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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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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최근연재일 :
2022.06.25 23:42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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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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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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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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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화- 답답하면 직접 데뷔하자

DUMMY

숙소에서 15분 거리의 체육관에서는 다음날부터 바로 지옥의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5개의 등급에 따라 각자 세시간씩의 춤, 보컬, 개인연습이 교차로 구성된 수업을 끝내면 정신없이 식당에 가 밥을 퍼먹고 다시 연습실로 향해야하는 살인적 스케쥴표였다.



하루종일 연습생들을 지척에서 봐줘야 하다보니 네명의 귀하신 심사위원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던 건 물론이다.




- 그럼 일주일 뒤에 만나요 여러부우우운




설마 정말 일주일 뒤에야 나타나 심사만 하겠단 건 줄은 몰랐지.



막상 악에 받친 연습생들의 훈련을 지척에서 봐주고 불안을 다독여주는 건 방송 분량에도 거의 없는 트레이너 선생들이었다.




"으--악, 6시부터 연습이라니 징하다."





방유원의 잘 생긴 입이 하마처럼 벌어졌다. A, B반 통합 수업인 걸 알자마자 신나서 수업시간 30분 전부터 와 있었다더니 뒷머리가 까차집이었다.




“왜 이것밖에 안 온거야?”




통합 수업 인원은 36명인데 모인 인원 수는 얼추 스무명 될까말까.




“음, 다들 자고 있는 게 아닐까요?”




담아인의 선한 얼굴에 푸근한 보살같은 미소가 걸렸다. 그 말을 들으니 더 기가 막혔다.




“그럼 같은 방 애들이 자고 있는데 깨워주지도 않고 지들만 온거야?”

“하하하하하.”



담아인의 눈빛이 일순 진지해졌다.



“알아서 살아남는거죠. 다들 경쟁자인걸요.”

“... .”




‘우리 같이 쓸만해 보이는 놈들 제거하자구요’, 귓가에 속삭이는 담아인의 더운 입김이 부담스러워 체육관을 훑어보는 척 녀석에게서 한발 떨어져 섰다.



잘 하는 놈들이 더 열심히 한다더니 A등급은 전원이 참석했는데 B등급은 거의 반이 오지 않았다. 첫날부터 싹수가 노랗달까.




“잡담 그만! 군기 빠졌지!”




체육관 입구에 마치 군대 체험 서바이벌에 나오는 교관같은 엄격한 얼굴을 한 여자가 서있었다.



모여서 실 없이 떠들던 건 우리 셋 뿐이라 우리한테 꼽 주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담아인이 뒷머리를 긁어 더 까치집으로 만들며 A등급 라인으로 총총총 멀어져 갔다.



춤 트레이너는 눈빛이 험악한 여자였다. 15년간 제야에서 연습생들에게 춤을 가르쳐왔다고 자기소개를 하는 그녀를 심드렁하게 바라봤다.




"제군들은 이제부터 지옥훈련에 돌입한다."




천장의 조명을 받아 그녀의 광대가 선연하게 빛났다. 단발의 트레이너가 연신 고개 숙여 하품하는 방유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혹시 적당히 훈련하다 얼굴로 인기 얻어 데뷔할 생각이라면 수업에 안 들어와도 된다. 그런 사람은 지금 바로 여기서 나갔으면 해."



혼자서 찔린 방유원이 거세게 주먹을 꽉 움켜쥐며 그 말을 부정했다.




"절대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등급 유지도 중요하지만 전 여기서 제 실력을 키우고 싶어요."




누가 봐도 오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의외로 잘 속는 타입인지 그 패기 넘치는 말에 일순 흡족해하던 트레이너가 표정을 고치고 엄격한 눈빛으로 체육관을 둘러봤다.




"난 춤을 배우고 싶어도 기회가 없던 애들을 가르쳐주려고 여기 왔다."

"... ."




잠이 덜 깨있던 연습생들까지 정신을 차린 듯 얼굴이 진지해졌다.



나애리같은 엘리트야 관심도 없겠지만 이 곳에 모인 애들은 대부분이 중소 기획사 소속. 그나마 직원 다섯명도 안되는 X소 소리 듣는 곳들이 태반이었다.



여기 오기 전까지 소속사에서 변변한 트레이닝을 받아본 애들이 아마 반도 안 될거다.



A등급만 해도 절반이 이름값 있는 기획사 소속이었으니까. 아닌 애들도 태반이 학원 출신일 거다.



즉, 대부분이 제대로 된 트레이닝에 대해 아주 배가 고픈 사람들이라는 것.




"고작 일주일 벼락치기해서 등급이 올라갈거라 생각하지 마라. 안 오르는 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그렇다해서 포기하면 안된다."




체육관을 휘감은 정적 속에 트레이너, 박한솔의 시원시원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두달 동안 국내 최고 수준의 수업이 제공될거다. 만약 여기서 떨어지더라도 너희가 배운 건 사라지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전생에서부터 너튜브 독학에 야매로 모든 걸 배우느라 기초를 제대로 쌓지 못한 한이 있었다.



갑자기 칠순 나이에 노인대학에 입학한 할아버지가 된 것 같은 감동이 밀려왔다.



직접 나가 돈을 벌어온 걸로 동생들을 가르쳐야 했던 연습생 시절, 최고의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는 대형 기획사 연습생들을 얼마나 부러워 했었던가.



결과물이야 어떻건, 막상 내게는 제대로 된 기초를 쌓지 못해 부실공사나 다름없는 기본기로 혼자 도달할 수 있는 데에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처음에 실력이 안 는다고 포기하지 마라. 일주일만에 실력이 늘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두달이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너희가 해야할 건 그 모습을 무대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거다."





**




A등급이 다 먹고 남긴 식당 음식을 산처럼 퍼와 우겨넣는 담아인의 볼이 터질듯 부풀어올라 있었다.





“아니, 형. 그래도 전 A등급 목표로 하고 있는데, 너무 기를 확 죽이는 것 같애요.”




식판에 올려놓은 고봉밥을 퍼먹으며 대답했다.




“일주일 연습해서 실력 확 뛰기 바라는 게 도둑놈이지.”

“이익! 형은 누구 편이에요 진짜?!”

“넌 원래 실력이 좋으니까 그런거 신경쓸 거 없어.”




춤 트레이너 말은 여기 나오기 전까지 준비 하나도 안 하고 있다 갑자기 노력해서 잘 되기 바라는 애들 이야기였으니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 대부분이 여기 나오기 얼마 전 기획사 들어간 것도 아니고, 최소 반년에서 수년을 연습생으로 있었는데 몇년 동안은 뭐하다 여기 오니까 갑자기 의욕이 불타오른단 건지 모르겠다.


그동안은 성장 못하게 회사에서 억제제 먹이고 있었나?


고작 일주일동안 열심히 해서 실력이 확 오르기 바란다는 것부터 도둑놈 심보지. 전교꼴찌가 일주일 수능 공부해 서울대 합격하는 게 더 현실성 있겠다.




“근데 우리는 다행이지만, 춤 너무 어렵지 않아요?”




안 그래도 밥을 먹는 연습생들 대부분이 금방이라도 나가떨어질 듯 지쳐 있었다.




“우리는 왜 다행이야?”




담아인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렸다.



“당연히, 제가 있으니까죠.”

“... .”

“아니, 진짜. 이번에 B반에서도 반절은 훅 빠질걸요. 이건 안무 그대로 따는 것도 못 하는 애들이 대부분일 거라구요. 이 담아인과 친해진 건 완적 대박 사건이라니까요?”




자존감이 너무 높아 재수 없어서 그렇지, 이건 담아인이 바로 봤다. 하트비트의 안무 난이도는 그야말로 극악.


춤을 특기로 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안무 그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엔간한 노력으로 힘들 거다. 실제로 연습 내내 동작을 못 외우거나, 외운 동작도 디테일을 다 뭉게고 추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서 대부분을 거르고 가겠다는 거겠지. 데뷔 그룹에 뚝딱이를 넣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느껴져 갑자기 흡족한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좋은데? 춤 못 추면 아예 아이돌 할 생각하지 말란거지.”

“왜요, 춤은 좀 못 춰도 노래를 잘 할 수도 있잖아요?”

“뭐야?! 그럼 그 뚝딱이 춤 연습은 평소에 누구 보고 시키라고?”

“아니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래요.”




영문을 모르는 담아인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생의 트라우마에 갑자기 버튼이 눌린건지 분노를 멈출 수 없었다.




“아, 아이돌인데 춤 연습 안할거면 솔로하라 그래. 노래도 잘 하는데 왜 발라드 가수 안하고 그룹을 하겠대. 누구 보고 X치우라고.”

“그냥 데뷔한 담에 대충 뒤에서 수납시키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핏발 선 눈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나를 완전히 기가 죽은 담아인이 울망울망한 눈으로 바라봤다.



숟가락을 던지고 벌떡 일어서 있는 나를 식당 안을 지나다니던 연습생들이 쳐다보며 수근댔지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았다.




세븐 스타즈가 완전히 망하기 전, 딱 그런 놈이 있었다.

우리의 뚝딱이 서브보컬, 선우명남.



[형, 저는 춤 연습 그만할래요. 그냥 뒤에 적당히 수납시켜 주세요.]



적당히 아이돌 활동해 인지도를 얻다 배우로 빠지기로 일찌감치 현명한 인생 플랜을 설계했던 선우명남이 생각났다. 명남이는 세븐스타즈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자마자 이김에 연기에 전념하겠다고 3번째로 그룹을 나갔다.



[네가 노래하는 파트인데 다른 애가 앞에 나가라고?]

[네, 저 연기 캐스팅받은 거 대사 연습하기도 버거워서. 그냥 뒤에서 노래 부를게요. 형들이 제 파트에서 춤 좀 춰 주세요. 예? 형들도 무대 분량 늘어나고 좋잖아요.]



처음부터 연기로 빠질 계획을 하고 세븐 스타즈에 들어왔던 선우명남은 춤 연습에 쏟는 시간을 아까워했다. 결국 다른 멤버들이 명남이의 파트까지 연습해 땜방하느라 명남이는 자진해서 무대 위 수납멤버가 됐었다.



그리고 그런 컴백곡의 첫방날 당일, 분노한 선우명남의 개인팬들이 인터넷에서 들고 일어났다.




[오늘자, 서브보컬 무대 파트까지 뺏었다 말 나오는 아이돌 그룹]

주어 세븐 스타즈. 음원에서 분명 선우명남이 부르는 브릿지인데....

이렇게 다른 멤버들이 선우명남 파트에서 센터하고 춤 추고 있음.

(가련한 얼굴로 노래 부르는 선우명남. gif)

선우명남은 자기 파트에서도 구석에 처박혀서 노래함.

ㄴ 명남이 너무 불쌍해ㅠㅠ 자기 파트인데 뒤에만 있고 오늘 카메라 1초 잡힘

ㄴ 선우명남 뚝딱이라 메댄이 앞에 나간거 아님? 쟤 나올 때마다 몰입 깨더라

ㄴㄴ 이정무 악개 티난다ㅋㅋㅋㅋㅋㅋ 그정도로 무대 못하면 데뷔 안 시켰겠지 명남이도 춤 잘 추거든?

ㄴㄴㄴ 나 진짜 이정무 팬 아닌데 그건 좀··· 솔직히 선우명남 무대에서 옥의 티임 쟤 나올 때마다 갑자기 확 깸

ㄴㄴㄴㄴ 수납된 거 속상하다 그러면 수납멤만 후려쳐지네ㅠㅠㅠ데뷔했으면 무대에서 파트를 줘야지 저럴거면 왜 데뷔시킨 거야ㅠㅠㅠㅠㅠ




선우명남이 왜 데뷔했냐고? 연기길 가려고 일단 아이돌로 먼저 데뷔했었다. 어?




“절대 안돼. 모든 멤버는 무대에서 n분의 1의 동일분량 파트를 갖는다.”




숟가락도 내팽겨치고 핏발 선 눈으로 분을 쏟는 내 기세에 눌린 담아인이 말을 더듬었다.




“하, 하지만 그런 공산주의식 파트분배는 팬들도 안 원할 거 같은데요. 그룹이 잘되려면 일단 퍼포먼스의 수준이 중요하... .”

“팬들이 뭐라고 느끼건 그딴건 내가 알 바가 아냐.

“왜, 아니 대체 왜요? 그래도 팬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 .”

“무대는 팬들이 아니라 내가 하기 때문이지. 꼬우면 자기들이 직접 데뷔해서 무대하면 되는거다.”

“... .”



데뷔 여부도 불투명한 B등급 도연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어디에서 심하게 뺨을 맞고 와 자신에게 분을 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 그렇게 답답하면 니들이 직접 뛰라고~."




흥분한 형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대충 상대해 주며 담아인은 생각했다.




'이런 놈이 아이돌이 돼도 정말 괜찮은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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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쉽게 사는 게 나을텐데 +3 22.06.17 418 22 9쪽
26 26화- 공방 후기, 그리고 파란 +2 22.06.16 444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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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내가 또 덕질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 +3 22.06.14 409 23 10쪽
23 23화- 난 정말 네게 기대가 많아 +3 22.06.13 395 23 10쪽
22 22화- 나만 믿고 따라와 +2 22.06.11 406 22 11쪽
21 21화- 결전전야(決戰前夜), What’s the situation +2 22.06.10 418 23 12쪽
20 20화- 정말 괜찮은데 +1 22.06.09 441 26 10쪽
» 19화- 답답하면 직접 데뷔하자 +2 22.06.08 474 23 11쪽
18 18화- 서바 정병존(Zone)에 투신했던 사람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 +2 22.06.07 487 22 15쪽
17 17화- 상금 대신 센터라니 가성비갑이네 +2 22.06.06 525 28 12쪽
16 16화- 무서운 건 너 +2 22.06.04 560 24 10쪽
15 15화- 어디서 배운거죠? +3 22.06.03 554 22 12쪽
14 14화-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2 22.06.02 554 29 11쪽
13 13화- 다시 태어나도 +2 22.06.01 542 24 13쪽
12 12화- 빠져나가봐 +3 22.05.31 529 24 12쪽
11 11화- 여기서 가장 간절한 사람 +4 22.05.30 550 24 14쪽
10 10화- 입은 화의 근원 +2 22.05.28 606 21 20쪽
9 9화- 원수는 서바이벌에서 +3 22.05.27 679 26 11쪽
8 8화- 센터좌座 쟁탈전 (2) +5 22.05.26 720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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