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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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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최근연재일 :
2022.06.25 23:42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0,947
추천수 :
934
글자수 :
179,054

작성
22.06.04 07:20
조회
559
추천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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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6화- 무서운 건 너

DUMMY

끈적한 알앤비 비트에 맞춰 강은서의 몸이 움직인다. 어떤 군더더기도 없는 절도있는 동작. 끈적이는 느린 비트 속에 그간 수많은 연습을 통해 축적됐을 힘 있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나애리의 입에서 경박한 휘파람 소리가 나왔다.




“당장 데뷔해도 되겠는데요?”




살갑게 웃으며 말 거는 감주미를 재키박이 웃는 낯으로 무시했다. 재키박의 어깨를 치려고 다가서 있던 감주미의 손이 나애리의 도끼눈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멍청한 감주미. 나애리의 반경 안에 보이는 모든 키 크고 잘 생긴 남자는 잠재적으로 그녀의 소유였다.



Oh who needs a new love

who needs a new way to love

It'll be okay

I wont give away to find




리듬앤 블루스의 비트에 맞춰 허리를 놀리다 스탠딩 마이크 앞 정중앙에 멈춰선 강은서의 두 손이 허공을 움켜잡는다.



Oh baby Where you are

Baby Where you are



격렬한 팝핀 동작에도 흔들리지 않는 음정. 끈적한 소울 음악의 느린 비트 속에 그루브를 타는 강은서의 몸이 혼자서도 무대를 꽉 채우고 있었다. 피지컬에서 오는 파워와 풍부한 성량까지.


어떠한 트집거리도 찾을 수 없는 무대 앞에 도연무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 ."



옆자리 연습생은 이제 말도 잊고 홀린듯이 강은서만 보고 있었다.


넋이 나간 건 나애리를 포함한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인지, 강은서를 보는 그들의 얼굴에 만족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군계일학. 티에스라는 이름값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무대였다.




"흠 잡을 곳이 없네요. 축하합니다, A입니다!"




생선을 눈 앞에 둔 고양이같은 얼굴을 한 나애리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스튜디오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우와아아아!



언제 만났다고, 같은 소속사도 아닌 경쟁자의 기대 이상의 무대에 연습생 몇몇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심정은 나도 이해한다. 남자가 봐도 멋있었거든.


특히 저 탄탄한 몸에서 나오는 박력이 남자인데도 침을 삼키게 한다고, 도연무의 저주받은 피지컬을 원망하며 생각했다.




"이상하네."




팔짱을 끼고 뚱한 얼굴로 말을 뱉는 내 등을 옆 자리 멍청하게 생긴 금발머리가 팡팡 두들겼다.




“하핫, 괜찮아 괜찮아. 연무도 진짜 잘 했으니까 다음엔 A 등급 갈거야.”




너무 세게 두드려서 그때마다 도연무의 작달막한 몸이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붙임성도 좋지. 언제 친해졌다고 이러는거람.




[방유원]

보컬 : C+

랩 : B+

춤 : B

외모 : A+


"... ."




'하나만 할 수는 없는건가?'



잘 생기면 키가 작던가. 안되면 능력이라도 후달리던가 해야 공평한 세상일텐데 간혹 이렇게 지 혼자 밸런스의 제약을 무시하고 막 사는 놈들이 있었다.



'비주얼 밸런스 멤버'



세상 혼자 사는 '아이돌 상' 미남이 웃을 때마다 공기 중에 사이다를 뿌리는 것 같은 청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 안의 모든 이목구비가 사력을 다해 '내가 바로 아이돌'이라는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있는 듯한 외모.


얼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외관에 마주보며 말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시다.



'저정도 얼굴이면 전생의 나한테도 안 꿀릴 것 같은데?'



[도연무]

- 인성 : C >> C-

플레이어의 정직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 ."




뭐라는 거야, 이래 봬도 세븐 스타즈에서는 확신의 비주얼 멤버였다고.



이 해맑은 금발이 강은서 전에 나온 유일한 A등급이었다. 꽤 큰 회사에 있다 나왔다 했던 것 같은데, 회사 이름은 뭔지 까먹었다.



이 금발도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방금 막 무대를 끝낸 저 녀석은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왜 티에스에서 데뷔 안 하고 여기 나온거지?'



두근두근 아이돌이 이전 시즌까지 잡어먹은 인생이 수도 없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 앞길 창창한 아이돌 지망생이 연습생 상태에서 인성 논란과 각종 구설수에 휘말려 나락에 떨어진 일이 얼마였던가.



반등할 기회도 없이 종영까지 욕 먹으며 떨어지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뒤 원래 기획사에서 다른 그룹으로 데뷔해 나온 뒤로도 몇년간 컴백할 때마다 두근돌의 망령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쟤 두근돌에서 인성 논란 있던 애 아니야?]하고.



자기 자리를 향해 오던 센터좌를 대놓고 훑어봤다.



그런 내 눈과 시선이 엮이자마자 티나게 움찔한 센터좌, 강은서가 곧 미간을 찌푸리며 못 볼 걸 본 듯이 휑하니 1등석으로 가 훤칠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저 거만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말이지.'




그래도 같은 회사였으면 인사라도 한 번 할 법한데, 도연무가 혹여 말이라도 걸까 겁난다는 듯이 더러운 거 피하듯 고개를 내내 이쪽에서 돌리고 있었다.


쫓겨난 낙오자와는 상종도 안 한다는 건가.




'은서씨, 무서운 사람이네.'




그뒤로는 수십명의 아마추어 무대를 내내 버티고 봐야하는 고역이었다. 간간이 나애리가 던지는 비평의 탈을 선 스트레스 해소용 막말에 건장한 연습생들이 울면서 무대를 내려갔다.



몇시간씩 자리에 앉아있다 보니 등짝도 베긴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점차 졸음이 몰려왔다.



'아, 자면 안되는데.'



재질도 안 좋은 하위권 의자에 앉은 애들의 허리에 마음 속으로 애도를 보내며 하품을 참고 있을 때였다.



'심심해... .'



하고 생각한 순간.



- 신규 특성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이제 아예 붉은 고딕체로 변한 시스템 자막이 강은서의 조막만한 머리통 위로 깜박인다.

어차피 99명의 무대가 다 끝나려면 한참 남았는데, 그냥 이 기회에 확인해 볼까 생각할 때였다.



다급할만큼 빠른 속도로 핑크색 선물상자 모양 이모티콘이 강은서의 머리 위에서 튀어나왔다. 주변으로 꽃가루가 날리며 팡파레가 터졌다.



- 상급 특성, ~철가면~을 획득했습니다!!

[철가면, Lv.0]

시스템이 거짓말쟁이인 당신을 위해 꼭 맞는 특성을 찾았어요!

- ~상급특성, 철가면 Lv.0~ 일정시간 동안 안면근육이 두꺼워져 속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안함!




"... ."




진짜 남의 목숨 갖고 장난하나.


패널티의 지속기간만 해도 3년, 3년간 뭘 해도 전국적인 조롱 받는 악편의 희생양이 벌칙인데 보상은 저따위다.


이 정도면 계약을 했어도 사기계약에 착취라고 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 강아지같은 시스템 새..."




상태창을 아수라와 같은 얼굴로 노려보는 내 눈과 마주친 강은서가 못 볼 걸 본 듯 고개를 훽 돌려버린다.




"아놔 진짜, 나 이젠 못 참아.'




'아이돌 서바에서 그딴 걸 어디 써, 이 쓰레기같은 시스템 놈아.'




안광을 희번득대며 벌떡 일어서려는 내 양 어깨를 금발머리가 붙잡아서 앞으로 돌려세웠다.




"야, 야, 여기 카메라 있어. 너 진짜 왜 그래!"

"놔봐, 놔봐. 놓으라고. 아 이거 안 놔? 나 계속 참았다고."

"아니 쟤랑 무슨 사이길래 그러는거야. 둘이 무슨 원수졌어? 한 회사였다며!"

"나 쟤한텐 아무 감정 없다니까? 이것 좀 놔보라고."

"아 둘이 싸울거면 끝나고 카메라 없는 데 가서 싸워! 제발!"




파리가 날아다니는 걸 보듯 경멸스러운 눈으로 그런 나를 보는 강은서의 머리 위 상태창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던 때였다.




"여러분은 이제 숙소로 이동해서 복장을 갈아입고 이곳으로 다시 모일 겁니다."




전광판 가득 재키박의 얼굴이 들어찼다. 실선처럼 가늘어진 사람 좋아보이는 눈웃음. 몇시간만에 99명의 떨거지들을 치워버린 후련함에 재키박의 얼굴에 상쾌한 웃음이 가득했다.



"오늘 실력을 못 보여준 친구들도 너무 낙담하지 않기 바랍니다. 일주일 뒤에 정식 레벨평가가 있을 거니까요. 그런 여러분을 돕기 위해 오늘부터 바로! 수준별 트레이닝이 시작될 겁니다.“



'그럼 오늘은 뭐 한거야?'

'뭐긴, 그냥 방송용 분량 좀 뽑은 거겠지.‘




웅성대는 얼굴들 중 제 실력보다 등급을 잘 받는 몇몇 이들에겐 불만이, 몇몇에게선 일주일 뒤에 올라가겠다는 전의가 불타고 있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단 숙소로 가서 다들 짐도 풀고 방 친구들과 인사도 하고 다시 모일 거에요. 거기서 이번 시즌의 테마곡이 공개될 겁니다.”


옆에서 나애리가 또다시 심각한 얼굴로 끼어들어 괜한 분위기를 잡았다.



"여러분은 그 테마곡을 연습해서 뮤직펀치 무대에 설거에요.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기회입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해야 되요. 노력해서 A등급이 된다면 티브이 화면에 여러분의 얼굴이 한명씩 딱! 딱! 나올 수도 있겠죠?”


나애리답게 멘트 수준마저 저렴했지만 뮤직펀치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화면을 보던 연습생들의 눈이 흔들렸다.



뮤직펀치. 제이티브이의 간판 음악 방송. 대대로 두근돌의 첫 무대가 방송 티져와 함께 공개되며, 테마곡의 공개와 동시에 세간의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뮤직 펀치에서 따낸 무대 분량이 최종 데뷔조의 반을 결정한다' 할만큼.


미어캣 무리처럼 일제히 고개를 꺾어 스크린을 올려다보는 아이들의 목울대가 긴장으로 크게 울렸다.



“다만 한가지.”



나애리의 눈이 미소 속에 초승달처럼 가늘어졌다.


"정식 레벨테스트에서 F 등급을 받은 연습생들은 무대에 올라갈 수 없습니다."


작가의말

일요일은 소설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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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난 정말 네게 기대가 많아 +3 22.06.13 395 23 10쪽
22 22화- 나만 믿고 따라와 +2 22.06.11 406 22 11쪽
21 21화- 결전전야(決戰前夜), What’s the situation +2 22.06.10 418 23 12쪽
20 20화- 정말 괜찮은데 +1 22.06.09 441 26 10쪽
19 19화- 답답하면 직접 데뷔하자 +2 22.06.08 473 23 11쪽
18 18화- 서바 정병존(Zone)에 투신했던 사람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 +2 22.06.07 487 22 15쪽
17 17화- 상금 대신 센터라니 가성비갑이네 +2 22.06.06 525 28 12쪽
» 16화- 무서운 건 너 +2 22.06.04 560 24 10쪽
15 15화- 어디서 배운거죠? +3 22.06.03 554 22 12쪽
14 14화-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2 22.06.02 554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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