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부업으로 글쓰는 사람입니다.

나에게 빙의한 SSS급 생존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패기왕작가
그림/삽화
패기왕작가
작품등록일 :
2024.02.04 21:58
최근연재일 :
2024.03.02 15:2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138
추천수 :
53
글자수 :
151,243

작성
24.02.10 11:00
조회
190
추천
2
글자
12쪽

006 새로운 만남

DUMMY

"끄윽..."


거나하게 취한 남성이 소파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그의 손에는 진한 양주가 가득 담긴 잔이 들려 있었다.


"후우..."


숨을 내쉴 때마다 강한 주독이 공기 중에 섞여들었다.


성성이 올라온 수염과 잔뜩 헝클어진 머리.


검은 기미가 눈 밑에 잔뜩 올라온 것이 하루 이틀 술을 마신 모양새가 아니었다.


끼익-


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남성이 조심스레 들어왔다.


"뭐야? 누가 들어오래?"


꿀꺽


남자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의 앞으로 섰다.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그의 눈을 아리게 할 정도였지만,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간신히 답을 했다.


"실...실장님.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그의 말을 들은 김성현은 심드렁히 바라볼 뿐이었다.


"너 누구야."


"저...저는 비서총괄과 이경식 과장입니..."


빡!


"아악!!!"


양주잔이 이마를 가격당하자 피를 흘리며 이경식 과장이 쓰러졌다.


"꺼져. 난 그 인간 볼 생각 없으니까."


김성현의 말에서 지독한 혐오감이 느껴졌다.


"으윽..."


이경식 과장은 대답도 못 하고 찢어진 이마만 부여잡고 있었다.


제대로 가격당했는지 시야가 흔들려 정신을 못 차렸다.


"야. 이 새끼 끌고 나가."


"네."


문밖에서 대기 중이던 보좌 중 한 명이 들어왔다.


키가 무척 커서 2m에 달해 보였다.


거기에 근육을 세밀하게 다듬었는지, 전신이 돌덩어리 같은 남자였다.


그는 고통에 신음하는 이경식 과장을 가볍게 둘러업고 나갔다.


"씨발. 평생 몇 번 얼굴도 안 비추던 새끼가 왜 부르고 지랄이야."


달그락. 쪼르륵.


김성현은 흐느적거리며 새 양주잔에 양주를 가득 채웠다.


"씹새끼. 내가 혼석만 제대로 했으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양주를 바라보던 그는 풀린 눈빛으로 양주만 연거푸 들이켰다.


*****


"그래서, 거부했다고?"


"네."


김상수 회장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눈을 감았다.


잔뜩 주름진 얼굴에 도랑 같은 깊은 골이 박혀 들었다.


"이유는?"


"없습니다."


늘 그렇듯 보기 싫다는 것이겠지.


"대체 언제쯤 철이 들는지..."


비서실장은 한탄하는 김상수 회장을 묵묵히 바라봤다.


그는 회장이 너무 무르다고 생각했다.


김상수 회장이 회사를 이끌어 갈 때의 모습과 가족을 대할 때의 태도는 천지 차이였다.


마치 죄의식을 갖은 사람이 피해자를 대하는 모습 같다고 해야 할까.


아무리 손자라지만 정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어미 없이 너무 오래 키웠어."


"회장님 잘못이 아니십니다."


비서실장의 말을 흘려들은 김상수 회장의 눈에는 후회만 가득했다.


성공하겠다는 야심에 불타 달려왔던 긴 세월 동안 가족은 등한시 한 채로 살아왔다.


그의 부인이 죽은 날조차도 해외 바이어 미팅을 위해 출장을 나갔던 그였다.


하나뿐인 자식은 사업의 성공을 함께 돕겠다며 일하다가 사고로 죽었다.


아들 내외가 함께 차로 이동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그때의 일은 아직도 생생했다.


자식을 잃은 슬픔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장례식장에서 손자인 김성현이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김상수는 가족의 일에 대한 고통을 업무로 다스렸다.


미친 사람처럼 회사에 매진하여 지금의 대기업을 일구어냈다.


하지만 김상수 회장은 그 반동의 여파가 지금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침묵하던 김상수 회장이 말했다.


"망랑구 재개발 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


"다행히 박현동 상무가 잘 수습했습니다."


비서실장이 내민 보고서에는 일목요연하게 사업 진행 현황이 정리되어 있었다.


김상수는 빠르게 넘기며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동이가 잘 해줬네. 처리하는데 골치 좀 아팠을 텐데."


"유능한 친구니까요."


김상수는 망랑구 재개발 보고서를 한편에 두고는 몇 가지 다른 안건을 빠르게 처리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 오랜만에 같이 점심 좀 먹겠나?"


"네. 차 대기시켜 놓겠습니다."


"내가 잘 아는 제육 맛집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지."


비서실장은 점심마다 지겹게 향했던 한정식집이 떠올랐다.


"거기 아니야. 내가 새로운 곳을 알아냈어."


표정이 너무 티가 났나 보다.


애써 마음을 다잡은 그가 답했다.


"네. 기대됩니다."


전혀 기대되지 않는 목소리였다.


*****


드드드드드


"진짜 개같이 시끄럽네."


김연비가 중얼거리며 들고 있던 덤벨을 내려놓았다.


수련장을 만들 동안은 개미 새끼 하나 없더니만,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하니 잡것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난장을 피워댔다.


비록 김연비가 있는 수련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지반이 울리는 게 생각보다 많이 거슬렸다.


한번은 뭐하나 멀리서 구경을 해봤는데 파헤친 곳 메우고 본래 까려던 곳 새로 까고 아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높으신 사람처럼 거들먹거리던 인간도 몇 왔었는데 가관이었다.


진작 와서 그램 부수는 거나 막지 왜 인제 와서 저러는 거야?


속으로 꿍얼대며 며칠 동안 그치들이 하는 꼴을 지켜보던 김연비였다.


물론 잠시 휴식할 때 잠깐이긴 했지만 욕하면서 하다 보니 뭔가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았다.


연도 딱히 김연비가 그러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그로서는 뭐가 되었든 수련만 예정대로 진행되면 충분했으니까.


[ 충분히 쉬었으면 다시 덤벨을 들어라. ]


"예이. 알겠습니다요."


김연비는 최근에 연의 말을 조금은 잘 듣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김연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 없던 연은 수련장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김연비는 그동안 연의 목소리만 들어왔다.


그렇기에 대략적으로만 상상할 수 있었는데, 적당히 노회한 무도인 정도로 생각했었다.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무림인 같은 거?


그런데 막상 본래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지금의 자신과 비슷했다.


상상보다 젊었고, 지금의 나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하지만 눈이 달랐다.


연과 눈을 마주친 순간 김연비는 숨이 턱 막히는 감각을 느꼈다.


긴 세월 덮어온 아픔.


보통의 인간은 도달할 수 없는 지고의 경지.


그 모든 것이 함축된 눈을 바라보자 참을 수 없는 떨림을 느꼈다.


연이 가타부타 말을 하진 않았으나, 본능적으로 김연비는 연의 말을 더 잘 듣게 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자신에게 쫄았다는 게 좀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김연비는 머리를 털며 잡념을 떨쳤다.


전신이 땀에 흠뻑 젖은 김연비가 얕게 심호흡하며 덤벨을 집어 들었다.


아직은 마른 몸처럼 보였으나, 적게나마 몸 구석구석 근육이 쌓였다.


마른 근육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상적인 몸이라 평했을 만한 상태였다.


이는 일반적인 운동만으로는 불가능한 성장이었다.


"훅. 후욱."


연의 지시에 따라 덤벨 컬을 하며 상하운동을 반복했다.


[ 좀 더 세밀하게 가다듬어라. ]


단순히 근육의 움직임을 신경 쓰라는 뜻이 아니었다.


김연비는 동시에 두 가지 작업을 수행 중이었다.


이두의 자극을 느끼며 고반복으로 근섬유를 잘게 찢어주고, 찢어진 근섬유 사이로 혼력을 밀어 넣는 행위를 병행했다.


세 달 전, 연은 기초 수련을 하기 전에 간단하다는 듯 설명했다.


그저 몸에 혼력이라는 인외의 힘을 담고 있으면 원하는 만큼의 조절이 어렵지만,


육체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넣으면 의지가 곧 혼력이 되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쉽지."


막상 해보니까 정말 더럽게 어렵다.


연이 시범을 보여줄 때는 정말 간단해 보였는데, 직접 해보니 아니올시다였다.


그냥 근력운동 하는 것도 살면서 처음인데 혼력이라는 제3의 무언가까지 함께 하려니 몸보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찌릿.


"윽!"


[ 잠시 휴식을 취해라. ]


오른팔의 이두가 칼에 찔린 듯 시리게 아팠다.


혼력을 잇다 실수하여 근섬유가 크게 상한 탓이었다.


김연비는 부들거리는 팔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 쯧. 집중력이 약하다. 정신력을 더 키울 필요가 있겠어. ]


"더럽게 어려운 난이도의 운동을 하는데 야박하기 그지없는 놈."


[ 진실을 말해도 듣지를 못하는군. ]


연이 김연비의 오른팔에 손을 대자 순식간에 상처가 치유되었다.


"허어..."


이전에는 몰랐으나 약간이나마 수련하면서 연이 행하는 기술이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거, 나도 알려줘."


김연비는 신기한 듯 오른팔을 크게 돌리며 말했다.


[ 알고 싶나? 그렇다면 3년 정도만 더 수련하면 된다. 그 이내에 가능하도록 단련시켜주지. ]


"취소. 알고 싶지 않아."


얼마나 개같이 굴릴지 바로 상상이 갔기 때문이다.


좋은 기술은 얼마든지 단념할 수 있는 김연비였다.


*****


끼익-


김연비는 조심스레 뚜껑을 열고 지상으로 나왔다.


"후읍- 하아-, 맑은 공기 너무 좋고."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이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서울치고는 별이 잘 보이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김연비가 한창 자연에 빠져있을 때 연은 사방을 살폈다.


이미 안전을 위해 탐지는 24시간 펴두고 있었지만 유비무환이다.


주변을 체크 한 후 수련장의 입구를 투명화를 사용해 가렸다.


이전번에 김연비가 일산에서 펄떡거리는 걸 숨겨줬던 그 기술이었다.


"정말 감쪽같네."


연이 기술을 사용한 입구는 완벽히 동화되어 구분할 수 없었다.


심지어 위를 쿵쿵거리며 걸어 다녀도 이질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 간단한 기술이다. 나중에 알려주도록 하지. ]


"음... 고민 좀 해보고."


선택권이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미뤄보고 싶은 기분이다.


[ 내일은 수련을 쉬어야 할 것 같다. ]


"왜?!"


기분 좋은 비명을 지르며 김연비가 물었다.


[ 너가 해야 할 일이 있다. ]


"뭐...뭔데?"


불안함을 느끼며 한 발짝 물러섰다.


[ 힘든 건 아니다. ]


"너가 그런 말을 할 때는 꼭 힘든 일이 생겼지."


연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 나의 옛 동료를 만나야 할 때가 왔다. ]


"옛 동료?"


[ 앞으로 40년 후에 죽는 녀석이지. ]


"....."


저승사자시냐고 물을 뻔하다 참았다.


가벼운 조크를 날리기에는 연의 눈에 담긴 무게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되는데?"


[ 동원구. ]


"바로 옆이네. 가까워서 좋구만."


설마 이것도 의도한 건 아니지?


괜히 물어보진 않았다.


*****


"그런데 미래에는 동료라고 해도 지금은 일반인 아냐?"


[ 일반인이 아니다. ]


김연비는 멋들어진 양식의 건축물 앞에 서 있었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전통 한옥이었는데, 그 크기가 남달랐다.


서울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럼 뭔데? 외계인?"


[ 그녀는 지구인이다. ]


"뭔 말이여."


김연비가 머리를 긁으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


"혹시 벨 같은 게 있나? 아, 있네."


전통가옥 스타일이더라도 있을 건 다 있었다.


김연비가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연결음이 들리더니 인터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문 목적을 말씀해주십시오."


김연비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꺼냈다.


"조화의 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심히 오글거렸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


연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하지도 않았을 일이다.


'잡상인 취급당하는 거 아냐?'


그런데 인터폰에서는 김연비의 생각과는 다른 답변이 들려왔다.


[ 자...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경비인이 사라졌다.


그리고 5분도 지나지 않아 거대한 문이 열렸다.


"오, 드디어 열렸..."


김연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수십 명의 도복을 입은 남자들이었다.


기세가 흉흉한 것이 아무래도 잘못 온 듯싶었다.


"자, 돌아갈까."


[ 들어가는 걸 추천하지. ]


"시발 진짜."


김연비는 인상을 찡그리며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에게 빙의한 SSS급 생존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 연재중단 알림. 24.03.03 49 0 -
28 027 회상 끝! 본격적으로 가보자. 24.03.02 55 1 11쪽
27 026 남산타워에서 마법비가 내려와. 24.03.01 59 1 12쪽
26 025 분명 길하다고 하였는데...? 24.02.29 66 1 12쪽
25 024 누구도 모르던 뒷공작. 24.02.28 73 1 12쪽
24 023 생에 첫 비무. 그 위대한 순간? 24.02.27 72 1 12쪽
23 022 어떻게든 해결! 24.02.26 78 1 13쪽
22 021 무극쟁투 참여위기 24.02.25 90 1 13쪽
21 020 무극쟁투 참여일기2 24.02.24 90 1 13쪽
20 019 무극쟁투 참여일기1 24.02.23 89 1 13쪽
19 018 미래를 보지 않는 방법. 24.02.22 88 1 12쪽
18 017 동료 모집중 (2/?) 24.02.21 102 2 12쪽
17 016 준비의 시간 24.02.20 109 3 12쪽
16 015 심무공과의 만남 24.02.19 119 2 12쪽
15 014 이럴려고 왔구나! +1 24.02.18 123 3 12쪽
14 013 우리집에 왜 왔니 24.02.17 122 2 12쪽
13 012 온스와의 첫대면 24.02.16 139 2 12쪽
12 011 어긋난 과거 24.02.15 140 2 12쪽
11 010 사건의 시작 24.02.14 157 2 12쪽
10 009 진실보다 나은 거짓 24.02.13 160 3 12쪽
9 008 무극관에서 생긴일2 24.02.12 168 2 12쪽
8 007 무극관에서 생긴일 24.02.11 171 2 12쪽
» 006 새로운 만남 24.02.10 191 2 12쪽
6 005 가내수공업. 어디까지 해봤니? 24.02.09 210 3 12쪽
5 004 김연비는 이 일을 기억할 것 입니다. +1 24.02.08 218 2 11쪽
4 003 등산의 비밀2 24.02.07 243 2 12쪽
3 002 등산의 비밀 24.02.06 260 3 12쪽
2 001 행운줄게 새집다오. 24.02.05 324 4 12쪽
1 000 프롤로그_나에게 회귀 빙의 24.02.04 423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