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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oMeNon 님의 서재입니다.

검은 비늘 연맹 : 디온 내전사 episod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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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oMeNon
작품등록일 :
2019.04.01 12:41
최근연재일 :
2019.04.18 17:2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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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4
추천수 :
25
글자수 :
23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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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7 11:48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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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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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늑대의 두 아들 (2)

DUMMY

깊은 밤, 다만 산 폭포가 보이는 바위 위에 걸터앉은 로스트는 보기 좋게 망쳐진 자신의 성인식에 아직도 화가 나있었다.

온 부족원들과 친구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한 로스트는 이만 빠득빠득 갈고 있었다.


“괜히 내게 말 걸지 말고 가만 놔두는 게 좋을 거우다.”


잠시 후, 형이 걱정되어 말을 타고 따라온 아스트가 바위 위에 걸터앉은 로스트를 따라 바위 위로 올라섰다.

화가 난 로스트의 말에 바짝 긴장한 아스트는 아무 말도 않고 로스트 옆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앉았다.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내 성인식이 보기 좋게 망가졌우다.”


아스트는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고자 했지만, 말 걸지 말라던 형의 말 때문에 속으로만 말을 삼켰다.

밤이 되어 서늘해진 봄 바람이 로스트의 아직 잘리지 않은 머리칼을 흔들었고, 그 사실에 다시 화가 난 로스트는 바위에서 내려서며 말했다.


“로기엔 부족놈들은 여기 다만 산이 우리 오르단 부족의 사냥터임을 알고 있음에도 산짐승들을 모두 싹쓸이해간 파렴치한 놈들이우다. 안그렇우까?”


로스트는 로기엔 부족과 있었던 옛날 일들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아스트는 그저 분노한 형의 혼잣말이겠거니 했다.

아스트는 갑자기 돌아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형의 눈빛을 바라보며 괜히 자극하지 않으려고 입을 다문 채 계속 형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도둑놈들이 이번에는 내 성인식을 빼앗아 갔우다. 후 ... 아니, 너는 아칼(동생)이 되어서 아할(형)한테 위로도 안해주고 왜 그렇게 멀뚱멀뚱 보기만 하우까?”


말을 안했다고 자신에게 화를 내는 형을 보며, 아스트는 속으로 ‘말 걸지 말라 해놓고 어쩌란 건지’ 라고 생각했다.

아스트가 괜히 쫓아와서 욕만 먹고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로스트의 친구들이 그를 찾아 다 함께 몰려왔다.


“여기 있었구로.”

“내가 여기 있을 거라 안했우까? 일이 안풀리면 로스트는 항상 여기로 왔우다.”


어릴 때부터 항상 로스트와 다니던 막토는 같이 온 다른 세 명의 친구들에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로스트에게 다가갔다.

동생에게 화를 내던 로스트는 막토의 말에 뭔가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는지, 손뼉을 치며 외쳤다.


“맞우다! 실패하였우니, 로기엔 놈들은 다시 나와 우리 아발(아버지), 아칼(동생)의 목을 노리고 올 것이우다!”

“뭐, 뭐우까? 대뜸.”

“아발께서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아니 된다 하셨우다. 아스트, 너도 똑똑히 듣지 않았우까?”


로스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스트와 눈을 맞췄고, 아스트는 기억을 더듬으며 그랬노라 대답하려 하였다.

입을 열려는 그 순간, 아스트는 그의 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눈치채고는 동그레진 눈으로 로스트를 말리기 시작했다.


“안되우다. 나 방금 아할(형)의 표정을 정확히 읽은 것 같우다. 아발(아버지)께서 용서하지 않으실 거우다.”

“아발(아버지)께서 아시기 전에 우리끼리 하면 되는 일이우다.”

“아니우, 아할(형). 그건 미친 짓이우다.”


근처 나무에 말 묶느라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온 친구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짐작을 못하고 있었다.

다만 라판 구노가 이제 막 들려온 미친 짓이라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는지, 로스트에게 물어봤다.


“미친 짓? 어떤 종류의 미친 짓이우까?”

“우리끼리 로기엔 부족을 치는 것이우다.”

“뭐? 그건 전쟁이우다. 전쟁을 멧돼지나 늑대 사냥 정도로 착각하는 것 아니우까?

게다가 싸우다가 힘들다 싶으면 언제든 말을 타고 도망칠 수 있는 들판이 아니우. 거긴 목책이 있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우다.”


재작년에 성인식을 치른 깔끔한 민머리의 비프 막토는 갑자기 로기엔 부족을 공격하자는 로스트의 말에 눈을 찌푸렸다.

로스트보다 네 살이 많은 막토는 조목조목 문제점을 열거하며 로스트를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정한 로스트였고, 부족 내에서도 알아주는 고집쟁이였던 그는 한발 짝도 물러나지 않고 대꾸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발(아버지)도, 아할(형)네 아발(아버지) 심토 대장님도 전쟁에 나가 싸웠고 승리했우다. 우리라고 못할게 뭐 있겠우까?”

“그 전쟁 이후로 부족간 싸움은 일어나면 안될 불문율이우다!”


로스트의 친구들 중 유일한 여자인 세라는 로스트의 로기엔 부족을 공격하자는 말에 딱 잘라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순간 주춤했던 로스트는 빙긋 웃어 보이며 자신을 찾아온 친구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들, 우리에겐 푸른 칼의 말레안과 같은 의지가 있었우다. 그 의지와 어깨를 맞댄 우리들이 이겨 내왔던 많은 일들을 잊었우까?”


형의 뒷모습을 보던 아스트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고, 다가오는 로스트를 보며 그의 친구들은 긴장의 눈빛을 쏘아 보냈다.

로스트는 제일 먼저 수비대장 비프 심토의 아들이자 자신보다 네 살 위의 형인 막토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할(형)과 몰래 우리 아발(아버지)이 장군늑대 잡는 걸 따라갔다가 같이 죽도록 맞은 게 누구였우까?”

“그야 ... 너였우다.”


막토는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해줬고, 로스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이번에는 볼스타 지안티에게 물었다.


“우리의 시험 때 너를 덮치려던 늑대의 모가지를 잡아 목숨을 구해준 것이 누구였우까?”

“당연히 너였우다.”


볼스타 지안티는 그의 여동생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고, 로스트는 빙글 돌아 라판 구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가이노 부족의 수확제에 가서 네 각시를 덮치려던 정신 나간 어른들을 두들겨 패줬던 게 누구였우까?”

“로스트, 너였우다.”


그때의 일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첫사랑에 구노는 미소를 지었고, 기분이 한껏 오른 로스트는 마지막으로 아함 세라를 보며 말했다.


“여자는 전사가 될 수 없다는 어른들의 편견을 깨준 것이 누구였우까?”

“당연히 나우다. 씨름에서 널 집어 던진.”

“인정, 하지만 그때 일부러 네 샅바를 놓쳐준 건 나우다.”


세라의 대답에 로스트는 잠깐 멈칫하고는 자신의 도움이 있었다고 억지로 엮어 내었다.

친구들마다 하나씩 어떻게든 자신의 공로를 생색낸 로스트는 그들 모두를 돌아보며 다시 한번 그의 의지, 아니 고집을 확인시켜주었다.


“친구들, 우리는 내일 밤 로기엔 부족의 마을로 갈 것이우다.”


다음 날 저녁, 오르단 부족의 수비대장 비프 심토의 집.

로기엔 부족의 마을을 공격하겠다는 로스트를 따라 무기와 갑옷을 챙기던 막토의 마음 한 켠에는 아직도 망설임이 짙었다.

때마침 아버지 심토가 집에 들어왔는지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막토는 챙기던 짐들을 장롱에 숨겼다.

막토가 아홉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하여, 저녁 식사를 챙겨온 여동생 히비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할(오빠)~ 와서 밥 먹으시우다!”

“야~. 오셨우요까, 아발(아버지).”

“오늘 낮에 아스트가 화살촉을 갖고 왔우다. 어제 로스트를 향해 날아왔다던 그 화살의 것이었우다.”

“야, 아스트 성격이면 그런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만 하우다.”


옷을 갈아입고 저녁 식사를 위해 탁자에 둘러 앉으며 아버지 심토가 얘기를 꺼냈고, 막토는 평소 아스트의 성격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낮에 아스트가 가져온 화살촉에 가이노 부족의 각인이 있던 것을 확인한 심토는 그것에 대해 깊은 조사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가이노 부족의 청동 무기는 가이노 부족에서 엄격히 관리하여 반출을 시키지 않았다.

더욱이 다른 도망자들의 단검이나 화살촉에서는 그와 같은 각인을 볼 수 없었기에 아스트의 증거는 사건을 더욱 미궁 속으로 이끌고 있었다.


“다락 족장님께선 더 이상 일을 키우고 싶지 않으신 것 같수요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들이 너무 많구로. 뭔가 들은 얘기 없우까?”

“어젯밤 로스트를 위로해주느라 늦게 일어나서 딱히 들은 건 없우요다.”

“전 들었수요다, 아발(아버지).”


밤 중에 말을 타고 로기엔 부족의 마을로 가기로 한 막토는 모른다고 딱 잡아떼고는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

반면, 찬거리를 구하러 시장에 나갔다 온 여동생 히비토는 자신이 들은 소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로기엔 부족에 대한 소문이 몇몇 시장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우요다.”

“로기엔?”

“야, 누군가가 로기엔 부족장 로기엔 로가르와 손잡고 로스트 아할(오빠)을 쫓아내려고 벌인 일이라고 하더우다.”

“아니, 우리 부족의 성인식을 망친다고 해서 어떻게 쫓아낸다는 말이우까?”

“그거야 저도 모르우. 그냥 시장 소문에 그렇다는 것이우다.”


히비토의 말을 듣던 심토와 막토는 각자의 이유로 곰곰이 생각에 빠졌고, 저녁 식사 시간은 뜻하지 않게 길어졌다.

평소보다 길어진 식사를 마치고 차를 따르며, 막토는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물었다.


“며칠 여행 좀 다녀와도 괜찮겠우요까?”

“로스트가 끼어있다는 말은 아니었으면 하우다.”

“아, 아니요다 ... 그냥 혼자 바람 좀 쐴 겸, 어디 좋은 각시 없나 알아볼까 한 것이요다.”

“에엥? 아할(오빠)이? 여자를?”


평소에 여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막토였기에 그의 여동생은 놀라워하였고, 심토는 아들의 눈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아, 저도 성인식을 치른 지 벌써 삼 년째요다. 어서 혼인하여야 히비토도 편할 것이우고 ...”

“그래, 좋을 대로 하우. 다만 한동안은 로스트와 엮이지 말 것이우다. 어제오늘 다락 족장님께서 많이 걱정하시는 것이 심상치 않수다.”


막토는 어찌어찌 잘 넘겼다 생각하고는 방으로 돌아가 짐을 마저 챙기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자 막토는 방문을 조심조심 열고 나와 아버지 심토의 방에 귀를 갖다 대었다.

인기척이 나지 않았기에 아버지가 주무신다고 확신한 막토는 마당에 묶여있는 그의 말에 올라탔다.

깊은 밤 말을 몰아 금새 마을을 가로질러 다만 산으로 향하는 막토를, 그의 아버지 심토는 목책 위에서 보고 있었다.


이틀 뒤, 오르단 부족의 마을 서북쪽에 위치한 로기엔 부족의 마을.

로스트의 성인식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 들은 부족장 로가르는 심각한 표정으로 마당에 나와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모톨의 손에 부족 전체가 몰살당하던 그날이 떠오르는 로가르는 여느 때처럼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과거와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열살 된 딸, 로기엔 로즈가 옆에 다가와 손을 잡았다.


“별 보시는 거요까?”

“아, 아직 안자고 있었우까? 아발(아버지)이랑 별자리 그려 보우까? 읏차.”


로가르는 그의 딸을 어깨에 올려 목마를 태우며 같이 밤하늘의 별을 세기 시작했다.

별을 백 개까지 세고는 잊어버린 로즈는 그의 아버지 가슴에 발을 동동 구르며, 오르단 부족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발(아버지)은 왜 오르단 부족에게 꼼짝을 못하시요까?”

“하하, 그렇게 보였우까? 우리 아늘(딸)은 왜 그렇게 생각하우까?”

“아발(아버지)은 우리 부족의 부족장이욘데, 같은 부족장인 오르단의 부족장에게 매년 선물도 보내고, 찾아가 인사하지 않수요까?”

“로즈야, 그것은 말이우다, 고마워서 그러는 것이우다. 지금이야 내게 가족도 있고 나와 함께하는 부족 사람들이 있지 않우까? 이 모든 도움을 준 것이 오르단 다락 어르신이우다.”


로가르는 나긋한 목소리로 머리 위의 로즈를 쳐다보며 대답해주었지만, 로즈는 아버지의 모습에 아직도 불만이 남은 듯 했다.

그녀는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고 볼을 부풀린 채, 콧방귀를 뀌고는 그녀의 생각을 꺼내었다.


“나는 우리 아발(아버지)과 우리 부족이 제일 강한 부족이 되면 좋겠수요다. 그래서 다른 모든 부족들이 이~따 만큼 선물도 보내고, 남들이 우리 꺼 가져가면 쫓아가 꿀밤도 때려주고! 그랬으면 좋겠우요다.”

“하하, 그렇게 될 쯤이면 이 아발(아버지)은 이 세상에 없겠우다.”

“싫우다! 그럼 차라리 강한 부족 안 할 것이요다! 아발(아버지)이랑 아말(어머니)이랑 같이 오래오래 죽지 않고 사는 게 더 좋우다!”


로가르가 딸의 이야기에 오르단 부족의 소문을 잊어갈 때쯤, 마을의 경비가 달려와 그를 찾았다.

딸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로가르는 로즈의 손을 꼭 잡으며, 깊은 밤에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족장님, 나와 보셔야겠수요다. 오르단 다락의 큰 아들, 로스트가 지금 마을 앞으로 찾아왔우요다.”

“하 ... 올 것이 왔구로. 혼자 왔우까?”

“아니요다. 여섯쯤 됐수요다. 문제는 그들 모두가 싸울 요량으로 온 것 같수요다.”

“일단 가시우다.”


눈빛갈기를 타고 로기엔 부족의 마을 앞에 온 오르단 로스트는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경비병의 말에 부족장 로기엔 로가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뒤에 말을 타고 있던 막토는 오기 전 들었던 시장의 소문을 떠올리며, 불안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있었다.


“언제 오는 거우까?”

“도망쳤을 지도 모르우, 비겁한 겁쟁이들의 주특기 아니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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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첫 번째 수호자 (5) 19.04.02 2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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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번째 수호자 (1) 19.04.01 205 1 13쪽
1 prologue. +1 19.04.01 324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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