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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oMeNon 님의 서재입니다.

검은 비늘 연맹 : 디온 내전사 episode1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SanToMeNon
작품등록일 :
2019.04.01 12:41
최근연재일 :
2019.04.18 17:29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370
추천수 :
25
글자수 :
230,020

작성
19.04.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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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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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첫 번째 수호자 (6)

DUMMY

모톨은 흑마법사 자쉬의 천막으로 그들을 데리고 갔다.


“수많은 마법사를 납치하여 메마른 사막에 물을 뿌리겠다는 아할(형)의 계획은 어떻게 되었우까? 사온의 반격으로 우리 하이란의 많은 전사들이 불필요한 피를 흘렸지 않았우까?”

“아직도 그 놈의 전설 타령이우까? 다 지나간 고대의 전설이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우까?”

“보통의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지게 되우면, 그것을 숨기는 데에 급급한 것이우다.”


천막으로 들어간 모톨은 흑마법사 자쉬를 슬쩍 쳐다보고는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그 창을 형 바톨에게 겨누며 말을 이었다.


“나는 나의 적을 다루는 아주 좋은 방법을 알고 있우다.”

“무슨 짓이우까, 모톨!”


자신에게 창을 겨눈 동생에게 바톨은 고함을 치며 등에서 청동 대검을 뽑아 들었고,

부족장을 따라 그의 친구와 전사들 역시 칼을 뽑아 들었다.


“네놈을 배신자로 여기고 이 자리에서 처단하겠우다!”

“배신? 아니, 이것은 말레살키이우다.”


모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 끝에 자리한 세텔야르실의 칼날에서 눈보라가 쏟아져 나와 바톨을 얼려버렸다.

그 모습에 놀란 칼스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모톨의 창은 그를 향했고 칼스 역시 그대로 얼어붙었다.

창을 손에 쥔 채, 바톨을 호위하던 전사들에게 다가가는 모톨은 순식간에 십 년은 늙은 듯이 얼굴에 주름살이 생겨있었다.

모톨은 바들바들 떨리는 전사의 칼을 가볍게 튕겨 떨구어버리고는 전사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나, 하이란 모톨이 말레살키로 부족장의 자리에 오른 것이우다!”


모톨은 고함을 치며 흑마법으로 전사의 생명력을 빨아들였고, 몸의 모든 생명력이 빠져나간 전사는 말라비틀어져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주름이 사라지고 생기를 되찾은 모톨은 그 앞을 막아선 전사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되고 싶은 거우까?”


적의가 공포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고, 뽑아 들었던 칼과 함께 전사들의 무릎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무릎 꿇은 전사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새로운 부족장 모톨의 이름을 외쳤다.


한편, 인조의 정령술이 성공한 지도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났다.

말레안에게 자신의 온 육신과 영혼을 주고 삐쩍 말라버린 인조의 시신은 모든 부족장들이 힘을 모아 수습하여 장사를 치러주었다.

모든 부족장이 그들의 부족으로 돌아가고, 말레안과 헤르나는 다락과 함께 전사들이 모이는 티반으로 가기로 했다.

그들이 떠나는 날, 부족의 대표로 그들을 배웅하러 나온 것은 인조의 아들, 당갈 누조였다.

인조의 뒤를 이어 당갈 부족장이 된 누조에게 다가간 말레안은 인조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을 꺼냈다.


“인조 어르신께선 믿으라 하셨우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을 말이우.”


열여덟 살임에도 열네 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작은 키에, 창백한 얼굴의 당갈 누조는 말레안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나는 일 년에도 스무 번이 넘게 아프고, 다른 아이들처럼 맘대로 뛰지도 못하욘데, 이런 나를 어떻게 믿으라는 거시요까?”

“누조, 너에겐 다른 이들에게는 없는 또 다른 강함이 깃들어있을 것이우다.”


말레안은 걱정 가득한 누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 보였고 다락, 헤르나와 함께 서쪽으로 말을 타고 떠났다.

티반 부족의 마을까지는 말을 타고 보름 정도 되는, 그리 오래 걸리는 여정은 아니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엔 충분했다.

물론 오르단 다락을 뺀 말레안과 헤르나 둘 사이의 이야기에 국한해서 말이다.

밤이 깊어 모닥불 앞에서 헤르나가 인조로부터 받아온 정령술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말레안은 그녀 곁에 앉았다.


“내일 티반 부족의 마을로 들어가우면 할 일이 많우. 오늘은 잠 좀 자야하니, 그 놈의 입맞춤 소리 좀 내지 말우라.”


말레안과 헤르나가 나란히 모닥불 앞에 앉아, 오르단 다락은 등을 돌리며 한 마디 던졌다.

말레안과 헤르나는 다락에게 비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 들통났음을 깨닫고는 멍하니 얼굴만 붉혔다.

차가운 밤바람에 모닥불도 많이 작아졌을 때쯤, 책을 덮은 헤르나가 말레안에게 물었다.


“내가 당갈 인조님처럼 정령술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것이요다. 인조 어르신께서 내게 그러셨수요다. 내 스스로를 믿으라고 말이요다.”

“믿음이라 ...”

“헤르나, 내가 당신을 믿는 만큼, 당신도 당신 스스로를 믿었으면 좋겠우요다.”


헤르나는 미소 지으며 말레안에게 짧게 입맞춤 했고, 둘은 다락을 의식하며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다락과 헤르나, 말레안이 도착한 티반 부족의 마을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거리에는 말레안과 같이 이제 막 도착한 여러 부족의 전사들과 이미 전투를 치르고 다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전사가 뒤섞여있었다.

전쟁의 참상이 이제서야 실감나는 말레안은 갑자기 엄습하는 역한 기운에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것은 헤르나도 마찬가지였다.


“뭐우까?”

“뭐지?”


말레안과 헤르나는 어디선가 느껴지는 역한 기운의 근원을 찾기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한 오르단 다락은 번잡한 거리에서 뒤따라오다 말고 멈춰선 둘을 보며 말했다.


“헤르나 장교까지 왜 이러시우까? 티반 부족의 마을에 처음 오시는 것도 아니지 않우까?”


다락은 그런 그들을 보며 헤르나가 길을 아니까 알아서 오겠거니 하고 먼저 가버렸다.

한편, 빠르게 다가오는 역한 기운을 느낀 헤르나는 지나가던 병사의 활과 화살을 주워다가 천천히 시위를 메겼다.

헤르나가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말레안은 헤르나가 조준하는 방향에서 달려오는 말을 볼 수 있었다.

말레안은 헤르나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오는 말을 보고는 헤르나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둘은 그렇게 길바닥에 굴렀다.


“아, 쏘기만 하면 됐는데!”

“죄송하요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헤르나를 뒤로 남기며, 말레안은 그녀가 노리던 말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말 위의 검은 망토를 확인하고는 곧장 일어나 그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말 좀 멈춰주시요다!”


먼저 가던 다락은 뒤에서 들려오는 말레안의 목소리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다락은 잽싸게 돌아 달려오는 말을 막아 섰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말은 그대로 다락과 부딪혔다.

말을 타고 있던 검은 망토의 사내는 그대로 튕겨져 나가 길바닥에 구르다가 금새 일어났고,

무언가를 확인했는지 온 힘을 다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내 걱정 말고 계속 쫓으라우!”


말과 충돌한 후, 말을 잡아챈 다락은 그를 걱정하는 마음에 말레안이 느려질까 우려했다.

다락의 걱정과 달리 말레안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검은 망토를 쫓아 달려갔고,

그런 말레안을 보며 다락은 뭔가 무시당한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인정머리 없는 놈이었우다.”


검은 망토의 사내는 거치적거렸는지 망토를 벗어 던졌고,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푸른 단검을 빼 들었다.

그 사이 많은 인파를 뚫으며 쫓아 달리던 말레안은 그가 티반 부족장의 집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더욱 속도를 올렸다.

단검을 든 자의 목표는 때마침 티반 부족장의 집에서 걸어 나오는 한 노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단검이 목표에 닿기 일보직전, 말레안은 몸을 날려 그를 붙잡았다.


“뭐하는 짓들이우까?”

“자, 자객이요다!’


갑작스런 위협에 몸을 뒤로 숨긴 노인은 저 멀리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오르단 다락과 에르고 헤르나를 볼 수 있었다.

자객의 검을 빼앗아 멀리 던져버린 말레안은 자객의 목에 그대로 당수를 내리 꽂았고, 자객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빼앗은 말을 타고 말레안을 쫓아온 다락은 자객이 노렸던 노인에게,

그보다 훨씬 뒤에서 부리나케 쫓아온 헤르나는 말레안에게 달려갔다.


“티반 투브람 어르신, 괜찮수요까?”

“말레안, 어디 다친 덴 없어?”


자객을 포박하는 말레안과 헤르나를 보며 티반 투브람은 다락에게 물었다.


“저 친구가 소문의 그 친구인가? 영혼술? ”

“야, 그렇수요다. 정령술이요다.”

“저, 다락 어르신, 이자를 어떻게 하면 되요까?”


말레안은 자객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고는 다락에게 물었고, 그들은 자객을 데리고 티반 부족장의 집으로 들어갔다.

자객의 이름은 아슈르 크라테, 아슈르 부족의 족장 칼스의 둘째 아들이었다.

그는 모톨의 배신과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했고, 그의 형 크라켄이 암살을 명령했다고 털어놨다.

그날 저녁, 티반 부족장의 집에서는 족장들의 회의가 열렸고, 동부 부족의 연합을 주도한 티반 투브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수요다. 좋은 소식은 바톨과 그의 절친 칼스가 죽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모톨이 그들을 죽이고 하이란의 족장이 된 것이요다.”

“그렇다면 아슈르 부족이 하이란 부족과 깨진 것이요까?”

“투브람 어르신을 암살하려 한 게 아슈르 크라테이요다. 아마 바톨 때와 달리, 하이란 모톨이 아슈르 부족을 쥐락펴락 하는 것 아니겠수요까?


발라크 부족장의 질문에 다락이 대신 대답을 해주었고, 이를 들은 가이노 다르호가 첨언했다.


“그렇다면 바톨이 얘기했던, 납치한 마법사들을 이용해 북부에 비를 내리겠다고 했던 것은 무산되겠수요다.”

“모톨이 전 병력을 우리 쪽으로 보내 북부의 불만이 심해지기 전에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려고 하지 않겠수요까?”

“혹은 오늘처럼 투브람 어르신을 노릴 수도 있겠수요다.”


오로엔의 부족장 오로엔 몰카는 티반 투브람을 걱정하면서, 회의장 한 켠에 서 있는 말레안을 보았다.

나름 손에 꼽는 대규모 부족의 족장이었음에도 몰카는 말레안의 얼굴을 기억해내고는 말을 건넸다.


“말레안, 자네가 티반 투브람 어르신의 호위를 해주었으면 하운데 ...어떻겠우요까 투브람 어르신?”

“허허, 아까 보아하니 용력이 어마어마한 친구였우다. 저 친구의 호위가 있다면 저도 마음 편히 각 전선의 전사 수, 식량과 무기를 점검할 수 있을 것 같수요다.”


티반 투브람을 시작으로 하이란 모톨을 상대할 각종 전술들이 논의되었고, 그렇게 부족장들의 회의는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티반 투브람의 호위를 맡은 말레안이 티반 부족장의 집에 들어섰을 때 그곳에는 다락과 몰카, 헤르나, 다르호가 이미 모여있었다.


“오늘도 무슨 회의가 있는 것이우까?”

“아니, 이제 각 족장님들도 나도 본격적인 전장으로 향해야지.”


헤르나는 오르단 다락과 오로엔 몰카와 함께 시마칸 초원에 급하게 만들어진 시마칸 전초기지로 향한다 전했다.

그 순간 말레안은 문득 바헬 러마가 떠오르며 헤르나 역시 전쟁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에 말레안은 그녀를 다독이기 위해 가볍게 끌어안았고,

헤르나는 말레안의 예상과 다르게 전혀 떨고 있지 않았다.


“뭐, 뭐야, 영영 못 보게 되는 것도 아니고 ... 투브람 어르신과 전선 곳곳을 돌다 보면 꼭 한번은 들릴 텐데.”

“어디 하나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으면 하우다.”

“걱정 마. 어차피 전초기지 밖으로 나갈 일 없이 훈련이나 치료나 맡아서 안전해. 그리고 나 에르고 헤르나야. 어릴 때부터 익숙한 일들이라고.”


헤르나의 망설임 없는 미소를 보자 그제서야 말레안은 마음이 놓였는지 그녀를 놓아 주었고,

그녀는 말에 올라타 다락, 몰카와 함께 서쪽으로 떠났다.

같이 있던 가이노 다르호 역시 보급할 무기를 가지러 그의 부족으로 돌아간다며 시답지 않은 농담을 던지고는 밝은 모습을 보였다.

며칠 뒤 모두가 헤어진 그 자리에서 말레안 역시 티반 투브람과 함께 전선으로 향하는 말에 올라탔다.


당갈 인조의 희생으로 완전히 바뀐 아만 말레안의 새로운 운명.

새로운 운명과 함께 희망찬 출발을 시작한 말레안과 달리, 전황은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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