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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Fox7

여우 : 아웃사이더의 귀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REDFox7
작품등록일 :
2016.08.16 11:33
최근연재일 :
2016.11.18 18: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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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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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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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6. d3l#T3

DUMMY

어두운 방안. 검은 후드를 쓴 사람들이 원탁에 앉아있다. 일단 모두 인형(人形)의 모습을 하였으니 전부 사람으로 친다면 5명. 그들은 무언가를 기다리는듯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얼마 안가 제복차림의 복면을 한 남자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제복의 남자가 말했다.


"해결사, 경찰, 로봇 그리고 집사. 일단 움직이고 있는 자들은 이렇게 넷 입니다. 아마도 이번 계획을 눈치챈 것 같습니다."


긴 흰머리가 후드 밖으로 삐져나온 남자가 말했다. 젊지만 무언가 연륜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예상대로다. 쉬쉬케가 잘해주고 있군."

"허나, 그 여우해결사와 집사는 예상외의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원의 말에 따르면 집사는 아웃사이더의 피조물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오히려 해결사쪽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하더군요."


젊은 여자의 목소리를 가진 단발 적발의 여자가 말하였다. 흰머리 남자는 창백할 정도로 흰 손을 들어 상관없다는 손짓을 하였다.


"상관없다. 쉬쉬케의 마법진은 녀석들이 막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게다가 쉬쉬케의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우리의 계획에는 지장이 없다. 아니, 오히려 실패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을가요? 아웃사이더라는 것들은 신과 맞먹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건 신의 심기를 건드리는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신이라도 결국 죽기 마련이지."


패기로운 목소리의 짧은 흑발의 남자가 말하였다. 적발 여자가 기가 막히다는듯이 말했다.


"그럼 그 쉬쉬케라는 자를 죽일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물론 있지. 신이든 인간이든 목을 자르면 죽어."

"그건 여태까지 당신이 만나온 신들이 그랬던고요. 쉬쉬케는 그런 신들과 차원이 다릅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붉은 못, 그것 하나만 있어도 우리 같은건 순식간에 죽을 수 있습니다. 무턱대고 그를 배신하는건 너무 손해가 큽니다."

"어찌되었든 나중에 배신한다는 것은 같잖아. 지금 죽이든 나중에 죽이든 어찌되었든 쉬쉬케라는 녀석을 처리할 방법을 알아야내야 된다."


흰머리 남자가 둘을 제지하였다.


"둘다 틀렸다. 우리는 쉬쉬케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계획이 끝난 후에도 말입니까?"

"그렇다. 다만 그렇다고해서 쉬쉬케를 마냥 돕는건 아니다."

"...도데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쉬쉬케가 우리를 배반하게 만들 생각이다."


흰머리 남자의 말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딱딱하게 갈라진 목소리의 독특한 더러운 녹색 머리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흐헤헤.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을거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으리. 쉬쉬케 나으리에게 배반받은 우리가 쉬쉬케님을 공격한다면 대의명분도 얻고 우리 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얻을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합니다, 나으리."

"좋은 이미지는 필요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우리가 원하는것은 '정화'이다. 그것만이 제국을 부활시킬 유일한 길로다."

"흐헤헤. 좋은 생각이십니다, 나으리. 그럼 쉔네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흰머리 남자는 고개를 돌려 맞은 편의 검은 후드에게 눈을 돌렸다. 마치 녹색머리의 여자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허나 녹색머리의 여자는 오히려 그것이 더욱 마음에 드는 듯 몸을 베베꼬면서 실실거렸다. 맞은편의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자는 검은 복면으로 아예 얼굴자체를 가려서 누군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이제 그대의 의견을 들었으면 하는데."


흰머리 남자가 말햇다. 검은 복면을 쓴 자가 말하였다.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심한 목소리였다.


"솔직히 말해서 쉬쉬케는 우리가 먼저 배반하지 않더라도 곧 우리를 배반할 것 입니다. 그의 목적은 생명체 말살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살아있는한 그와의 계약이 끝나는 즉시 적이 된다는 겁니다. 브리튼 말소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정화'를, 쉬쉬케는 '말살'을 원하는 것이지요."

"그럼 우리가 그가 배반할때까지 기다리기만하면 되나?"

"아닙니다. 그 역시도 우리가 먼저 배신할때를 기다릴 것 입니다. 우습게도 아웃사이더들 역시 우리와 같이 대리명분을 중요시 하는 자들이고 만약 쉬쉬케가 다른 아웃사이더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라면 섯불리 우리를 배반하지 않을겁니다. 그 역시 배반할 기미를 찾고 있겠지요."

"그럼 어떻게 하는게 좋겠나?"

"조작하면 됩니다. 무언가 쉬쉬케님께 안좋은 일이 생겼는데 그게 우리 탓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예를 들자면 말이죠..."


검은 복면을 쓴 자가 원탁에 손가락을 얹고 톡톡 쳤다. 흰머리 남자는 눈치 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 그렇게 하면 되겠어. 일단 하나 해결했고... 우리 쪽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우선, 저번에 확보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현 브리튼 지하에 대규모 터널을 굴착 중 입니다. 인부들 대부분 제국에 지원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정석과 기계공학에 관련해서는 납치한 하이엘프들과 드워프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리튼 정부쪽에 심어둔 첩자들로 지하철 굴착 공사로 위장한 상태입니다. 다만 예산과 인력은 충분하지만 은밀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여우해결사의 눈을 돌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건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 다른 가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군.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일세. 그 해결사... 누가 여우 아니랄까봐 눈치 하나는 기가막히게 좋더군."


흰머리 남자는 자신의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오른쪽 얼굴은 세로로 긴 흉터가 남겨져 있었다. 흰머리 남자는 얕은 탄식을 내뱉으며 말하였다.


"하... 그 해결사가 인간이였다면 좋았을건데. 참으로 아쉽군."


----


"흐음... 아무래도 수상해."


마법진을 지우고 중얼거렸다. 이로서 벌써 20번째다. 이제 해가 슬슬 뜨는 시간이였지만 불길할정도의 짙은 안개와 비구름마냥 흐끄무레한 먹구름 덕분에 여전히 밤처럼 컴컴하였다. 그렇지만 이런 안개와 구름이 마냥 수상한건 아니였다. 보나마나 그 쉬쉬케라는 녀석이 뿌린 거겠지. 다만 내가 수상하게 여기는 것은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 이상할 정도로 지키는 사람이 적다. 사람 한명분을 갈아넣는다고 봐도 무방한 무척 만들기 어려운 마법진이다. 그런데 지키는 사람이 지나치게 적다. 처음에는 그냥 인원 배분이 잘못됬다라고 생각했다. 혹은 은밀하게 계획을 진행하기위해 일부로 동네양아치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서 적은 인원을 배분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였다. 습격하기 전 광신도들끼리 하는 말을 들어보니 자신들외에 추가적인 인원이 배치된다고 한다고했다. 하지만 그 추가 인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고의로 보내지지 않은 것처럼...

두번째, 너무 지나치게 많은 마법진들. 마법진 자체는 진짜였다. 하지만 필요이상으로 많았다. 지워지는 것을 감안한다고 하여도 차라리 이렇게 할거였으면 숫자를 줄이고 줄어든 숫자만큼 지키는 인원을 더 늘이는게 더 효율적이였다. 마법진의 효율을 늘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해도 마법진들을 아무리 링크해봐야 위력이 딱히 강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마법진을 만든것은 무언가 숨길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확신은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법진의 퀄리티. 거듭 반복했다 싶이 마법진 자체는 진짜였지만 그 마법진의 퀼리티는 너무나도 형편 없었다. 그럴싸한 수준의 마법진도 있었지만 대충 막 그린 수준이나 마감직전의 기자들이 날려 쓴 기사만큼 봐주기 힘든 마법진도 있었다. 허나 특이한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진 자체로서의 성능은 편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물론 엉망으로 그려진건 엉망인 위력을 가졌지만 잘 만들어졌다고해서 딱히 디스펠하기가 어려웠던건 아니였다. 완성되기 전이였으니깐.


나는 신호탄을 꺼내 하늘로 향해 쏘아올렸다. 적에게 노출 될 수 있지만 EMP 때문에 핸드폰이 맛이 가버려서 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게다가 적이 온다고하여도 쉬쉬케나 알 정도의 아웃사이더급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상대해줄 각오가 되어있다. 신호탄이 쏘아진 후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알이였다. 알은 하수구 구멍을 뚫고 나타났다. 하수구에서 나왔지만 하수구의 미약한 악취외에는 처음본 깔끔한 그 복장 그대로였다. 머리가 살짝 헝크러졌을뿐.


"역시 빠르군."

"마침 근처에 지나가는길 이였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네가 제일 빨리 올거 같았어. 지금 몇개 정도 지웠지?"

"한 47개 정도 지운 것 같습니다. 혹시나해서 지하도 위주로 돌았는데 꽤나 좁은 간격으로 있더군요. 대략한 50M간격으로 말이죠."

"지키는 녀석들은 많았나? 여긴 3명 혹은 4명정도밖에 안돼더군."

"흠... 이상하군요. 저는 최소 10명 정도가 마법진을 지키기고 있더군요. 그리고 이들 중 최소 1명 이상은 6서클 이상의 마법사들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고전을 했지만 도심 외각에서부터 이곳까지 어찌어찌 뚫고 왔습니다."


알은 품속에서 작은 은제 빗을 꺼내서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하였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지하에도 존재했고 지상보다 경비가 더 삼엄하였다. 어찌보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지하까지 마법진을 연결한다면 지하실로 대피한다고 하여도 마법의 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니깐. 하지만 그럼 지상에 백업용으로 마법진을 몇개 정도만 설치하면 되는데 왜 굳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만들었는가...


이쯤 생각할때쯤 볼레드와 티렉스가 하늘에서 날아왔다. 볼레드는 붉은색의 박쥐 특유의 날개를 펼치며 날아왔고 티렉스는 출발하기전 개조해준 이온 부스터로 날고 있었다. 하지만 둘은 온몸에 검댕이를 뒤집어 쓰고 짙은 화약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왔군. 어느정도 지웠지?"

"죄송합니다. 부유건물들에 설치된 지대공 방어체계 때문에 저와 볼레드님이 힘을 합쳐서 겨우 3개 정도 지웠습니다."

"대공포에 대공발칸, 유도력은 높은 미사일계열 마법들... 작정하고 대공에 모든 것을 건거 같았습니다. 주변 시민들은 방공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미리 대피를 시켜 민간인 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건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볼레드님의 드론과 저희 경찰들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그래서 펑펑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거였군."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을 보십시오."


티렉스는 벽에 빔 프로덱터를 비추었다. 티렉스가 보여준 것은 긴급 속보가 나오고 있는 뉴스였다.


[긴급 뉴스입니다. 오늘 새벽 6시 반쯤 브리튼의 수도 런던의 상공 부유건물들이 밀집된 지역에서 총격소리와 함께 격렬한 공중전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놀란 시민들은 긴급히 방공호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경찰들이 출동했으나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찰들이 죽거나 다치게 되었습니다. 지금 현장에 나가 있는 이안 리포터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화면에는 핸드폰으로 찍은 듯한 저화질의 동영상과 리포터의 나레이션 출력되었다.


[오늘 새벽 6시 반. 부유건물 한쪽에서 갑자기 엄청난 폭음과 함께 대량의 총알이 발사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윽고 주변의 다른 부유건물들도 발칸포와 대공포를 쏘기 시작합니다. 자료화면에서 보시다싶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두개의 비행물체를 향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시간이 지나자 미사일계열 마법으로 보이는 밝은 투사체들이 이 두 비행물체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어느 한 제보자가 준 이 동영상에서는 당시 일어났던 공중전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면이 바뀌고 이안이라는 리포터가 무너진 건물 주위에 서있는 장면이 출력되었다.


[보시다싶이 격렬한 공중전 탓에 주변 부유건물이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정도 심하게 박살났고 총격이 날아온 건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찰들이 희생 되었습니다. 경찰은 해당건물에서 농성한 일당들을 구속수사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 중 입니다.]


다시 뉴스데스크로 넘어오고 아나운서가 방송스텝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뭔가 적혀진 종이를 받는 장면이 나왔다.


[아, 네. 방금 들어온 소식으로 두개의 비행물체에 대한 정보입니다. 경찰 조사와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나온 정보입니다. 한명은 브리튼 경찰 소속 중 유일한 뱀파이어인 볼레드경감으로 공중전이 시작되자 말자 주변 민간인들에게 방공 훈련이라는 말과 함께 방공호로 대피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또 한명은 해결사 길드 브리튼 지부 소속의 안드로이드인 티렉스로 볼레드 경감과 함께 어제 밤 8시경에 벌어진 비행선 대량 살인사건과 그후 일어난 분파를 알 수 없는 사이비 광신도들의 대규모 폭동사건에 연류되어 이 사건들의 뒷조사하던 중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이 두사람의 행방은 묘현하나 경찰들은 볼레드 경감의 마지막 통화 기록을 바탕으로 현재도 앞서 일어난 두 사건에 관해 조사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티렉스는 영상을 끊었다. 뭐 뒷 이야기는 보나마나 정부의 시민 달래기일 것이 뻔하니 잘랐겠지. 영상이 끝난 직후 티렉스가 말했다.


"이 뉴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5분전에 방송된 뉴스입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요란스럽게 한 것 같습니다."

"흠... 확실히 그럴지도. 지금 상공에 감지되는 마법진은 몇개지?"

"7개 정도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턱을 엄지과 검지로 문질렀다. 공중에도 3차원적인 도형을 만들기위해 마법진을 만들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지하보다 더 심각했다. 이들은 이미 우리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미리 알고 대비를 해놓은것 같았다. 아니지... 정확하게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었던거 같다. 그 아웃사이더... 내가 만난적이 있었던가? 같이 이야기 한적이 있었던가?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었지? 다른 누군가가 알려줬나? 혹시 우리들 중에?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지만 고개를 저었다. 세명 중 한명이 이야기했더라도 리스크만 크지 리턴이 너무 적다. 그럼 설마하니 내가 말했던가?


"티렉스, 내가 당분에 취한동안 무슨 말 안하던가?"

"많이 하셨습니다. 엄청나게 많게요. 특히 저번에 보시던 옛날 만화책에 나온 대사들을 하시던데... 전부 녹음해놨는데 들려드릴까요?"

"...아니 됐어."


안듣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했다. 심심해서 읽은 책이 어느새 내 마음속 공간안에 떡하니 자리 잡은거 같다. 뭐, 일단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만. 일단 인원을 다시 분배해야겠지.


"음, 내가 부유섬에 있는 마법진을 지우도록하지. 볼레드와 티렉스는 지상에 있는 마법진을, 알은 아까전처럼 지하에 있는 마법진을 지우자고."

"각자 흩어지기 전에 제 무전 드론을 데리고 가세요. 오는 길에 깔짝거리면서 만들어봤습니다. 방해전파만 없다면 언제든지 연락이 가능하니 참고하시고요."


티렉스는 나를 포함해서 모두에게 드론을 한 개씩 주었다. 단안 렌즈와 작은 동체 그리고 비행기능이 특징인 TP-01타입에 무전기를 장착한 일종의 개조형 드론이었다. 각자 드론 하나씩을 들고 흩어졌다. 나 역시 부유섬의 마법진들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부유건물에 접근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부유섬끼리 혹은 지상과 연결된 리프트를 타고 가는것과 공중에 탈것을 타고 가는 것. 일단 후자의 경우 대공포에 벌집이 되기 십상이니 나는 리프트를 타기로 결정했다. 후크건을 쓰는 방법도 있지만 눈에 띄는 행동은 자제하는게 좋을 거 같았다. 간간히 저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빼면 리프트까지 가는길은 꽤 조용했다. 오늘이 휴일이긴 하지만 1~2층짜리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도심지의 북적거리는 느낌이 없었다. 아니면 영문모를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나는 탓에 사람들이 밖으로 안나오는 거일 수 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오늘 같은 날은 사람들이 밖으로 안나와준게 다행이었다. 멀리서 도심지의 부유건물로 이동할 수 있는 리프트가 보였다. 그리고 그 리프트를 지키는 경비병도 나와있었다.


"리프트를 이용하실려는 겁니까? 오늘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경비병은 나를 제지하였다. 뭐 그래도 탈거지만. 나는 품속에서 지갑을 꺼내 돈과 함께 해결사 '명함'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걸 '명함'이라고 지칭하지만 사실상 해결사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등록증 같은거라 복사 방지를 위해 홀로그램이 떡칠된 모습이였다. 나는 명함을 보여주었지만 경비병은 여전히 나를 제지하였다.


"해결사님이라도 하셔도 오늘은 안됍니다. 돌아가십시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경비병에게 물어보았다.


"아까 뉴스 못 봤습니까? 도심 한복판에서 공중전이 벌어져서 지금 출입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공중전? 그게 무슨 말입니까? 누군가 브리턴을 공습이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이런, 여왕님 맙소사! 당장 해결하러 가야겠군요!"

"그러실 필요없습니다. 이미 공중전이 끝나고 경찰들이 수습 중입니다."

"그래도 해결사로서 이 사건에 대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켜주세요."

"그렇다고 하셔도 안됍니다. 정부에서 오늘 하루동안 리프트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경비병은 뭔가 필사적으로 나를 막는거 같았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해결사라고해도 공인해결사의 경우 공공연하게 브리턴의 제 2의 경찰 혹은 제 2의 공권력이라고 알려져있다. 때문에 경찰과 같은 위치에서 보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런 해결사를 막는다는 것은 뭔가 숨기는게 있는거 같았다. 나는 경비병을 자세히 살폈다.

경비병은 땀을 잔뜩 흘리고 있었다. 경비병의 복장이 조금 두껍긴해도 저 정도 땀이 흐를 이유는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현재의 대기 중의 온도를 측정하였다. 섭씨 15도. 게다가 바람이 부는 꽤나 쌀쌀한 온도였다. 백번 양보해서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고 하여도 복장으로 가려진 부분에 땀이 날지언정 외부에 노출된 피부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히긴 힘든 날씨였다. 긴장이라도 했나? 아니면 방금전에 뭔가 뛸 일이 있었나? 뛸 일이 있었다면 무엇 때문에 뛰었을까? 경비병의 부츠를 보았다. 매일 아침에 광을 내고 흙먼지를 터는지 부츠는 새 것처럼 반짝였다. 하지만 부츠의 밑창은 예상외로 흙먼지가 묻어있었다. 근무중 묻은거라고 볼 수 있지만 리프트를 탈 수 있는 건물 대부분의 바닥이 대리석이였으니 흙먼지가 묻을 일이 없었다. 출근 때 신고 나왔다고 생각해도 되지만 보통 부츠를 포함한 유니폼은 근무지에서 갈아입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의문이 가득했다. 빠르게 눈을 굴려가며 살피던 중 건물 바닥에 희미한 발자국들이 눈에 띄였다. 아니 발자국이라기보다는 까치발을 든체로 종종걸음의 보폭이 꽤나 큰 발자국이였다. 발자국은 리프트까지 이어지다가 돌연사라져 있었다. 아... 나는 이 발자국과 보폭에 대해서 알고 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경비병을 보았다. 경비병은 여전히 서서 나를 지켜보았다. 아니 서서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그것 밖에 다르게 할 수 있는게 없었으니깐. 경솔하게 움직여서는 안됀다.


"그렇군요... 그럼 혹시 제 앞에 리프트를 탓던 사람은 없었던가요?"

"없었습니다."

"단 한 사람도요?"

"네,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말을 주고받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런 상황에서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는 경비병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귀를 기울이고 주변소리를 잡는 것에 집중하였다. 처음에는 무음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서히 미미하게 그러나 최대한으로 숨죽이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사이의 텀이 길어서 처음에 눈치채지못했지만 한번 포착하고 난 뒤로부터 그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소리는 내 머리 위에서 조심스레 들려왔다. 나는 다시 지갑을 넣는 척하고 품속 권총집의 단추를 풀었다. 소리가 점점 또렸해지기 시작했다. 한번 두번 세번... 규칙적으로 나던 소리는 별안간 뚝하고 멈추었다.

바로 내 머리 위에서.

기회는 한번뿐. 손안에 들어올 정도의 작은 중절식 리볼버를 소매 안으로 넣고 팔을 품밖으로 꺼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팔을 위로 뻣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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