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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oMeNon 님의 서재입니다.

검은 비늘 연맹 : 디온 내전사 episode1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SanToMeNon
작품등록일 :
2019.04.01 12:41
최근연재일 :
2019.04.18 17:2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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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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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수 :
23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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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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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첫 번째 수호자 (1)

DUMMY

디오 강 유역 남쪽, 말리콘들의 땅을 지나 디오 해와 인접한 해변

해변의 서쪽 끝자락에는 험준한 카피티 산맥이 자리잡고 있다.

그 험한 산세는 카피티 산맥을 말리콘들로 하여금 신성시 여기게 만들었다.

그렇게 거친 카피티 산맥에는 얼음으로 뒤덮인 동굴이 여럿 있었다.

따듯한 봄 바람 한번 닿은 적 없는 카피티 산맥의 가장 깊은 얼음 동굴.


육중한 덩치의 한 사내가 얼음 동굴을 헤치며 디오 해가 보이는 해안 절벽에 우뚝 섰다.

그가 걸친 털옷 곳곳에 낀 성애.

그것은 얼마나 오랜 세월 얼음 동굴 속에 있었는지를 증명해주는 듯 하였다.

해안 절벽으로 쏟아지는 따듯한 햇빛과 디오 해의 일렁이는 바다 바람.

따듯한 햇빛은 지긋이 눈을 감은 사내의 몸을 녹였고,

머리칼과 수염에 자욱하던 성애는 해풍에 흩날렸다.


몸을 충분히 녹인 듯한 사내는 그의 털옷을 풀어헤쳤다.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 몸매, 그리고 그 등에 매달린 거대한 칼과 방패.

그는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들어 등에 매달린 무기들을 하나씩 꺼내어 들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지켜낼 친구에게. - 가이노 다르호’

방패에 새겨진 글귀가 눈에 들어온 사내는 미소 지으며 이번에는 그의 푸른 칼을 내려다 보았다.

‘변하지 않는 믿음. - 에르고 헤르나.’


푸른 색의 물결이 요동치는 듯한 검에 노란색으로 새겨진 글귀.

방패에 새겨진 글귀와 달리 검에 새겨진 글귀를 보던 사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내는 고개를 들어 멀리 북쪽을 바라보았고, 그의 굳게 다물어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혼잣말이 나지막이 울렸다.


“그 날의 기운이 다시 느껴지우, 헤르나.”


이십여 년 전, 디오 강과 히시몬 강이 만나는 곳.

그 서남쪽 푸른 벌판에 위치한 오르단 부족의 마을

마을에서 서북쪽으로 걸어서 삼일 정도 거리의 협곡에 선 한 중년의 사나이.

도깨비만한 덩치에 누가 봐도 위협적일 정도로 근육.


그의 눈이 노리고 있는 것은 백 보 정도 되는 거리의 하얀 장군늑대.

새하얀 장군늑대 역시 그 사내를 응시하고 있었다.

사내의 이름은 오르단 다락, 오르단 마을의 부족장이자 두 소년의 아버지였다.

이윽고 먼발치에서 두 명의 소년이 다가와 다락과 마주한 장군늑대를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막토 아할(형의 말리콘 방언), 저거 진심 크 ...”

“쉿.”


막토는 다락의 눈치를 살피며 다락의 첫째 아들, 로스트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 먼 곳까지 로스트를 데려온 사실을 들키면 부족장 다락은 물론이거니와 아버지 심토한테도 죽을 때까지 맞을 게 분명했다.

다락의 매서운 눈초리가 그 소년들을 훑고 지나갔고, 장군늑대는 상대방의 흐트러짐을 놓치지 않았다.

자세를 한껏 낮춘 늑대는 반동을 이용하여 전속력으로 다락을 향해 날아들었다.

웬만한 곰보다 큰 크기의 장군늑대가 튀어 오르며 그 큰 그림자를 드리웠다.


다락은 그의 커다란 상체를 살짝 낮추고 날아오는 늑대의 두 눈을 응시했다.

늑대가 거대한 포물선을 이루며 다락에게 내리 꽂혀갈 때, 다락은 그의 두 손을 정확히 늑대의 앞 발목에 맞추었다.

이윽고 늑대의 두 앞 발목이 다락의 손바닥에 안겨 들자 다락은 온 힘을 다해 움켜쥐고는 밀어 버티기 시작했다.

장군늑대의 엄청난 무게에 밀리던 다락은 그의 무게중심을 상체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하체로 옮겼다.


앞발을 붙잡혀 버린 늑대는 슬슬 힘이 부치는지 아가리를 벌려 다락 머리를 삼키려고 하였다.

그 모습에 비프 막토는 그의 허리춤에 놓인 작은 칼을 꺼내어 들고는 덤불을 뛰쳐나왔다.

왼쪽으로 돌아 장군늑대 밑으로 뛰어든 막토는 뽑아 든 청동검을 꽉 쥐고는 늑대의 배를 찔렀다.

배에 칼이 꽂힌 하얀 늑대는 고통스럽다는 듯이 울부짖었다.


다른 늑대와 달리 장군늑대는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다.

그를 도울 다른 늑대는 이 근처 어디에도 없었다.

늑대의 털이 붉게 물들어갈수록 늑대가 짓누르던 힘은 점점 약해져 갔다.

중심을 잃고 바닥에 나뒹군 그 하얀 늑대의 피는 산비탈에 깔린 눈을 적셔갔다.


“무슨 짓이우까, 막토.”

“어머니와 부족 사람들의 복수이우다.”

“상대가 비겁하다 하여 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것은 약자가 하는 짓이다. 오늘 일은 나의 벗이자 네 아발(아버지의 말리콘 방언)인 심토에게 말할 것이우다.”


아버지 다락이 막토의 행동을 지적하는 사이, 다락의 첫째 아들 로스트가 무언가를 품에 안고 다가왔다.

로스트의 품에 가득 안긴 새끼 장군늑대.

작다고 하기엔 장군늑대의 새끼답게 웬만한 늑대의 크기였다.

어미의 죽음을 모르는 건지, 새끼 장군늑대는 낑낑거리며 로스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나로 인해 어미를 잃은 새끼구로. 마을로 데리고 가자우. 이 추위에 홀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우다.”


여섯 살 남짓한 로스트는 본능적으로 새끼 늑대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두 소년과 함께 마을로 향하던 다락은 자신이 죽인 장군늑대로부터 죽은 부인이 떠올랐다.


“가족처럼 대해 주어야 할 것이다. 생각해둔 이름은 있우까?”

“네, 아발(아버지). 얘는 털이 눈처럼 하야니까 눈빛갈기라고 부를 거요다.”


그날 밤, 오르단 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디오 강 서부의 로기엔 부족 마을.

하이란 부족의 침공에 로기엔 마을은 밤이 깊도록 무기와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상처투성이인 로기엔 부족의 전사 하나가 부족의 성소로 들어와 문을 걸어 잠갔다.


“아발(아버지)이 전사하시고 방어선이 뚫렸수요다.”

“허 ... 부족장님께서 돌아가시다니! 로가르, 이쪽 방으로 숨으시우다.”

“어르신, 괜찮을 겠수요까?”

“조용히 하시우다. 알고 온 게 아닐 것이우다. 절대 못 찾을 것이우다.”


성소를 지키던 무당은 부족장의 아들을 다그치며 좁은 방 한 켠으로 그를 숨겼다.

나이 든 무당이 그를 빈 궤짝에 숨기자마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성소의 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어 차례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성소의 나무 문짝이 흔들리더니,

이윽고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문짝을 뚫고 뾰족한 통나무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문을 뚫고 들어온 뾰족한 통나무가 다시금 고개를 감추자 거친 손들이 나타났고,

하이란 부족의 전사 열댓 명의 손에 문짝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어 전사 중 하나가 성소 중앙에 놓여있는 영혼왕 실리카 석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다른 전사들은 석상으로 달려가 그의 양손에 쥐어진 흑요석 칼을 빼내려고 하였다.


“감히 이승 유일왕의 옥체에 손을 대우냐? 네 놈들은 천벌을 받을 것 ... 컥!”


나이 든 무당은 하이란 부족의 전사들에게 불 같은 호통을 쳤지만,

이내 젊은 전사의 주먹이 노인의 명치에 꽂혔다.

그 자리에서 가슴을 부여 쥔 채 고꾸라진 무당은 바닥에 나뒹굴며 연거푸 콜록거릴 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 까, 석상에 달라붙은 전사들은 가까워져 오는 말발굽 소리에 따라 점점 초조한 듯 서로를 독촉하기 시작했다.


“빼라우! 모톨님이 오시기 전에 빨리 빼내어야...”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한 사내가 성소 입구에 도착하여 그의 말에서 내렸다.

온 하이란의 전사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검은 털옷의 그 사내는 천천히 영혼왕 실리카의 석상으로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검의 영혼이자, 헤몬 여신의 대리자이며, 유일한 이승왕 실리카! 고작 돌덩어리일 뿐인데, 뿜어져 나오는 이 위압감을 보시우! 참으로 대단하우.”


노인을 때렸던 그 전사는 검은 털옷의 사내의 말에 따라 무당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검은 털옷의 사내는 바닥에 떨어진 무당의 관모를 주워 다시 씌워주며 말을 건넸다.


“로기엔 부족의 정의구현은 참으로 대단하우. 그리고 그 점은 나와 같으우.

“아니, 우리는 자네들 하이란과 다르우다.”

“남들은 우리를 도둑이라 손가락질하지만, 우리들은 전설의 계승자라 부르잖우?”

“하이란 모톨, 네놈이 찾는 건 전설 속 공중도시에나 존재하우다.”

“그럼 뭘 그렇게 아닌 척 열심히 숨기우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검은 털옷의 사내는 그의 커다란 칼을 치켜들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무당은 입술을 질끈 다물고 눈을 감았다.

허나 사내는 몸을 비틀어 곧바로 영혼왕 석상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의 일격에 석상은 조각나 부서졌고, 영혼왕의 석상이 쥐고 있던 흑요석 검은 땅바닥에 떨어져 깨어졌다.


허나, 모톨은 그것에 관심이 없다는 듯 석상이 무너진 자리를 훑었다.

그리고 석상 바닥에서 나온 또 한 자루의 흑요석 검.

석상 밑에 숨겨져 있던 흑요석 검을 손에 쥔 그는 무당을 향해 몸을 돌리고 입을 열었다.


“세텔야르실는 실리카의 첫 번째 검이었우. 극빙과 욕망의 여신 하커스가 깨어나려던 날, 이 칼을 들고 그녀를 봉인했우...”


무당과 눈이 마주친 모톨은 흑요석 검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흑요석 검은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던 영혼왕의 석상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사내는 겁에 질린 노인과 눈을 맞추며 그에게 속삭였다.


“석상 밑에 흑요석 검을 하나 더 놓으면 나를 속일 수 있을 줄 알았우까? 온전한 검이 아니우. 그렇지 않우까?”

“네 놈에게 해줄 얘기는 아무것도 없우다.”

“이곳에 있는 것이 세텔야르실의 파편이우. 영혼왕의 힘이 담긴 진짜 세텔야르실의 검날.”

“나는 니 놈을 도울 그 어떠한 것도 하지 않겠우다!”

“하, 그래도 자네를 무당이라고 모시는 로기엔 부족은 도울 수 있지 않겠우까? 길바닥 아이들부터 빨래터 아낙네 ... 뭐 당신 또래의 허리 굽은 노인네라든가.”


호통을 치며 손에 쥔 지팡이를 치켜든 노인의 패가와 달리,

모톨을 향한 지팡이의 끝은 삭풍에 떨리는 사시나무 마냥 거칠게 떨렸다.

두려움에 떠는 무당을 보며, 검은 털옷의 모톨은 입꼬리를 살며시 올렸다.


“부족 사람들의 믿음을 쥐던 자가 이제 목숨까지 쥐었으니, 이만한 권력을 가진 무당이 또 있으리우까?”


무당의 흔들리는 눈빛이 숨어서 지켜보던 로기엔 부족장의 아들과 마주쳤다.

로기엔 부족장의 아들, 로기엔 로가르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두려움과 분노에 떨던 무당은 깊은 한숨을 내쉬어 그 스스로를 진정시키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이 신전의 벽화를 가리켰다.


“영혼왕 실리카가 할카옌의 사람들에게 흑요석으로 칼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전설 속 짐승인간들 ...백금망치단이라 하우까? 그들에게 만들어진 흑요석 검을 나눠주었우.


모톨은 그가 가리킨 곳에서 조각된 벽화들을 마주할 수 있었고,

벽화는 영혼왕 실리카와 그의 흑요석 검에 얽힌 이야기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벽화에 다가선 모톨은 벽화를 직접 하나씩 쓸어 만지며 설명을 이었다.


“아! 그래 여기부터가 중요하지. 영혼왕이 하커스를 세텔야르실로 봉인하는데, 그 과정에서 세텔야르실의 검날 하나가 영혼왕의 배에 박혔우.”

“필멸자가 탐할 물건이 아니우다!”

“그리고 그 파편을 그의 연인이자 활의 영혼 엘리카가 손수 뽑아주고는 애정의 증표로 삼았지 ... 하지만!”



벽화를 읽어 내려가던 모톨은 갑자기 다음 벽화를 그의 손으로 강하게 쳤다.

그의 손은 석판의 뒤가 뻥 뚫렸다는 것을 알려주듯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엘리카는 검은 칼날을 절대 오르단에게 선물하지 않았어. 늑대와 붙어먹은 오르단이 엘리카로부터 훔쳐낸 거지! 그리고 그 힘을 두려워한 당신들이 다시 훔쳐내었지.”


그가 벽에 깊숙이 박힌 그의 손을 빼내었을 때, 부서진 벽화 조각 사이로 빠르게 얼음이 생겨나고 있었다.

하이란 모톨은 가죽 장갑을 끼고는 다시 손을 넣어 검은 칼날을 꺼냈다.

그 순간에도 가죽 장갑은 빠르게 얼어갔고, 모톨은 그가 덮고 있던 검은 털옷을 벗어 세텔야르실의 날을 둘둘 감았다.


“이런데도 부족장인 우리 아할(형)은 사온 변두리에서 마법사나 납치하고 있우...”

“자네는 그 파편을 가질 자격이 없우다! 하커스의 저주를 받을 것이우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톨은 그의 칼을 휘둘러 무당의 목을 베어버렸다.

세텔야르실의 칼날을 품에 안은 그는 유유히 신전 밖으로 향하며 죽은 무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


“모두 죽이고 마을의 초가집을 하나도 빠짐 없이 전부 태우라!”


그날 밤 로기엔 부족의 마을이 잿더미가 되었고,

성소의 궤짝에 숨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로기엔 로가르 만이 유일한 생존자로 남았다.

아버지와 부족을 잃고 동쪽으로 향한 로기엔 로가르는 몇 날 며칠을 먹지도 자지도 않고 달렸다.

그렇게 그는 디오 강 동쪽 하류에 위치한 부족들에게 하이란 부족의 침공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단순히 부족 간의 사소한 충돌 정도로 치부한 동쪽의 부족들은 로가르의 말을 무시했다.

그런 로가르에게 그나마 호의의 손길을 건넨 건 멀고 먼 친척 뻘인 오르단 부족의 오르단 다락이었다.

어느덧 3년의 세월이 지나 로가르가 새로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해갈 무렵.

당갈, 네펙 등 수많은 시마칸 초원에 살던 부족의 유민들이 동쪽으로 이주해 오며 로가르의 경고가 사실이었음을 입증해주었다.

1 깨어난 말레안.jpg

<깨어난 말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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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첫 번째 수호자 (6) 19.04.02 32 1 12쪽
6 첫 번째 수호자 (5) 19.04.02 22 1 12쪽
5 첫 번째 수호자 (4) 19.04.01 36 1 13쪽
4 첫 번째 수호자 (3) 19.04.01 52 1 13쪽
3 첫 번째 수호자 (2) 19.04.01 87 1 12쪽
» 첫 번째 수호자 (1) 19.04.01 203 1 13쪽
1 prologue. +1 19.04.01 321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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