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솔빗 님의 서재입니다.

거울 속 유사인외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솔빗
작품등록일 :
2023.01.14 01:10
최근연재일 :
2023.04.10 00:04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725
추천수 :
1
글자수 :
486,607

작성
23.03.13 00:20
조회
18
추천
0
글자
11쪽

54. 기억 편집 (2/2)

DUMMY

밤시가 완전히 정신을 차리기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자신이 누운 흰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킨 밤시에게 간호사 차림의 용족 여인이 다가오며 말했다.


“정신이 좀 드십니까?”


“여긴 또 어디죠? 유배세계처럼 깔끔해 보이긴 하지만 거긴 간호사 용이 없으니. 그럼 이 장소는 스벤토스 연방왕국이나 푸루샤계 상층부의 의료시설이겠군요.”


“미묘하게 다릅니다. 아수라 출신이셔서 푸루샤계 수라도 행성은 잘 아실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모르신다는 점을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애초에 푸루샤계의 데바 약쟁이들과 아수라 꼰대들은 토착신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완전히 이계신도 아니지만.


게다가 제게 푸루샤계 행성들에서 일해 본 경험도, 살아본 기억도 거의 없어요.”


밤시는 그 뒤로도 더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간호사가 갑작스레 내민 물 한 잔을 받아 마시느라 잠깐 말을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병실 커튼 너머로 보게 된 용족 여인들의 수를 보고 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생면부지의 타인보다 더 거리가 먼 수준의 친척이 말하는 걸 보고 고개를 들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널 산 채로 구출해야 마석을 잔뜩 준다고 했거든.”


곧 그 뒤로 작은 까마귀 형태의 크로포드 분체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지금 순서로 봐선 그 다음엔 마탑이나 그 근처에서 일이 터질 것 같아 조언을 위해 자넬 여기로 데려왔네.


자넬 구한 건 이 욕심 많은 오니 아가씨니 이것저것 뜯길 각오부터 먼저 해두고.”


그 말을 듣자마자 밤시가 제 입을 열었다.


“조언해드릴 만한 정보는 별로 없습니다.


그저 푸루샤계와 유배세계에서 공공의 적 취급 받는 한 아수라 환생체를 쫓던 끝에 제가 푸루샤계 인간도 행성에 도착한 점, 그 행성 권력자들의 수족들이 저와 그 환생체를 잡으려다가 큰 사고가 난 점에 대해 좀 더 상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참고로 그 사고에 휘말린 제 후배는 푸루샤계 복고주의자에 대해 언급하더군요.”


“여기서 당분간 푹 쉬면서 그 정보들을 상세히 알려주게. 지금 와일드헌트와 요정 관료들은 자네가 쉬어도 큰 문제없게 상황을 조율 중이니 그 현장을 걱정하진 말고.”


“그 말씀에 도리어 더 걱정되긴 하지만, 재생이 더뎌진 터라 말씀처럼 당분간 신세 좀 지겠습니다.”


“그거 반가운 소리군. 그 관료들이 내게 자네에 대해 잘못 알려준 모양이야. 난 그 사건 얘기를 해주자마자 뛰쳐나가려는 자네를 내가 꼼짝없이 억류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걱정했네.”


“제법 적극적인 성격인 거 같으니 내가 잠깐 빌릴게. 영감님은 와일드헌트에게든, 요정 관료 측에든 이 건에 대해 말을 잘 해줬으면 좋겠어.”


“그 오폐수 범람과 혼합 진액에서 구출한 민간인 조사하는데 필요해서 그런가?”


“그렇지. 아무 능력도 없던, 평범한 공장 노동자가 그 두 사건을 겪으며 용족에게나 있는 영혼이계가 생겼어.


그 안의 조사에는 여러 독혈에 면역인 존재들이 절실한 건 영감님도 잘 알거야.”


“그런데 굳이 밤시를 데려갈 이유가 있나?”


“희귀한 니바타카바차의 방계 후손이라면 좀 다른 변화를 보여줄까 싶어서.”


“그 사실은 어떻게 알았지?”


“그 영혼 이계에 편집되다만 기억들이 무수히 섞여 있었거든. 그 안에 있더라. 이미 망가져 사라진 아카식 레코드 같은 게 있더라고.”


“그 민간인은 어떻게든 예전 상태로 되돌려서 원래 있던 곳에 보내야겠군.


수없는 세계들에 지성체 실험이 흔했던 시대를 다시 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지금 이곳의 모두는 부디 이 사실을 함구했으면 하네.”


하지만 크로포드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알리듯, 그 의료실 안으로 한 존재가 들어왔다.


마키는 그를 보며 잔뜩 긴장했지만 자신 주변 존재들이 그 존재를 반기는 걸 보고 그 긴장에 살짝 섞인 적대감을 풀었다.


이윽고 그 존재인, 회귀자 관리국의 요원, 헬세이 분체가 말했다.


「예전에 제가 쓰던 시설이라 쉽게 들어온 것입니다. 보안 마법을 조작하거나 나쁘게 왜곡한 건 아니니 그와 관련된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현재 그 민간인들은 대부분 유배세계의 바다로 흘러들어오고 있으며, 섭리들 덕분에 영혼이계가 억제된 채 치료받는 중입니다.


하지만 몇몇 민간인들은 강자들과 함께 이동하다 상위이계에서 융합되며 큰 재해를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여쭤 보건데, 마키 당신 섞인 건 아닙니까? 섞인 게 아니어도 변이는 확실하니 그 자리에 있던 밤시와 마키, 두 사람은 유배세계로 이동해주셔야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크로포드 분체가 말했다.


“그 변이가 대체 뭔가.”


그 말의 직후, 마키의 머리가 폭발하며 무수한 뱀 머리 형상으로 꿈틀거렸다. 이윽고 헬세이 분체는 자신의 오러와 강기를 합일해 그 힘으로 마키를 임시로 봉인하면서 말했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용이 사이비마물 혈액에 감염된 것만 같은 증상과 그 원인만 파악했을 뿐이죠.


그건 그렇고 약탈자 둥지 연맹의 현 서방 맹주가 이렇게 사라졌군요. 물론, 어떻게든 뜯어고치면 비슷하게 복원은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이정도 변이라면 그렇게 뜯어고쳐도 그 결과물은 유전자 단계부터 달라질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결과물들이 완전히 회복되더라도, 원래 존재로부터의 연속성이 끊겼다는 망념에 집착하게 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미봉책이지만 제 의념에 맹주를 봉인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녀에게 시간이 중요할 수도 있으니 유배세계로 빨리 향할까 합니다.」


헬세이는 그 말의 직후, 크로포드 분체와 용족 메이드들에게 이곳을 잠시 잘 부탁한다 말하며, 두 존재를 허공에 띄워 달리기 시작했다.


공간이동용 고정좌표로 안전하게 유배세계로 향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 둘의 뇌가 그때의 기억을 잘 편집하며 앞으로 있을 일에 버텨내길 바랐다.


기억 편집으로 그 상황에 대한 왜곡된 기억을 가질수록 그 치료에 있어 큰 문제가 없을 확률이 높아서였다.


-


「의미 없는 헛짓거리는 그만하지. 네 그 허상의 영혼과 자아가 인간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잖아. 그럼 예전의 방구석 폐인으로 돌아가려다가 네가 사라질 수도 있는 거야.」


「이 잡귀 노친네가 하는 말이 맞네. 무용한 노력을 하기 보다는 그저 자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지금 자네는 과함도 부족함도 별로 없이 온전한 상태야. 자네가 혐오하는, 확실한 종 변이를 겪은 것도 아니고 순수한 인간도 아니지.


이대로 초월적 힘을 누리며 편안한 삶을 즐기게. 그러다가 말년쯤에 그 금제 화신체에게 종이 좀 바뀐다고 큰 탈이나 생기겠나?


지금 자네와 그 삶을 부러워하는 존재가 여러 세계들에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걸 자넨 모를 걸세.」


단찰의 머릿속 센, 게오르기 부스러기가 내뱉는 망념이었다. 그가 현재 자신의 기억의 결락을 세세히 살피는 도중 튀어나온 잡귀들이기도 했다.


그것들은 단찰이 자신들을 무시하자, 그의 귓가에서 앵앵대며 그 고막에 제 발톱을 우겨넣으려 애썼다.


물론, 단찰이 그동안 먹어치운 존재들이 많았기에 그들만 지금 날뛰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회귀 중의 단찰에게 진명과 본체를 빼앗긴, 악마 대공들과 주시자들의 행동은 그 둘에 비해서는 비교적 얌전한 수준에 속했다.



이윽고 그런 잡귀 상태의 세 악마 대공이 단찰에게 말했다.


「신입들의 말을 망념 같은 걸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슬슬 이곳도 포화 상태가 되가는 중이죠.


영혼 조립과 그 이후의 기억 편집으로 버티는 것도 슬슬 한계가 올 겁니다. 그 금제 화신체가 그때를 노릴 것임은 자명합니다.」


「본질이 거대한 둘을 삼킨 이상, 이번 회귀 중에 일어날 일은 당신께서 재촉하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저희들은 그때서야 하나의 온전한 존재가 되겠죠. 그 하나가 어떻게 변해갈지, 세계들을 어찌 압제할지 다들 기대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단찰은 그 셋의 말을 무시한 채, 책 형태의 기억들과 양피지, 점토판 형태의 기억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그 공간은 숨을 쉬며 작은 소우주를 그려내며 살짝 깜빡였다.


그곳은 분명 신들에게 뽑혀 사람 손에 길들여지기 이전의, 백택 눈들과 비슷한 현상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윽고 전성기 때의 주시자들과도 닮은 그 현상에, 희게 타오르는 눈동자들에 뒤덮인 한 타락천사가 단찰에게 말했다.


「세라라는 그 아이에게 결락된 기억 내용들을 빨리 말하라 독촉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가면 갈수록 당신의 머릿속이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건 사실이니 말입니다.


당신은 아브라함계 종교권의 천사들도, 헌원계 섭리의 애완동물도 아닌데 지금 이곳 상태를 보십시오.


필시 주나릭이나 아르콘이란 꼬마 둘과 싸우시게 되면 저흰 당신을 악신으로 변화시킬 한낱 연료로 소모될 겁니다.」


그 말에 곧 한 사자머리 마귀가 제 뱀 지팡이의 입으로 단찰에게 속삭였다.


「저흰 한낱 망집인 이상 그 주인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다만 이대로 소멸하는 미래가 달갑지 않게 느껴질 뿐입니다.」


곧 그 말을 끝으로, 그 공간을 채우는 존재들이 원래 있어야 할 기억들에 숨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찰은 그렇게 제 기억편집을 끝내자마자, 가부좌를 풀고 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그가 닫힌 눈을 뜬 순간, 그 시야 속에 세라가 담겼다. 세라는 그가 예전에 알던 표정들로 제 얼굴을 채우며 제 입을 열었다.


그 입에서 나온 목소리에는 약감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최후의 아르콘이 뭐하나 했더니 다뉘마 공화국과 뒤에서 협력해, 가축이 될 수 없는 용 초월자를 만든다고 하네.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불로불사를 의미하는 존재라 그 공화국만 협력하는 게 아니라 하고. 아무튼 그렇게 돼서 푸루샤계에 주나릭이 그 연구 결과물로 장난질을 치는 중이라고 해.”


세라는 그 말을 하면서도 단찰을 말릴지 고심했다. 하지만 세라는 여전히 유의미한 희생에 집착하는 그에게 반대하지 못했다.


그 사이, 단찰은 마귀들에게서 마탑이나 와일드헌트로부터 온 그 사건보고 내용을 듣고, 공간이동 통로를 그 자리에 덧그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루실과 타비다스, 그리고 단찰의 한 분체가 단찰에게로의 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곧 그 모습들을 지켜본 세라가 단찰에게 말했다.


“당신이 했었던 말에 따라 때가 되면 숨긴 그 비밀들을 다 얘기할게. 그러니까 이번에만큼은 급하게 당신을 소모 수단으로 삼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곧 그 말에 단찰은 잠깐 고민하다 세라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직후, 단찰이 만든 그 통로 너머로 푸루계 인간도 행성의 일부분이 엿보였다.


원초의 물처럼 변한, 그 일부분의 모습을 직시하며 단찰 일행이 곧바로 그 통로에 발을 디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거울 속 유사인외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어설픈 글을 완결한 이후의 짤막한 후기 23.04.10 41 0 1쪽
81 81. 한 회귀의 끝 (1/1) 【완】 23.04.10 26 0 13쪽
80 80. 젊은 신들 (4/4) 23.04.07 27 0 8쪽
79 79. 젊은 신들 (3/4) 23.04.07 51 0 20쪽
78 78. 젊은 신들 (2/4) 23.04.05 31 0 13쪽
77 77. 젊은 신들 (1/4) 23.04.05 22 0 12쪽
76 76. 우화 (2/2) 23.04.03 32 0 12쪽
75 75. 우화 (1/2) 23.04.03 31 0 15쪽
74 74. 옛 요정의 최후 (2/2) 23.03.31 41 0 14쪽
73 73. 옛 요정의 최후 (1/2) 23.03.31 34 0 14쪽
72 72. 잘린 꼬리들 (2/2) 23.03.29 21 0 17쪽
71 71. 잘린 꼬리들 (1/2) 23.03.29 28 0 9쪽
70 70. 미완성품 (2/2) 23.03.27 39 0 17쪽
69 69. 미완성품 (1/2) 23.03.27 18 0 7쪽
68 68. 일꾼들 (2/2) 23.03.24 20 0 12쪽
67 67. 일꾼들 (1/2) 23.03.24 16 0 13쪽
66 66. 거머리의 비의 (2/2) 23.03.22 80 0 14쪽
65 65. 거머리의 비의 (1/2) 23.03.22 28 0 12쪽
64 64. 불사자 (2/2) 23.03.20 15 0 15쪽
63 63. 불사자 (1/2) 23.03.20 18 0 10쪽
62 62. 합일 (4/4) 23.03.17 16 0 9쪽
61 61. 합일 (3/4) 23.03.17 14 0 15쪽
60 60. 합일 (2/4) 23.03.17 18 0 11쪽
59 59. 합일 (1/4) 23.03.17 17 0 15쪽
58 58. 치유 (2/2) 23.03.15 14 0 12쪽
57 57. 치유 (1/2) 23.03.15 16 0 13쪽
56 56. 홍수 (2/2) 23.03.13 18 0 13쪽
55 55. 홍수 (1/2) 23.03.13 16 0 12쪽
» 54. 기억 편집 (2/2) 23.03.13 19 0 11쪽
53 53. 기억 편집 (1/2) 23.03.13 15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