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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oMeNon 님의 서재입니다.

검은 비늘 연맹 : 디온 내전사 episode1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SanToMeNon
작품등록일 :
2019.04.01 12:41
최근연재일 :
2019.04.18 17:2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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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5
추천수 :
25
글자수 :
23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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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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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첫 번째 수호자 (3)

DUMMY

당갈 부족장의 집 열린 창 틈새로 한 중년 조금 더 되어 보이는 사내가 슬쩍 모습을 비췄다.

하지만 러마와 말레안은 자신들의 모습을 누가 보고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언성을 높여갔다.


“꼭 칼 들고 싸우는 것 만이 전쟁이 아니우다.”

“뭐 그럼 나는 지금처럼 평생 모내고 볏짚 자르고 그러란 거우까? 다들 자신의 명예와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잖우.”

“사람 목숨과 전쟁을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라우!”

“그저께 그 짚단 도둑 마냥 그들 뒤에 숨어 편안히 목숨부지 하다가 팔다리 잘린 사람들 돌아오는 길에 멀쩡한 두 손으로 박수라도 쳐주라는 거우까?”

“정말 그게 전부인 거우까? 너에겐 지킬 부모님도 애인도 부인도 자식도 없지 않우까? 단지 너의 몸과 네 아발(아버지)에 대한 열등감 때문...”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애써 억누르던 러마는 기어코 선을 넘어 화를 냈고,

그렇게 말레안에게 소리치던 러마는 아차 싶었는지 말을 맺지 못했다.

러마의 말에 말레안 역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우울감과 자괴감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런 말레안을 보며 러마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애써 괜찮은 척 태연한 척 이렇게 놀러 나오자 했지만, 사실 나도 무섭구로.”

“나는 그런 줄 몰랐우 ...”


말레안도 스스로 너무 고집을 부렸다 생각하고는 러마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 내가 만일 무사히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돌아온 그곳에 날 진심으로 반겨줄 사람이 한 명도 없을까 두렵구로.”

“다 잊고 즐겨야 할 밤을 내가 망치고 있는 것 같우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아까 그 각시랑 있우.”


러마는 말레안을 끌어안으며,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차오르던 붉은 눈시울을 숨겼다.

자신보다 덩치 큰 친구의 포옹에서 느껴지는 떨림에 말레안도 그의 친구 등을 토닥였다.


“분위기 안 망치도록 금방 돌아갈 것이우다. 약속하우.”

“하여튼 이 황소 고집 ...”


그렇게 짧은 포옹을 뒤로하고 바헬 러마는 일렁이는 축제의 밤을 향해 먼저 걸어갔다.

말레안은 깊은 한숨과 함께 숨을 고르고는 당갈 부족장의 집 앞에 섰고,

러마와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손을 갖다 댄 문고리 앞에서 망설였다.

그 순간 문이 열렸고, 당황한 말레안 앞에 높이와 크기 모든 면에서 거대한 남자가 나타나 말을 건넸다.


“들어오게.”


그는 바로 말레안과 러마의 모든 것을 지켜보던 당갈 인조였다.

말레안은 갑작스런 상황에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그저 집주인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사랑채로 들어선 당갈 인조는 초를 밝히고 말레안을 접객용 탁자로 안내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말레안에게 인조는 대뜸 질문을 던졌다.


“서쪽으로 가서 하이란 부족을 죽이고 싶우까?”

“야?”

“나는 당갈 부족의 족장 당갈 인조라 하우.”

“아, 아 ... 저는 오로엔 부족의 아만 말레안이요다.”


서로의 소개를 하는 동안, 말레안의 눈에는 당갈 인조의 팔뚝 곳곳에 난 상처가 들어왔다.


“전쟁에 많이 참여하신 거로 보이요다.”

“이 상처들? 아니우다. 하이란에게 붙잡혀 고문당한 흔적이우다.”

“어쩌다 ...”

“나의 질문이 먼저 였던 것 같우. 하이란들을 죽이고 싶우까?”


말레안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장터의 방을 보고 왔수요다. 신체 능력과 무관하게 전사를 뽑는다 적혀있었구로.”

“명예를 위해 적을 죽이고 적을 죽이기 위해 전사가 되려는 것이우까?”


말레안은 잠시 생각하는 듯싶더니 이내 그의 답을 내놓았다.


“전쟁에서 적을 죽이는 것이 꼭 명예라고 생각하지는 않수요다.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죽어갈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명예라고 생각...”

“이미 전사의 땅 곳곳에서 수많은 신체 건강한 전사들이 떠났우다. 서쪽으로, 그리고 헤몬 여신의 곁으로.”


인조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이제 다른 것이 건강한 사람이 필요할 때일지도 모르우.”


디오 해 연안 서쪽 위치한 험준한 카피티 산맥.

장군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산맥 아래에 위치한 로기엔 폐허.

로기엔 폐허에는 하이란 부족의 것으로 보이는 천막들이 늘어서 있었다.

늘어서 있는 가장 큰 천막 안으로 한 전사가 들어왔다.

검은 털옷의 사내는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하이란 모톨님, 그, 그가 모톨님을 모셔오라셨우다. 성공한 것 같우요다.”

“참으로 말이우까? 당장 가겠우다.”


하이란 모톨은 곧바로 책상을 밀치며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동쪽 놈들에게 티반은 고사하고 이러다 시마칸 초원까지 내줘야 할 거라 고민했었는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우다!”


사온의 마법사들을 납치하던 것이 발각되어 사온으로부터 산발적인 공격을 받으며 전선이 양분된 것이다.

사온의 군사들은 말리콘들과 달리 조직적으로 잘 훈련되어 있었고,

그들은 이미 철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산발적인 공격일지라도 그 위협은 심각했다.

이에 하이란의 부족장이자 모톨의 형인 하이란 바톨은 주력 전사들과 물자 대부분을 북쪽으로 이끌었다.

게다가 때마침 티반에 집결한 동쪽의 말리콘들의 공세에 남동부 전선은 점점 물자가 급해지기 시작했다.


“로코드 자쉬, 나를 불렀다면 드디어 그 흑마법이 성공한 것이겠구로.”

“야, 모톨 어르신. 이것을 보시요다.”


하이란 모톨은 온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채 밖에 나와있는 키 작은 노인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흑마법사 자쉬의 안내를 따라 검은 털옷을 입은 하이란 모톨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은 이상하리만큼 차가웠다, 로기엔 폐허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는 늦가을의 바람보다 더 차가운 듯 했다.

겨울보다 시린 천막 안은 흑마법 서적들이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었고, 자쉬가 가리킨 책상 위엔 길다란 창이 하나 놓여져 있었다.


“모톨님이 구해다 주신 세텔야르실의 칼날, 저 로코드 자쉬가 흑마법을 이용하여 드디어 완성했수요다.”

“축하하우. 자쉬, 자네가 드디어 성공했우. 고생했우.”


창에 가까이 다가서자 하이란 모톨은 창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은 창 끝에 위치한 세텔야르실의 칼날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창에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는 모톨을 보며 자쉬는 그를 안심시키고자 설명을 시작했다.


“본디 세텔야르실에는 두 기운이 담겨있우요다. 영혼왕 실리카의 기운 그리고”

“하커스, 빙결과 욕망의 여신의 기운.”

“야, 맞수요다. 그 작은 조각 안에 담겨 있는 둘이 기운이 팽팽하게 싸우고 있었수요다. 가지고 오셨을 당시만 해도 그저 주변 약간이 얼어붙을 정도였수요다.”

“그럼 두 기운을 분리해낸 지금은 누구도 쓸 수 잡을 수 있는 창이 아니란 말 아니우냐?”


하이란 모톨의 언성이 올라가자 자쉬는 움츠러들며 설명을 빠르게 요약했다.


“아니요다, 어르신. 저는 그 둘을 분리해내지 못했수요다. 흑마법을 이용하여 하커스의 기운을 조금 우세하게 만들어준 것뿐이요다.”

“조금 우세한 것이 이 정도란 말이우까?”

“지금은 저의 생명력이 들어가 있운데, 곧 사그라들것이요다. 이쪽의 손잡이를 통해 생명력을 주입할 수 있수요다. 조금 있으시 ...”


모톨은 자쉬의 말처럼 점점 주변의 온기가 돌아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급한 마음에 장갑을 낀 채 다가가 창을 집어 들었다.

깜짝 놀라 그를 말리려던 자쉬는 이내 말을 바꿨다.


“역시 모톨 어르신이요다. 저 같은 보통의 인간은 잡는 순간 손이 얼어 붙었을 것이요다.”

“대단하우 참으로 대단하구로! 당갈 인조가 배웠다는 정령술에 버금가는 실력이우, 자쉬.”


당갈 인조의 얘기가 나오자 로코드 자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로코드 자쉬는 자신의 흑마법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주고자 입을 열었다.


“정령술은 잊으시요다. 근본을 알 수 없는 정령술과 달리, 저의 흑마법은 그 이론만큼이나 확실하게 전쟁의 판도를 뒤집을 것이요다.”


오로엔 부족 남쪽, 오르단 부족의 마을.,

오르단 부족의 마을 앞에는 약간 낡은 가죽 갑옷을 입은 다양한 사내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아만 말레안은 그가 입은 가죽옷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움직여보기 시작했고, 이윽고 다른 사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던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모인 한마디가 왁자지껄한 이야기 소리를 만들었다.


“모두 조용히 해!”


낡은 가죽옷의 사내들과 달리 새것과 같은 가죽옷을 입은 한 여인이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사온의 여인들처럼 머리를 올려 묶었고, 그런 머리만큼이나 억양도 말리콘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에르고 헤르나. 여기 모인 당신들의 모든 활동은 내 소관이다.”

“거 말투가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어느 부족의 각시이우까?”

“자네, 이름이 뭔가?”

“발라크 조길이요다. 매의 눈 조길이라고 들어보셨우요까? 한 번 정한 사냥감은 동물이든 여자든 ...”




그녀의 주먹이 조길의 얼굴을 정통으로 후려쳤고, 그녀를 놀리던 조길은 눈밭에 뒹굴었다.

뱃살 두둑한 발라크 조길이 한방에 쓰러지자, 모여든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헤르나는 조용해진 틈을 이용하여 확실히 그녀의 위치를 각인시켜주었다.


“나는 장교 에르고 헤르나, 말투에서 알다시피 사온 출신이며 동시에 군인이다. 너희들의 교육을 맡게 되었다.”

“여전사 헤르나!”


설명 중이던 헤르나의 등 뒤에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헤르나는 곧바로 뒤로 돌아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갈 인조와 함께 다가오는 그자는 인조만큼이나 강인한 몸을 가졌고, 그의 한쪽 눈에는 안대가 채워져 있었다.


“오르단 다락 족장님.”

“입이 말썽인 놈들에겐 전통적으로 매가 약이라 했우다. 아주 보기 좋다우! 어서 일어나 헤르나 여전사 ... 아니, 장교의 명령에 따르우라.”


오르단 다락, 오르단 부족의 부족장이자 동부 말리콘 최고의 전사.

그는 아직 눈밭에 나뒹굴어져 있는 조길에게 다가가 일어나라 다그치고는 사온에서 왔다는 여인의 지위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었다.

사온이라는 부족에 대해 알고 있냐는 잡담이 채 두 마디를 넘기기도 전에,

오르단 다락은 일렬로 가지런히 선 이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서쪽의 포악한 하이란 부족이 온 말리콘들을 상대로 전면적인 전쟁을 벌인지 삼 년이우다. 이에 동쪽에 위치한 우리 여러 부족들은 힘을 모아 하이란을 막기로 결정하였우다.”


장정들을 둘러보던 다락의 눈이 아만 말레안에게 잠시 멈췄고,

다락은 의아함과 실망감이 섞인 표정을 살짝 짓고는 다시 그의 연설을 계속했다.


“많은 많은 신체 건장한 말리콘의 전사들이 각자의 부족을 지키기 위해 산화했고 지금도 티반의 서쪽 변경에서 싸우고 있우다. 자네들 모두 알다시피 우리에겐 이곳 디오 강 하류의 모자람 없는 식량과 가이노 부족의 푸른 청동기들이 함께 하우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유능한 전사들이우다.”


다락이 헤르나 장교를 돌아보자, 헤르나는 고개를 빳빳이 세우며 맡겨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또한 헤르나 옆에 선 인조가 다락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다락은 알았다는 듯이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당갈 부족의 수확제 동안 방을 보고 모인 자네들은 그 동안 우리 전사들에게 없던 하나의 공통된 특징이 있우다. 바로 투지이우다. 다른 모든 이들이 휘황찬란한 물건들과 아름다운 여인들을 쫓을 때, 자네들은 마음 속 한 켠에 자리잡은 투지를 쫓아 이곳으로 왔우다. 그렇지 않우까?”

“그렇수요다!”


오르단 마을 앞 들판에 일렬로 선 사내들은 입을 모아 다락의 물음에 대답함으로 그들의 투지를 내보였다.


“허나, 투지만으론 싸움에서 이길 없우다. 지금부터 한 달, 자네들은 헤르단 장교와 나를 따라 사온과 오르단 부족 양쪽 모두의 훈련 기간을 거칠 것이우다.”


다락은 목을 가볍게 한번 가다듬고 조금 더 언성을 높여 말했다.


“모든 훈련은 또 다른 시험이 될 것이우고, 우린 단 한 명의 전사를 추려내 위대한 힘과 함께 전선에 앞세울 것이우다. 시작하우다!”

3 하이란 전쟁 초반.JPG

<하이란 전쟁 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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