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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섭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패스가 기연을 얻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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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섭
작품등록일 :
2024.07.02 11:49
최근연재일 :
2024.08.23 15:1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967
추천수 :
39
글자수 :
50,359

작성
24.07.02 19:35
조회
446
추천
2
글자
8쪽

고기정

DUMMY

혜영은 성준의 무덤덤한 반응에 서운한 표정을 지어 보였으나 이내 부드럽게 말문을 열었다.


“내가 너무 성급했나···? 너나 나나 아직 나이도 어리고···.”


성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27살이 그렇게 어린 건 아니지. 하지만···.”


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결혼하기에는 또 이르지. 요즘은 다들 서른 넘어서 하는데.”


성준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 후후.”


“이 상황에서 장난치고 싶니? 에휴. 내가 괜히 결혼 얘기해서···. 아니 생각해 보니 열받네. 원래 네가 청혼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지. 청혼하기에 나이가 너무 어리지. 에휴~ 머리 아파.”


성준은 그런 그녀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우리 김밥 더 시키자.”


“지금 김밥 얘기가 나오냐!”


“괜히 성질내고 그래. 우동만 먹었더니 배고프네.”


“나 별로 생각 없거든. 자존심 상해서.”


“그럼 김밥 나만 먹을게. 두 줄 시키자.”


“시키든 말든!”


잠시 후 그 둘은 정원 한가운데를 걸어 다니며 풍경을 감상했다.


“잊어버려.”


혜영의 말에 성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뭘 잊어?”


“내가 결혼하자는 말.”


“이미 들었는데 어떻게 잊어?”


“잔말 말고 잊으라면 잊어!”


“하하.”


순간 혜영은 성준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뭐야?”


“예뻐서.”


“예뻐···. 뭐가?”


“너 화내는 모습이.”


“죽을래.”


“미안. 후후.”


“웃지 말라니까.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니?”


그때 성준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혜영의 두 눈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에 그녀는 다소 당황했다.


"지금 뭐하는 거야?"


"혜영아. 나 할 말 있다."


"진지한 거라면 말 하지마! 나 가뜩이나 진지병 도져가지고 머릿속이 아프거든."


성준은 정말이지 진지한 듯 말했다.


"너 만나서 너무 좋다. 하루 하루가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해."


"그만!"


성준은 그녀의 두 손을 잡고 다시 말했다.


"아니. 해야겠어. 아무튼 이런 날이 언제까지 이어지면 너무 좋겠어. 나 너를 만나기 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거든. 너무...요즘은 내가 이 꿈을 깨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매일 소원을 빌 정도라고."


그 말에 혜영 역시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


"당연하지. 후후."


"웃지말고 진지하게."


"언제는 진지하지 말라며."


그때 성준은 갑자기 안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리고 그 뚜껑을 열고 반지 하나를 집어들고 그녀 앞에 앉았다. 혜영은 그런 그의 모습에 무척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 지, 지금 뭐하니?"


"나와 결혼해 주겠니?"


"......"


혜영은 그만 할말을 잊고 말았다. 그러자 성준은 해맑은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나 이런 거 처음해봐서 조금 어색할지도 몰라 아무튼 결혼 해주겠니?"


"....어...어..."


"그거 승락이야?"


"성준아...."


"확실하게 말해 줘."


",...그, 그래."


그로부터 잠시 후, 카페 안.


성준과 혜영은 서로 말이 없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난 뒤에야 혜영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언제 생각한 거야?"


"석 달 전부터....때를 기다렸지. 그리고 마침 오늘 네가 먼저 결혼 언급하길래. "


혜영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


"후~ 여기 왜 이렇게 덥지...후...땀 난다."


그녀는 손으로 눈가를 비비며 애써 감격의 느낌을 숨기려고 노력했다.


"아무튼 의외였어. 네가 이렇게 빨리 청혼하리라고는?"


"나는 거절 당할까봐 조마조마 했어."


"내가 왜?"


"너처럼 예쁘고 착하고 여우같고 토끼 같은 여자가 나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여우같고 토끼같은 건 또 뭐니? 오히려 착한 건 너지. 나는 좀 까졌다고. 후후. 좀 제대로 알고 말해라."


"나도 착하지 않아. 나 정말 못 된 놈이거든."


"호호. 자기가 자기 입으로 못된 놈이래!"


"오늘 기분 좋다. 그런 의미로 우리 한잔하러 갈까?"


"성준아. 오늘 술값은 내가 살게."


"야. 너 그거 남자 자존심 상하게 하는 말이라는 거 알고도 그래!"


"누가 사든 성준아! 가자! 포장마차로!"


"포장마차로 고고! 하하하.“


● * *


오늘은 상암동 00요정에 전국구 보스들의 회동이 있는 날이다.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정기적인 모임이니만큼 보스들은 고급 세단 몇 대를 동원하고 적어도 행동대원들 수 명 이상은 대동하고 나타난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주차장에 등장하는 세단 한 대.


서울 대표 김 회장이 도착했다.

반쯤 열린 차창 가에 오십 대 중반 가량의 반백의 중년인이 보였다.


이어 차 앞문으로부터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내가 나와서 뒷문을 열었다.


순간 그곳에 즐비했던 각 지역의 행동대장들이 초긴장했다.


그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악명을 떨쳤던 자들이다.


그런데도 다리까지 후들거리는 자들이 보였다.


각 보스들이 김 회장을 맞는 와중에 행동대장들의 시선은 유독 검은 마스크에게 쏠려 있었다.


그는 전국 조직 세계에서 그야말로 무패의 전설을 써나가는 최고의 싸움꾼이다.


가뜩이나 얼굴이 길게 치렁거리는 머리칼에 가려져 있는데 선글라스와 검은 마스크 때문에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혹자는 그가 얼굴을 검은 마스크로 가리는 이유가 싸우면서 생긴 여러 흉터 자국들 때문이라 그랬다.


소문에는 잔인한 행위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 같은 눈빛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얘기도 들린다.


지금까지 그와 맞붙은 자들은 사지 중 어딘가 잘려 나가 반병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이 세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피 튀기는 혈전이 있었다.


그걸 서울 김 회장이 나서서 중재를 섰고 그의 행동대장인 검은 마스크가 일선에서 엄청난 역할을 했다.


그는 혈혈단신 전국 지역을 찾아다니며 회장님의 중재에 반기를 드는 자들은 그야말로 인정사정없이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어느 지역에서는 1대 21로 싸워서 이긴 적도 있었다. 검은 마스크는 상대가 무기를 들고, 나오는 경우 똑같이 응징했다.


서슬이 시퍼런 사시미로 덤빈다면 결국 잭나이프를 꺼내 들어 한 놈도 빠짐없이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잘라버렸다.


그나마 주먹을 쓴 자의 경우에는 코뼈와 이빨 정도 부러트리는 것으로 아량을 베푼다.


보스들의 회의가 시작되는 동안 행동대장들은 약간의 자유를 가진다.


그들은 담배를 나누며 담소를 즐겼다.


하지만 검은 마스크가 다가오기라도 한다면 이내 온몸이 경직되고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대략 반경 십 미터 이상의 공간이 알아서 형성된다.


그와는 눈과 마주치는 것조차도 공포였다.


얼마 전 나름 잘나가는 불사파의 행동대장이 그와 감히 악수를 청했다가 동맥을 잘릴 뻔한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작년에 한 사형수가 형장의 이슬로 가기 전에 고백했던 말이 결정적으로 그를 더욱 두려운 존재로 만들었다.


“그놈에게 반병신이 된 후 오로지 복수만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집을 알아낸 후 그날 늦은 밤 사시미를 들고 몰래 침입했지요. 그런데 창밖 달빛으로 비추어진 거실을 보고는 그만 기절초풍했습니다. 선반과 거실 탁자에는 몸뚱이가 없는 긴 흑발 머리카락의 여자 목들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던 겁니다.”


다음 날 그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그곳은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고 했다.


김회장은 검은 마스크 사내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봐. 고기정. 언제까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텐가? 이제 세상에 자네 존재를 드러낼 때가 되지 않았는가.”


“회장님 저 이제 탈옥한 지 9년입니다. 아직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완전무결하게 신분 세탁을 다 해주지 않았는가.”


“그냥 이대로 당분간 드러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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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한강호 24.07.02 423 3 7쪽
» 고기정 24.07.02 447 2 8쪽
6 결혼 24.07.02 511 1 9쪽
5 칼긋기 24.07.02 524 3 8쪽
4 독사 24.07.02 605 4 7쪽
3 여장 24.07.02 658 4 8쪽
2 피 묻었어. 24.07.02 798 4 8쪽
1 왕의 탄생 24.07.02 1,014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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