안그러냐, 아이야?"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법이죠. 무긍봉익(無極鳳翼)의 검으로 살육을 일삼는 당신처럼요. 백발검귀, 아니 천뢰검(千雷劍) 벽문천!"


"아니, 그럼 저자가 바로?"


"네,백화혈사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혈마의 후예인 백화장주 벽문천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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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귀서역로( 歸西域路)-1 +3 22.05.29 180 7 9쪽
39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10 +3 22.05.28 172 7 9쪽
38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9 +2 22.05.28 175 5 10쪽
»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8 +2 22.05.27 171 8 10쪽
36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7 +2 22.05.27 184 8 11쪽
35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6 +2 22.05.26 184 10 17쪽
34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5 +2 22.05.26 194 10 13쪽
33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4 +2 22.05.25 202 10 13쪽
32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3 +1 22.05.25 201 11 13쪽
31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2 +1 22.05.24 201 11 13쪽
30 백발검귀 토벌전(白髮劍鬼 討伐戰)-1 +2 22.05.24 236 12 11쪽
29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2 +2 22.05.23 214 11 13쪽
28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1 +2 22.05.22 219 11 11쪽
27 망자회향(忘子回鄕)-7 +2 22.05.22 233 11 17쪽
26 망자회향(忘子回鄕)-6 22.05.21 223 9 11쪽
25 망자회향(忘子回鄕)-5 +2 22.05.21 241 9 12쪽
24 망자회향(忘子回鄕)-4 +3 22.05.20 239 11 12쪽
23 망자회향(忘子回鄕)-3 +5 22.05.20 251 11 17쪽
22 망자회향(忘子回鄕)-2 +3 22.05.19 254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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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사제지연(師弟之緣)-5 +1 22.05.17 29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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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제지연(師弟之緣)-3 +2 22.05.16 324 16 13쪽
14 사제지연(師弟之緣)-2 +2 22.05.15 339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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