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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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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최근연재일 :
2022.06.25 23:42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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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
글자수 :
179,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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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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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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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 어디서 배운거죠?

DUMMY

‘어떻게 된거야?’



분명 유혜선에게 사전에 전달 받은 도연무의 정보가 가리키는 내용은 명확했다.



[형편없음]



예상평가 등급 F.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혹평을 퍼붓고 F 레벨로 내려보내라는 지시였다.



‘말 좀 해봐.’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그들과 마찬가지로 경악한 얼굴로 선 체 도연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유혜선을 향해 재키박의 눈이 희번득거렸다.


외모가 함량 미달일 거라는 거야 프로필 사진만 봐도 애가 좀 부었을 때일 수 있으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티에스에 과거 조사까지 했다지 않았나.


재키박의 기준에서 재능은 언젠가 발아하는 게 아니라 싹수부터 타고나는 것.

잘하는 놈들은 처음부터 잘해서 나중에도 잘 하지, 처음부터 가망 없던 놈이 나중 가 부단한 연습을 통해 개화하는 일 같은 건 이 바닥에서 10년이 다돼가도록 붙박아온 그로써도 본 적이 없으니, 그냥 없는 일이라 봐야 했다.


하물며 티에스는 수많은 연습생들 중 옥석을 선별해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데에야 이골이 난 회사. 그런 데에서 저 놈은 글렀다 단정하기까지 할 정도면 그냥 쓰레기라는 거였다.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이곳에서 수많은 연습생들에게 폭격 멘트를 퍼부어 남의 꿈을 꺾어버리는 역할을 맡아온 이를 돌아보았다.




“... .”




나애리의 얼굴은 이미 질려 있었다. 섣불리 할 말을 찾지 못한 재키박이 이를 악 물었다.

이대로는 그간 들인 공이 다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이 무대에 대해 어떻게 F를 선언한다는 말인가?


아까부터 스튜디오는 정적에 싸여 있었다.


사전에 티에스의 실패작이란 경고 한마디 없이 막연히 대형 기획사 출신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무대를 본 연습생들의 반응도 그럴진데, 형편 없는 퀄리티의 무대를 예상하고 있던 그들이 표정 관리를 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그때였다. 희게 질린 얼굴에 입을 벌린 체 말을 잊었던 나애리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 쪽을 향해 손짓했다.


여기에서 편집점을 끊으라는 당당한 지시가 뻔뻔했지만 유혜선은 그런 나애리가 한 없이 고마웠다.




“잠깐만, 의논을 해야할 것 같은데요.”




차갑게 가라앉은 나애리의 눈이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카메라 꺼.’



눈에 담긴 오만할만큼 고압적인 자세가 뻔뻔했지만 유혜선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안도를 느꼈다.


무대가 끝나자마자 각자의 평가지를 맞춰보고 몇마디 나눈 뒤 나애리가 등급을 바로 발표하기까지 일련의 흐름을 끊을 수 없어 망설이던 유혜선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심사위원석을 향해 달려갔다.



**



도연무의 레벨이 결정되기 전, 마이크 오프된 심사위원석.



[이게 지금 뭐하자는 거야?]



답지 않게 눈으로 욕하는 재키박의 살벌한 얼굴에도 유혜선은 꿋꿋했다. 도연무의 프로필 위에 유혜선이 그가 들고 있는 도연무의 프로필 종이 사이로 갑작스럽게 끼워넣은 메모.



계획이 변경됐으니 일단 알파카를 살려서 올려 보내라는 것. 여지껏 어린 연습생 한명에게 무대 전부터 압박 주려고 어른 넷이 달라붙어 애썼는데 이제사 말을 바꾸니 화가 날만도 했다.


재키박이 눈빛으로 유혜선에게 육두문자를 퍼붓고 있는 동안, 나애리는 아무 말 없이 프로필 서류에 유혜선이 붙인 메모를 내려다봤다.



‘살.려.요.’



칼날과 감주미가 볼펜만 딱딱거리는 나애리를 불안한 눈으로 두리번댔다.


이제껏 한 말이 있는데 이제 와 작가가 태도가 변하니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한 사람들만 난감했다.


처음부터 F등급으로 떨어진 뒤 조롱용 소재로 재활용될 장면만 뽑고 버려질 연습생이라 했으니, 그들도 마음 놓고 폭격을 퍼부었던 게 아닌가.


돌아가는 걸 보니 외모도 실력도 참가자 중에 수위권인데 이대로 방송에 계속 나오기라도 한다면?


무슨 착오가 있었던 건지, 지시를 내렸던 유혜선조차 갑자기 태도가 변해 살리라고 할 정도니까. 어쩌면 이 무대 후로도 알파카가 방송에 계속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비중도 제법 받게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칼날이 자꾸만 스치는 불안한 생각에 두터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만약 그가 폭격을 퍼부었던 저 알파카가 여기서 사라지지 않고 방송에 계속 얼굴을 비춘다면?


두근두근 아이돌은 이전 시즌 마지막 회 시청률이 5%대까지 갔던 제이티브이의 간판 예능이다. 특히 10대, 20대 젊은 여성층에 대한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수준.



'저러다 저자식한테 팬 붙는 거 아냐?'



그렇게라도 된다면 큰일이다.


데뷔도 못한 연습생만큼 칼날같은 사람에게 만만한 게 어디 있는가.


연예인이 누리는 힘의 기반은 팬덤. 방송에서 인기 아이돌과 만나면 게스트나 엠씨들도 말 한마디 조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실수로라도 말 한 마디 함부로 했다가 팬들에게 피가 튀기도록 두들겨 맞기 때문이다.


이미 저 알파카가 우스꽝스러운 무대 이후 조롱받다 사라질 것만 예상하고 지시에 충실히 따랐던 칼날의 머리가 복잡했다.


잦은 흡연으로 시커머죽죽하게 착색된 칼날의 입술이 아까부터 피가 안 통할만큼 깨물려 색이 희게 변해있었다.


**



“도연무 연습생의 등급은, B입니다.”

"감사합니다!"




예상을 훨씬 밑도는 결과에 구겨지려는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깊게 숙이고 꾸벅 인사했다.



와아아아아아, 나애리의 등급 발표와 함께 박수와 함성이 스튜디오에 몰아쳤다.


축하의 물결 속에서도 조용히 옆 자리 연습생에게 귓속말로 수근대는 일부의 얼굴에 의뭉스러움이 가득했다.


‘아니, 진짜?’

‘어... 되게 잘 한 것 같은데?’

'엄청 잘했는데 왜... .'


한마디 한마디가 마이크에 잡히는 촬영장 안에서 일부는 대범하게도 이런 말들까지 나누고 있었다.


'아까 A등급 받은 애보다 훨씬 낫지 않았어?'


대부분이 C, D, F애 B등급도 고작 세번째로 나온 거니 상당히 상위권이지만 전광판을 보는 몇몇 연습생들의 얼굴에 납득할 수 없는 평가결과에 대한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춤이 좀 아직 부족해요. 대형 기획사 출신이라고 그렇게 자신한 거에 비하면 결과가 좀 실망스러워서.. ."




칼날이 뒤끝을 감추지 못하고 옹색한 평을 했다.

이제사 말을 뒤집을 수도 없어 고집 부리는 칼날의 평에도 입을 꾹 다문 심사위원들 중 무대가 끝난 뒤부터 재키박은 착 가라앉은 얼굴로 도연무를 보고 있었다.



'쓰레기들이 쓰레기하네.'


아쉬운 결과에 꼭 지같은 짓들만 한다고 마음을 다독이며 내려가려던 도연무를 그가 붙잡았다.



"도연무 연습생, 편곡을 직접 해왔다 그랬는데..., 아마추어 솜씨가 아닌데 어디서 배운거죠?"




갑작스러운 질문에 도연무의 등이 멈칫했다. 뒤돌아 있어 얼굴을 감출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도연무가 표정을 가다듬었다.



'다른 사람이 돼도 알아보는 건가?'



어디서 배우긴 어디서 배웠겠어. 보컬도 노가다 뛰어서 레슨 받았는데, 설마 작곡 학원을 다녔겠나?



뒤돌아선 그의 얼굴은 이미 잔잔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전부터 관심이 많아서 집에서 혼자 너튜브 보고 공부했습니다."

"... ."




재키박이 그 대답에 나를 미친 놈 보듯 쳐다봤다.


많은 감정을 눈에 담은 그의 입이 계속 열리려다 다시 닫히기를 반복할 때,



"이건 춤이랑 노래 보는 무대야. 편곡 솜씨로 떼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좀 잘 하는 정도 재주 갖고 들뜨지 않도록 하세요."




대머리 래퍼가 틈을 놓치지 않고 또 끼어들었다. 이 녀석은 내 담당 시어머니인가?




"아 네, 명심하겠습니다."




'함께 해서 더러웠고 당분간 만나지 말자.'



표정이 구겨질 것 같아 대충 치워버리고 서둘러 무대를 내려가는 그의 등 뒤로 시어머니와 시누이, 시동생, 시아주버니 4명의 시선이 진득하게 따라붙었다.




**


“대박!”

“야, 이 자식. 제법 하는데?”




3등석의 내 자리를 향해 짧은 다리로 열심히 걸어 중간 아랫단에 위치한 내 자리를 향해 짧은 다리로 열심히 걸어 올라가는 내 등을 층계 양옆자리 연습생 놈들이 저마다 응원한다고 두들기고 있었다.


아프다고, 이 자식들아. 이것들 이거 진짜 축하해 주려고 때리는 거 맞아?


- 서브 시나리오 종속 미션, ~주둥아리는 화의 근원~을 클리어했습니다!

- 최초의 무대를 훌륭하게 마치고 심사위원들의 인정을 받아냈습니다!

- 성공적인 클리어에 시스템이 당신에게 감탄을 보냅니다.

- 패널티, ~악편의 희생자~의 발동이 연기됐습니다!

- 높은 성공도로 미션을 클리어해 획득 보상의 수준이 조정됩니다

- 상급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 획득한 특성을 확인하시겠습니까?



허공의 시스템 창을 향해 다정하게 웃어줬다.


'입 닥쳐.'


- 획득한 특성을 확인하시겠습니까?

(Y/N)


'안한다고'


기껏 준다는 게 사기꾼의 화술, 사이비 교주의 언어력인 놈이다.



또 그따위 특성을 확인했다간 카메라 앞에서 욕이 나올 것 같아 일단 미뤄두기로 했다. 욕했다간 또 악편 꼬투리 잡힌다고 경고등 띄우고 새로운 퀘스트 주겠지.





좀 아쉽긴 하지만,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이미 끝난 일은 뒤로 치워두고, 오직 앞만 보면서 간다.


아직 정식 평가인 2차 레벨테스트가 남아 있었다.


소속사 빨도 없고 자칫 묻히기 좋은 도연무 입장에



'춤이야 아직 일주일 남았으니 포인트 몰빵하면 어떻게든 될테고.'



정식 테스트 때는 어떻게든 A등급을 받아야 한다.

어차피 못 받으면 패널티로 악편에 고통받다 죽게되지만.


A등급을 받으면 프로그램 종영까지 받을 수 있는 메리트가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도연무가 가장 얻고 싶은 건 무대 준비할 때에 새파란 어린 놈들 사이에서 가질 발언권이다.



'이 나이에 새파란 꼬마들이랑 같이 노는데 말 안 들으면 혈압 올라서 일 못한다'


편곡까지 가능한 A등급의 의견을 무시할만큼 실력에 자신할 놈들이 많진 않을 테니까.



몇번의 무대가 지나가며 의자에 기댄 등허리가 점점 베겨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와, 드디어 나왔다. 티에스의 에이스!"




성우빈이 내 팔을 붙들고 짤짤짤 흔드는 바람에 고개가 떨어질 뻔 했다. 그만하라고, 임마.


우오오오오오!


넘치는 환성을 받으며 센터좌가 무대로 올라가고 있었다. 듬직하게 벌어진 남자다운 양 어깨와 살벌한 얼굴까지. 옥타곤 링에 오르는 이종 격투기 디펜딩 챔피언같은 모습이었다.




"와, 간지 쩐다."

"크으, 티에스의 비밀병기, 보여달라고."

"와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니까 더 간지나지 않냐?"

"역시 남자는 저렇게 묵직한 맛이 있어야지."




센터좌가 뒤에 있을 때는 무서워서 쳐다도 못 보던 녀석들이 멀리 있으니 제멋대로 떠들고 있었다. 그를 보는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에서 대기하는센터좌, 강은서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옆자리 연습생이 동경과 설렘이 뒤섞인 감탄을 연신 터트렸다.




"티에스면 안 봐도 A등급이겠지?"

"당연하지. 회사 크기가 다르잖아."




대형 기획사에 대한 알 수 없는 동경을 품고 있는 녀석들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왜 내가 괜히 배알이 뒤틀리려 하는지, 원.


비록 나도 전생에서 티에스 문턱에도 못 가봤지만, 거기서 나온 아이돌 제치고 신인상까지 거의 갔었다고. 그룹 안에서 폭탄이 터져 다 날아가서 그랬지.


고까운 마음이 표정에 티나지 않도록 애쓰며 무대를 가만히 응시했다.


나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친절한 질문만 하는 심사위원들을 보고 있으니 괜히 저 죄 없는 인성 A+가 괜히 더 못마땅했다.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한 게, 데뷔 쇼케이스와 초빙 MC가 인터뷰하는 줄 알겠다.




훈훈한 무대 위 분위기에 분노를 느끼며 스테이지를 응시했다.



어느덧 티에스의 역대 가장 성공한 남자 솔로 가수 중 한명인 앤디 S의 히트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센터좌의 무대가 시작되는 순간, 도연무는 생각했다. 저 녀석과 선곡이 겹치지 않게 한 건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고.



'항상 모두의 위에 서게 태어났단 건 저런건가?'



이렇게는 해야 에이스라 불리는 거라고 알려주는 듯한 수준의 무대가 그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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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상금 대신 센터라니 가성비갑이네 +2 22.06.06 525 28 12쪽
16 16화- 무서운 건 너 +2 22.06.04 558 2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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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2 22.06.02 554 29 11쪽
13 13화- 다시 태어나도 +2 22.06.01 542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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