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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최근연재일 :
2022.06.25 23:42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0,944
추천수 :
934
글자수 :
179,054

작성
22.06.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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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18화- 서바 정병존(Zone)에 투신했던 사람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

DUMMY

강당에 들어서자마자 적나라한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A부터 F까지 늘어선 표지판들에 색색깔 연습복을 입은 연습생들이 알아서 자기 등급에 가 도열했다.



어린 시절 첫사랑이던 유아용 캐릭터, 보라순이를 연상시키는 시커머죽죽한 트레이닝복을 위아래로 입은 아이들이 'F' 표지판 앞에 가 고개를 못 들고 서 있었다.



여기에 나오기 전 부모, 형제, 친구들의 응원을 받고 이곳에 왔을 아이들의 숙여진 등허리에 그들이 느낄 참담함이 드러나 있었다.



사람을 정육점 고기처럼 등급화해 전시한다고 악명 높지만, 그걸 자기가 직접 당하는 건 다른 문제.



막상 티브이로 볼 때는 불쌍하다면서도 동시에 재미를 느꼈던 아이들 모두 지금 자기 뒷통수를 후려치고 싶을 것이다.



심드렁하게 서 있다 'B' 표지판 뒤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같은 소속사에서 나온 연습생 둘이 사이 좋게 B등급을 받아 붙어 있는 것 외엔 저마다 얌전히 침묵을 지키며 서 있는 얼굴들에 옆 사람에 대한 견제가 비쳤다.





"하, 하하하... . 이, 이따 보자."





태연한 척 손을 흔드는 방유원이 마치 일진이 기다리고 있는 뒷골목을 향하듯 뭐 마려운 표정으로 A라인으로 사라졌다.



누가 보면 오늘 방과 후 남으라고 했던 일진과 데이트를 하러 가는 줄 알 듯할 절박한 얼굴을 향해 한손을 흔들어줬다. 빨리 가라고.




‘경쟁자는 한명이라도 제거해야지.’




터덜터덜 걸어가는 방유원의 미끈한 목부터 등 라인이 기운 없이 축 쳐져있었다.




A등급 받았으면 다른 녀석들처럼 자신 만만하고 기분 좋아하고 있어야 정상인데 애가 곱게 자랐는지 배가 불렀다. 내가 꼭 나보다 좋은 등급 받아서 이러는 건 아니다.



..저래서 A등급 방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




'없는 사회성이라도 끌어당겨서 잘 나가는 놈들과 친해져야지.'




없이 살았던 마음에 배가 불러 앞뒤 못 가리는 철딱 서니 없는 모습에 깊은 한심함을 느꼈다.


왕따 좀 당하는 게 대수야, 임마? 내가 너였으면 니네 방 일진들 발이라도 핥는다고, 아 그건 아니고.





한심할 뿐.





"형, 형!"





담아인의 손이 내 팔 소매를 붙잡고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체육관 천장으로 올라가는 부근에 위치한 전광판 속에 영상이 전송되고 있었다.





[다들 같은 방 친구들과 친해지고 있나요? 하하핫]





나애리의 귀신같이 하얀 얼굴이 전광판에 들어차 있었다. 스타일링이 아까와 확연히 다른 걸 보니 오늘 촬영 전에 찍어놓은 건데, 저 인간들 지금 우리만 두고 자기들은 퇴근했다는 거다.





[오늘 레벨 평가에 만족 못한 친구들이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긴장해서 실력 발휘 못한 분들도 있겠죠?]





그 말을 하는 나애리의 얼굴이 너무 즐거워 보여서 징그러웠다.



어느샌가 스모키 화장에 뒤덮인 반개한 눈이 실처럼 가느스름해져 있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아직 한번의 기회가 더 있으니까요.]





레벨 재조정.


일주일 뒤 테마곡을 연습한 연습생들이 개인 무대를 가지고 등급이 재조정된다.


두근두근 아이돌의 진짜 등급은 여기서 결정된다. 어차피 오늘은 방송용 분량 뽑기 외에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거다.




초승달처럼 휘어진 눈에 이 순간이 즐거워 못 견디겠다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어 드러난 팔에 소름이 돋았다.



엄숙한 척 하지만 저 전광판의 위치처럼, 높은 곳에 앉아 이 수많은 사람들의 생사여탈권을 손에 쥐고 밑바닥에서 바르작대는 모습을 내려다 보는 게 즐거워 견딜 수 없다는 게 전해져 왔다.




강당을 가득 메운 연습생들이 어느날 지구를 멸망시키러 온 UFO를 보듯 기가 빨린 얼굴로 전광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먼저, 모두가 기다렸던 이번 시즌의 테마곡을 공개할게요.


지금까지 세번의 두근돌을 모두 함께 했지만 저는 이번 노래가 가장 좋은 것 같네요.


자, 시즌 3의 테마곡. Heart Beat!]







잠시 후, 화면이 전환되며 카메라가 검은 배경 속에 역피라미드 대형으로 선 남자 7명 중 센터의 얼굴을 잡았다 뒤쪽으로 멀어져갔다.



잘 생긴 얼굴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인기 많은 유명 안무가가 삼각형의 맨 앞에 서 있었다.





느꼈어 Heart Beat


Heart Heart Heart 심장의 박동 이 순간


한번 더 뜨겁게 Hot Hot Hot





유치한 가사에 어울리지 않는 어쩔 수 없이 가슴을 뛰게 할만큼 신나면서도 애달픈 멜로디가 강당을 울렸다. 하이라이트의 찢어지는 듯한 고음이 남자의 음역대로 내기 힘들만큼 끝없이 높게 올라가고 있었다.




항상 최고의 작곡가와 인력을 섭외해 자본을 최대치로 때려부어 만든 두근돌의 테마곡들은 발매되자마자 전 음원 사이트 1위를 기록해 왔다.



화면에 나오는 댄서들도 한명 한명이 업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탑급 안무가들이었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섭외해야 할만큼 노래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안무의 난이도가 극악을 향해가며 연습생들의 얼굴이 질려가고 있었다.



정식 등급 평가를 위해 실력을 가늠해야하는만큼 높은 난이도였다. 눈썰미가 없으면 안무도 따지 못하고 버벅대다 평가 무대를 내려가야 할만큼 한없이 잘게 쪼개지는 빠르고 복잡한 안무가 쉴 세 없이 화면을 채웠다.




삼분 이십초가 지난 후, 연습생들의 얼굴이 이렇게 질려버릴 것을 기대했을 더없이 만족스러운 얼굴의 나애리가 화면에 다시 나왔다.





[여러분들은 일주일간 이 노래와 춤을 연습한 뒤, 정식 등급 평가를 받을 겁니다. 제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죽.을.만.큼! 노력해서 와주세요!]





그럼, 일주일 뒤에 다시 만나요 여러부우우운!




나애리의 얼굴이 화면 속에서 페이드 아웃되며 스크린이 꺼짐과 동시에 강당에 당혹스러운 웅성임이 가득 찼다.




- 너무 어려운데?


- 저 안무를 딸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해?


- 아니 저런건 전문 댄서한테나 바래야지 우리가 어떻게 저런 걸




그 웅성거림 속에서 기쁨을 꾹 눌러참는 게 분명한 몇몇 연습생들의 얼굴을 둘러봤다. 1차 평가에서부터 춤을 특기로 한 애들이었다.





"어우, 저건 저도 따는 데 오래 걸리겠는데요."





평가 무대에서도 헛발 디뎌 굴렀던 담아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나를 내려다봤다.





"걱정마요, 형. 제가 안무 따서 가르쳐 드릴게요."





자신만만하게 나를 내려다보며 웃는 강아지같은 꼬맹이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놈이 안무 딸 동안 난 내 연습해야지.'




노래 중간에 하이라이트 파트가 나올 때부터 결심했다. 이번 테마곡 음원 녹음할 때 하이라이트 부는 내가 가져간다.




**




[아아, PD님은 갔습니다. 향응과 추행과 이것저것들이 뽀록 나서 교도소로 갔습니다.


그는 갔지만 그가 남긴 두근돌은 남아 있습니다··· 개새X야 구치소에서도 티브이 보고있냐?]




제이티브이 사원증을 인증하며 관계자를 사칭한 익명으로부터 두근돌 시즌 3 제작 확정됐다는 글이 올라온 후부터, 커뮤니티에는 매일같이 성불하지 못할 처녀귀신같은 원한에 찬 글들이 때를 못 가리고 올라왔다.



마디마디마다 깊은 회한과 저주가 느껴졌다. 아이돌 판을 뜨고나서도 향후 오년 이상은 간간이 커뮤니티에 접속해 pd 패는 글을 쓰고도 남을 망령같은 이전 시즌의 팬들이었다.




그들의 뿌리 깊은 원한이 하늘에 닿아 비라도 내릴 것 같은 우중충한 날. 어디 덕질할만한 신인 좀 없나 입맛을 다시며 오늘도 하릴 없이 커뮤니티를 순회하던 이들에게 벼락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하늘도 무심하게 새 시즌의 제작 확정 오피셜 기사가 뜬 것이다.





[두근두근 아이돌 시즌 3, 제작 확정!]


[제이티브이 향응과 조작 논란은 벌써 잊었나, 두근돌 새 시즌은 이미 촬영 시작했다....]


[방송폐지 국민청원도 소용 없었다! 두근돌 시즌 3, 여름 방영 확정!]


[재키박, 두근돌 시즌 3 합류. 케이팝 원로가수의 심사 보여주겠다]





하늘에서 벼락이 내렸는데 그들의 뒷통수에 와서 꽂혔다.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지옥의 광기로 들끓어 올랐다.




이 시간 커뮤니티에는 하늘에서 번개가 내려와 제작진들을 한방에 쓸어버리는 ‘천벌’을 소망하는 이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저 더러운 놈들에게 천벌을.




[내가 맨날 천벌 부르짖는 아줌마들 비웃었는데 내가 그럴 줄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신은 뭐하나 두근돌 제작진 쓰레기들 안 잡아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동안 출연자들은 죄 없다 생각했는데]


저런 프로 좋다고 나가는 심사위원들도 솔직히...난 좀 그래...


ㄴ 두근돌 팬들 징하다 또 죄없는 심사위원들까지 패고있네ㅋㅋㅋㅋㅋ


ㄴ 재키박은 소속사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어ㅠㅠㅠㅠ


ㄴㄴ 시켜서 이지xㅋㅋㅋㅋㅋ 연차가 얼만데 소속사에서 시키는대로 찍소리 한마디 못하고 나가 지도 화제성 얻고 싶어서 나가는 거지ㅋㅋㅋㅋㅋㅋㅋ


ㄴㄴㄴ 오피셜 뜬 거 있어? 재키박이 원해서 나간다고 한마디라도 했나? 소속사에서 시킨건지 아닌지 니가 봄?


ㄴㄴ ㅋㅋㅋㅋㅋ네 다음 눈 가리고 아웅 30대 아저씨 빠는 아줌마 돈 모아서 재키박 머리나 심어줘라 앞머리 구멍 숭숭 났더라


ㄴㄴㄴ 인신공격 피피티 땁니다 수고


ㄴㄴㄴㄴ ㅋㅋㅋㅋㅋ 말리지 마라 발표는 내가 한다


ㄴㄴㄴㄴ아 진짜 30대 아저씨 빠는 아줌마들 답게 공감성 수치 오진다ㅋㅋㅋㅋㅋㅋㅋㅋ 시X 재키박 가르마 탄 거 보고 대머리인 줄




[재키박 왜 좋아함?]


10년 덕질 쎄믈리에로써 말하는데 얘 인상이 뭔가 쎄함


착한 척 하는 거 아주 같잖음


ㄴ 두근돌 팬들 징하다 니 새X가 데뷔 못한 게 심사위원들 잘못임?


ㄴ 인생에 내세울 게 10년동안 아이돌 빤 것밖에 없는 막장 인생 오똑할꼬얌ㅠㅠㅠㅠㅋ 니가 이런 X글 쌀 시간에 재키박은 음반 100만장 팜


ㄴ 아 나도 두근돌 뭐같지만 이런 글은 좀.... 두근돌 망령들 선 넘네



희열과 광기가 그간의 평화 속에 식어있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잊고있던 흥분을 다시금 불러 일으키며 커뮤니티가 불타올랐다.




**




[세상 사람들에게 묻는다. 정이란 무엇이건대 생사도 가름하게 하는가?!]*



여자는 샤워 후 최근 푹 빠진 고전 무협소설 속 대사를 무의식적으로 읊으며 습관처럼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평생 무언가의 덕질을 해오다보니 아이돌을 탈덕한 후에도 무언가를 파기는 파야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그 예쁜 눈이 문제였다.




'이게 다 두근돌 때문이다.'




나애리의 혹평에 파도처럼 흔들리던 그 순진한 검은 눈동자. 놀이터에서 돌을 던지는 아이들에게 한쪽 다리를 절면서도 계속 따라가는 순진한 강아지같은 눈빛.



아무 생각 없이 보던 티브이 속에서 두근두근 아이돌 시즌 1에서 구 최애의 순진무구한 눈과 마주했을 때, 그녀는 내가 저 아이를 저 사악한 프로그램 속에서 마귀같은 시청자들로부터 지켜야할 것 같다는 뜬금없는 사명의식이 가슴 속에서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그녀의 픽은 C등급에서 B등급으로 도약해 숙소에서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기특한 성취를 거뒀고,



그 모습에 감명받은 그녀와 같은 무수한 방구석 새우젓들의 응원을 받아 첫 투표 50위대에서 단숨에 13위까지 도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방송 횟차가 진행되던 어느날 머릿 속에서 댕댕댕 종이 치며 야구장 심판의 음성이 환청으로 울렸다.




[스뚜우우우우---라이이잌!!]




소위 말하는 정병존으로의 스트라이크였다.




구회말 투아웃, 도망갈 곳도 없는 정신병자들로 들끓는 마굴 속에 최애에 대한 사랑 하나로 머리통을 들이박았다.



사방에서 쥐어뜯는 손아귀 속에 최애 대신 그녀의 윤기 나는 긴 생머리를 맡겼다.



데뷔가 눈 앞에 있었다. 마지막까지 분투했으나 마지막 순위 발표식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계속해서 치고 올라가며 모두가 데뷔를 예상했던 그녀의 최애가 명단에 없던 것이다!



발표된 최애의 순위는 8위. 데뷔의 목전에서 아쉽게 탈락한 최애는 원래 있던 중소 기획사로 돌아갔으나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무한 대기 상태에 돌입했다.




- 괜찮아, 넌 최선을 다했어.




의례적인 위로의 채팅들이 쏟아지는 라이브 방송 속에서도 최애는 기특하게 웃었다.




'제가 꼭 데뷔해서 여러분들 응원이 헛되지 않게 해드릴게요.'




그러나 그 후로 저주받을 X소 기획사에서 무려 2년이나 데뷔가 미뤄지며 빠져나간 팬덤 탓인지 데뷔한 그룹의 성적은 암전이었다.



초동 2만장. 음원 미진입한 앨범의 활동 말기 무렵,사생이 최애의 연애를 폭로했다. 동시에 한줌 팬덤도 같이 터져 나갔다.



명색이 리패키지인데 반년 뒤에나 나온 앨범의 초동이 10분의 1로 떨어지는 순간까지 그녀는 질기게 남아 응원했으나 고대하던 컴백 첫 방송 날.



사전녹화 공방 팬석에서 무대 위에 올라온 최애를 보았을 때, 그동안 인정하길 거부해왔던 가슴 속에 강한 불안감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자신의 사랑이 끝날거라는 예감이었다.





위아래를 통으로 둘러입은 치마바지. 마치 실례라도 한 듯 아래로 내려올수록 통이 넓어지며 왕 앞에서 재주 부리는 서양 광대마냥 춤을 출 때마다 화려한 레이스가 펄럭였다.



연애도 용서할 수 있었으나 그 궁상스러운 기획력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스타일링만은 참을 수 없었다.



피 토하는 심경으로 버텼던 공백기를 지나 이루어진 첫 컴백 속, 스밍을 돌리고 투표까지 성실히 마쳤다. 그리고 활동 마지막 날 소속사 공계에 올라온 최애의 감사 인사를 보며 조용히 덕질 계정의 비활성화 버튼을 눌렀다.




'미안하다, 도망간다.'




앞으로도 뻔할 앞날 속에 함께 X길을 걸을 자신이 없었다.



섶을 쥐고 불 속에라도 뛰어 들겠다고 느꼈던 사랑은 오대오 홍합 머리와 X 싼 레이스 바지 코디 앞에서 결국 재로 변해 버렸다.



그 후로는 생활에 매진하며 간간이 케이팝의 망령이 되어 유령처럼 커뮤니티를 떠돌았다.



간혹 가슴에 사무친 원통함이 차오를 때면 두근돌 때 덕질하던 아이돌 커뮤니티에 접속해 감방에 있는 피디를 패는 글을 남겼다.




[두근두근 아이돌 시즌 3, 제작 확정!]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니.'



커뮤니티 핫게시글 최근 3페이지까지 [두근돌]이라는 키워드가 점령해 있었다. 댓글 2천개가 달린 첫 게시글을 클릭한 순간, 그녀는 눈 앞이 하얘지는 충격과 분노로 뒷목을 짚었다.



지옥에서 돌아온 워리어의 손가락이 다시 키보드를 잡았다.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불꽃을 튀겼다.



그녀는 일단 방송사 놈들을 저주했다.


다음으로 다음 시즌마저 케이블 시청률 1위로 만들어주며 제이티브이에게 돈을 벌어다줄 시청자 놈들을 저주했다.




주군의 아이를 안고 달리던 장판파의 조자룡마저 '뭐야 이새끼 좀 무서워'하고 한순간이나마 멈칫할만한 기세로 투지와 원한을 담은 타이핑을 토했다.



[두근돌 3 불매해줘 제발]


이 프로그램 시청하는 놈들은 하늘에서 저주가 내릴 것이다아아아




확인 버튼을 클릭한 순간 분당 오십개씩 쏟아져 올라오며 두근돌을 욕하는 새글들의 홍수 속에 그녀의 천벌 소취글이 뒤로 떠내려갔다.




===========================


작가의말

<부록, 참고사항>


*

[세상 사람들에게 묻는다. 정이란 무엇이건대 생사도 가름하게 하는가?]

김용, 신조협려 속 이막수*의 노래, 안구사(雁丘詞)


* 이막수(막莫수愁: 시름하지 말라) : 최애에 대한 사랑을 방해하는 이는 보이는대로 다 죽여버리다 사랑에 불 타 죽은 여인. 오늘날 비뚤어진 아이돌 팬*들의 시조라 할 수 있다.



*<비뚤어진 아이돌 팬>이란?

: 팬덤에서 욕 먹으며 최애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다, 최애가 연애하자 그간 모아뒀던 비리 다 폭로하고 계폭하는 사생팬 등을 말한다.

예시) 

“야 미친, 한여름 넴드 홈마 원썸머 드림 그 미친X 계폭했대!”

“왜? 계폭 좀 하라고 그렇게 팬덤에서 패도 붙박고 있더니. 걔 악질 사생이라 여름이도 걔 존나 싫어했잖아.”

“몰라,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니가 뒤에서 몰래 연애하냐고 그간 한여름 쫓아다니면서 캐냈던 담배짤, 클럽짤, 클럽에서 담배 피우는 짤 다 올리고 튀었어.”

“역시 미친 X답게 가는 날까지 가지가지 하누. 누가 보면 지가 한여름 여친인 줄.”

"계폭하기 전에 트윗 남겼는데 완전 구구절절 혼자 망상 속에서 한여름이랑 연애했더라. 유사연애하다 돌아버림."

"어이고, 드라마 퀸 났네. 드라마 퀸 났어. 차라리 드라마 작가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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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서바 정병존(Zone)에 투신했던 사람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 +2 22.06.07 487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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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어디서 배운거죠? +3 22.06.03 554 22 12쪽
14 14화-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2 22.06.02 554 29 11쪽
13 13화- 다시 태어나도 +2 22.06.01 542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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