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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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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최근연재일 :
2022.06.2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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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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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빠져나가봐

DUMMY

12화- 빠져나가봐


도연무는 당황스러웠다. 뱁새 눈에 광대가 부각된 얼굴을 가진 대머리 랩 트레이너가 뭐라고 퍼부어도 그의 비브라늄 멘탈에는 어떠한 타격도 없었다.




도연무야 원래 멘탈이 형편 없는 놈 답게 살을 다 빼고나니 가만히 입만 다물고 있으면 세상 순진해 보이는 여리여리한 인상의 얼굴 가죽을 갖고 있었지만 그 속에 든 게 세상사 달관한 33세 아저씨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간절함?’




고개를 숙인 도연무의 눈은 래퍼가 간절함에 대한 폭풍 디스를 퍼붓는 내내 손가락마다 명품 브랜드 반지가 장식된 그의 거대한 양 손에 가 있었다.




‘어린 놈이 개나대네, 진짜.’




니가 한달에 세번도 고기 못 구워먹어 봤어? 33살에도 연예인인데 버스 타고 방송국 가봤어? 원룸 월세 못 내서 매달마다 다 늙어서 주인 아줌마한테 애교 부려봤어?




삼겹살 다 먹고 난 기름에 밥 볶아서 먹어 봤어어어어!




‘니들이 배고픔이 뭔지 아냐?’




자고로 연예인 인생 10년차 배테랑 이정무 선생(나) 왈, 망돌 인생 10년이면 생불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심사위원이라고 폼 잡고 앉아있는 놈들 중에 한명은 데뷔 동기고, 두 놈은 후배다. 저 안무가 아줌마 한 명이랑 나애리 빼고 다 나보다 어린 것들같은데?





[한달 수입이 50만원이었습니다. 컵라면으로 끼니 떼우기가 일쑤였죠. 하지만 지금은 알아요, 그 시절이 지금의 제 노래를 만들었단걸.]





이정무였을 때 매일 애청하던 아침 방송에서 저 칼날인지 뭔지가 나와 소매로 눈물을 찍어가며 말하던 장면을 기억했다. 고작 언더그라운드 생활 5년 하고 틈만 나면 방송에 나와 배고픈 시절 사연팔이해대는 놈 아닌가.




‘야 이 새끼야 난 한달 수입 5만원인 적도 있었어.’




니가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아냐? 가난에 대해 누가 무슨 말을 하건 10년차 망돌 이정무의 앞에선 그저 가소롭기만 할 뿐. 입만 다물고 있으면 순진한 찐따같이 보이는 도연무의 얼굴 가죽이 이 순간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도연무가 대답할 말을 못 찾고 머뭇대는 사이 재키박이 재빨리 그 틈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도연무 연습생. 프로필 보니까 전에 티에스 엔터 연습생이었네요? 와아, 티에스 출신이면 완전 아이돌계의 엘리트잖아. 대단한데요?”


“아니, 티에스라구요?”




오오오!




입장할 때부터 이미 내가 티에스 출신인 걸 다 아는 연습생들이 오버스럽게 환호해줬다. 새삼 느끼지만 여기 온 애들이 참 착하다. 원래 학교 다닐 때도 공부 못 하는 친구들이 더 착하더라고.



아마 내 무대가 안 짤리면 나중에 방송에서 이런 인터뷰들이 나오겠지.





[티에스... 대단하잖아요. 엄청 기대했어요. 아무래도 최고로 큰 기획사니까.]


[티에스 연습생이니까, 실력이 다르지 않을까요? 유명하거든요, 티에스 트레이닝은 아주 가혹하다구요.]





한마디로 큰일 났다는 거다. 도연무 개새끼. 저딴 건 또 왜 직접 프로필에도 써서 냈던거람. 방송에서 자랑하고 싶었나.




불여우같은 나애리가 재키박이 던진 미끼를 바로 낚아챘다.




“어머, 저 친구가 티에스였어요?”




경탄하는 나애리에게 재키박이 기대가 가득 담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네, 어우 프로필 보니까 티에스 데뷔조에도 잠깐 들어있었나 본데요?”


“아니, 티에스 데뷔조였다구요? 와우!”




내내 무표정으로 있던 안무 트레이너가 손뼉까지 치며 끼어들었다.



사전에 티에스의 실패작이 나올테니 제대로 깔아뭉게달라고 신신당부를 받은 심사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그 말을 처음 들은 것마냥 과장되게 놀란 연기를 했다.



오직 그 꼴을 보는 도연무만이 죽을 맛이었다.



지금 곤란해하는 그의 얼굴 밑으로 티! 에! 스! 데! 뷔! 조! 하고 한 글자씩 자막이 두두둥 배경음악과 함께 날아와 파바박 박히는 효과를 줘도 무리가 없을만큼 경악한 얼굴들이었다.




‘좋은 사람인 척 엿 먹이는 재주는 여전하네.’




호인인냥 하는 두꺼운 낯짝을 보고 있으니 전생에 놈에게 당해온 기억에 치가 떨리는 걸 애써 참아내고 있는 도연무의 마음과 달리 자신이 살벌했던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생각한 재키박은 아주 흡족했다.




원래 도연무가 나오자마자 심사위원들이 합동해 폭격을 퍼붓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지만 물론 자신이 거기에 낄 생각은 없었다.




항상 여차하면 재깍재깍 꼬리를 자르며 빠져나갈 수 있게 처신하는 재주야말로 재키박이 벌써 거의 십년이 돼가도록 연예계에서 입지를 지키며 활동할 수 있게 해준 비결이었다.




‘괜히 저런 놈이랑 묶여서 욕 먹을 순 없지.’





남 몰아세우는 데에 맞장구 한마디 잘못 쳤다 첫방송 나가자마자 인터넷에서 심사위원 단체로 묶여 인성논란이라도 나면 어쩔텐가.



‘출연자 괴롭히는 두근돌 심사위원들 수준’같은 게시물에서 저런 수준도 안 맞는 놈과 엮여 단체 조리돌림 당하는 일 따윈 사양이었다.




‘빠져 나가자.’




아무리 제이티브이에서 시킨 일이라 해도, 재키박 정도 입지면 굳이 출연자 한명 함정에 빠트리는 일에 선두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메인 작가가 저 연습생에게 무슨 개인적 앙심이 있어 제물로 마련한 건진 모르겠지만, 재키박도 이 바닥 생활이 어느덧 거의 십년이 돼간다.




무명 시절 막말 들었던 것 한마디 잊지 않고 앙심 품었다 뜬 다음 방송에 나와 '그때 그 사람이 전 성공 못할 거라고 했어요'라고 저격하는 일이 언제라고 없을까.




어차피 이 업계를 안 떠나는 이상 어디서라도 다시 볼지 모르는 연습생에게 굳이 척을 져놓을 필요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도와줄 생각도 없으니 적당히 무난한 좋은 말 한마디 해주고 쏙 빠져나간다.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이 무슨 폭격을 퍼붓건 뒤에서 입 꾹 다물고 조용히 있으면 끝이었다.




이 정도만 해도, 혹시 나중 가 [오늘 두근돌 심사위원들 멘트 수준]같은 글이 올라오더라도 그의 팬들이 [아니야, 재키박은 같이 안 했어. 재키박은 오히려 출연자 칭찬만 해줌] 식으로 알아서 그를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다.





오늘의 알파카 도축에서 직접 칼 들고 목을 따는 건 그의 일이 아니었다.




‘원래 더러운 일 할 때 칼잡이는 저런 나가리들이나 하는 거다.’




예부터 망나니가 천한 취급받은 데엔 이유가 있는 것. 그나 나애리같은 얼굴 마담들에 비해 현저히 대중 인지도와 네임밸류가 부족한 랩 트레이너 칼날, 안무 트레이너 감주미. 이런 거라도 하라고 불러준 게 아니겠나.



악역으로라도 티브이에 얼굴 한번이라도 비춰야 계속 일거리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 거의 이십년간 뒤에서 연습생들 춤 가르치는 일만 하다 이번에 두근돌 시즌2를 통해 태어나 처음으로 유명 예능 패널로 나와보는 안무 트레이너 감주미같은 사람들 말이지.



재키박이 티 나지 않게 감주미를 향해 눈짓했다.



좋은 말로 운을 띄웠으니 이제 그걸로 꼬투리 잡아 공격에 들어가는 건 네가 하라는 신호였다.



멍청한 칼날이 오버하긴 했지만, 어차피 방송 전에 티에스 에이스와 비교 구도를 잡을 시나리오까지 유혜선에게 전달 받지 않았던가?



감주영이 비장하게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그런데, 도연무 연습생은 데뷔조까지 들고 거기서 나온 이유가 뭐죠? 데뷔조에서 결국 떨어진 건가요?”





도연무의 얼굴에 당황이 어린 걸 본 감수영 안무 트레이너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좀 나쁘게 나와도 상관없다. 그녀는 제이티브이에 자신의 이 방송에서의 쓸모를 증명하는 게 목적이니까. 아무래도 이번 자신의 공격은 멍청한 칼날놈과 다르게 알파카의 아픈 곳을 제대로 찌르고 들어간 것 같다. 연신 머뭇머뭇대며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저 어린 양의 얼굴을 보라.




**




“... .”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여기에 나오기 전까지도 가장 고심했던 질문이다. 도연무가 너무 쓰레기라 쫓겨나다시피 나온 거였기에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 데뷔조 최종에선 탈락해서요.




탈락. 내 입으로 말하는 순간 방송 끝나고 평생 꼬투리 잡힐거다.



만약 최종 데뷔에 성공하더라도 견제를 많이 받는 서바이벌 그룹 특성상, 팬덤 기싸움에나 이용되기 좋았다.




[도연무 티에스에선 데뷔조에서 떨궈졌는데, 두근돌 나가니까 떡하니 붙어서 데뷔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연무 피셜임 자기 입으로 말함 ㅇㅇ티에스에선 데뷔조에서 최종 탈락했대 쟤 거기서 데뷔할 능력 안되서 서바 나간 거임


ㄴ ㅋㅋㅋ서바그룹 팬들 뻑하면 오디션 떨어지면 대형이나 가서 데뷔하라고 후려치더니 순서가 그 반대였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티에스 팬들 또 소속사 자아의탁하네; 도연무가 그랬댔지 다른 애들은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ㄴㄴㄴ성적에 자아의탁해서 뻑하면 대형 후려치기한 거 니네가 먼저구여ㅋㅋㅋㅋㅋㅋ


ㄴ 도연무 찐따같은 놈 땜에 다른 애들까지 묶여서 욕 먹는 거 빡친다 ㅅㅂ 어쩌다 데뷔그룹에 티에스 묻혀서 툭하면 정병들 몰고오누




대충 이런 싸움이 무한의 소용돌이를 치며 인터넷을 달굴거다.




- 데뷔 그룹이 늦어질 것 같아, 그럼 그 사이에 컨셉이 바뀔 수도 있고 데뷔도 확실하지 않은 채 나이만 먹을 것 같아서요.



탈락. 구구절절 변명할 시간을 이 분위기에서 줄 리가 없다.


아마 재키박 놈의 스타일이면 ‘아아~그래요~’하고 안 봐도 뻔히 알겠지만 모른 척 해주겠단 식의 멘트 쳐 중간에 말 다 잘라버리고 나만 옹색한 변명 늘어놓다 실패한 꼴 되게 만들겠지. 방송에서 우스워지기 딱이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할까?’




- 데뷔조 애들과 사이가 안 좋아서요.




이거야말로 최악이다. 연습생 때부터 극성 팬덤이 붙는 티에스 아이돌이다. 나중에 연습생 시기가 겹치는 보이 그룹이 데뷔하는 순간 도연무와 그들 무리, 둘 중 하나는 성격에 문제 있는 거라고 팬들끼리 싸움나기 십상이었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은퇴할 때까지 티에스 보이그룹 팬들이 온갖 트집으로 내 인성 논란을 만들어내 일년 안에 피라냐에게 물어뜯긴 시체처럼 뼈만 남을거다.




[도연무와 연습생 기간 겹쳤던 티에스 보이그룹 멤버들 누구 누구 있어?]


도연무 티에스 데뷔조에서 적응 못해서 나갔댔잖아 그럼 도연무 거기서 왕따 당한거임?


ㄴ궁예 오진다;; 성격 안 맞을 수 있지 그리고 걔가 성격이 나쁜건지 애들이 문제인지 우째 앎?


ㄴㄴ아무리 성격이 나빠도 여러명이서 한명 따돌린거면 왕따 맞지ㅋㅋㅋㅋㅋ


ㄴㄴ성격에 문제 있는 애면 따돌려도 돼?ㅋㅋㅋㅋ 전형적인 왕따 가해자 논리 아이돌 빨다 인간성 포기하지 말자ㅋㅋㅋㅋㅋㅋㅋ





[아이돌 체육대회에서 도연무와 티에스 보이그룹 멤버들 마주침]


2:36에 도연무와 XXX 둘이 마주쳤는데 눈 마주치니까 피함. 연습생 시기 겹쳤는데 인사도 안 함. 누가 보면 모르는 사이인 줄.


ㄴ표정궁예 오진다ㅋㅋㅋㅋ시기 겹쳤다고 해도 언제부터 데뷔조였는지 니가 우째 알어


ㄴ도연무 성격 안 좋아 보이던데 서바에서도 쎄했음


ㄴㄴ티에스 팬들 추하다 ㅉㅉ왕따 가해자들 쉴드치려고 도연무 쎄한 놈 만드네 또




하나같이 생각하기도 싫을만큼 끔찍한 미래가 뻔히 예상되는 답변들. 그야말로 빠져나갈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어떤 미친 놈이 데뷔조에서 나간 이유를 꼬치꼬치 캐물어, 그것도 방송에서’




심사위원들의 얼굴에 불꽃 싸다귀를 날려주고 싶다 생각하며 대답을 궁리했다. 그리고 그런 도연무의 모습을 유혜선이 눈물을 머금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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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나만 믿고 따라와 +2 22.06.11 405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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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답답하면 직접 데뷔하자 +2 22.06.08 472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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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상금 대신 센터라니 가성비갑이네 +2 22.06.06 525 28 12쪽
16 16화- 무서운 건 너 +2 22.06.04 558 24 10쪽
15 15화- 어디서 배운거죠? +3 22.06.03 553 22 12쪽
14 14화-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2 22.06.02 554 29 11쪽
13 13화- 다시 태어나도 +2 22.06.01 542 24 13쪽
» 12화- 빠져나가봐 +3 22.05.31 529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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