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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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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최근연재일 :
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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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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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32,090

작성
22.11.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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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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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9쪽

6년차 -2-

DUMMY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머리와 내장, 지느러미가 제거된 생선들이었는데 등은 검푸른 색에 배쪽은 은색과 흰색이 섞인 모양이었다.

이미 익힌 모양인지 어느 정도 색은 바뀌어 있었으나, 옆구리에 여러개의 검은 점들이 선명하게 있는 것을 본 사람이 말했다.


“오 이것은 대추(大鯫 : 큰 피라미, 정어리를 뜻함)아닙니까?”

“대추?”

“으윽...대추라니.. 증울어(蒸鬱:찌는 듯한 더위로 답답함)아닙니까?”

“증울어요?”

“저것을 잡은 후 며칠만 지나도 매운 맛을 내면서 매우 괴로운 두통을 느끼게 합니다. 잡은 자들도 잡은지 하루가 지나면 먹지 않고 근처 지방에 팔아버리고는 한다는데...”

“그게 다 상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이것은 이 통을 부수기 전까지는 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저 물고기이건 육고기이건 잡은 지 시간이 지나면 장기(瘴氣, 축축하고 더운 곳에서 생기는 독기)가 생기고 그런 장기가 범한 음식을 먹으면 장려(瘴癘, 두통, 오한, 근육통, 구토와 식은땀 등을 동반하는 질병)가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거늘, 그 통이 무엇이건데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오이까?”

“그래서 신묘한 물건 아니겠소? 이것이 만들어 진 것도 달포 전이라고 하나, 마치 방금 익혀서 넣은 것처럼 깨끗하고 신선하오이다.”

“저는 저것을 먹고 증울이 온 적이 있어서...”

“달포 전이요?”


건조나 염장한 것도 아닌 촉촉한 정어리를 한 달도 넘게 전에 익혀서 넣어 둔 것이라고 하니, 다른 사람들은 선뜻 손을 대지 못하는 와중이었다.


“그럼 내가 한번 먹어보겠소.”


그때 이조판서를 지내다 지금은 서유구처럼 휴치(休致 : 늙어서 벼슬을 그만둠)한 김이재가 나섰다. 모인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크게 한 덩어리를 베어 문 그는 천천히 그것을 씹어 맛을 보고는 말했다.


“자반처럼 짜지도 않고, 이가 약한 노인네도 먹는 데 지장이 없으며, 따뜻하지 않아도 비린 맛이 거의 없으니 능히 뭇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 듯 하오. 게다가 가시도 연한 것이, 내 부실한 이로 씹어도 씹히는구려. 달포 전에 만든 것이라고 들었는데 말린 것도 아니고 염장한 것도 아니니, 참으로 신묘하외다.”


그 말에 다들 안심하고 캔에 든 것을 각자 접시에 나누어 먹어보는데, 거칠지만 뜨거운 잡곡밥에 차갑지만 기름기 있는 정어리를 올려 먹자, 그것이 꽤나 별미였다.


그렇게 다들 식사를 이어가는가 싶었는데, 서유구가 두 번째 깡통을 따기 시작했다.


식사 중에는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던 조선이었으나, 서유구가 두 번째 깡통을 열자 궁금함에 다들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또 무엇이오이까?”


이번에 나온 것은 동그란 묵처럼 생긴 것이었는데, 물이나 기름에 담긴 대신 통에 가득하게 들어 있었다. 칼을 들어 그것을 슥슥 썰어낸 서유구가 이번에는 조금씩 그것을 접시에 올려 주자, 다들 맛을 보고는 의견을 내었다.


“묵...같은데 약간 고기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닌데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소금만 약간 넣고 쪄낸 떡 같기도 한데 고기 맛은 나고 하니 묘합니다.”

“중간중간에 콩이나 현미, 당근같은 것이 들어있기도 하니 이것이...당최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양이들이 먹는 묵이 이런 식이오이까?”


“나도 처음 먹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오. 일단 마저 석반들 드십시다.”


그렇게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저녁식사를 마친 후 상을 물리자, 바로 다과와 술이 차려진 상이 들어왔다. 많이 먹는 조선 사람들답게, 저녁을 먹은 직후였으나 그것을 마다하는 자는 없었다.


차려진 음식은 서유구의 집안에서 유명한 밤떡과 모약과, 술은 약산춘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아까 봤던 것들이 전으로 부쳐져 올라가 있었다.


“이것은 아까 봤던 그 묵 같은 것 아닙니까?”

“맞소이다.”


주인장이 이렇게 다시 내 놓은 이유가 있으려니 해서 그것을 먹어 본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아니?”

“이것이 아까 그것과 같은 것이 맞소이까?”

“놀랍지 않소?”


그것의 정체는 흔히 ‘분홍소시지’라고 불리는 어육 소시지였던 것이다.


영국군의 요청으로 참호에 공급하기 쉽고 조리하거나 조리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통조림을 만들어 달라면서 그들은 통조림의 제법을 넘겨주었고, 사영은 그 통조림의 제법을 좀 변형하기로 했다.


당시 통조림은 주석으로 도금한 철판을 가지고 통을 만들고, 그것의 윗뚜껑과 아래뚜껑은 납땜으로 봉하는 식이었던 것이다.

일단 납중독 문제가 심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둘째치고, 납땜으로 하나씩 깡통을 때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제작시간도 오래 걸렸고, 터지는 양도 상당했던 때문에 끓이는 것 이상의 압력을 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통조림은 멸균식품이라는 상식을 가지고 있던 사영은 최소한 121도, 2기압에서 15분 이상 버틸 수 있는 정도의 깡통을 원했다. 그리고 이미 발전소를 돌리고 증기터빈을 돌리는 공충도 마량진에서 그정도 압력을 견디는 깡통의 생산이야 쉬웠다.


도금에 관한 것도 금방이었다. 전기도금이라고 하면 또 당대 전기 기술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여기 와 있지 않던가.


“전극에 도금된 물질의 질량은 용액을 통과한 전기량에 직접 비례하고, 도금된 물질의 실제 무게는 그 원자량을 원자가로 나눈 것(즉, 그 당량)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사용된 전기량은 암페어에 그 용액을 통과한 전류 시간을 곱한 것이다.


만약 시간이 초로써 측정된다면 사용된 전기량을 쿨롱(coulimbs)이라 한다. 즉, 쿨롱은 (암페어량(줄여서 amps)x초)이다.


패러데이는 금속의 당량을 도금시키는 데에 96,500 쿨롱의 전기가 소요됨을 발견하였다. 당량질량(equivalent weight)은 원자량을 그 이온의 전하 (원자가)로 나눈 것으로 정의된다.


즉, 도금의 양을 조절하는 인자들은 전류량, 도금 시간, 그리고 금속의 당량이다.”


그렇게해서 강판에 두께 0.2~0.3mm정도로 주석을 도금할 수 있었고, 일단 도금이 완료된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아크용접기로 용접하여 모양을 만든 깡통에 내용물을 담고, 다시 아크용접기로 뚜껑을 용접한 후 내압탱크에 넣고 121도에서 2기압이 걸리는 순간부터 20분을 쪄냈다. 내용물은 조선 앞바다에서 어마어마하게 잡혀올라오는 정어리를 가공하고 야채즙과 식용유를 넣어 깡통에 넣은 것과 역시 각종 생선을 내장과 머리, 지느러미만 제거하고 식초로 세척한 후 분쇄한 것을 전분과 잡곡, 야채, 조미료를 넣고 반죽한 것을 깡통에 채운 두 종류였다.


전자는 참치통조림을 생각해서 만든 것이었고, 후자는 어육소시지를 생각하고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물고기를 넣어 만든 소시지라고 부르기도 뭣한 그것이 고기맛을 내는 겁니까?”

“거기에는 비밀이 한 가지 있는데 말입니다...”



두달여 전,


영국군이 설탕을 대량으로 수입해 올 계획을 전해들은 사영은, 설탕 생산과정에서 반드시 나오게 되는 검은 액체, ‘당밀’도 같이 갖다 달라고 요청했다.


“당밀 말입니까?”


영국군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점도가 상당한데다 무게도 무거워서 수송하기 만만한 물질은 아니었던 때문이었다.


당밀이라고 하면 달 것 같지만, molasses라고 하면 또 다른 느낌이었다. 단 맛이 없는 것은 아니나 결국 사탕수수에서 최대한 설탕을 빼내고 남은 것들이라 쓴 맛과 신 맛, 그리고 풀 특유의 이상한 맛이 남은 액체라 일반적으로 사람이 직접 식용하지는 않았다.


“럼이라도 만드시게요? 럼이라면 현지에서 이미 잘 만드는 곳들이 있으니 그것을 구해 드리겠습니다.”

“어..럼보다 범용성은 더 있는 물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영국군은 언제나 그렇듯 반색하며 당밀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영은 그 당밀을 희석해서 적절한 농도의 배양액으로 만든 다음, 거기에다 Corynebacterium glutamicum, 즉 글루탐산을 배양하는 미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바로 MSG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 작성자
    Lv.51 페퍼로니즘
    작성일
    22.11.16 18:22
    No. 1

    아 ㅋㅋ 원하는걸 갖다주면 개꿀템이 나온다고 ㅋㅋㅋ

    찬성: 4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1.17 11:30
    No. 2

    게다가 말 그대로 개꿀맛 제품들이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쥬논13
    작성일
    22.11.16 18:36
    No. 3

    베지마이트인줄 알았으나
    아지노모토 미원이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1.17 11:30
    No. 4

    이미 효모추출물은 어느정도 쓰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장기 보관하기 편하고 휴대 편하고 소량으로 맛 업글하기에는 또 미원만한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과객임당
    작성일
    22.11.16 18:48
    No. 5

    아 분흥소세지는 못 참지1

    아아 msg를 어찌 참으랴2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1.17 11:32
    No. 6

    흰 쌀밥에 분홍소세지 구워서...
    헤이! 츄라이 츄라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ko**
    작성일
    22.11.17 09:36
    No. 7

    우리나라에서 msg의 이미지가 나쁜건 상한 식재료로 조리한 음식을 msg로 감춰서 판 사례가 많다 보니 msg=저질음식이라는 선입견이 생겨서 그런점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법적인 제제로는 통제가 힘들고 사람들 스스로가 나쁜행동이라고 인식하고 자정을 해야 하는데 이 시기의 조선이나 영국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이시기의 자본주의는 돈앞에선 도덕이고 양심이고 다 내다버린 미친시기라...
    이게 초기에 제대로 정착해야 시장 스스로 자정이 가능할텐데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1.17 11:35
    No. 8

    저질재료를 MSG로 눈속임하는게 확실히 문제이긴 한데...

    군납 염장고기조차 장난질을 심하게 치던 것이 당시 영국이고 조선도 쌀에 모래나 물을 섞어 팔던 것이 꽤 많이 걸리던 시절이니 초창기에는 부작용이 심각하긴 할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위스덤
    작성일
    22.11.17 11:10
    No. 9

    아 msg는 못참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1.17 11:39
    No. 10

    지옥같은 참호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맛!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굼벵이
    작성일
    22.11.17 12:19
    No. 11

    Msg에 스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1.17 17:08
    No. 12

    스팸!! 까지 가면 좋겠는데 아직 돼지가 충분하지 않아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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