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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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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최근연재일 :
2022.06.25 23:42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0,935
추천수 :
934
글자수 :
179,054

작성
22.06.15 12:20
조회
413
추천
22
글자
10쪽

25화- 꿩 대신 오리

DUMMY

'어머, 귀여워.'




몽실몽실한 갈색 머리. 전신이 작고 가벼워 보이는데, 얼굴에만 찹쌀떡같이 미끈한 볼살이 붙어있었다.




[도연무, 20세 / 개인]




저런 애가 왜 소속사가 없지?




잠시 후, 전광판에 연이어 나오는 자막에 그 의문은 바로 사그라졌다.





[전 티에스 엔터테인먼트]





'역시 내가 보는 눈이... . 아냐, 아냐. 이건 아냐.'





대형 소속사 출신이었다는 간판을 달자 갑자기 더 근사해 보이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들어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자신의 그런 속물근성을 부정했다.




나이는 20세.




무슨 고등학생인 줄 알았더니, 스무살이었다.




'미자가 아니네? 다행... . 아냐, 아냐!'




나이를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든 안도감에 머리를 세차게 양옆으로 흔들었다.




혼자 앉아 자꾸만 헤드뱅잉을 하는 그녀를 돌출석 주변에 앉은 관객들이 흘끔댔지만 지금 그녀는 주변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사람 눈이 어떻게 저렇게 반짝반짝할 수 있지? 렌즈빨인가?'




남극이나 북극의 어딘가, 새하얀 설원에 무기력하게 드러누워 세상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빤히 바라보는 어린 물범 새끼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순해터진 눈망울이 꼭 저랬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나온 연습생 중 절반이 무대를 망쳤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아무리 태연해 보여도 속으로 무척 동요하고 있을텐데 카메라 앞이라고 저리도 차분히 행동할 수 있다니.

외모는 여려 보이는데 내면이 단단하고 차분한 성격인 것 같다.




'방송 체질이네.'




그냥 회귀해서 일어날 일 다 알고 있던 것 뿐이었지만, 자신이 이미 모든 걸 도연무에게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부정하던 그녀의 눈길이 스크린 속, [개인]이라는 글자에 한참을 머물렀다.





'다행이다, 쟨 소년가장 노릇할 일은 없겠구나.'





귀엽게 생겼으니 역대급 뚝딱이만 아니라면 아마 방송 타고 인기 꽤나 얻을 것 같다. 빈말로라도 정석 미남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매력이 있달까?



심사위원들도 그걸 느낀건지, 평가 내내 쌀쌀맞던 나애리도 저 아이에게만 자꾸 말을 걸며 신나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차분히 대꾸하는 도연무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웅성이던 옆자리 사람들의 대화 중 한마디가 그녀의 귀를 붙잡았다.





"하프물범 닮았어."





그 말에 그녀는 자신이 혼자 남들 대화를 엿듣고 있었단 것도 잊어버리고 '그래! 그거야!' 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일 뻔 했다.




이름이 생각이 안 났더니 바로 그거였다. 하프물범의 새끼. 성체가 되면 무척 흉포한 모습이 되지만 어릴 때에는 북극에서 가장 귀여운 생물일 그 바다표범의 새끼를 똑 닮아있었다.




특히 눈의 대부분을 차지한 저 갈색 눈동자가 매력적이다. 실력이 조금만 받쳐준다면 팬들을 국자로 새우젓 푸듯 쓸어담고도 남을 게 분명했다.





'좋겠네, 발목 잡는 기획사도 없고. 넌 방송만 타면 날아 오르겠구나.'




있으나 마나한 개x소 소속사에서 나온 탓에 방송으로 인기를 얻은 후에도 붙잡혀 소년가장 노릇을 해야했던 구최애가 떠올라 가슴에 또다시 아릿한 통증이 퍼져갔다.




'이건 다 노래 탓이야.'




지금 촬영장을 가득 메우며 울려퍼지는 저 테마곡, 하트비트의 멜로디 탓이다.



답지않게 두근돌의 테마곡들은 항상 이렇게 아련한 감상에 빠지기 좋은 댄스곡들이었다.




옆자리, 뒷자리 모두 친구끼리 와 저마다 잡담을 하는 속에 내내 혼자 앉아 집에 가자마자 커뮤니티에 접속해 '하프물범 닮은 애가 있었다'고 후기 남길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아마도 이번 시즌에도 몇년 전의 그녀와 같은 수천, 수만명이 밤낮으로 전쟁을 치루며 미쳐가는 내내 함께하게 될 음악이 시작되고 있었다.



벌써 몇번씩이나 제대로 된 무대를 하지 못하고 내려간 연습생들에, 처음에 동정 어린 탄식을 보내던 방청객들도 슬슬 지루함을 느껴갈 때였다.



이번에도 안 봐도 뻔히 예상되는 광경에, 절반은 무대를 보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떠드는 데에 바빴다.





- 느꼈어 Heat Beat 심장의 박동 지금 이순간




인트로가 거의 다 끝나갈 때까지도 두눈을 감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던 도연무가 눈을 떴다.



춤이 시작된 순간, 부산스럽던 방청석의 소음이 일시에 잦아들었다.






**




- 멈춰있던 마음을 움직였어

- 한번 더 강하게 널 끌어안아

- 절대 놓치지 않아 이번엔 반드시 널

- 널 발견한 이순간 결국 또한번 뛰는 이 심장

- 심장의 박동, 널 느꼈어 Heat Beat!





재키박은 아까부터 가슴 속에 들어차는 이상한 기분을 표현할 말을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이걸 뭐라고 하더라, 기억감? 기 무슨 감인데.'




답은 기시감이었다.




그러나 끝내 그 단어를 생각하는 데 실패한 재키박은 곧 노력을 포기했다.




'그런 거 알아봤자 돈 되는 것도 아니고, 상관없지.'




이득 될 것 없는 일에 절대 5초 이상 머리 굴리는 일이 없는 낙천성과 자신감이 자신의 매력이라 생각했다.




하여튼 저 알파카를 볼 때마다 들었던 이상한 느낌은 오늘에 와 극에 달해, 그의 안에서 자꾸 괜한 불안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지금은 그가 주식까지 보유한 임원으로 있는 중형 기획사로 들어가기 전, 어린 시절 있던 X소 기획사. 다 잊고 있던 그때의 연습생 시절이 자꾸만 생각나 자신조차 의아했다.




프로필에도 나오지 않고, 절대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는 과거지만 자신이 처음으로 데뷔를 준비했던 곳.



기억 속 자신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 없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살면서 한번도 마주친 적 없는 사람인데 내가 그런 사람을 대체 어떻게 알고 있던... .




'순철아, 형은... .'




또다.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에 생각을 멈춰야했다. 남자의 얼굴은 빛이라도 받은 듯 달걀귀신처럼, 마치 사진에서 한명의 얼굴만 도려낸 것처럼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지, 그런 얼굴을 한 사람이 세상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누구인지 도무지 기억은 나지 않는게.




'아니, 애초에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정말 있긴 했던 건가?'





저 도연무라는 새파란 꼬마를 볼 때마다 드는 기시감에 뭔가를 떠올리려 할 때마다 이랬다. 생전 두통같은 걸 앓아본 적 없이 단순하게 살던 그였는데.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에 도저히 생각을 더 이상 진전시킬 수가 없었다.



하나의 움직임도 빼놓지 않겠다는 듯 무대에 완전히 빠진 나애리의 눈이 흥분으로 반짝였다.



이미 칼날은 아까부터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이 정도면 아무리 칼날이 도연무의 탈락을 간절히 바라더라도 우기는 게 우스워질 상황.



재키박, 박순철은 심사 내내 쥐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등받이에 길게 누웠다. 굳이 따지고 자시고 할 것조차 없다.





"센터는, 정해진 것 같죠?"

"... ."





얼마나 집중해 있는지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있는 나애리의 눈이 흥분으로 반짝였다. 그 눈에 가득찬 희열에 소름이 끼쳐왔다.



동정심과 거리가 멀게 살아온 그조차 지금 무대 위에서 열연을 펼치는 저 연습생이 안쓰러워질 지경.




'꼬맹이, 불쌍하게 됐구만.'





변태같은 여자가 오랜만에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것 같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저 도연무란 꼬마는 꽤나 피곤할 거다.




"어때요 감선생. 이게 말이 되는 것 같아요? 고작 1주일만에 저 수준으로 올라가는 게?"

"... ."




평생 연습생들에게 춤을 가르쳐온 감주미조차 대답을 찾지 못해 입을 다물었다.



일주일 전에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 수준은 말이 되지 않았다.




"쟤는 당장 데뷔가 문제가 아니야."

"...어쨌건 관객 평가가 남아 있으니까요."





칼날의 고집스러운 말에 재키박은 말 없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대꾸할 필요도 없었다. 아까부터 방청석이 소음 하나 없이 조용해진 걸 보라.




"저건 연습생의 수준이 아니에요."




데뷔한 가수. 아니, 최소 수년 동안 수백번 이상의 무대 경험을 가진 노련한 가수나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이번 시즌은 정말, 한치도 앞을 예측할 수 없네요."




앞서 갑자기 무대를 중도포기하고 갔던 티에스의 에이스부터.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강은서가 무대 도중에 쓰러졌다. 무리한 판정에 방송에 내보낼 수 없더라도. 어떻게든 심사위원들이 그를 살려보려 했지만 제작진이 직접 준비했던 관객 평가라는 장치가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중도 포기자에게 방청객들 과반수가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이다.




'F.'




자기네 회사의 에이스가 초반부터 F등급을 받는 굴욕에 뒤집어질 티에스 담당자를 어떻게 달랠지 생각만으로도 유혜선의 머리가 아팠다.




잠시 후 무대가 끝나며, 스크린에 숨을 몰아쉬는 도연무의 얼굴이 가득 찼다. 카메라를 향한 시선처리마저 닳고 닳도록 무대를 해온 베태랑처럼 완벽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악!"

"아아악! 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악!!!



2, 3층이 모두 떠나갈 듯한 방청객의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 유혜선의 머리가 차가워졌다.




'그래, 꿩이 안되면 어차피 닭이 있으니까 말이지.'




어차피 방송에선 볼거리만 생기면 끝이었다.



티에스 담당자가 길길이 날뛰겠지만, 제이티브이가 고작 연예 기획사 하나의 눈치를 보느라고 모처럼 잡은 대어를 놓치는 걸 감안해야 할까?




유혜선의 눈이 무대를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객석을 찬찬히 살폈다. 몇몇은 아예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잠시 후 생각을 정리한 그녀의 입꼬리가 새초롬하게 말아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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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공방 후기, 그리고 파란 +2 22.06.16 444 21 11쪽
» 25화- 꿩 대신 오리 +3 22.06.15 413 22 10쪽
24 24화- 내가 또 덕질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 +3 22.06.14 408 23 10쪽
23 23화- 난 정말 네게 기대가 많아 +3 22.06.13 395 23 10쪽
22 22화- 나만 믿고 따라와 +2 22.06.11 405 22 11쪽
21 21화- 결전전야(決戰前夜), What’s the situation +2 22.06.10 418 23 12쪽
20 20화- 정말 괜찮은데 +1 22.06.09 439 26 10쪽
19 19화- 답답하면 직접 데뷔하자 +2 22.06.08 472 23 11쪽
18 18화- 서바 정병존(Zone)에 투신했던 사람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 +2 22.06.07 486 22 15쪽
17 17화- 상금 대신 센터라니 가성비갑이네 +2 22.06.06 525 28 12쪽
16 16화- 무서운 건 너 +2 22.06.04 558 24 10쪽
15 15화- 어디서 배운거죠? +3 22.06.03 553 22 12쪽
14 14화-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2 22.06.02 554 29 11쪽
13 13화- 다시 태어나도 +2 22.06.01 542 24 13쪽
12 12화- 빠져나가봐 +3 22.05.31 529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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