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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부엌칼 전사의 이세계 평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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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20.01.26 12:39
최근연재일 :
2020.04.1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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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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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상 속으로(5)

DUMMY

[다시 세상 속으로 – 5]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지는 모투 제국의 기사단을 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마디씩 투덜거렸다.


“부모 잘 만나서 기사가 된 주제에 거들먹거리기는.”

“나도 귀족 부모를 만나서 그 돈으로 좋은 스승을 사고 그 스승에게 마나 수련법을 배우

고 그랬다면 저 중에 하나가 됐을텐데.“

“글쎄 니 재능으로는 귀족가문에 태어났어도 일반 기사단원도 되기 힘들었을걸. 그런데 저 ‘검은 방패’ 기사단의 일원이 된다고? 태양신 켈타스의 비웃음이 들리는 듯 한데.“


사람들이 투덜거림을 말없이 듣고 있던 아이언 스타가 ‘검은 방패’ 라는 말에 입을 열었다.


“검은 방패 기사단이 뭐요?”

“이봐 아이언 스타. 자네 고향은 어디 남부대륙이라도 되는가. 검은 방패을 모르다니.”

“맞아. 내 고향은 필카우 섬이다.”


필카우 섬.

북부 대륙과 남부 대륙을 가르는 해협의 끝에 위치한 섬으로 모투 제국의 영향권 밖이다.

남부 대륙을 장악하고 있는 시스티아 공국은 해양강국이었다.

300년전 광활한 북부대륙을 평정한 모투 조비로우는 해협을 건너 시스티아 공국을 침략했다.

대륙이라 불리긴 하지만 남부대륙의 크기는 북부 대륙의 1/4 크기였다.

면적으로 따지면 북부대륙의 자치령 중의 하나인 푼타 지역과 흡사했다.

그렇기에 국력으로 따지면 모투 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남부대륙의 시스티아 공국이 모투 제국의 자치령이 되기를 거부한 것은 거칠기로 유명한 해협과 그 해협을 주름잡는 해군력을 믿었기 때문이였다.


모투 제국은 강력한 육군을 태운 수배척의 선단을 앞세워 밀고 들어갔지만 시스티아 공국의 해군에게 분쇄되었다.

상륙 한 번 못해보고 수만명이 바다에 수장되버린 것이다.

그 이후 평화협정을 해협 끝에 위치한 필카우 섬에서 맺었다.


필카우 섬도 말이 섬이지 남부대륙의 1/5 에 육박하는 넓은 나라였다.

필카우섬은 양쪽 세력의 완충지대에 위치했다는 지정학적 이점으로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참 멀리서도 왔네. 자네 방패용 무톰지라고 들어봤나?”

“필카우 사람들도 모투 제국의 창시자 모투 조비로우와 트라치온, 울바르. 무톰지. 성스러운 쓰리 드레곤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있소.”

“그래 알고 있군. 정복전쟁에서 울바르는 죽었고, 트라치온은 행패를 일삼다가 쫒겨났지.

아마 어디가에서 암살당했을 거라는 게 중론이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드레곤이 방패용 무톰지인데 무톰지는 모투 제국 기사단의 수장이야. 모투 기사단 내에서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 뽑아서 무톰지의 직속 부하가 되는데 그들을 ‘검은 방패’ 기사단이라 부르지. 방금 우리 앞을 스치고 지나간 오만불손한 기사나으리들이네.“


트라치온조차도 껄끄러운 개미들이라고 욕을 퍼부으며 섬을 떠나게 만든 모투 기사단 내부의 엘리트 조직 ‘검은 방패’.

안개섬에 도착해서 무톰지의 사체를 발견하면 당연하게도 트라치온을 향해서 복수의 칼날을 세울 것이다.

트라치온도 그게 두려워서 상처를 치료한다는 핑계를 대고 도망간 것이겠지.


무톰지의 마정석이 내 안에 고이 모셔져 있기는 했지만 어쨋든 검은 방패 기사단이 날 무톰지의 살해자로 의심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마주칠 일도 없을 것이고.




* *



두시간여를 걸어간 뒤에 우리는 숲 입구에 도착했다.


우리는 숲으로 들어섰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던 아이언 스타가 풀숲의 한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핏자국이 있어. 이쪽으로”


수년간 이 근방에서 사냥꾼으로 살아온 아이언 스타가 우리의 길잡이가 되었다.

몬스터의 흔적을 쫓는 일은 쉬웠다.

사냥감의 말라붙은 핏자국이 땅바닥이며 마른 잎이며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그 핏자국을 따라 숲 안쪽으로 계속 들어갔다.


“생각보다 쉽게 잡겠군. 이렇게 사방에 흔적을 남겼으니.”


주저없이 쭉쭉 직진하고 있는 아이언 스타의 뒤를 따르며 로퍼가 말했다.


“그러게. 지능이 좀 있는 몬스터라면 자신의 발자국이나 사냥감의 핏자국을 지웠을텐데. 상당히 멍청한 몬스터인가봐.“


발라딘이 맞장구를 쳤다.

숲 속에 사는 곰 정도의 야수만 되도 자신의 둥지가 다른 야수들 혹은 사냥꾼에게 발각되는 걸 두려워해서 발자국을 지우며 다니거나 위장 통로를 만들어두기도 하는데 이 놈은 그런 페이크 모션이 전혀 없었다.

힘이 좋고 포악한데 지능이 확연히 떨어지는 몬스터임이 분명했다.


“우리를 유인하는거야”


아이언 스타가 뒤에서 시시덕거리는 우리를 경멸하듯 차갑게 내밷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우리를 유인하다니요?”


스투비아가 아이언에게 물었다.


“흔적이 너무 강렬해. 이건 마치 자기 집으로 찾아오라고 표지판을 세워둔 꼴이야.”

“에이 그럴 리가...”

“나두 용병으로 여기 처음왔다면 당신들처럼 생각했을거야. 하지만 난 여기 살고있지.

이 몬스터가 처음 나타났을때부터. 마을을 습격해서 가축을 물어가거나 사람을 물어갔을 때 이놈은 매우 영리하게 움직였어. 그런데 자기 집 앞마당에서 이렇게 허술하게 흔적을 남긴다? 말이 안되지. 이건 유인이다.“


토박이 사냥꾼의 이점을 살려서 아이언이 의견을 내놓자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배어들기 시작했다.


유인이라면 우리와 마주쳤을 때 도망가지는 않겠군. 좋아. 후다닥 때려잡자.


마른침을 삼기키던 뚱땡이 스비투아가 날 보며 말했다.


“무코씨 지금 웃고 있는건가요?”


몬스터가 우리를 유인하고 있을 것이라는 아이언의 말을 듣고 내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나보다.


“몬스터가 이쁜짓을 한다길래.”


실컷 경고랍시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일장연설을 늘어놓던 아이언은 벙찐 얼굴이 되어 날 바라보고 나머지 인원들도 긴장감이 배어있던 눈빛이 어이없음으로 바뀌었다.

오로지 로퍼만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무코 이친구 나랑 배포가 맞는구만. 유인이건 나발이건 몬스터가 나타나면 때려잡으면 되는거야. 우리를 피해서 도망간다면 쫓느라 피곤할 뻔 했는데 오히려 잘 됐군.“


나 역시 로퍼와 같은 생각이였다.


“몬스터는 자각하고 있는거야. 이 근방에서 자신보다 강한 생명체는 없다는 것을. 그러기에 자신의 둥지로 이어지는 흔적을 지우지 않은 것이다. 누가 오든, 무엇이 오든 자신의 먹잇감이 될 뿐이라고 여기는거지.“


상대를 가볍게 여기는 나와 로퍼가 못마땅한 듯 아이언 스타가 나무라듯이 말했다.

발라딘이 나와 로퍼를 번갈아 보며 눈을 마주치며 아이언의 말에 힘을 보탰다.


“아이언의 말이 맞아. 용병 파티를 두 팀이나 박살낸 놈이잖아. 조심하자구. 친구들.”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몬스터의 자신감이 이해가 됐다.

물 구덩이 근처에서 사람 네명의 시체를 발견했다.

모두 남자였다.

네구의 시체는 공통적으로 내장이 텅 비어 있었다.

몬스터는 고기나 다른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내장만 파먹었다.


염병할 놈. 먹을 게 차고 넘친다는 거구만.


몸에 걸치고 있는 갑옷과 주변에 뒹굴고 있는 무기들로 보아서 이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고용된 첫번째 용병 팀인 듯 보였다.


누더기 꼴이 된 갑옷은 쓸모가 없었지만 무기들은 챙길 만 했다.

인벤토리가 비어있다면 간만에 전쟁터의 스캐빈져로 되돌아갈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사람의 시체를 보며 아쉽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스스로 놀라웠다.

21세기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무자비함이지만 이세계의 막장을 굴러다닌 3년의 시간이 날 완벽하게 중세의 야만인으로 바꾸어 놓았다.


네 구의 시체를 뒤로 하고 몬스터의 흔적을 쫓아서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핏자국과 몬스터의 발자국이 우리를 안내했다.


숲은 더 깊어졌다.

울창한 나뭇잎에 햇빛이 가려져 대낮임에도 어둡고 음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어디선가 부패한 냄새가 풍겨왔다.

방향을 냄새가 풍겨오는 쪽으로 잡았다.

얼마가지 않아서 여섯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앞서 목격했던 네명의 용병들과 상태가 흡사했다.

갑옷들은 누더기가 되었고 내장을 파먹혔다.


그대로 계속 전진했다.

아이언이 알려주지 않아도 몬스터의 둥지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일행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내 숲 안쪽에 공터가 나왔다.

공터가 끝나는 지점에는 급경사로 이루어진 절벽이 벽처럼 막아서고 있었다.

저 벽을 타고 오르면 아마도 고원과 이어지리라.


공터와 절벽이 만나는 지점에 동굴이 있었다. 사실 동굴이라기 보다는 절벽의 밑 부분을 움푹 파낸버린 듯한 공간이었다.

접시 위에 담겨있는 푸딩의 아래 부분을 숟가락을 파낸 모양과 흡사했다.


“여기 이런 곳이 있었군.”


아이언의 드넓은 동굴 입구를 살피며 말했다.


“자네도 처음인가 보구만.”

“이렇게 고원과 연결되는 지점까지는 올 일이 없었소.”


우리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도 널찍했는데 안에도 널찍했다. 이건 뭐 거의 터널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둡지가 않았다.

저 안쪽에도 어딘가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널찍한 통로를 삼십분정도 들어갔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왔다.


통로는 오른쪽으로 꺽이고 있었다. 물소리는 그 오른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커브를 틀자 신세계가 펼쳐졌다.

환한 태양빛이 쏟아졌다.

꽃밭이었다.

축구장 몇개를 붙여놓은 듯한 넓은 공간에 무릎 정도로 자란 꽃들이 만발하고 저 멀리에서 폭포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봤다. 꽃밭의 면적과 동일한 크기의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여기를 동굴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일단 동굴 천장에 뚫려있는 구멍의 두께가 거진 백미터는 되보였다.


축구장 서너배 넓이의 꽃밭을 바라보는데 어랏.

청색으로 반전되어 보이는 꽃들이 있었다.

미션 재료다. 게다가 청색이다. 이게 얼마만에 구경하는 미션재료인가.

다가가서 손으로 터치를 했다.


-띠링


오랜만에 상태창이 허공에 나타났다.


[미션 재료 시슬리꽃을 발견하셨습니다.]


흐믓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데 한 구석에서 발라딘의 외침이 들렸다.


“여기 시체가 있다.”


주변을 탐색하던 토벌대 일행들이 발라딘 쪽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곳에는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열구가 넘는 시체들.

앞서 발견한 용병들의 시체와 비슷했다.

로퍼가 아이언을 보며 말했다.


“잡혀갔다는 마을 사람들인가? 숫자가 많은데.”


아이언의 시체들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아니요.”

“고용된 용병이 더 있었다는 말인가?”

“오면서 발견했던 용병들의 시체. 그게 전부요.”

“그럼 이자들은 뭐지?”


일행은 시체들의 갑옷과 무장 상태에 살펴보고 있었지만 내 눈은 시체들의 배낭을 주시하고 있었다.

튿어진 배낭 안에 시슬리 꽃이 가득 들어있었다.

시슬리 꽃은 그저 꽃이였다. 관상용으로도 취급되지 않는 아무 쓸모없는 야생화.


이세계에서 음식의 재료나 약재등으로 쓰였다면 내가 진작에 상점에서 구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슬리 꽃은 아무도 취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 시체들은 배낭에 시슬리 꽃을 가득 채우고 있는것일까?

혹시 어딘가에 나와 같은 음식 미션을 받은 ‘지구인’ 이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과 내가 만날 수 있다면,

그 ‘지구인’ 과 연합해서 움직일 수 있다면,

미션을 완료할 가능성이 훨씬 커질 터였다.


하지만 시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저 이 시체들도 내장만 파먹힌 걸로 봐서 동일한 몬스터에게 당했다는 것 밖에는.


그때 내 콧속으로, 내 귓속으로, 내 피부로 어떤 느낌이 밀려들었다.


빛이 들지않는 동굴 안쪽의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가 나를, 우리 일행을 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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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드레곤과의 동거 (7) 20.03.10 116 0 12쪽
20 드레곤과의 동거 (6) +2 20.03.06 120 0 13쪽
19 드레곤과의 동거 (5) 20.03.05 111 0 13쪽
18 드레곤과의 동거 (4) 20.03.04 128 0 12쪽
17 드레곤과의 동거 (3) 20.03.03 136 0 12쪽
16 드레곤과의 동거 (2) +1 20.03.02 121 1 12쪽
15 드레곤과의 동거 (1) +1 20.02.28 134 0 13쪽
14 오염된 섬 (4) 20.02.27 125 0 13쪽
13 오염된 섬 (3) +1 20.02.25 132 1 13쪽
12 오염된 섬 (2) +1 20.02.24 127 0 12쪽
11 오염된 섬 (1) 20.02.21 134 0 13쪽
10 피치리오 던젼 (10) +1 20.02.20 137 1 14쪽
9 피치리오 던젼 (9) 20.02.19 131 0 13쪽
8 피치리오 던젼 (8) 20.02.18 1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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