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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Fox7

여우 : 아웃사이더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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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Fox7
작품등록일 :
2016.08.16 11:33
최근연재일 :
2016.11.18 18: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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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1,445

작성
16.08.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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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3. 아웃사이더

DUMMY

"여우님!"


프랑켄의 다급한 목소리에 여우의 의식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오토는 거의 죽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바닥을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간간히 신체부위 일부가 기괴하게 돋아났지만 곧바로 회색빛의 죽으로 무너져 내릴 뿐이다. 이제는 목소리를 낼 수조차 없는지 고통에 가득찬 그릉거리는 소리만 작게 낼뿐이다. 여전히 그 붉은 문장은 오토의 죽과 같은 몸에서 불규칙하게 떠올랐다. 여우는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목숨을 살릴려면 이 방법 밖에 없겠군. 프랑켄, 지금 당장 액화 질소를 가져와. 급속 냉동시킨다."

"네? 하지만 오토는 슬라임 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얼어붙은체로 영원히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대로 보고만 있을거야?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대로면 오토가 죽는다!"

"그런..."


프랑켄의 얼굴에는 좌절감과 공포가 드리웠다. 그가 얼마나 오토하고 오랜시간 지냈는지 모르겠지만 프랑켄의 표정은 단순한 직장동료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공포에 휩싸여 절망한 표정이였다. 여우는 가볍게 프랑켄의 뺨을 툭툭 쳤다.


"정신차려 프랑켄. 지금 액화질소로 얼려버리면 내가 살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대로 둔다면 확실하게 죽을거다."

"..."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슬라임인 오토가 얼려진다면 죽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 그녀는 엄청난 고통을 받으며 네 눈 앞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둬라."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프랑켄은 액화질소를 가지러 방을 나갔다. 여우는 다시 전화기를 꺼냈다. 티렉스에게서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티렉스 쪽에서도 지금의 오토처럼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어렵품 추측하였다.


슬라임. 약 20년전 대규모로 대륙 곳곳에서 모습을 들어낸 종족으로 그들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았다. 몇몇 차원의 거주자들은 친숙하다던가 혐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들 차원에서는 다르지만 일단 비슷한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것들이 대혼란 사태때 넘어왔다면 지금에서야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채 나타났다는게 의뭉스러웠다. 어찌되었든 슬라임들은 다른 지성체와의 공존을 원하였고 지금은 여타 다른 지성종족들처럼 사회속에 섞여 살아가고 있었다.

여우는 자신의 흑요석 단검을 꺼냈다. 괴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식단검. 아웃사이더에 의해서 오토가 죽어가고 있다면 이 단검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여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프랑켄은 액화질소가 들어있는 가스통을 들고 들어왔다. 여우는 서둘러 호스를 연결하여 오토의 몸에 액화질소를 뿌리기 시작했다. 오토는 잠시 움찔하는듯하다가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그러자 오토의 몸에서 떠오르던 아웃사이더의 문양들이 사라지고 슬라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핵이 밝게 빛을 내었다. 여우는 자시의 흑요석 단검을 오토의 핵에 찔러넣었다.


"무슨 짓을!"


여우는 프랑겐을 손으로 제지하였다. 얼어붙은 오토는 움찔하더니 천천히 녹으면서 검은 색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좀 더 묘사를 하자면 곤죽이 된 오토에게서 인간여자의 형태가 마치 물속에서 떠오르듯이 나타났다. 이전의 오토의 인간폼과 비교하면 별로 달라진바가 없었으나 자신의 핵이 위치한 가슴부분에 여우가 꼿아놓은 흑요석 단검의 손잡이 살짝 튀어나왔다. 여우는 알몸이나 다름없는 오토의 몸을 자신이 입고 있던 롱코트로 덮었다. 프랑켄은 어느센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묘하군. 처음봤던 너와 지금의 너에게서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지는군."

"아, 이런 제가 실례를..."

"괜찮아. 나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너처럼 그랬을거야."


프랑켄은 자신의 볼에 흐르던 눈물을 닦았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은 여우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우는 작은 한숨을 쉬고 일어섰다. 오토를 거의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긴했지만 그 이후 어떻게 될지 여우는 확신할 수 없었다.


"시술이라고 해야될지 뭐라고 불러야될지 모르겠다만... 일단은 괜찮을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가슴에 있는 단검은 빼면 아까처럼 죽어갈 수 있으니 제거하지 않는게 좋을거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지금 다시 선착장으로 가봐야겠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어. 그것도 엄청나게 큰 규모로 말이지. 프랑켄, 당분간 건물 안에서 지내는게 좋을지도 모르겠군."

"알겠습니다. 저는 그러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가호가 함께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여우는 프랑켄을 뒤로하고 부검소 밖을 빠져나갔다. 해가 지평선을 넘어간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밤하늘은 요사스러운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여우는 미묘하지만 익숙한 냄새에 불길한 낌새를 느꼈다. 여우는 서둘러 선착장으로 발을 옮겼다.


----


"...망했군."


약 2시간을 걷고 뛴 여우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거리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그 흔하던 택시조차 지나다니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건물만 벌써 20번은 넘게 지나쳤다. 핸드폰은 여전히 불통이고 공기는 불쾌하게 습해져갔다. 여우는 자신이 루프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형적인 고립형 루프, 띠 형태의 무한이 이어지는 공간이였다. 여우는 이전에도 이러한 함정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공간술사들의 장난이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마력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익숙한, 그러면서 기분나쁜 느낌이 계속 들었다. 아웃사이더의 장난일 수도 아니면 누군가 자신을 방해하기 위해 쳐놓은 일종의 함정일 수도 있었다.


걷는것에 지친 여우는 근처 카페의 테라스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이 루프의 바깥쪽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우의 심정은 그냥 이 루프를 만든 주동자의 면상에 주먹질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여우가 의자에 앉자 맞은 편에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우는 순간적으로 온몸의 털이 쭈뼛서는게 느껴졌다. 여우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티파티 세트가 올라가있는 테이블과 그 옆에 서있는 노년집사,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밀크티를 홀짝이는 검은 드레스차림의 숙녀가 보였다. 분명 여우는 처음보는 사람들이였다. 하지만 소름이 돋을정도로 기분나쁜 익숙함이 느껴졌다.


"얼마만이더라... 한 30년정도 지났나요?"

"정확히는 34년만입니다, 주인님."

"아 맞아, 그랬었죠. 내 아이를 이런곳에서 다시 보게될 줄은 몰랐군요."


여우는 여자가 자신은 '아이'라고 칭하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 그때 그 불쾌한 살덩어리가 자신을 향해 속삭이던 말이였다. 여자는 우아하게 찻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여우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충격에 얼어붙은 여우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아아, 내 아이. 34년만에 찾은 나의 아이. 후후. 오랜만에 나랑같이 이야기하지 않을련? 마치 그날처럼..."


여자의 몸에서는 그때와 같은 어렴풋한 포근한 기분좋은 냄새가 풍겨왔다. 마치 벌을 유혹하는 꽃향기처럼. 하지만 여우는 그런 냄새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여우는 자신의 얼굴을 쓰담는 손을 쳐냈다.


"나는 그때와 다르다 살덩어리. 언젠가는 지상으로 나올거라고 예상은 했다만 오늘일줄은 몰랐군."

"어머, 섭섭해라... 알, 나 아이한테 미움 받아버린 걸까요? 오랜만에 만난다고 꽃단장도 하고 왔는데..."


알이라고 불린 집사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필멸자의 시간으로는 워낙 오랜시간 떨어져있어서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죠."

"그렇겠죠? 우리의 시간으로는 짧은 시간이겠지만 이 아이에게는 긴 시간일 수도 있겠네요."


여우는 머리를 싸맸다. 지금 저 여자와 집사가 하는 말로 봐서는 저 여자가 30년전 그때의 그 살덩어리가 맞는게 확실했다. 왜 인간여자의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나타났는지도 의문이였고 이번 사건의 흑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여우는 자신의 단검이 꼿힌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지만 흑요석 단검은 오토의 핵에 박아넣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우가 당황해하자 여자는 미소 지으며 여우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 맨살이 드러난 곳을 여우의 몸에 문질렀다.


"흐흥~ 그래도 나는 다시 만나게 되서 기뻐. 우리 좀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용건이 뭐지?"

"어라? 더 쌀쌀맞은 느낌? 싫다아..."


여우가 쌀쌀맞게 굴자 여자는 한손으로 여우의 목을 움켜잡아 들어올렸다. 가녀린 여자의 모습에서 나올리가 없는 엄청난 괴력이였다. 목을 조르지는 않았지만 여우는 숨이 턱턱 막히는듯 했다.


"켁!켁!"

"어머, 나도 모르게 그만. 그렇지만 나쁜아이에게는 따끔한 벌이 필요하겠지?"

"그만하시지요, 론즈님. 우리의 목적은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아! 그랬지요! 내 정신 좀봐."


론즈라고 불린 여자는 재빠르게 여우의 목을 놓아주었다. 그리 높지 않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린 여우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목을 쓸었다. 검은 무언가가 자신의 털과 엮여 마치 초커처럼 보였다. 론즈는 다시 자신의 티테이블로 돌아와 앉았다. 그러고는 손짓으로 여우를 불렀다. 별달리 방법이 없다라고 생각한 여우는 한숨을 쉬며 론즈의 반대편에 앉았다. 론즈는 그러한 여우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필멸자들은 참으로 어리석다니깐. 자신의 힘으로 나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정의로운 신인양 허세만 잔뜩 부리지. 어리석지만 뭐랄까... 그런 부분이 귀엽다고 해야되나?"

"두번은 말 안하겠어. 용건을 말하지 않으면..."


여우는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며 말했다. 그러자 이때까지 고고한 태도를 보이던 론즈는 갑자기 거의 울거같은 표정으로 여우를 바라보았다.


"자..잠깐 왜! 내 아이야! 왜 갑자기 그런...!"

"셋을 세겠다. 하나, 둘..."


여우가 격발할려는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알이 다가와서 권총을 문자 그대로 분해해버렸다. 눈깜짝할세라고 표현해도 모자랄 정도로 알의 동작은 여우도 따라잡기 힘들었다. 알은 여전히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여우의 얼굴을 티테이블을 처박았다. 론즈는 그 장면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시 한번 더 론즈님을 곤란하게 했다간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영원히 고통받게 만들어드리죠. 최근에 제가 읽은 인간들의 책 중에서 아주 기가막힌 방법이 있던데... 그렇게 해드릴까요?"

"..."

"알, 이제 그만해요. 이 아이가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는 아이는 아니에요."


론즈가 말리자 그제서야 알은 여우를 놓아주었다. 론즈는 여우에게 다가가 얼굴에 묻은 케익 조각들을 닦아주었다. 여우는 그저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이상 반항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 수도 아니면 이 정도 했으면 적당히 했다싶어서 일 수도.


"옳지 착하지. 후후. 그래야 내 아이지. 착하다 착해."


론즈는 여우의 얼굴을 닦아주고 볼에 키스까지 해주었다. 론즈의 모습은 여우를 자신의 아이로 대한다기보다 연인으로 대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았다. 사랑이라고 해야될지 집착이라고 불러야될지 모를정도로. 론즈는 여우를 껴안으며 했다.


"우리는 너의 도움이 필요해. 우리말고 다른 아웃사이더들이 여기에 나타났거든. 그리고 그 녀석들은 지금 이곳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려고하고 있어. 원래는 우리가 그 녀석들을 막을려고 했는데 이 녀석들이 '권역선언'을 해버리는 바람에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게 되었어."

"권역선언이 뭐지? 그런건 그냥 무시하면 되지않나? 너희들이 이 세계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그게 쉬웠다면 내가 이렇게 부탁하겠어? 필멸자들의 내건 그런 것들은 무시해도 되지만 아웃사이더들끼리 정해놓은 규칙을 깬다면 나는..."


론즈는 울먹이는 투로 여우에게 호소하였다. 보아하니 왕따 비스무리한 것을 당하는것 같다고 여우는 추측하였다. 그것도 우주적인 스케일로. 여우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후... 그래, 알았으니 그 '죽음의땅'이라는게 뭔지 설명해라."

"문자 그대로야. 죽음의 땅 위에 있는 모든 생명들은 죽어. 아웃사이더들만 빼고 말이지."

"녀석들이 그러는 이유는?"

"몰라."

"몰라? 지금 장난치는 건가?"

"아니 진짜 몰라. 아무리 아웃사이더들이라도 이런규모의 대규모 학살은... 좀 역겨워. 다만 추측을 한다면 이 녀석들은 죽음의 공포를 다량으로 얻을려고 하는 것 같아."


론즈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찻잔에 든 밀크티를 마셨다. 찻잔에 이내 새로운 밀크티가 저절로 차올랐지만 여우는 신경쓰지 않기로 하였다.


"우리는 필멸자들의 공포와 그 공포에서 비롯되는 신앙심에서 힘을 얻거든. 그 중 죽음의 공포는 가장 에너지 효율이 좋은 공포지. 하지만 필멸자들이 공포를 느껴버리기도 전에 죽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영혼까지 탈탈 털어서 공포를 얻을 수는 없기에 이런 식으로 에너지를 얻는건 최악이야. '죽을 수도 있다.'라는 암시만 계속해서 불어넣어 주는 쪽이 서로 WINWIN이지. 필멸자는 계속 살아남고 나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얻고."

"그건 그냥 너만 WIN하는게 아닌가? 필멸자는 계속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되지않나?"

"뭐 그럴지도? 하지만 아이야, 그렇게해서 네가 살아남았잖아."


여우는 론즈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랬다. 확실히 그때는 공포에 휩싸여서 동굴밖으로 빠져나갈 생각만하고 있었다.


"하여튼 이렇게 되면 우리가 굉장히 곤란해져버려.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는거야. 물론 필요한게 있다면 이것저것 지원해줄 수도 있어. ...그래 '이것저것'."


론즈는 입술을 햝으며 자신의 몸을 쓸어내렸다. 다른 이들이 봤다면 몹시 흥분되는 장면이였겠지만 여우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으... 망할 내눈."

"너무해...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아. 흠흠."


론즈는 마치 자신의 몸에 경외하는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만져댔다. 누가보면 자기애가 극단적으로 심한 나르시스처럼 보였다. 론즈는 잠시동안 자신을 몸을 만지다가 다시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신세한탄하듯이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말하자면 여기 온건 이번 일 때문만은 아니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두가지 이유지. 나는 사실 너를 처음 만나기 전까지만해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이쁜줄 알았어. 그러니깐 누가봐도 어느종족이 나를 봐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그 전에 누군가를 만나본적이 없었거든. 심지어 같은 종족들하고도. 그런데 우연히 내 동굴로 들어온 너를 본 순간 이건 기회라고 생각했지. 내 아름다움을 온 세계에 알릴 첫걸음이라고 생각했지."


론즈는 밀크티를 티스푼으로 휘휘저으며 말했다. 여우는 가뜩이나 짜증나는 상황에 신세한탄하며 논점을 빙빙돌리는 론즈의 모습이 아니꼬았지만 일단 참고 끝까지 들어주기로 하였다.


"..."

"그리고 마침내 내가 모습을 들어내는 순간 나는 공포를 느꼈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가 느꼈던 공포를 말이지. 도망치는 너를 붙잡을려고 안간힘을 썻지만 결국 놓쳐버렸지. 그 때 나는 두가지 사실을 알았어. 하나는 내 모습이 공포를 느낄정도로 끔찍했다는 사실과 공포를 통해서 힘을 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 나는 내가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어. 그래서 너만 그렇게 공포를 느끼는 줄 알고 나와 비슷하게 생긴 피조물을 만들어서 인근 마을로 보내봤지. 결과는 뭐...그랬지."


여우의 냉랭한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여우는 지금의 자신이 당시의 론즈를 만났다면 론즈와 자신의 사이가 이렇게 비틀려있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했다. 론즈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새로 태어나기로 했어. 새로 태어나서 더욱 완벽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아이인 너를 찾으러 갈거라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때 네가 줬던 공포의 에너지가 충만하게 남아돌아 이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 나는 내 몸안에 지금의 몸을 완성시켰고 모든 정수를 그안에 쏟아내었지. 내 예전 육체가 서서히 죽어갔지만 새로운 몸은 점점 생기가 감돌았지. 모든일이 끝나고 마침내 내 의식을 새로운 몸에 넣는순간 나의 예전의 육체는 부패되어가는 고깃덩어리로 전락하고 나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지. 내 예전 몸을 찟고 나오는 그 순간이 얼마나 보람되었는지 너는 상상도 못할거야."


론즈는 다시 한번 더 자신의 몸을 쓰다듬었다. 이전에는 그냥 여우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만진거라면 지금은 마치 잘 만든 물건을 다루듯이 조심스러웠다. 잠시 자신의 몸을 보더니 뭔가 떠오른듯 흠칫거렸다.


"핫! 내가 너무 주책없이 떠들었네. 미안해 아이야."

"...뭐, 그럭저럭 들어줄만했군. 다만 이제부터 아이라고 부르지말고 그냥 다른걸로 부르는게 좋을것 같군. 듣기 좀 거북해."

"그럴까? 그럼 이름이 뭐야?"

"이름은 모르겠고 그냥 여우라고 불러라."


론즈는 은근 기쁜듯 미소를 지었다. 여우는 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냉랭한 태도는 누그러졌다. 설령 론즈가 거짓으로 자신에게 말했다고해도 계속해서 적대적으로 대하는건 자신의 신변에서도 이번 사건을 해결할때도 별 도움이 안됄거라고 여우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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