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adak 님의 서재입니다.

특성으로 다시 사는 용병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Badak
작품등록일 :
2022.05.18 23:19
최근연재일 :
2022.07.27 22:34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170,132
추천수 :
4,978
글자수 :
645,824

작성
22.05.18 23:59
조회
3,939
추천
108
글자
13쪽

돈이... 복사가 된다고?! (2)

DUMMY

[특성, ‘황금의 기사’가 발동합니다]

- 오러 훈련 시, 2배의 효과를 얻습니다!


아주 잠깐의 깜빡임. 하지만 그 사이에 떠오른 글씨는 아까 내가 이게 현실이 맞나 고민하게 만들었던 그 글씨들이었다.


나만 보이는 건지, 저렇게 환하게 허공에서 금색으로 빛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사 안 누구도 관심하나 보이지 않았다.


“시발..”


단순히 돈과 관련된 것만이 아니었다. 하긴, 단어 자체가 ‘황금’과 ‘기사’의 조합 아닌가? 그렇다면, 돈을 버는 것도, 무력을 쌓는 것도 모두 저 특성과 함께라면 더 빠른 길로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잠을 자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나는 내 순서인 말번 초 전까지 단 한 순간도 잠을 자지 않고 오로지 마나를 느끼는데에만 몰두했고, 그 결과 작은 마나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이 안된다.’


눈은 감겨왔고, 피곤이 온 몸에 가득했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빛날 수 있는 이유였다. 원래라면 한 달이 걸려서야 겨우 실마리를 잡았던 마나 탐지를 단 하루만에, 그것도 반나절만에 끝내버렸다.


“카멜, 너 괜찮냐? 이제야 신병같네. 어제 전투가 좀 빡세긴했지?”


어제 한숨도 자지 않아서 이렇게 축 쳐져 있는 것이지만, 십인장 머록은 그걸 신병 특유의 피곤함으로 해석한 것 같았다.


“아, 괜찮습니다. 충분히 쉬었습니다.”


“원래 첫 번째 전투가 끝나면 잠도 안오고, 잠을 자더라도 잔 것 같지 않고 그렇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니까 남들 안 볼 때 조금씩 쪽잠도 자고 그래라. 니 선임들 보면 알아서 그렇게 휴식 취할거야.”


“그럼 전방 경계는 누가합니까? 제가 막내니까, 제가 해야하지 않습니까?”


“와, 이 새끼 훈련 진짜 잘 받았네. 그래, 맞는 말이지. 그래도 네 선임이 3시간을 쉬면, 너도 30분 정도는 쉬어도 되는거야. 우리 애들 그 정도 유도리는 있다. 맞지 애들아?”


“하하하, 십인장님. 그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래도 우리 새끼인데 그 정도는 쉬게 해줘야지. 나중에 너 짬 좀 차면 알아서 공평하게 대해줄 거다, 임마.”


병사 하나가 너스레를 떨면서 머록의 말을 받아주었다. 그렇구나, 나는 이미 저들에게 ‘우리 새끼’ 가 되어있었다.


예전에는 저 분대에 소속감을 느끼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내가 하도 어리버리를 타니까, 분대 내에서 나를 동료로 대하기 보다는, 교육해야 할 멍청이로 대해서 더 그랬겠지. 하지만 어제의 전투만으로 저들은 벌써 나를 같이 가야 할 동료로 인식하고 있었다.


“어제 한 번 왔으니까, 오늘은 오크 녀석들이 잠잠할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아닌데요.’


이번 오크의 준동은 평소와는 결이 달랐다. 산발적인, 식량을 찾아 헤매는 오크들의 습격과는 다르게 이번 습격은 이 요새와 나아가 주변 마을들을 모두 손에 얻으려는 부족 단위의 전쟁이었다.


어제는 전초전일 뿐이었고, 앞으로는 지속해서 연달아 전투가 벌어질 것이 뻔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우리 십인장인 머록도 전사하게 되었던 것이 생생하다.


내가 어제 그렇게 쉽게 전공을 넘겼던 이유도, 어찌 보면 간단했다. 앞으로 전공을 쌓을 일은 많았고, 내가 병사의 신분을 최대한 빠르게 벗으려는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눈치봐서 쉬어도 될 것 같으면 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임마.”


이 사람들은 어깨 두들기는 걸 왜 이렇게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


머록 십인장이 사라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적 발견을 알리는 타종 소리가 들려왔다.


땡- 땡- 땡-


“뭐, 뭐야 시발.”


2인 1조로 구성되어 성벽에서 함께 경계를 서고있던 선임병이 입가를 훔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우 디러, 침 좀 제대로 닦지.


“타종 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가 나타난 모양입니다.”


“어제 그렇게 해댔으면 됐지, 오늘은 또 뭐야!”


아무리 얼빠진 모습을 보여도, 몬스터 접경지역에서 닳은 선임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제대로 잡아쥐었다. 정예병의 태가 금방 흘러나왔다.


“오크.. 인 모양입니다.”


저 멀리서 초록 피부가 아른거렸다. 어제보다 더 대규모의 습격. 어림잡아도 300은 되어보였다.


이 요새에 상주하고 있는 병력의 숫자가 500이니, 꽤나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숫자가 꽤 많은데. 카멜, 조심해라. 저 정도의 규모가 되면 오크 대전사가 한 놈씩 섞여있기 마련이야. 다른 놈들보다 크니까 식별하기는 쉬울거다. 절대 쳐다보지도 말고, 가까이 가지도 마.”


나도 알고 있다. 오크 대전사라는 놈들은 그 거대한 덩치로 보는 순간 상대를 압도하며, 얄팍하게나마 오러를 사용할 줄 아는 놈들이었다. 기사급의 장교가 나서야 겨우 상대할 수 있는 괴물. 하지만 나는 상황을 보고 내가 노릴 수 있으면 노려볼 예정이었다.


족장급이나, 샤먼급이면 엄두도 내지 않겠지만 대전사 급은 그래도 일반병이 간혹 가다 처리한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숙련병인 나도 어떻게 가능하지 않을까?


‘성공만 하면, 20골드다.’


대전사 수급에 걸린 돈은 10골드. 만약 내 성과가 인정받는다면, 이 황금의 기사라는 신기한 특성으로 10골드, 그리고 실제 수당으로 10골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20골드면 잘 빠진 강철검을 한 자루 마련할 수 있는 돈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알겠다고 대답을 해놨다. 신병이 갑자기 오크 대전사를 잡겠다고 설친다? 같은 편한테 뒷통수 얻어맞고 먼저 기절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크에에에엑!


괴상한 비명을 질러대면서 달려오는 오크들. 궁병들이 힘을 내 열심히 활질을 해보지만, 저 두꺼운 근육돼지들은 화살 한 두발 정도는 터프하게 몸으로 받아내면서 성벽으로 달려들었다.


운이 좋게 급소에 맞거나 여러 대를 맞아 쓰러진 오크들은 눈대중으로 봤을 때 겨우 열 남짓.


“위험하겠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새어나왔다. 이 요새에 상주하는 상비군 500에 기사 열. 고위 기사 하나. 물론 고위 기사가 있는 한 이 요새가 함락당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병사급 중에 피해가 나오는 것은 불가피한 일로 보였다.


“니 말이 맞다, 카멜. 마음 단단히 먹어라. 방심하면 죽는다.”


처음으로 선임 같아 보이는 말을 하며, 곁에 있던 선임병이 창대를 잡은 손에 꽉 힘을 주는게 보였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손이 허옇게 질린게 보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시작된 전투.


물론 어제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하다고는 하지만, 나는 이미 전장에서 17년을 구른 베테랑이었다. 어제 하루 정도는 자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결정했기에, 움직임에 무리는 없었다.


이전의 몸이었다면 3일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겠지만, 이 몸뚱아리는 그 몸뚱아리가 아니었기에 아직 여리고 약했다. 오늘은 전투가 끝나고 무조건 푹 휴식을 취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이크!”


곁에서 선임병이 놀라는 소리에 돌아보니, 오크들이 벌써 성벽에 올라오고 있었다.


“비키십쇼!”


선임병의 자세가 불안정해 보여서, 왼손으로 얼른 그를 밀치고 오른손으로 창을 역수로 잡아 감아 던졌다.


살짝 회전하듯 날아간 창이 오크의 이마를 파고들며 그대로 관통했다.


“관통? 너 힘이 얼마나 센거야!”


“창 좀!”


선임병은 넘어진 자세에서 기함했지만, 나는 여유가 없었다. 선임병이 넘어진 탓에, 내가 맡아야 할 구역이 두 배로 넓어져 있었다.


“자!”


선임병이 자신의 손에 들린 창을 내게 던지고 허리춤에 걸린 검을 뽑아들었다. 검을 못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오크들이 성벽에 모두 발을 디딘 상황이 아니기에, 올라오고 있는 녀석을 처리하기 용이한 창을 들고 멱을 따기 시작했다.


꿰에엑, 꾸에엑!


자기들의 언어로 괴상한 소리를 질러대는 녀석들.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의 효율을 살리면서 나는 미친듯이 창을 뻗고 찔렀다. 한 놈, 한 놈 떨어뜨려댔지만 무지막지한 힘으로 결국 성벽에 올라서는데 성공하는 오크들.


“에라이.”


저 멀리서 머록에게 달려드는 오크를 발견하고선, 창을 투척했다. 뒤에서 달려드는 오크를 어떻게 보고 상대하겠어.


꽤 먼 거리를 날아간 투창은 그대로 오크의 가슴팍을 관통했고, 뒤에서 꿰에엑 거리는 괴성에 뒤를 돌아봤던 머록은 살짝 비껴서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보이는 머록을 뒤로하고, 검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뭔가 싸했다. 내 눈앞에 서있는 녀석, 지금까지의 녀석들과는 다르게 머리통 하나는 더 커보였다.


“이렇게 만나고 싶었던 건 아닌데.”


대전사가 분명했다.


쿠웨에에엑!


귀가 아프도록 쩌렁쩌렁 포효를 내지르는 놈은, 분명 오크 대전사였다. 무장부터가 달랐다. 일반 오크들은 잘 들고 다니지 않는 거대한 대검을 치켜든 채 내게로 달려드는 오크 대전사. 일종의 피어였고, 연약한 내 몸뚱아리는 그 포효에 압도되어 완전히 얼어버렸다. 경직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난 눈 앞의 오크에게 한끼 식사일 뿐.


“제발.”


나는 어젯밤에 느꼈던 마나를, 어떻게든 실전에 활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미 해봤던 길이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하지만 아직 내 몸이 익숙하지 않은 지, 오크대전사가 코 앞에 왔을 때까지도 마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발, 제발.’


이렇게 돌아오자마자 죽을 수는 없다. 나는 침대에 금화를 깔아놓고 평생을 놀고 먹으며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


“제바아알!”


그 소망을 기꺼이 여겨줬는지, 운명의 신이 내게 손을 들어줬다. 마나가 찔끔, 하더니 내 몸으로 빨려들어왔고 나는 겨우 경직을 풀고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카멜! 피해!”


선임병이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전장에서는 금기시 되는 행동이었다. 주변 오크들의 이목을 끌어 집중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런 것을 도외시 할 정도로, 내 목숨을 신경써주는 모습이었다.


“안 죽습니다!”


내심 감사함을 느끼며, 나는 뒤로 피하는 대신 앞으로 뛰어들었다. 몰아치던 마나의 격류가 어느새 내 몸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어차피 오크 대전사도 찌르면 죽는 몬스터일 뿐이었고, 방심한 탓에 동작이 꽤나 커져있었다.


저 높이 들어올린 대검이 내 어깨를 한 치 차이로 스쳐지나가고, 그대로 앞으로 파고든 내 검은 오크 심장의 왼쪽 가슴을 꿰뚫었다.


한 손으로 들어가지 않아,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치고 있는 힘껏 밀어넣었더니, 꾸웩, 하는 소리와 함께 뒷통수가 축축해졌다.


오크 대전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붉은색 핏덩이가 내 머리를 흠뻑 적시는 중이었다.


“이런 시발! 카멜, 너 뭐하는 새끼냐!”


“후아..”


오크 대전사는 쿠웅, 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옆으로 쓰러졌고, 나는 온 몸에 힘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아직도 주변에서는 전투가 한창이었고, 누군가 나를 공격한다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었지만 이제 내 동료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틈을 주지 않았다.


“3분대! 지금부터 오크 대전사를 잡느라 고생한 신병을 지킨다!”


내가 목숨을 살려준 머록이 어느새 내 주변을 지키고 서서 오크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고,


“그러믄입죠! 이 신병새끼가 내 목숨도 살렸다고!”


위험을 감수했던 내 선임병은 지가 한 것도 아니면서 뭐가 그렇게 의기양양한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내 옆을 단단히 지키고 섰다.


2시간이 넘게 이어진 전투는, 내가 대전사의 목을 베어냄과 동시에 파장을 맞이했다. 우두머리 역할을 하던 대전사의 목이 잘려 창에 꿰어진 채로 높이 효수되자, 오크들은 급격히 사기를 잃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샤먼이 나서지 않는 이상, 이 전투는 더 이상 뒤집는게 불가능했다.


“오크들이 물러난다!”


결국 오크들은 꽤 많은 피해를 입고 후퇴를 감행했고, 궁병들의 일제사격을 맞고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원래대로라면 우리가 큰 피해를 입고 요새를 버렸어야 했는데, 내 변화가 이끌어낸 첫 전환점이었다.


“우-와. 미친새끼. 너 진짜 무슨 짓을 한거야?”


선임병이 내 머리를 헤집으면서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온 몸에 자잘한 상처를 입어놓고서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헤실헤실 거리는 게 나쁘지 않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제가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니가 내 목숨도 살렸다. 창 던지기 하나는 일품이던데. 요새 훈련소는 그런 것도 가르치냐?”


“독학, 입니다.”


머록도 와서는 허물어진 내 몸을 일으키면서 살갑게 말을 걸어왔다.


이런 느낌은 참 오랜만이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전우애, 동료애.


과거의 미래, 말이 좀 이상하지만 여튼. 이전의 미래에서는 난 동료들에게 이런 감정을 한동안 느껴본적이 없었다. 간부로 승진한 이후에는, 더욱 더 높은 곳으로 승진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서 금화만을 생각했고,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관계 형성에 시간을 쏟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런 기분이 귀했다.


너무나 생소한 기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특성으로 다시 사는 용병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황금 용병의 투자법(3) +5 22.05.21 3,397 103 16쪽
8 황금 용병의 투자법(2) +4 22.05.21 3,460 111 17쪽
7 황금 용병의 투자법 +2 22.05.20 3,500 102 15쪽
6 병사에서 용병으로(2) +9 22.05.20 3,641 110 15쪽
5 병사에서 용병으로 +5 22.05.19 3,762 112 14쪽
4 돈이... 복사가 된다고?! (3) +6 22.05.19 3,770 113 15쪽
» 돈이... 복사가 된다고?! (2) +6 22.05.18 3,940 108 13쪽
2 돈이... 복사가 된다고?! +7 22.05.18 4,399 122 11쪽
1 프롤로그 +4 22.05.18 5,254 124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