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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부엌칼 전사의 이세계 평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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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20.01.2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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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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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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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곤과의 동거 (7)

DUMMY

[드레곤과의 동거-7]




그런데 트라치온은 왜 이런 섬에 쳐박혀 사는 것일까?


“왜 이 섬에 숨어 사냐고? 오해다. 난 지금 작전상 일보 후퇴를 했을 뿐이야.”

“작전상 후퇴?”

“그래. 나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신을 쫓아낸 모투 제국의 권력자들은 이제 다 죽었을텐데.”

“나의 적은 아직도 살아있다.”


이세계 원주민들 중에서 마나를 수련하는 이들은 장수를 누리는 편이다.

보통 백년은 넘게 살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백오십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백년도 넘게 사는 인간이 있단 말인가.


아, 트라치온을 쫓아낸 모투 제국의 정적 중에는 인간만 있는 게 아니다.

방패용 무톰지.


“설마 트라치온, 당신의 적이란 게... 드레곤 무톰지?”


트라치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톰지가 그렇게 무시무시한 용이요? 당신도 무서워서 피할 정도로?”

“닥쳐! 일대일로 붙으면 나 트라치온이 무톰지 따위한테 질 거 같은가.”

“그럼 왜 여기 쳐박혀있는거요?”

“모투 제국의 기사단 ‘검은 방패’ 와 전투병단 ‘실비너의 아이들’ 때문이지. 그놈들은 좀 성가시거든.”

“그 기사단과 전투병단이 수백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트라치온, 당신과 싸움을 한다고? 왜그런거요? 당신한테 살해당한 사람들의 후손들로만 죄다 골라서 뽑기라도 했나?”

“그런게 아니고 기사단의 수장이 무톰지거든. 물론 기사단을 지휘하는 인간 수장은 따로 있지. 하지만 무톰지는 그 기사단 개미들의 정신적 지주라서 특히 무톰지의 직속부대나 다름없는 ‘검은 방패’ 기사단은 무톰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자기들 아버지에게도 덤벼들 놈들이지.”

“.....“

“무톰지 이름을 들으니 열이 뻗치는구나. 치솟는 울화를 다스리기에는 역시 술이 최고지.“


트라치온은 저장고에서 술통을 꺼내와서는 뚜껑을 땃다.


“짜장아. 혹시라도 내가 취해서 하늘을 날려고하면 말려야한다.”

“알았소.”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술먹을때마다 버릇처럼 중얼대는 말이였다.

비행을 막으라고? 아니 금발머리 사람의 형체로 비행하는 거라면 바짓가랭이라도 붙잡고 말려보겠다. 하지만 거대한 드레곤으로 변해서 날개를 퍼득거리는데 그걸 내가 무슨 수로 뜯어 말린단 말이냐.


안 말려 본 것도 아니다.


말려보겟다고 그 앞에서 설레발을 치다가 퍼득거리는 날개에 얻어맞고 공중으로 나르기가

수차례였으며 휘두리는 꼬리에 가격당하고 땅바닥에 거꾸로 쳐박히기가 수차례였다.

주폭이 따로 없었다.


“근데 왜 술 취해서 비행하는 걸 말려달라 하는거요?”


음주비행한다고 딱지떼는 교통경찰이 있는것도 아닌데.


“취하면 나도 모르게 폭주를 하게 된다. 이 섬에서 아주 멀리 아주 높이까지 날아다니다가 오게 되지.“

“그게 왜 문제가 되는거요?”

“무톰지의 눈이 세상 곳곳에 있다. 그 눈들에게 발각당할 염려가 있지.”

“역시. 무톰지를 무서워하는거군.”

“닥쳐. 무서운게 아니라 성가셔지는게 싫을뿐이야.”

“역시. 무서워서 이 섬에 피해있는 거로군.”

“닥쳐. 작전상 일보 후퇴중이라구.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라구.”

“흠.... 반격의 기회를 이백년도 넘게 엿보고 있는 건 좀...”


열올리던 트라치온이 서늘하게 말했다.


“오늘 대련의 난이도는 역대 최고가 될 것이다. 트라치온의 이름으로 약속 해주마.”


헉, 불똥이 이런식으로...


“음주 후 비행하기 딱 좋은 날씨요.”


내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날씨는 개뿔.


이 섬은 트라치온의 가스 독무와 섬 외곽을 싸고 도는 해류의 지형적 특성으로 날이 맑은 적이 거의 없다.

지금도 구름이 두텁게 층을 이루고.... 응?


두터운 구름층을 뚫고 어떤 비행체가 빠르게 섬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뭐가 오고 있소.”


점으로 보이던 비행체가 점점 확대되었다.

비행체는 날개를 좌악 펴고 후방에 긴 꼬리를 달고 있는 도마뱀처럼 생겼...응?


뭐야 이거?


섬을 향해 급강하하고 있는 낯선 비행체는 드레곤이었다. 검다 못해서 온몸이 새까만 드레곤이였다.


트라치온이 급강하하는 검은 드레곤을 보고는 경악하며 외쳤다.


“무톰지!”


무. 톰. 지.


트라치온이 날 향해서 빠르게 말했다.


“짜장아. 너는 빠져.”

“내가 돕지 않아도 되겠소?”

“푸하하. 세련된 방식으로 나를 능멸하는군. 나와 무톰지의 문제다. 너는 상관이 없어.”


나는 공터 근처의 수풀로 몸을 숨겼다. 드레곤의 대결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는 것인가,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 쿵


검은 드레곤이 트라치온이 서있는 동굴 앞 공터에 내려앉았다.

육중한 몸체를 뒤덮고 있는 비늘은 묵빛이었다.

깊고 어두운 블랙.

비늘은 광택과 윤기가 돌아서 얼굴이 비칠 정도였다.

같은 드레곤임에도 트라치온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었다.


묵빛의 거대한 드레곤이 자기 코 앞에 서있는 아이보리 백발의 여인을 향해 묵직한 저음을 토해냈다.


“아름답군. 여전히.”


뭐야,이 깜장 도마뱀. 마치 오랜만에 해후한 연인들이나 주워섬길 오글거리는 대사를 쳐날리다니.


트라치온이 눈에서 냉기를 쏟아내며 코웃음을 쳤다.


“내 몸은 아름답지.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알려줄까? 송곳니다. 무톰지, 니 숨통을 끊어줄 송곳니.“


트라치온의 송곳니가 뱀파이어처럼 솟아오르며 입술 위로 삐죽 모습을 드러냈다.


- 파지칙.


무톰지의 몸에서 번개와도 같은 전기장이 퍼지면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전기장과 검은 연기 속에서 드레곤의 형체를 하고 있던 무톰지는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후드가 달린 검은색 로브와 망토를 걸치고 있는 짙은 갈색 피부의 거한이 검은 연기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삼백년만에 만나는데 인사가 과격하군.”


갈색 피부의 거한으로 변한 무톰지가 트라치온의 입술을 비집고 솟아나온 송곳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이 섬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이 지역의 어부들에게 소문이 퍼졌나? 이곳에 드레곤이 살고 있다고?”

“잘 알고 있구나. 소문이 퍼져서 결국 모투 제국의 기사단에게까지 들어왔지.”


트라치온이 미간을 찡그리며 화를 냈다.


“빌어먹을. 역시 술이 문제야. 술에 취해서 하늘을 좀 날아다녔더니 바로 너에게 발각되버리는군.”


무톰지가 후드를 뒤로 제끼며 얼굴을 드러냈다. 대머리에 구렛나루 수염이 덥수룩했다. 털의 밀집도가 코 밑을 경계로 해서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었다.


“술에 취해 사고를 친 너의 역사는 유구하지. 넌 늘 한결같아.”


트라치온이 마치 골치가 쑤신다는 듯 찡그린 미간에 손가락을 대며 말했다.


“이 대륙에 얼마나 많은 첩자들을 심어놓은거냐? 이런 시골의 어촌에까지 첩자가 있을 줄은 몰랐네.”

“그건 좀 다른 얘기야, 트라치온. 모투 기사단이 너의 존재를 알게 된 건 확실히 얼마전에 입수된 첩보를 통해서였지만 기사단과는 별개로 나는 니가 이 섬에 숨어지내는 걸 이미 수십년전부터 알고 있었다.”

“수십년 전에 알고 있었다고? 그런데 왜 이제 온거냐?”


무톰지가 굵은 뼈마디의 손가락으로 턱수염을 훑어 내렸다.


“너 스스로 오해를 풀고 니가 날 먼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트라치온. 그 길만이 너와 내가 화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지.”

“그래? 근데 어쩐다. 난 아직 오해가 안 풀렸고 널 보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 모투 제국의 궁전 깊숙이 쳐박혀있는 너의 둥지로 다시 돌아가라.”

“말했잖아. 이미 모투 기사단에서 너의 존재를 알아버렸다. 내가 돌아간다고 일이 조용히 해결되지는 않는다구.”

“흥. 내가 모투 기사들, 그깟 개미들을 두려할 줄 아는냐.”

“그리고, 덧붙이자면 나도 이제 더는 기다려줄 생각이 없다. 니가 오해를 풀든 말든 상관이 없어졌어.”

“......”

“트라치온. 너의 심장을 가져가야겠다.”


무톰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마치 트라치온에게 맡겨놓았던 자신의 물건이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그래서 이제 가져가야겠다는 듯 담담하게 말을 했다.


‘새끼, 더럽게 똥폼잡네.’


무톰지는 개다리를 후들대며 똥폼잡는 습성이 배어있는 놈이였다.


저런 놈들을 탄치오의 시장 뒷골목과 용병 판자촌에서 참 많이도 마주쳤었다.

별볼일없는 양아치들과 용병 찌그래기들도 나만 만나면 똥폼을 잡아댔지.

나의 왜소한 체구와 내 체구보다 더 왜소하고 볼품없는 부엌칼을 비웃으면서 목소리를 바닥에 착 깔고 개다리를 후들대며 똥폼을 잡아댔지.


그래, 나는 저런 놈들을 혐오했다.

트라치온, 저 새끼의 반질거리는 대머리를 뽀개버려!


“머리가 나빠서 기억이 잘 안나는가본데 삼백년전에 넌 내게 거의 죽을뻔했어. 너의 그 찌끄레기 기사단 놈들이 방해하지 않았다면.”

“맞아. 난 거의 죽을 뻔했지. 친구들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래서 친구가 좋은거다, 트라치온. 세상 혼자사는 너는 알기 어렵겠지만.”

“닥쳐!”


트라치온의 날렵한 몸이 로브를 걸친 거구의 몸을 향해 돌진했다. 무톰지가 두 팔을 허공으로 펼치자 검은색 망토가 펄럭거리며 순식간에 검은연기가 바닥에서 피어올랐다.

검은연기는 무톰지의 몸을 감싸며 반원형의 방어막을 형성했다.


무톰지를 향해 쇄도하던 트라치온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채 오른손을 쭈욱 뻗어서 검은 연기의 방어막을 향해 찔렀다. 손바닥을 펴서 수도모양을 한 트라치온의 오른손이 검은 연기 방어막에 닿자 표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 치직,치지직.


동시에 방어막의 표면에서 검은 연기 한줄기가 덩굴가지처럼 뻗어나오더니 트라치온을 향해 채찍처럼 날아들었다.


- 쉭.


트라치온이 공중제비를 돌며 방어막에서 뻗어나온 검은 채찍을 피했다.

검은 채찍이 땅바닥을 때렸다.


- 쿠앙!


굉음이 터지면서 꾸불 꾸불한 채찍의 형태 그대로 땅바닥이 움푹 패였다.

목표가 빗나가버린 채찍이 허공을 회전하더니 다시 트라치온을 향해 날아들었다.


트라치온의 오른팔에서 자주빛 에테르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에테르는 검기의 형태가 되었다. 트라치온이 그 오른팔을 휘둘러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은 채찍을 베었다.


방어막의 몸통과 연결된 부분이 잘려져나간 검은 채찍이 바닥에 떨어졌다. 잘려져 나간 검은 채찍은 한동안 뱀처럼 바닥에서 꿈틀거리다가 피시식 연기를 뿜어내며 사라져버렸다. 검은 채찍이 있던 자리에는 벽난로의 검댕이처럼 보이는 흔적이 남았다.


곧이어 무톰지의 방어막에서 제2,제3의 검은 채찍들이 튀어나와서 트라치온을 공격했다. 트라치온도 이제는 양손에서 에테르의 검기를 뿜어내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채찍들을 순식간에 잘라버렸다.


다음 채찍이 뻗어나오기 전에 트라치온은 방어막 표면에 접근해서 오른손을 뻗었다.

트라치온의 오른손 수도가 마치 검처럼 검은 연기 방어막에 박혔다. 박힌 부분에서 하얀색의 자기장이 허공으로 퍼져나가는 번개처럼 피어올랐다.


“내 방패를 뚫을 수 있겠느냐, 트라치온.”


검은 연기 방어막 안에서 무톰지가 이죽거렸다.


트라치온이 오른손이 먼저 박혀있는 자리에 왼손을 밀어넣었다. 닫혀있는 문을 열려는 자세가 되었다. 트라치온의 이마에서 힘줄이 돋아났다.


“삼백년 전에도 뚫었고 지금도 뚫을 수 있지.”

“말했지않나. 난 삼백년전의 그 무톰지가 아니라구.”


트라치온이 이빨을 꽉 다물었다.


“나도 그 시간동안 놀고 있지는 않았거든. 이 깜둥이 새끼야.”


트라치온의 눈에 핏발이 서렸다.


검은연기 방어막 안에 있는 무톰지의 로브와 망토가 허공에서 펄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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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곤과의 동거 (7) 20.03.10 1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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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드레곤과의 동거 (3) 20.03.03 136 0 12쪽
16 드레곤과의 동거 (2) +1 20.03.02 1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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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오염된 섬 (4) 20.02.27 126 0 13쪽
13 오염된 섬 (3) +1 20.02.25 133 1 13쪽
12 오염된 섬 (2) +1 20.02.24 127 0 12쪽
11 오염된 섬 (1) 20.02.21 134 0 13쪽
10 피치리오 던젼 (10) +1 20.02.20 139 1 14쪽
9 피치리오 던젼 (9) 20.02.19 1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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