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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포인트(East Point)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필스너
작품등록일 :
2023.05.22 11:43
최근연재일 :
2023.06.1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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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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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필자는 이 ‘하멜 표류기’를 모티브로, 동서양의 실제 인물과 역사를 소재로 삼아, ‘이스트 포인트’라는 사관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우정,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를, 판타지 세상 안에서 한 번 그려 보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적인 상상과 스케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위대한 발명품을 아우르는 '르네상스 시대'의 눈부신 발전과, 동방을 정복하겠다는 '대항해 시대'의 거친 야망이 서양의 소재라면, 명나라의 멸망과 청나라의 흥기, 병자호란의 발발과 이후 전개된 효종의 북벌 준비가 동양의 소재입니다.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겠다는 서구적인 사상과는 다르게, 자연 그 자체를 존중하고 이에 동화되어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순수하고 겸손한 자세도 중요한 주제로 택했습니다. 모진 시련을 견디며 조국의 미래를 위해 참고 헌신했지만, 권력의 암투 속에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소현 세자와 세자빈의 높은 뜻도 기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병풍인 ‘일월오봉도’에, 어떤 비밀과 수수께끼를 담아,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고자도 했습니다.  고구려의 웅대한 기상이 서려있는 만주 벌판까지 이야기의 무대를 넓혔으며,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는 매우 신비롭고 위대한 자연으로 그려보기도 하였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무협이 계속해서 교차하는 판타지 소설임에도, 네덜란드의 왕자인 하멜과 조선의 미녀 여주인공이 그려가는 로맨스 또한, 소홀히 다루지 않았습니다.  아무쪼록 대한민국과 네덜란드, 양국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




DUMMY

    에피소드 1. 하멜과 사자의 심장


                               1 부


 1. 표류 이전에...


 오래전...

 마크(Mark) 1세가 다스리는 '네론(Nehron) 왕국'과 크롬(Kromm) 1세가 다스리는 '앵글(Angle) 왕국'은, 인간이 사는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유주(Euzuu)' 대륙의 패권을 양분하며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장은 힘의 균형으로 인해 전면전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네론과 앵글은 대륙의 곳곳에서 약소국을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유도했고, 또 처절한 분쟁을 조장했다.


 그렇게 거친 다툼이 계속되는 동안 네론과 앵글의 과학과 항해술, 천문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그동안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땅이나 섬도 많이 발견하였다. 또한 과학자들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접시처럼 평평한 것이 아니라 공처럼 둥글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어 '지구'라는 이름을 사용하기에 이르렀고, 지구의 크기를 가늠해 볼 때, 유주 대륙 말고 또 다른 대륙이 지구의 반대편에 존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예측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이용해 그곳까지 가보려는 시도가 물론 없진 않았지만, 문제는 먼 바다에 흩어져 있어 그 위치와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그나마 추측되는 정보라고는 인육을 먹을 만큼 포악하고 잔인한 종족이 산다는 해적의 소굴인, '쳐비 제도(Chubbie's islands)'를 피해서 안전하게 항해하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8월의 어느 여름밤, 

 네론의 국왕인 마크 1세의 외아들이자 왕위 계승자인 요한슨(Johannson) 왕자는, 그의 부인인 마리앙(Mariann)이 순산하여 첫아들을 얻었고, 할아버지는 손자의 이름을 하멜(Hamel)이라 지었다. 

 그런데 마침 그때, 천문학자들의 눈에 예사롭지 않게 밝은 유성이 네론의 하늘을 지나쳐 멀리 동쪽으로 줄기차게 날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대 이래로 유주인들은 별자리 중에서 사자자리를 으뜸으로 여겼고, 그중에서도 사자의 가슴에 위치한 제일 밝은 별인 *레굴루스(Regulus)를 우주에서 가장 존엄한 별로 여기고 극진히 숭배하였다.

 반복되는 예언에 의하면, 인간이 우주의 섭리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날, 레굴루스는 그의 분신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자'에게 보내, 그로 하여금 사자처럼 강인한 심장을 가지고 혼란과 분열로 계속되는 인간의 역사를 모두 평정하여, 온 세상을 그의 지배하에 놓아 장엄하게 다스릴 것이라 하였다.


 네론 왕국 최고의 과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며, 예언가로도 인정을 받았던 '레오(Leo) 박사'는, 방금 지나간 그 유성이 바로 절대 힘의 원천인 레굴루스의 분신, '사자의 심장'이라고 왕에게 보고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인간이 확실히 깨달은 지금 나타난 저 유성이 곧 '사자의 심장'이며, 하멜이 태어난 날에 지나갔기에 그 별의 주인은 바로 하멜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레오는 자신이 세상에서 처음 발명한 신기한 천체망원경으로 유성의 궤적과 방위를 계산한 결과, '사자의 심장'은 지구의 아주 먼 동쪽 끝 어딘가에 떨어졌을 것이고, 지금은 잠시 그곳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자'로 존재하는 이의 손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성에서 나오는 신비한 기운은 인간을 공중으로 띄울 수도 있고, 또 유성에 닿은 물은 생명수로 변해 이를 마시게 되면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도 확신했다. 유주의 전설에 나오는 요정과 정령이 영원히 살아가는 낙원 **'퀠파(Quelpaa)'가, 유성의 힘으로 인해 그곳에 실존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네론과 앵글 중 누구에게 천하를 맡길 것인지 레굴루스가 지금 시험하고 있는 중이며, 분명 크롬 1세도 저 '사자의 심장'을 찾으러 대규모 원정을 준비할 것이니, 마크 1세도 빨리 서두르라고 레오는 거듭해서 왕에게 재촉했다.


 그러나 네론의 군부에서는, 평소에도 기행을 일삼는 절름발이 늙은이 레오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그의 주장엔 연신 콧방귀만 뀌었다.

 가능성이 불확실한 유성을 국왕이 직접 찾아나서는 것보다는, 오히려 크롬 1세가 자리를 비우고 떠난 사이에 앵글을 총공격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도 주장했다. 왕립학술원의 과학자들도 괴짜 영감인 레오의 뚱딴지같은 주장을 어찌 믿냐며 한결같이 회의적이었고, 결정적으로 요정이니 뭐니 '퀠파'라는 낙원 얘기엔 그저 코웃음만 쳤다.

 이 문제로 인해 궁정에서는 갑론을박이 지속되었고, 마크 1세도 당장은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한참동안 고민만 하였다.



 * 레굴루스 : 사자자리의 심장 부위에 있는 아주 밝은 별. 고대 중국에서는 '헌원대성'이라 하여 황제의 별로 여겼음.


 ** 제주도라는 섬의 존재가 유럽인들에게 처음 소개되었을 때의 이름은, '퀠파트'였음.



 그런데 그때 요한슨 왕자는, 아들인 하멜의 별을 자신이 직접 찾아오겠다며 동방으로의 원정을 자처했고, 레오는 그제야 환희에 젖어 모든 계획을 총괄하며 이를 적극 거들었다.

 너무 위험하다며 부인인 마리앙이 극구 반대를 했지만, 남편인 요한슨은 “혼자 하멜을 키워야 하는 짐을 잠시 맡겨 정말 미안하오. 하지만 지금 내가 저 별을 찾아 떠나지 않으면, 분명 크롬 1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것이오. 그렇게 되면 네론의 밝은 미래를 기대했던 우리 모두의 꿈은, 영영 우리의 곁을 떠나고야 마는 것이오. 그러니 잠시만 좀 참아주시오.”라는 말만을 남기며 원정대를 이끌고 곧장 출발하였다.


 그게 요한슨 왕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2년이 다 되도록 원정대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들리지 않자, 마리앙의 심신은 차츰 쇠약해져 갔다.

 그런데 그때,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레오의 제자 얀스(Jans)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네론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혼자였다.

 처음 떠날 때 건장했던 체구와는 달리, 얼굴과 목의 반쪽은 화상에 의한 흉터로 가득한 아주 야위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몰골은 더욱 처참했다.

 

 처음에 원정대는 다행히 '쳐비 제도'의 해적들과 마주치지 않고 계속 지구 동쪽으로의 항로를 잘 찾아갔었다. 가는 동안 정말로 처음 접하는 섬과 부족들도 많이 만났고, 그들로부터 새로운 정보도 계속 얻게 되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호렌(Horen)'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대륙과 문명이 지구의 반대편에 있음을 알게 된 뒤 계속 항해했던 원정대는, 그런데 어느 날 밤에 갑자기 거센 폭풍우를 만나 모든 전함이 크게 손상되었고, 전 대원은 며칠간이나 이를 수리하느라 많은 체력을 소진해버리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야밤에 정체 모를 해적의 전격적인 기습을 받아, 왕자가 탄 전함은 거의 다 불에 탔고, 반격 한 번 제대로 하지 못 하며 원정대가 전멸하는 과정에서, 얀스만은 기적적으로 작은 보트에 몸을 실을 수가 있었다.


 싸움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선 요한슨 왕자는, 근위병들과 함께 해적을 피해 일단 다른 전함으로 이동했는데, 결국은 그 전함 또한 침몰하게 되었고, 끝까지 배에서 빠져나오는 걸 자신은 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얀스는 눈물과 함께 고개를 떨구었다.

 비보를 듣고 충격을 받은 마리앙은, 남편의 출항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며 시아버지와 크게 다툼을 벌였고, 반면 마크 1세는 이 모든 비극은 불길한 별자리를 가지고 시집을 온 며느리 마리앙 때문이라고 단정지으며, 이제는 네론의 유일한 왕위 계승자가 되어버린 손자 하멜을 마리앙과 떼어 놓은 다음, 그녀를 슈반(Schwann)궁에서 내쫓아 비밀의 장소에 가두었다. 또한 원정을 독려한 레오를 잡아 당장 목을 베라고 명령했고, 레오의 제자였던 얀스는 이유를 불문하고 감옥에 가두었다.


 어린 하멜은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 채 유모에 의해 길러졌고, 마리앙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결국 세상을 뜨고야 말았다. 마크 1세는 지병이 도져 마리앙이 죽은 것으로 하라는 엄명을 내렸고, 하멜은 부모님 없이 외롭게 후계자 수업을 받으며 자랐다.

 반면, 레오는 끝까지 잡히지 않았고, 얀스는 슈반궁의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서 감옥에서 탈출하여, 결국은 스승인 레오와 다시 해후하였다.



 세월이 흘러 하멜은 17살의 늠름한 왕자로 성장했지만,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해적에 대한 복수심은 떨칠 수가 없었다. 또한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인 그 '사자의 심장'을 자신이 차지하여, 앵글 왕국을 무찌르고 유주와 호렌 대륙 모두를 제패하는 세계 최초의 황제가 되고 싶어했다.

 이런 이유로 하멜은 아버지처럼 몰래 원정을 꿈꾸게 되는데, 그 낌새를 눈치챈 마크 1세는 절대 허락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재야에 숨어 살던 레오와 얀스 또한, 다시 해적에 대한 복수와 호렌 대륙의 정복을 꿈꾸었다. 어떠한 폭풍에도 견딜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도 강력한 전함을 다시 건조하고, 해적이나 호렌 문명의 어떤 군사력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고인이 된 요한슨 왕자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멜이 원정에 관심이 많다는 첩보를 접한 레오는, 귀족이자 하멜의 친구인 람펜(Rampen) 공자를 통해 비밀리에 하멜 왕자 측에 제안을 했고, 하멜은 흔쾌히 동의를 하며 레오를 만나기 위해 슈반궁 밖으로 나섰다.

 람펜 역시 요한슨의 원정에 동참했다 함께 변을 당한 쿠벨(Kubel) 백작의 아들이었기에, 아버지의 복수를 갚기 위해서라도 원정에 적극적이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역력할 정도로 노쇠해진 레오는, 하멜 왕자를 만나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아버지가 못다한 대업을 꼭 이루시라는 말부터 꺼냈다. 자신의 눈에는 광활한 겨울 벌판을 휘젓는 거대한 매머드의 모습과, 고요하고 평온한 낙원인 '퀠파'가 동시에 생생하게 보인다며, 하멜 왕자가 호렌에 가면 이 모든 것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얀스는 하멜에게, 호렌이란 문명은 적어도 과학과 군사력 분야에서 유주보다 많이 뒤쳐져있다고 장담했다.


 하멜은 이들의 주장에 신뢰를 보내며 새로운 전함을 건조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하멜에겐 당장 그렇게 엄청난 돈이 수중에 전혀 없었고, 할아버지가 하멜의 청을 들어줄 리도 만무했다.

 결국 하멜은 왕실 소유의 고가품을 몰래 팔아야만 했고, 자신의 명예를 걸고 사냥 대회를 열어 그 판돈으로 자금을 계속 충당했다.

 이후로 1년 간 하멜은 기행을 일삼으며 돈을 모았고, 친구인 람펜도 귀족들과 도박을 벌여 거금을 보탰다. 그 자금으로 레오와 얀스는 최강의 전함 ***'스페르(Sperr)호'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했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전갈이 레오로부터 오자...

 방탕한 생활을 반성하고 다시 학업에 정진하기로 약속한 하멜 왕자의 18회 생일을 기념하는 성대한 잔치가 슈반궁에서 준비되는 동안, 하멜은 할아버지에게 죄송하다는 편지 한 장만을 남긴 채, 홀연히 네론을 떠나 호렌 대륙으로 향했다.



*** 헨드릭 하멜이 일본의 나가사키로 가기 위해 탔던 무역선의 실제 이름은, ‘새매’라는 뜻의 스페르베르(Sperwer)호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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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23.05.30 10 0 54쪽
16 <15화> 23.05.30 7 0 48쪽
15 <14화> 23.05.29 7 0 20쪽
14 <13화> 23.05.29 4 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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