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최근연재일 :
2022.06.25 23:42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0,936
추천수 :
934
글자수 :
179,054

작성
22.06.09 12:20
조회
439
추천
26
글자
10쪽

20화- 정말 괜찮은데

DUMMY

다음날.



“헉헉헉, 형, 헉헉헉.”



새벽같이 체육관에 가자 담아인이 변태같이 헉헉대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되도록 거리를 두고 싶다.



“헉헉, 형 오기만 기다렸어요.”



어제 밤 세워 연습하겠다고 하더니 이 시간까지 혼자 체육관에 남아있었다.



“아니, 잠은 자긴 한거야?”

“쪼그려서 잤어요. 하던 거 안 끝내면 찜찜해서.”



나를 내려다보며 변태같이 헉헉대는 담아인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담아인이 더러운 더운 숨을 토했다.



"헉,헉, 형 이거 알려주려고 더 빨리 땄어요."

"그것보다 얼굴이 왜 그래? 컨디션 관리 못해서 연습 어쩌려고 그러냐."



탱글탱글하던 눈 밑 애교살 아래까지 팬더처럼 검게 푹 패인 자국이 늘어져 있었다. 외모 등급이 하락할 지경의 폐인 꼴이었다.



"아, 그런 건 괜찮아요, 저는 아직 젊어서."

"... ."



쉴 세 없이 부리는 나이 부심에 꾹 눌러왔던 화가 치밀었다. 18세가 젊은 거면 33세는 무슨 노인인가?



"그래봤자, 너도 금방 늙는다."



싱싱한 젊음의 열정에 치솟는 질투를 누르며 음침하게 웃었다.



"어릴 땐 밤 좀 세워도 쌩쌩한 거 같지? 그거 다 나이 들어서 몸으로 온다. 나이 드는 거 금방이야. 우리 형이 그러는데 눈 감았다 뜨면 곧 30이라더라."



설득력을 얻기 위해 아직 20대 후반인 도연우를 팔아 먹었다.



"하핫, 그러네요. 근데 형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아저씨 같아요!!"



가끔 왜 그래요, 꼭 속알맹이는 다 늙은 사람처럼.


내 등을 팡팡팡 치며 해맑게 웃는 담아인의 머리통을 한대 쳐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참고 있을 때 어김없이 금발 이물질이 끼어들었다.



"뭐야, 춤 다 땄어? 그럼 나도 좀 가르쳐주면 안되냐?"



브라만 사제 계급 방유원이 또 B등급 천민들 노는 데에 와 끼어들고 있었다.



“그래요. 제가 다 알려줄 테니까 둘 다 이리 와요.”

“역시 아인이!”



조금만 칭찬해줘도 넘어가는 담아인의 어깨가 체육관 천장에 닿을 듯 끝도 없이 위로 올라가있었다.


‘우리 방은 너무 숨 막혀서’


방유원은 매일 그런 핑계를 대며 우리 방에 와 같은 방 친구들의 험담을 하고 있었다.


아예 B등급 전용 엘리베이터 셔틀이 되기로 결심한 건지, 이제 담아인은 엘리베이터 탈 일 있으면 A등급 방에 처들어가 방유원을 부르곤 했다.



“근데 춤도 머리가 좋아야 외우나봐. 난 바보라 이거 혼자 외우려면 한달 걸릴 뻔.”

“하핫, 제가 또 빚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저만 믿으세요, 저만.”

“이히힛!”



둘이 같이 있으면 대화 수준이 딱 덤 앤 더머였다.



“여기에서 다리와 팔을 반대 방향으로 하고, 엇박으로 움직이면 되요."



하이라이트 파트를 춘 담아인이 양 손을 허리에 짚고 가슴을 내밀었다.


그 난해한 안무를 하룻만에 다 따다니. 담아인은 가장 어려운 파트를 완벽하게 시연해 보이고 있었다.


[담아인, 18]

춤 : B+


아무리 봐도 상태창이 등급이 좀 짠 것 같다. 이건 전생에서 10년간 메인댄서로 팀 애들을 굴려온 나로써도 하루는 족히 걸릴 수준인데.



"처음이니까 일단 느리더라도 정확하게 안무부터 익힌다는 감각으로 해봐요. 연무 형은 안무 빨리 외우니까 금방 할 수 있을 거에요.”



하트비트의 하이라이트 파트는 찢어지는 고음부에서 휘몰아치는 군무. 다리와 팔이 현란하게 사방으로 움직이는데다 안무 자체가 조금만 까딱하면 우스워지기 십상이었다.

자칫 춤 추는 오징어가 돼버린달까.


아마 안무 수주 맡긴 놈들은 그걸 노렸겠지만.



“역시 유원이 형.”

“하핫!”



아무리 머리가 바보라도 A등급은 A등급인가. 고작 한번 본 걸로도 대강 흉내내는 데에 성공한 방유원에게 담아인이 엄지를 치켜 들었다.


방유원이 별 것 아닌 칭찬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몸 둘 바 몰라 했다. 좋단다.


“이제, 연무형이 해보세요.”

“음.”


사실 안무를 외우는 건 별 것 아니다. 담아인이 가르쳐 주지 않더라도 안무를 외우는 건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몸으로 구현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뭐라 해도 아직 도연무의 몸 근육은 유연성과 근력이 저주 받은 수준이었으니까.


팔랑팔랑 종이 인형같은 몸은 남자 춤을 출 때 꼭 필요한 박력을 내기에 턱 없이 부족했다.


춤 추는 내 모습을 바라보던 담아인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형, 춤 추는 모습이 꼭... .”

“그래.”


보살같이 푸근한 미소를 얼굴 가득 담은 담아인이 입을 열었다.



“불판에서 구워지는 오징어 같아요.”

“... .”



세상 해맑던 방유원까지 심각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너 그건 알지? F등급은 아예 무대에도 안 세워주는거.”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게 F등급 갈 수준은 아니잖아?!”

“아니 이건 진짜 심각하다고. 너 이건 꼭 A등급 받아야 되는 거 알지?”

“... .”



중요성이야 알다마다.



두근두근 아이돌의 테마곡은 전통적으로 첫 방송 방영 전, 제이티브이 뮤직넷의 음악 방송에서 선공개됐다.


방송 티저와 함께 공개되는 만큼 첫 음방에서 카메라를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른 대중 인지도가 데뷔 성적까지 이어졌다.


최종 A등급에겐 스테이지의 가장 최상층에서 춤 추며 한명마다 1초씩이나마 엔딩 샷이 주어진다.

B등급은 그런 A등급의 아래에서 춤 추며 카메라 한번 받을까 말까. C, D 등급은 백댄서 중에서도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춤 춰야하니 카메라에 잡힐 리가 없었다.


그나마 F등급은 무대에 아예 서지도 못하고 백스테이지에 대기한다. 시커머죽죽한 보라순이 트레이닝 복을 입고.

대놓고 모욕을 주기 위한 용도이니, 멘탈이 갈리다 못해 정신병이라도 안 얻는 게 다행이었다. 첫 방송 이후 F 등급 절반 이상이 자진 퇴소할 만 했다.


하여튼 이 정식 레벨 테스트에서 A등급 안에 못 드는 것만으로도 데뷔 확률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순식간에 무거워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담아인이 너스레를 떨었다.



“하하, 괜찮아요, 일주일 남았으니까. 처음 해본 거라 그럴 수도 있고, 일단 좀 더 해보죠.”



담아인이 내 앞에서 재시범을 보였다.



“형, 이렇게만 하시면 되요. 이렇게만. 좀 더 다리에 힘을 주고, 팔을 반대로 해서!”



그리고,



“형.”



몇 번씩 하이라이트 안무를 선보인 나를 말 없이 바라보던 담아인이 푸근하게 웃었다.



“이건 뭐, 도저히 눈 뜨고 못 봐주겠네요.”




그날 밤부터 바로 담아인은 나를 붙잡고 지옥의 하드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방유원마저 신나서 달라붙어 두 녀석이 나를 붙잡고 밤마다 체육관에 남아 미친 듯이 춤을 추게 했다.


‘진짜 이럴 필요 없는데.'


특성빨로 알아서 잘 받을 수 있으니 신경 끄라고 털어놓을 수도 없으니까. 두 녀석이 날마다 자기들 연습도 제쳐놓고 내 옆에 붙어 달달 볶으니 정말이지 죽을 노릇이었다.



”아니 진짜 난 잘 할 수 있으니까 니들 연습이나 하라고 제발!!“



그 말에 담아인이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형, 죽어도 같이 살고, 살아도 같이 데뷔하는 거에요.”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한국어를 잘못 배운 것 같은 담아인의 옆에서 바보가 맞장구를 쳤다.



“와, 아인이 말 잘 한다. 역시 똑똑해.”



쓸데없이 착한 바보 두명을 볼 때마다 속으로 죽을 노릇이었다.



‘그냥 바로 레벨업 해버릴까.’



[도연무, Lv.8]

보컬: B-

춤: C

외모: C+

- 보유 특성 : 불타는 재능(상급), 사이비 교주의 언어력(상급)

- 분배 가능 포인트 : 2



- [불타는 재능 Lv.0]

-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학습 숙련도를 높인다

- 일정시간 원하는 스탯 1개에 대해 능력치가 300% 증가합니다.

- 제한시간 : 한시간

- 재사용까지 일주일의 쿨타임이 소요됩니다.



상급 특성, 불타는 재능의 제한시간은 1시간. 쿨타임이 일주일 씩이나 되니 답답하다고 연습기간 중에 사용할 수도 없었다.



상태창에 포인트를 쓰지 않더라도 연습도가 쌓일수록 능력도 향상됐으니까.



춤을 C+급까지만 올려도 300% 능력 향상이면 A 등급을 받기엔 충분했다.



‘포인트가 1만 더 있어도 좋은데.’



음원 녹음에서도 좋은 파트를 가져가려면 레벨 테스트까지 보컬을 최소 B+ 이상으로 올려야 했다. 레벨 테스트 후에 진행될 그룹 평가에서도 메보 포지션을 받아야하니 그때까지 보컬을 A등급으로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특성발 받을 수 있는 춤 항목에 포인트를 쓸 수 없으니, 답답해도 타박을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 회사에서던 메인보컬은 항상 데뷔조 1순위니까.’



솔직히 연습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갈 수 있는 춤에 비해 보컬 능력자가 갖는 희소성은 컸다. 다만 레벨 업 할 때마다 업적 수행에 필요한 요구치가 턱 없이 높아지고 있었다.



[실행중 업적]

- 남자 아이돌 안무 따라추기 Lv. 3 (154/300)




한가지 다행이라면, 아직 음원 발매도 안된 두근돌의 테마곡 안무도 업적 수행에 착실히 계산된다는 거였다. 담아인의 지옥 훈련을 받는 동안 업적 수행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지만 아슬아슬했다.


아무리 답답해도 ‘나 지금 상태창으로 레벨업 중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을수도 없으니 두 녀석이 시키는대로 십년 이상 어린 놈들의 채찍질을 견뎌야 했다.



’이럴 시간에 니들 연습이나 하란 말이야아아!!!’



지옥 훈련을 받는 내내, 매일 같이 속으로 울부짖는 도연무의 내면적 절규 속에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월~토 12:20 22.06.07 82 0 -
공지 제목변경 공지 +2 22.06.02 357 0 -
34 휴재 공지입니다. +4 22.06.25 614 3 3쪽
33 33화- 좀 더 간절함을 보여줘 +2 22.06.24 370 19 11쪽
32 32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시작 +3 22.06.23 341 16 11쪽
31 31화- 멀리 안 나갑니다 +2 22.06.22 331 17 13쪽
30 30화- 당장 내다버리고 오지 않으면 +2 22.06.21 366 19 9쪽
29 29화- 왕자와 거지 +3 22.06.20 415 20 11쪽
28 28화- 불편한 사람 +3 22.06.18 408 21 15쪽
27 27화- 쉽게 사는 게 나을텐데 +3 22.06.17 418 22 9쪽
26 26화- 공방 후기, 그리고 파란 +2 22.06.16 444 21 11쪽
25 25화- 꿩 대신 오리 +3 22.06.15 414 22 10쪽
24 24화- 내가 또 덕질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 +3 22.06.14 408 23 10쪽
23 23화- 난 정말 네게 기대가 많아 +3 22.06.13 395 23 10쪽
22 22화- 나만 믿고 따라와 +2 22.06.11 405 22 11쪽
21 21화- 결전전야(決戰前夜), What’s the situation +2 22.06.10 418 23 12쪽
» 20화- 정말 괜찮은데 +1 22.06.09 440 26 10쪽
19 19화- 답답하면 직접 데뷔하자 +2 22.06.08 472 23 11쪽
18 18화- 서바 정병존(Zone)에 투신했던 사람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 +2 22.06.07 486 22 15쪽
17 17화- 상금 대신 센터라니 가성비갑이네 +2 22.06.06 525 28 12쪽
16 16화- 무서운 건 너 +2 22.06.04 558 24 10쪽
15 15화- 어디서 배운거죠? +3 22.06.03 553 22 12쪽
14 14화-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2 22.06.02 554 29 11쪽
13 13화- 다시 태어나도 +2 22.06.01 542 24 13쪽
12 12화- 빠져나가봐 +3 22.05.31 529 24 12쪽
11 11화- 여기서 가장 간절한 사람 +4 22.05.30 550 24 14쪽
10 10화- 입은 화의 근원 +2 22.05.28 606 21 20쪽
9 9화- 원수는 서바이벌에서 +3 22.05.27 679 26 11쪽
8 8화- 센터좌座 쟁탈전 (2) +5 22.05.26 720 24 15쪽
7 7화- 센터좌座 쟁탈전 (1) +1 22.05.25 807 2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