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EDFox7

여우 : 아웃사이더의 귀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REDFox7
작품등록일 :
2016.08.16 11:33
최근연재일 :
2016.11.18 1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52
추천수 :
0
글자수 :
81,445

작성
16.11.18 18:00
조회
27
추천
0
글자
18쪽

10. 청안(淸眼)

DUMMY

그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였다. 아니, 일전에 비슷한 일화가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배신한 천사가 인간으로 떨어지는 신화, 어느 한 인간 여자를 사랑한 신이 자기 스스로 인간으로 내려간 전설... 그것들은 오직 입에서 입으로 그리고 그 기원조차 찾기 힘들정도 오래된 신기루 같은 거짓말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앞에 서있는 이 아웃사이더... 아니, 이 노인은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쉬쉬케는 구석에 놓인 소총을 지팡이 삼아 땅을 짚었다.


"아... 이제 비로서 인간이 되었군. 참으로 멀고도 먼 길을 돌아왔군. 가벼웠던 몸이 무거워지고 온 몸으로 온기가 퍼져나가는 이질감이라...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또한 새로운 느낌이로군."

"인간이 되더니 감정이 풍부해진 것 같네."

"그럴지도, 허나 그게 바로 인간다워졌다라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 조금은 지친 느낌이로군."


나는 간이용 의자 하나를 꺼내서 쉬쉬케에게 슥하고 밀어줬다. 쉬쉬케는 고맙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의자에 앉았다. 이엔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쉬쉬케를 쳐다보았다. 나조차 눈앞에 관경이 믿기지기 않는데 어린 아라크네가 이해할 수 있을리가 만무하다. 이 상황을 누군가에게-볼레드나 티렉스에게 설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쉬쉬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쓰으읍... 후우... 이제 좀 편하군."

"...이 뒤는 어떻게 되는거지?"

"음, 그렇군. 지금의 내 신체나이를 대충 추정하컨데 한 10년정도 더 살다가 죽지 않을까 싶네."

"아니, 그런거 말고. 지금 살아있는 모든 아웃사이더들이 자신의 수명대로 다 살다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 묻는거다."

"...자네는 성격이 급하군. 급한건 이해를 하겠다만... 그들이 걱정되나 보군."

"..."


그래, 확실히 걱정되었다. 그때 당한 알의 능력의 편린을 맛 본 나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녀석의 능력은 마법, 기교 그런게 아니다. 압도적인 힘과 그 힘을 바탕으로 전게 되는 정신나간 민첩성 그리고 론즈의 피조물인이상 하수인 소환 등을 이용한 숫적 우위를 점할 수도 있을것이였다. 무전기로 손을 뻗어 연락하고 싶었지만 알에게도 무전기가 있는 터라 오히려 알쪽이 먼저 움직일 수 있었다. 론즈를 찾아야 하는 것도 급선무겠지만 섣불리 행동하기에는 리스크가 많다. 일단 쉬쉬케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게 중요하였다. 쉬쉬케가 입을 열었다.


"아웃사이더라는건 앞서 말했다싶이 인류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네. 현세대의 아웃사이더들이 죽으면 다음 세대의 아웃사이더들이 어딘가에서 태어나겠지. 우리는 그저 어떠한 공포들의 상징이라네. 인류가 감정자체를 없는 존재라면 모를까 감정이 있다면 존재할 수 밖에 없지. 나는 그저 이제 남은 필멸자로서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다가 순환의 일부가 되어어가겠지."


쉬쉬케는 마른 기침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크흠. 비록 공포가 근원인 존재들이나 너무 그들을 두려워하거나 탄압하지 말아줬으면 하네. 인간에게 의지력을 부여하는 것 역시 공포이지. 인류-그러니깐 자네같이 특이한 종족들도 전부 인류에 포함하자면, 나는 가끔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네. 무엇이 인류를 인류답게 만드는가.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이긴하지만 인류가 공포에 저항하는 의지력이 인류를 인류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네. 허나 의지력을 상실할 정도의 심한 공포는 인류를 오히려 퇴보시켜버리지."


쉬쉬케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이제 늙은 노인이 되어버린 쉬쉬케의 눈은 노안으로 인해 뿌옇게 흐려보였다. 쉬쉬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내가 익히알고 또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는 그것들을 말하였다.


"바로 '제국'처럼 말이지."


나는 순간적으로 손이 꽉 쥐어 잡히는 것을 느꼈다. 너무 강하게 쥔탓에 뿌득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쉬쉬케는 나의 주먹쥔 손을 보고 말했다.


"흠... 제국과는 뭔가 악연이 있나보군."

"아, 있다마다. 그 놈들에게 내 꼬리를 빚졌지. 그 수장이라는 잘난 얼굴을 떠오를때마다 그 녀석의 얼굴가죽을 아예 뜯어버리지 못 한걸 계속 후회했지... 제국이 개입하였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했다만, 이제 확신으로 접어들었군. 녀석은 어디에 있지?"

"...나는 몇일전 그 인간을 만난 적이 있었다네. 나는 그 인간의 인력이 필요했고 그는 나의 힘이 필요했지. 결과적으로는 둘다 서로를 이용한 샘이지만 둘다 목적을 이루었다고 봐야지."

"뭘 도와준거지?"

"시간. 나는 시간을 줬다네. 허나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중요한건 자네가 이 미성숙한 인류를 처리할 기회가 왔다는 것이겠지."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네 녀석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않나? 지금까지 너의 그 '시간벌기'로 인해서 피해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너의 그 계획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쉬쉬케는 전에 보았던 그 붉은 못을 던져줬다. 이전에 본것과 비교하자면 손바닥위에 올라갈 정도로 작은 사이즈였다.


"그 못은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라 육체와 영혼의 연결을 일시적으로 끊어주는 못이네. 그래서 생물학적으로 죽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진짜로 죽은건 아니라네. 그 못을 육체와 맞닿게 한다면 다시 합쳐질테니 너무 걱정말게. 다만 비행정에서 죽은 사람들은... 내가 한 짓이 아니라네."

"그럼 제국이 한 일인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지."


애매한 대답. 쉬쉬케 본인도 비행정 학살의 주범을 알지는 못 하는 눈치였다. 시계를 보았다. 이제 슬슬 일행과 합류를 해야만했다. 안그러면 알이 일행들을 상대로 무슨일을 저지를 것이다. 나는 이엔에게 다가갔다.


"이엔, 미안하지만 부탁을 한가지 해도 괜찮겠나? 이 못을 들고 시청 앞으로 가라. 아마도 합동 장례식이 시행되고 있을거야."

"여우는 어디로 가나?"

"나는 일행들과 빨리 합류해야겠어. 론즈의 피조물과 함께 있어서 위험한 상태다."

"알겠다. 믿고 맡겨줘라."


이엔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오늘 만난 사이지만 지금으로서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이엔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엔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위치추적기를 부착하였다. 이엔이 안다면 실망하겠지만 무작정 믿어줄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이엔은 부유건물에 왔을때처럼 거미줄을 이용해 시청방향쪽으로 날아갔다.


"...자, 이제 제국의 위치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겠나?"

"어렵지 않지. 안내해주겠네 여우여."


쉬쉬케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허공에서 재로 만들어진 흑마가 날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허공에서 달려왔다가 맞는 표현이겠다.


"이 녀석을 타고 가게. 제국과 자네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줄걸세."

"내 일행이 제국놈들하고 가까이 있나?"

"아주 가까이 있지. 아마도 제국측과 이미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네. 어서 가게."


나는 말에 올라탔다. 재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탐승감이 썩 괜찮았다. 나는 쉬쉬케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일이 끝나면 할거라도 있나?"

"딱히 없다네. 이제 늙은 아웃사이더는 뒤에서 지켜만 봐야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건 자네와 같은 젊은 필멸자들이 할 일이지."

"...정 할일이 없어서 심심하면 내 사무실로 와라. 영감이 할만한 소일거리와 숙식정도는 제공해주지."

"고맙지만 사양하지. 노후준비는 이미 천년전부터 해온터라 자네같은 젊은 필멸자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네. 그리고 여우여 항상 탁 트이고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나. 자네는 멀리까지는 내다보지만 시야가 좁아 주변을 잘 둘러보지 못한다네. 뭐... 그럼, 다음에 또 보세나."


쉬쉬케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치 롯켓이 발사되는 것 마냥 말은 허공을 박차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부유건물에서 멀어져갔다. 아마도 한동안 부유건물에 방문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쉬쉬케가 마지막에 한말이 영 거슬렸다. 내가 놓치고 있는거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직접 알려주지 않는 건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지금 당장의 일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오늘 잘하면 그 놈의 얼굴 가죽을 뜯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


"옳지 옳지. 잘했어, 딱딱이."


저는 예의 '딱딱이'라는 피조물의 머리를 쓰담으며 칭찬해주었습니다. '딱딱이'는 뒤틀린 혀를 쭉빼고 기쁜듯이 헥헥거렸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강아지 같은 행동이지만 불과 몇분전 스케빈져들을 300마리이상 씩이나 뱃속을 삼켰던 녀석입니다. 원래라면 론즈님의 명령대로 제거해도 무방한 녀석이였지만 묘하게 저를 따를려고 하는 턱에 일단 보류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 뒤에 계시는 볼레드님과 티렉스님은 녀석의 행동에 적지않게 당황한듯 합니다. 저는 뒤돌아서 두 분께 말했습니다.


"만져보셔도 괜찮습니다. 방금 막 스케비져들을 먹은터라 그 녀석들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점점 가죽이 쥐털로 덮히고 있거든요."

"...음, 오늘 정말 놀랄 일이 많이 일어나는군요. 이 덩치...아니 그러니깐 딱딱이는 꼭 강아지 같군요."


볼레드님은 딱딱이를 부드럽게 쓰담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딱딱이는 볼레드님의 손길이 썩 마음에 드는지 가볍게 그르렁거렸습니다. 티렉스님도 가까이 와서 딱딱이를 자세히 관찰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오. 이 생물은 계속해서 변이되어가고 있군요. 알프레드님이 말하신 것처럼 먹은 것들의 유전자정보 중 자신에게 유리한 유전자만 차별적으로 흡수할 수 있군요. 마치 예전에 여우님이 하시던 오래된 게임에 나오는 괴물들 같군요."

"그게 바로 론즈님의 능력이죠. 론즈님은 필멸자들이 말하는 생명공학쪽으로 최정점을 달리시는 분입니다. 지금은 무리겠지만 언젠가 론즈님을 만날 수 있겠지요."

"실례가 안됀다면 이 친구의 DNA샘플을 추출해도 괜찮겠습니까? 이 친구의 변이되는 메커니즘을 알 수 있다면 제 드론들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에 큰 힘이 될 것 입니다."

"아, 물론이죠. 딱딱아 잠깐만."


저는 딱딱이의 몸에 손을 쑤셔 박았습니다. 딱딱이는 살짝 움찔했지만 자신을 죽일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고 담담하게 제가 손이 자신의 몸을 휘졌는것을 방치했습니다. 저는 딱딱이의 몸을 헤집어 가장 신선한 살덩어리를 뜯어내어 티렉스님께 건내드렸습니다. 트렉스님은 저의 행동에 당황하셨는지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말했습니다.


"어... 그냥 털 몇가닥 정도면 괜찮았는데 말입니다."

"이왕이면 이제 막 만들어진 체새포가 좋은 법이죠. 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어서 빨리 보관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아, 네 그러죠."


티렉스님은 급속 냉동 캡슐에 살덩이를 잘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딱딱이의 상처도 금세 재생되기 시작했습니다. 잘됬군요. 잘됬어요. 단 한가지만 빼면 말이죠. 저는 제 머리 위에서 저에 대한 적의가 느껴졌습니다. 이제와서 설명하는 것처럼 들리시겠지만 저는 타인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미약하게나마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무의식이라고 해야될지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저에게는 소위 말하는 '기습'이라는게 잘 통하지 않습니다만... 어찌되었든 저는 다른 두 분과 딱딱이에게 경고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벗어나십시오!"


두 분은 튕겨나듯이 자리에서 이탈하였고 딱딱이도 제게 순식간에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터널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꽤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ㅇㅣ

"


여우님의 목소리였습니다. 허나 왜 저한테 적의를 품고 있는 건지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여우님은 검은 말을 타고 오셨는데, 정황상 그 말이 천장을 뚫고 여우님을 저희들한테 보내준 것 같았습니다. 딱딱이는 적을 위협할 때 내는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달려들려고 했지만 제지하였다. 무너진 잔해 위에서 여우님은 흑마를 타고 있었는데 복장이 좀 이상했습니다. 헤어지기 전 입고 있던 고동색의 바바리코트와 와이셔츠차림이 아니라 검은색의 가죽 자켓과 가죽바지를 입고 망토 비스무리한 것을 걸치고 커다란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계셨습니다. 덩치 또한 묘하게 근육질적으로 변해서 목소리가 아니였다면 종족만 똑같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여우님은 말을 탄체로 한껏 폼을 취하면서 말하셨습니다.


"흥! 나는 권왕! 권왕은 결코 무릎따윈 꿇지않는다! 거기 너! 신은 이미 너에게 죽음을 내렸다!"

"폼잡지 말고 내려와요. 또 어디서 본 만화 따라하지말고."

"아, 그래."


티렉스님의 일갈에 여우는 머쓱거리며 투구와 망토를 벗었습니다. 묘하게 근육질이였던 모습 또한 보통의 여우님의 체형을 돌아왔습니다. 제가 잘못본 것일까요? 허나 투구와 망토를 벗었음에도 여우님은 저를 적대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왜 그런지 저로서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여우님은 말에서 내려 저의 코앞까지 걸어왔습니다.


"...해명을 들어보실까?"

"무엇을 말입니까?"

"쉬쉬케에게서 들었다. 론즈... '그것'은 어디에 숨겼지?"

"말씀이 지나치시는군요. 하지만 이해하겠습니다. 또한 우리의 목적이 비로서야 일치한다는 사실을 먼저 알릴 필요가 있겠군요."

"아, 그래서 저 괴물을 소환한건가? 그 목적이라는게 도데체 뭐길레 왜 다른 이들을 공격할려고 한거지?"

"오해입니다. 저는 이 친구를 이용해서 저분들을 지켜드렸습니다. 그건 확실히 증명할 수 있습니다."


여우님을 고개를 돌려서 다른 두 분을 바라보았습니다. 볼레드님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습니다.


"스케빈져들이 이곳을 습격했었습니다. 알프레드님이 아니였다면 상당히 힘든 싸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 그렇군..."


여우님은 다시 저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그래, 론즈가 정확히 너에게 지시한 사항이 뭔지 말해라."

"여우님을 보좌하라고 하셨습니다."

"아니아니, 그거 말고 말이지. 다른 사항이 있는거 아니였나? 예를 들면 자신의 진짜 목적을 안 여우와 그 일행들을 모조리 죽여서 입막음을 해라던가."

"다른 사항이 있긴 있었습니다만... 여우님께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허나 시국이 시국인만큼 밝히자면..."


론즈님이 절대 비밀이라고 하셨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저 세분과 싸워야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아무리 론즈님의 두번째 최고의 작품인 저였지만 혈마법사 뱀파이어와 드론 군단을 부리는 안드로이드 그리고 끊임 없는 변수를 만들어 전황을 뒤집어버리는 해결사를 상대하긴 벅찼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론즈님이 부탁하신 아주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지령을 여우님께 털어놓았습니다.


"론즈님께서는... 여우님의 모든 것을 알아내라고 하셨습니다."

"...뭐?"

"그... 이를테면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옷은 무엇을 자주 입으시며, 옷을 벗을때 어느 순서로 벗고, 수음의 주기와 패턴, 상대방에게 어떠한 매력을 느끼고 흥분하시는지, 혹시 여우님에게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어떤 장난을 좋아하시는지..."

"잠깐 잠깐 잠깐... 알,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그런 거짓말을 추호도 안통한다고."

"하지만 론즈님이 이런 지령을 내린건 확실하십니다."

"론즈라면 그런 지령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지만... 으음..."

"증거물이라면 제가 이때까지 여우님을 관찰하면서 쓴 보고서 내역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실제 론즈님이 읽기도 하셨고요."


저는 품속에서 수첩을 꺼내 여우님께 보여드렸습니다. 몇 장을 넘기면서 읽던 여우님의 얼굴은 어느새 벌겋게 달아올라 수치감을 느끼셨습니다.


"...이거 어디서 알아낸거냐. 고작 하루동안, 잠도 안자고 지금까지 계속 돌아다녔는데..."

"아, 제가 말을 안했던가요? 저는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비록 여우님에게는 잠깐 스쳐가는 무의식의 향연들이지만 평소의 행실이 묻어나는 법이죠."

"아...안돼..."

"포기하시죠. 이미 론즈님께 넘겨졌습니다. 다음에 만나신다면 여우님의 이곳저곳을 아주 잘 공략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말도 안됀다고 어허헣!! 그 스토커 자식한테 말려들순 없어!!"


여우님은 바들바들 떨면서 말했습니다. 마치 포식자한테 잡힌 한마리 토끼 같습니다. 아 여기서 말한 포식자의 '포식'이라는게 좀 다른 의미이긴 합니다만... 쭈그려 앉아 바들바들 떠는 여우님은 급기야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죽을거야 죽을거야 죽을거야 죽을거야 응 죽어 나 죽어 여러의미로 내 것이 죽어 죽어 주겅 으허허헣"

"어... 뭔가 도와줘야 되는거 아닙니까?"


볼레드님이 묻자 티렉스님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습니다.


"글럿습니다. 포기하시죠."

"나 한번만이라도 론즈 손아귀 벗어나고 싶은데!!! 왜! 나! 꽈찌쭈! 햄복할 수가 없서!!"


급기야 여우님은 제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너 지큼 나 동정해?!"

"아니 그건 아닙니다만..."

"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성!"

"아니 그건 여우님의 평소 행실이..."

"너도 뭐 할 말있어! 입 좀 다물어 제발!"

"이미 보고서 넘어간거 어떻합니까. 그리고 그렇게 애원해봐야 소용없습니다. 것보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렴 중요하고 말고! 너의 그 보고서 때문에 나는 일평생 죽을때까지 론즈한테 휘둘려야된다고! 제국? 그딴 녀석들보다 론즈가 더 위험한거 당연하잖아!"


여우님이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티렉스님인 한숨을 쉬며 여우님께 다가왔습니다.


"에휴. 여우님 잠깐 진정 좀 하시죠."

"너 같으면 진...으뷀뷁루베뤠뤵루넝룰루일후룲내뷁케엑."


티렉스님은 전기충격기를 이용해서 여우님을 기절시켰습니다.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한편 여우님의 론즈님에 대한 증오가 더 짙어지는 것 아닐런지 우려가되는군요. 여우님을 기절시키고 저는 저번처럼 여우님을 어께에 들쳐맸습니다. ...왠지 기분상 자주 여우님을 들고 다닐 거 같아서 불안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우 : 아웃사이더의 귀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제를 무기한 연기합니다. 16.12.02 50 0 -
공지 연재 주기를 금요일로 옮겼습니다. 16.11.16 15 0 -
» 10. 청안(淸眼) 16.11.18 28 0 18쪽
9 9. 해방자 16.11.02 33 0 17쪽
8 8. 스케빈져 16.10.25 24 0 15쪽
7 7. 거미줄 16.10.04 28 0 15쪽
6 6. d3l#T3 16.09.27 35 0 21쪽
5 5. 슈거하이 16.09.13 34 0 16쪽
4 4. 테크로맨서 16.09.06 36 0 16쪽
3 3. 아웃사이더 16.08.30 90 0 18쪽
2 2. 시체닦이 16.08.23 73 0 19쪽
1 1. 혼돈 이론 16.08.16 270 0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