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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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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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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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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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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년차 -9-

DUMMY

“원하는 기술력...”


왕의 물음에 사영은 다시 한번 자신이 벌이고 있는 일들과 그것들로 얻을 수 있는 기술 및 지식, 그리고 자신의 원하는 중간 목표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일단 저에 대해 들으신 바가 있으십니까?”

“들은 바는 있으나 풍문과 그 쪽에 가 있는 사람들의 글월로 읽고 들은 것이 전부라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구나. 풍문과 글월이라는 것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다 보면 내용이 상당히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어떤 것들을 들으셨습니까?”

“자신에 대한 기억을 상당부분 잃고 몸도 상당부분 잃어 철과 기계로 몸을 대체한 채 자신이 누구인지 궁구하는 자라고 들었다.”

“그렇군요...맞습니다.”

“그 기억을 찾기 위한 기술력이라는 것이 매우 달성하기 어렵고 높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일단 이 배의 동력을 완전히 복구하고 아직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열어 확인해 봐야겠지만, 그것만 복구하기에도 아직 기술이 부족합니다.”


“동력....동력이라... 얼마나 많은 동력이 필요한 것이더냐?”


“일단 생각하기로는 배를 원활하게 움직이는데 25만 마력, 그리고 지금 이 근처 시설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대략 비슷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와트로는 500메가와트정도면 되겠으나...사람이 점점 몰리고 기술 수준이 올라갈수록 필요한 에너지도 늘어날 것이니 최소한 원자력 발전까지는 가능해져야겠지요. 핵융합이 가능하다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마력이라는 것이 준마 한 필이 낼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 한번에 50만 마리의 말이 낼 수 있는 힘만큼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만한 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로구나?”


“그렇습니다. 마력의 의미는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그 궤도바이크라는 기물이 말 스무마리의 힘을 한번에 낼 수 있다고 들어서 알고 있느니라.”


“궤도바이크요?”

“그렇다. 손자병법에도 황제는 만승, 제후는 천승 만기(千乘萬騎, 천대의 전차와 1만여 기병)를 거느린다고 하였으니, 말 스무마리의 힘을 내는 수레라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전차가 아니겠는가?”


조선은 말이 귀했다.


풀이나 먹이고 가끔 콩이나 잡곡을 먹이면 그만인 소와는 달리, 말은 제대로 일을 시키려면 반드시 콩과 곡물을 먹여야 했고, 넓은 목초지 또한 필요했다.


그러나 조선은 사람이 먹을 곡류조차 부족한 나라였으며, 목초지로 쓸 만한 땅이라면 당연하게도 이미 경작지가 되어 버린지 오래였다. 게다가 호랑이가 흔한 조선이었으니, 마차 대신 소 달구지가 흔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니 사(駟), 즉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는 서책 속 황제들이나 타고 다니는 것들이었고 글로나 읽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무려 스무 마리의 말이 끄는 것과 같은 힘을 내는 탈것이 있다니, 왕의 눈이 돌아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물론 그 의미만으로 왕이 바이크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바이크와 무한궤도의 조합이라니. 이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남자들이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물건 아닌가.


“그렇군요. 운전이 까다롭고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어서 추천은 못 드리겠습니다만..”

“...그러한가.”


왕은 금새 시무룩해졌다.


“그럼 그대의 목표는 일단 그 배를 복구하여 그대의 기억을 되찾고자 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목표가 있으니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솔직히 여는 여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왕의 자리에 앉았으니 마땅히 성군이 되려 하는 것이 옳은 바이겠으나 성군이란 또 무엇인가.


신료들과 주변에서는 서경을 빌어 ”‘간언(諫言)을 따르면 성군이 된다.’ 하였으며, 또 ‘자용(自用,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함)을 하면 생각이 좁게 된다.’고 하였으니, 여의 의견을 버리고 남의 장점을 따라야 요제(堯帝:요순시대의 요황제, 대개 중국사 최고의 성군 중 하나로 추앙됨)의 성군(聖君)이 된 까닭이고, 간언(諫言)을 따르고 어기지 않는 것은 탕왕(湯王, 하나라의 폭군 걸왕을 베고 은나라를 세운 중국 최초의 역성혁명을 일으킨 왕)의 현군(賢君)이 되었다고 한다.“라고 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따르라고 하는구나.


여가 아직 어리고 경험이 일천한 것은 사실이나 내가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오직 언로를 열어 놓으면서 그들의 의견에 따르라 하고 군주의 존엄은 온데간데 없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로다.


그들이 충후의 뜻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한들, 그들이 지금 조선 팔도에 해 둔 폐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그들의 간언을 듣고 있는 것이 과연 성군의 길인가 저어할 따름이니 답답할 따름이로다.


아마 이 통화 자체도 기록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오늘 그대와 여가 말한 것이 곧 그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나면, 그들은 또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좋은 약이 입에는 쓰고 충성스런 말이 귀에는 거슬리는 것을 생각하시어, 이단(異端)을 배척하고 사도(斯道, 유학의 길) 를 밝혀서 시초부터 근신하는 도리를 다해서 영구히 전하는 계획을 생각하소서.’이딴 소리나 할 것이 뻔하니 여도 여의 힘을 따로 기르고 싶을 따름이로다.


대개 성군의 치세를 일컬어 태평성대라 하는데, 여는 태평성대를 일컫는 말들 중에서도 ‘고복격양’이란 말을 제일 좋아하느니라. 백성들이 부른 배를 북 삼아 두들기고 발을 굴러 노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이루기 힘든 태평성대의 참 모습이 아니겠느냐 말이다.”


“저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벌써 삼경(대략 23~01시 사이)이 된 지 오래이옵니다. 이제 침소에 드셔야 할 시간으로 사료되옵니다.”


대전을 지키고 있던 입직 사관이 통화 중간에 왕에게 아뢰었다.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조선 왕의 하루는 해가 뜨기 전에 보통 시작했으니, 왕이 잘 수 있는 시간도 채 여섯 시간이 남지 않았으리라.


왕도 그것을 알았는지, 별 말 없이 순순히 통화를 끝내고자 했다.


“벌써 시간이 이리 늦었나보구나. 그대도 일이 많다고 들었다. 침소에 들어야 내일 또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저는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일도...지금 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요.”


통화중에도 일을 하고 있었다는 말에 왕은 잠시 말을 잊었다. ‘감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상대는 저 강대한 청을 꺾고 청 황제를 도주하게 만든 영국을 손에 쥐고 흔들고 있다는 자 아니었는가.


“잠도 자지 않는다? 그럼 그대는 깨어 있는 내내 일하는가?”

“그렇습니다.”

“그래, 그런가...?”


어린 왕은 공충도가 왜 7년여만에 그렇게 발달할 수 있는지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침소에 들어서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오늘 통화한 내용과 그동안 공부해 왔던 것들을 떠올리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잠도 자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며 백성들이 배가 고프다 하면 먹을 것을 내어 주고, 또 먹을 것을 만드는 방도를 마련해 주었고, 또 어떤 백성들 춥다 하면 추위를 내칠 신묘한 집과 아궁이를 만들어 주었으니 백성들이 스스로 교화되어 죄를 짓지 아니하고 만족하며 희망을 가지고 산다.


아침에 나가 일하고 저녁에 들어와 쉬거나 학문에 힘쓰며. 수도라는 것을 만들어 물을 마시게 하고 식량을 새경으로 줘 밥 먹게 해주니 이거야말로 고복격앙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는 스스로의 기억을 찾고자 하는 욕망으로 이 모든 일을 벌이고 있다고 하나, 그가 만든 풍경은 마치 요순시대와 같구나.


얼굴이 피골이 상접하여 마치 일부 해골이 드러난 것과 같고, 쇠를 덧댄 얼굴과 팔을 하고 있다고 하였으니 그 또한 요왕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로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자괴감이 드는 왕이었다.


그의 할머니가 그를 도와 수렴청정을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있기는 했으나, 실권은 여전히 두 세도가문을 위시한 신하들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었고, 매번 나라의 기강을 잡고자 하나 잡히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관리들이 나라의 재물을 함부로 쓰는데, 쓰는 석수(石數)를 한정하여 일률로 결단하면 법령이 신장될 수 있고 낮은 백성도 편히 살 도리가 있을 것이다.“

"재물을 쓰는 도리를 일률로 결단하는 것은 본디 정식(定式)이 있습니다마는, 대개 아전들이 범하여 축내는 것은 실로 수령이 탐오하기 때문입니다. 각별히 더 엄하게 단속하면 절로 축내는 것이 적어질 것입니다.“

"허나 관찰사가 계문(啓聞, 왕에게 보고하는 일)하고 수의(繡衣:어사)가 논핵(論劾:죄과를 논하여 벌함)한 뒤에도 얼마 안 가서 예전대로 벼슬하므로, 전혀 꺼리고 두려워하는 뜻이 없으니, 이러하고도 어찌 나라에 법이 있다 할 수 있겠는가?“


왕이 어사를 풀고 관찰사를 동원하여 비리를 저지르고 국고를 사사로이 쓴 자들을 벌하는 것 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곧 다시 벼슬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현 조선의 상황이었으니, 사실 그의 할머니가 안동 김문의 일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제대로 나라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당장 수렴을 하고 있는 할머니부터도 면세 토지를 법도와 다르게 수백결씩 남발하여 주는 바람에 호조에서 왕에게 직접 문제있다고 아뢰어 온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사실 썩기로 따지자면 윗물부터 골고루 썩었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게다가 선왕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잦은 기상이변과 농업환경의 악화는 조선의 전반적인 농업 생산량을 깎아먹고 있었으니, 기본 생산량은 주는데 면세 토지는 늘고, 법도에도 없는 징세와 군역, 그리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채로 변질된 환곡까지 더해져 조선에서 백성으로 살아가는 난이도는 이미 불지옥이 된지 오래라, 왕이 보기에도 ‘아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사영과 한 통화는 왕에게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고, 이 내용을 전해 들은 왕실의 어른들과 신하들 또한 각자 생각이 많아지고 있었다.


”상께서 저 공충도에 온 이양인과 요즘 밤이 늦어지도록 통화하시느라 침소에 드시는 시간이 늦어지신다 하오.“

”입 밖에 내기 참람하나, 상께서 서학에 물드시는 것이 아닌지...“

”저 사영이라는 자는 천주쟁이가 아닌가?“

”서학을 하는 자가 천주쟁이가 아니겠소이까?“

”허나 상께서 저번 대풍 소식을 들으시고는 크게 기꺼워 하시면서 더욱 많은 곳에 그 질소 비료를 뿌리라고 하셨으니, 상께서 신뢰하시는 자를 건드려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외다.“

”지금 공충도에 안동김문의 큰 어르신과 풍양조문의 큰 어르신이 가 계시지 않소이까? 서신을 보내 넌지시 그분들의 의중을 알아보는 것은 어떻겠소?“

”대왕대비께도 의중을 여쭈어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소.“


그렇게 신하들이 왕과 사영의 통화가 잦아지는 일에 대해 걱정하고 움직이려 할 때, 어린 왕 또한 나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정말 오랜만에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우 이직이라는게 쉽지가 않군요 ㅎ


최종합격까지는 했는데 , 연봉협상으로 다시 삐끄덕삐끄덕 하고 있습니다.

면접으로 봤던 실무진이나 CEO와 인사팀의 생각이 꽤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것에 ㄴ름대로 깨달음도 얻은 느낌입니다.


이직이 백지화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그거고


연재 재개가 공지보다 늦어져 죄송합니다.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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