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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스너 님의 서재입니다.

이스트 포인트(East Point)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필스너
작품등록일 :
2023.05.22 11:43
최근연재일 :
2023.06.1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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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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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필자는 이 ‘하멜 표류기’를 모티브로, 동서양의 실제 인물과 역사를 소재로 삼아, ‘이스트 포인트’라는 사관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우정,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를, 판타지 세상 안에서 한 번 그려 보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적인 상상과 스케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위대한 발명품을 아우르는 '르네상스 시대'의 눈부신 발전과, 동방을 정복하겠다는 '대항해 시대'의 거친 야망이 서양의 소재라면, 명나라의 멸망과 청나라의 흥기, 병자호란의 발발과 이후 전개된 효종의 북벌 준비가 동양의 소재입니다.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겠다는 서구적인 사상과는 다르게, 자연 그 자체를 존중하고 이에 동화되어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순수하고 겸손한 자세도 중요한 주제로 택했습니다. 모진 시련을 견디며 조국의 미래를 위해 참고 헌신했지만, 권력의 암투 속에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소현 세자와 세자빈의 높은 뜻도 기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병풍인 ‘일월오봉도’에, 어떤 비밀과 수수께끼를 담아,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고자도 했습니다.  고구려의 웅대한 기상이 서려있는 만주 벌판까지 이야기의 무대를 넓혔으며,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는 매우 신비롭고 위대한 자연으로 그려보기도 하였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무협이 계속해서 교차하는 판타지 소설임에도, 네덜란드의 왕자인 하멜과 조선의 미녀 여주인공이 그려가는 로맨스 또한, 소홀히 다루지 않았습니다.  아무쪼록 대한민국과 네덜란드, 양국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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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포인트(East Point)


<집필 의도>


 1653년(효종 4년), 무역선을 타고 네덜란드를 떠나, 대서양과 인도양을 거쳐, 일본의 나가사키로 향하던 젊은 선원 하멜은, 제주도 근처 해상에서 거센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하여, 살아남은 선원들과 함께 간신히 육지에 표류하였으나, 곧 제주도 관원에게 체포되어 조선에 강제로 억류됩니다.

이후 하멜은 조선에서 보낸 13년 동안의 행적을 꼼꼼하게 기록하였고, 극적으로 조선을 탈출하여 고국 네덜란드로 돌아간 후에는, 그 기록을 토대로 소위 ‘하멜 표류기’라는 책을 출간하는데,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 이후 미지의 세계에 대한 유럽인의 호기심을 반영하듯, 당시 '하멜 표류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필자는 이 ‘하멜 표류기’를 모티브로, 동서양의 실제 인물과 역사를 소재로 삼아, ‘이스트 포인트’라는 사관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우정,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를, 판타지 세상 안에서 한 번 그려 보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적인 상상과 스케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위대한 발명품을 아우르는 '르네상스 시대'의 눈부신 발전과, 동방을 정복하겠다는 '대항해 시대'의 거친 야망이 서양의 소재라면, 명나라의 멸망과 청나라의 흥기, 병자호란의 발발과 이후 전개된 효종의 북벌 준비가 동양의 소재입니다.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겠다는 서구적인 사상과는 다르게, 자연 그 자체를 존중하고 이에 동화되어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순수하고 겸손한 자세도 중요한 주제로 택했습니다. 모진 시련을 견디며 조국의 미래를 위해 참고 헌신했지만, 권력의 암투 속에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소현 세자와 세자빈의 높은 뜻도 기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병풍인 ‘일월오봉도’에, 어떤 비밀과 수수께끼를 담아,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고자도 했습니다.

 고구려의 웅대한 기상이 서려있는 만주 벌판까지 이야기의 무대를 넓혔으며,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는 매우 신비롭고 위대한 자연으로 그려보기도 하였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무협이 계속해서 교차하는 판타지 소설임에도, 네덜란드의 왕자인 하멜과 조선의 미녀 여주인공이 그려가는 로맨스 또한, 소홀히 다루지 않았습니다.

 아무쪼록 대한민국과 네덜란드, 양국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



 <등장 인물>

 

 하멜(Hamel) : 역사적으로 하멜이 일본행 '스페르베르호'에 탑승했던 ‘대항해 시대’는, 언뜻 보면 네덜란드 왕국의 전성기였지만, 현실은 이미 잉글랜드 왕국에게 서서히 그 해양의 패권을 내주고 있었다.

 소설에서 네덜란드의 왕자로 등장하는 하멜은, 예언에 나오는 신비한 유성을 차지하여, 그 힘으로 잉글랜드를 꺾고 유럽을 통일하겠다는 욕망으로 동방 원정에 나선다. 하지만 머나먼 타향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하이란'이라는 여인을 만난 이후로는, 예언과 현실 사이에서 본래의 목표를 이루는데 많은 갈등을 하게 된다. 그때마다 충실한 신하인 얀스(Jans)가 흔들리는 왕자의 마음을 냉정하게 잡아주지만, 하멜은 얀스와 하이란 사이에서 누구의 뜻을 따라야 할지를 놓고, 우유부단할 때가 많다.


 하이란(Hiran) : 소현 세자가 갑자기 죽은 뒤, 그의 부인인 강 씨도 모함을 받아 시아버지인 인조로부터 사약을 받고 사망하였으며, 어린 세 아들은 모두 제주도로 유배를 갔는데, 첫째와 둘째는 그곳의 풍토병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을 했으며, 막내만이 겨우 살아남아 나중에 숙부인 효종에 의해 복권되었다. 필자는 이 막내아들을 ‘하이란’이라는 딸로 설정하여 소설의 여자 주인공으로 그렸음.

무예가 뛰어나고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라, 여자로서는 불가능했던 사관학교의 입학을 결국 이루어낸다. 하멜을 가운데 두고 미모의 동급생인 샤니(Shanny)와 삼각관계를 벌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도 절대 양보는 없다. 나중에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뒤에는, 본래 조상들의 영토였던 맨츠 벌판을 수복하는데 전력을 기울인다.


 얀스(Jans) : 천재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과학자이자 하멜 왕자의 최측근. 언제나 최고, 최선만을 선택하는 현실주의자로 목표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 하멜이 타지에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지만,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지는 못했다.


 파르코(Parco) : 하멜보다 26년 먼저 조선에 왔다가, 병자호란에도 참전하고, 조선여자와 결혼해 자녀까지 두었으며, 조선에서 여생을 마친 실제 인물, 네덜란드인 벨테브레(한국 이름은 박연)가 모델.

 하멜의 아버지인 요한슨 왕자와 함께 동방 원정에 참여했을 때는, 예언에서 말한 유성을 차지하고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정복욕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으나, 코르 왕국에 난파하여 귀화한 다음부터는, 그런 욕심이 사라지고 인내심과 너그러움이 생겼다.


 샤키(Sharky) : 대한민국 해군사관학교의 남자 캐릭터에서 이름을 빌렸음. 언제나 공명정대하고 의협심이 강하며, 여동생인 샤니를 끔직이 사랑하는, 사나이 중에 사나이다.


 샤니(Shanny) : 대한민국 해군사관학교의 여자 캐릭터에서 이름을 빌렸음. 미모가 가장 출중하여 이스트 포인트 안에서 모든 남성의 구애를 받는다. 하멜을 가운데 두고 하이란과 사랑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천성이 워낙 여린 성격이다. 하지만 나중에 가까워지고 흠모하게 된 베니안 왕세자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한때 좋아했던 하멜을 하이란에게 빼앗긴 이후에는, 차츰 표독스럽게 변해간다.


 에반(Evan) : 효종의 총애를 받아 북벌을 총괄했던 ‘이완 장군’에게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실제로 이완 장군은 과거에 급제하고 공을 많이 세워, 조선 시대의 무관으로서는 드물게 정승의 반열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다만 본 소설에서 에반은, 국가의 군대를 총괄하고 마음대로 주무르는 최고사령관으로, 사관학교 출신 장군과 장교들로 구성된 군부 내 사조직의 우두머리이자, 국왕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그렸다.


 에보크(Evoke) : 에반의 아들로 엄청나게 뛰어난 무술의 소유자. 이스트 포인트 안에서 동급생인 하멜, 하이란과 자주 부딪히며 경쟁을 벌인다. 든든한 아버지의 후광으로 인해 모든 것이 제멋대로이다.


 슈젠타(Pseuzenta) : 반정을 통해 광해군을 전복시킨 조선 16대 왕, ‘인조’가 모델. 국제정세를 파악하지 못하는 근시안을 가진 군주로, 적국인 퓨그(Fuug) 제국에 나라를 통째로 넘기면서까지 자신의 왕위를 유지하는 인물로 그렸다.


 브리젠(Brizenn)과 진주(Jinju) : 소현 세자와 세자빈이 모델. 신비한 유성 ‘황제의 별’에 대한 수수께끼를 일월오봉도 안에 남긴 채, 숨을 거둔다.


 휘레스(Phoiress) : 인조의 차남인 ‘봉림 대군’이 모델. 그는 병자호란 후 형님인 소현 세자와 함께 청나라 심양에 볼모로 끌려갔다 다시 돌아온 뒤, 형님이 갑자기 사망하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선 17대 왕인 효종으로 왕위에 올랐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갚기 위해 치밀하게 북벌을 준비했으나, 아쉽게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일찍 사망한다.


 베니안(Beniann) : 효종의 아들로 병약하여 일찍 죽은 조선 18대 왕, 현종이 모델.

 휘레스의 외아들이자 코르 왕국의 유일한 왕위 계승자이다. 어려서부터 잔병이 많았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아버지에게 조언을 할 정도로 바르게 성장한다.


 완저(Wanzer) : 하멜이 표류했을 당시 제주 목사였던 ‘이원진’이 모델로, 하멜 일행을 잘 대해준 의로운 인물로, 실제 ‘하멜 표류기’에 기록되어 있다.

 소설에서는 여성으로 설정하여, 어린 하이란을 강하게 키워내는 코지(Cozee)섬의 총독이자 여장부로 그렸다.


 라이션(Lighcean) : 조선의 15대 왕, ‘광해군’이 모델. 인조반정으로 실각해 강화도로 유배된 뒤, 병자호란 이후 제주도로 장소를 옮겼다가, 결국은 거기서 눈을 감았다. 난파된 하멜 일행이 제주도의 관청으로 압송되었다가 실제로 수용된 곳이, 바로 광해군이 살다가 죽은 집이다.

 소설에서는 완저 총독을 도와 코르 왕국을 보호하는, 신선과 정령들의 왕으로 그려진다.


 호크런(Hawkrunn) : 북극에서 내려온 냉혈족의 후예라는 말만 있을 뿐,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강력한 북풍 보라(Bora)를 무기로, 최강의 괴물인 매머드를 부활시키고 맨츠 벌판을 평정하여 퓨그(Fuug)라는 나라를 세운, 제국의 황제이자 최고의 마법사이다.


 도르반(Dorban) :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장군인 '마부대'가 모델. 청나라의 전신인 후금(後金) 때부터 사신으로 여러 차례 조선을 왕래했고, 병자호란 때는 조선에 대해 행패가 심했음.

소설에서는, 맨츠 부족의 족장이었으나 호크런에게 굴복한 뒤, 그의 수족이 되어 자신의 동포를 핍박하고 코르 왕국을 괴롭히며, 부귀영화를 누리는 인물로 그려진다.



<줄거리 요약>


 유주 대륙(=유럽과 서양)을 제패하기 위해 네론 왕국의 마크 1세와 앵글 왕국의 크롬 1세는 약소국을 식민지로 만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마크 1세의 손자 하멜이 태어나던 날, 아주 밝은 유성이 유주의 하늘을 지나쳐 멀리 동쪽으로 날아가자, 학자들은 그 별이 바로 예언에 나오는 ‘절대 힘의 원천’, 앵글 왕국을 이길 수 있는 ‘사자의 심장’이라고 단언한다. 마크 1세의 외아들인 황태자 요한슨은 아버지를 대신해 유성을 차지하려 동방으로 원정을 떠나지만, 2년 후 얀스라는 과학자만이 가까스로 돌아와 원정대가 폭풍우와 해적을 만나 전멸했다는 소식만을 전한다.

 18년 뒤, 청년으로 성장한 왕자 하멜은, 미지의 동방에서 '가장 위대한 자'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사자의 심장’을 차지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얀스와 함께 원정을 감행한다. 그러나 아버지처럼 풍랑을 만나 대부분의 대원이 죽고, 하멜과 얀스만이 낯선 곳에 표류한다. 호렌 대륙(=아시아와 동양)의 동쪽 끝 코르 왕국의 코지섬에 표류한 하멜과 얀스는, 주변 정찰에 나서다 원주민의 공격을 받아 얀스는 붙잡히고, 하멜은 계속 따라 다니던 흰 사슴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한다. 그 사슴이 인도하는 어떤 동굴로 들어간 하멜은 갤라산 지하에 있는 신선의 세계를 보게 된다.

 그곳의 왕으로부터 아버지인 요한슨이 18년 전 심하게 부상을 입은 상태로 이곳에 표류했었고, 결국은 숨을 거둬 방금 자기가 타고 온 사슴으로 환생했다는 얘기를 들은 하멜은, 눈물로써 아버지 사슴과 해후를 한다. ‘절대 힘’을 가진 유성을 찾아 그 힘으로 아버지를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려놓겠다고 다짐하며, 하멜은 사슴의 목에 걸려 있는 아버지의 반지를 가지고 당당하게 지상으로 나아간다.


 원주민의 성에서 얀스는 18년 전 함께 동방 원정에 함께 나섰던 옛 친구 ‘파르코’를 만나는데, 코르의 해군 제독이 된 그는 자신과 외모가 비슷한 이방인이 표류했다는 보고를 받고 수도인 한즈(=한양)에서 내려온 것이다. 파르코가 얀스에게 지난 일과 현재 코르의 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놓자, 하멜과 얀스는 절대 힘의 유성을 찾기도 전에, 우선은 코르 왕국을 탈출해야 함을 깨닫는다. 한편 하멜은 원주민의 총독, 완저의 딸 ‘하이란’을 만나 그녀와 가까워진다.

 18년 전 ‘7일 전쟁(=병자호란)’의 패배로 퓨그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코르는, 독립전쟁에서 승리하기 전까지는 비밀유지를 위해 이방인을 국외로 내보내지 않는다. 하멜과 얀스는 현재 호렌에서 가장 위대한 자인 퓨그 제국의 황제 호크런의 손에 '사자의 심장'이 있을 게 분명하다고 확신하며, 퓨그의 수도 디퍼슨(=청나라 초기의 수도, 심양)으로 갈 방법을 찾는다.

 파르코가 얀스와 하멜을 한즈로 압송하려 코지섬을 떠나는 과정에서, 무예가 뛰어난 하이란은 사관학교인 이스트 포인트에 들어가 호크런에게 복수할 기회를 잡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남장을 하여 몰래 배를 탔다가 하멜에게 그만 들킨다. 하멜과 얀스는 하이란의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코르를 탈출할 방법을 가르쳐달라 하고, 하이란은 이스트 포인트에 들어가 훌륭한 장교가 되면, 매년 정기 사신단에 끼어 퓨그의 황제를 만나러 디퍼슨으로 갈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한즈로 압송되어 국왕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주술사가 이마에 새기는 문신이 하멜에게만 제대로 찍히지 않자, 군부의 실권자인 대장군 에반은 하멜이 부정한 요물이라며 당장 죽이자고 건의하지만, 왕은 아직 어리니 일단 두고 보자며 파르코가 책임지고 이방인을 관리하라고 명한다.

 하멜은 이스트 포인트 영내를 관할하는 경비대에서 일반 병사로서의 삶을 시작하고, 얀스는 무기 공장에 배속되어 더욱 발전된 무기를 만들라는 명령을 받는다. 빨리 퓨그와 코르 간에 전면전이 일어나야 그 혼란 중에 코르를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얀스는 코르군이 생각지도 못했던 첨단 무기들을 개발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한편 하이란은 계속 남장을 유지하며, 파르코 장군의 수하가 되어 무술을 가다듬는데 여념이 없다.

 국왕은 요절한 브리젠 형님 부부의 참배를 위해, 크란산(=관악산) 전몰 장병의 묘지에 들르는데, 추도식이 끝난 후 에반은 난데없이 사냥 대회를 개최하며 국왕과 왕세자 베니안의 참석을 종용한다. 에반의 아들 에보크는 엄청난 무술 실력을 뽐내며 좌중을 압도하고, 에반은 그런 아들을 치켜세우며 에보크와 대적할 자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한다. 이때 파르코의 호위무사로 변장한 하이란이 나서고, 하이란은 에반과 에보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뛰어난 무예와 재치로 왕을 감동시킨다. 

 남자답지 않은 왜소한 몸으로 훌륭한 성과를 올린 하이란에게 왕이 상을 내리겠다며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자, 하이란은 남장을 벗고 완저 총독의 딸임을 솔직히 밝히며, 이스트 포인트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대장군 에반은, 학교의 전통을 깨는 여자의 입학은 불가하다며 반발하지만, 결국 자신의 건의가 왕에 의해 묵살되자 분노하여, 다음 날 사냥 중에 왕과 왕자를 제거하려는 계략을 꾸민다.

 다음 날, 그러나 이번에는 얀스와 하멜이 에반의 음모를 눈치채고, 치명적인 위기에서도 결국 왕과 왕자의 목숨을 구한다. 이에 크게 감동한 왕은 이방인의 소원도 들어주어, 하멜은 하이란처럼 이스트 포인트의 입학을 허락받고, 얀스는 그의 무기개발과 과학적 능력을 인정받아 이스트 포인트의 교수직에 오른다.


 하이란과 하멜은 코르가 '7일 전쟁'에서 패한 원인이, 호크런이 몰고온 매머드의 위용과 병력의 차이 때문만이 아니라, 코르가 모르던 첨단장비를 적이 가졌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그것은 하늘을 나는 비행체라 확신한다. 과학에 뛰어난 얀스는 비행체와 낙하산(=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의 가능성을 생도들에게 가르치면서, 이의 연구에도 몰두한다. 공군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대라 에반과 육군 수뇌부는 얀스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점차 생도들은 얀스의 강의와 그의 천재적인 기술력에 빠져든다.

 유격 훈련에서 미모의 신입생 샤니는, 절벽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는 훈련 중에 추락사할 위기에 처하는데, 이때 하멜이 교기와 중대기, 깃봉 등을 이용해 순식간에 행글라이더를 만들어 타고 날아가 그녀의 목숨을 구한다. 이 사건에 자극받은 샤니의 친오빠 3학년 생도 샤키는, 글라이더와 낙하산을 연구하는 동호회를 직접 만들고 하멜과 샤니를 가입시켜 연구에 몰두한다.

 적의 비행체에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어떤 추진장치가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네 사람(샤키, 하멜, 하이란, 샤니)은, 흑연을 연료로 하는 엔진을 단 정찰기를 만들어 시험 비행에 나서지만, 오직 지상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에반과 군 수뇌부의 무관심 속에 실패를 반복한다. 그리하여 이들은 학교의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적의 영토인 맨츠(=만주) 벌판으로 날아가 적기 엔진의 비밀을 알아내기로 결심한다.

 두 대의 비행기를 타고 맨츠의 상공으로 진입해 지형 정찰을 하던 네 사람은, 퓨그군 정찰기에 들켜 공중전을 벌이다 화노블산(=백두산)에 불시착한 뒤, 근처의 계곡으로 숨어 들어간다. 그러던 중 퓨그가 숨겨놓은 거대한 비밀 기지를 발견한다. 불곰과 늑대를 훈련시켜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고, 지하에는 활주로까지 건설해놓았다.

 결국 이들은 적의 기지를 폭파시키고 정찰기를 훔쳐 탈출하지만, 이 과정에서 샤키가 아래로 추락하며 그를 잃게 된다. 샤니는 오빠가 죽은 것으로 믿고 슬픔에 빠져, 맨츠 잠입을 주도한 하멜을 원망한다. 하멜은 적기의 엔진을 분해하여, 흑연이 아닌 루비의 힘을 이용한 것임을 알아낸다.

 한즈를 방문한 퓨그 제국의 군사 고문단에 의해 누군가가 맨츠 벌판을 무단 침입한 적이 있다는게 알려지고, 에반 대장군의 명령으로 전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져, 범인은 생도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에게 연구실을 제공한 장군 파르코는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고, 하멜, 하이란, 샤니는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는데, 모두가 즉시 퇴학을 예상했으나, 비행기를 만든 공은 인정하겠다며 에반이 무기 정학으로 수위를 낮춘다. 또한 에반은 얀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아, 친구인 파르코와 이간질을 시킨다. 뜻밖의 결정이 나자 하멜은 에반을 다시 보게 되고, 에반과 파르코 중 누구의 방식이 더 퓨그 제국과 맞서는데 옳은지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

 군사 고문단은 무리한 조공을 계속 요구하고, 그럴 여력이 없는 국왕은 퓨그와의 전면전을 각오하던 중에, 근신 중인 파르코와 생도들을 불러, 에반에게는 하지 못했던 솔루노픽스(=일월오봉도) 병풍에 숨겨진 '황제의 별'에 대한 과거를 털어놓는다. 코르 땅의 어딘가에 떨어졌을 그 유성을 찾아야 퓨그를 이길 수 있다고 왕이 말하자, 맨츠 벌판이 아닌 코르에 별이 있다고 느낀 하멜은, 무엇이 진짜 ‘사자의 심장’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또한 자신이 찾고자 하는 그 유성이 코르에게도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게 되자, 얀스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갈등한다.

 왕의 밀명으로 파르코가 이스트 포인트 영내의 팸므천 지하에 건설한 비밀연구기지를 방문한 하멜과 하이란은, 코르의 동쪽 바다에 있는 독트(=독도)섬 아래 무진장으로 매장된 수정이 적군의 루비보다 더 훌륭한 연료라는 해답을 얻는다.


 이스트 포인트를 폐쇄하라는 고문단의 요구는, 디퍼슨으로의 인질을 자청한 베니안 왕세자의 협상으로 무마되지만, 그들은 부족한 조공 대신으로 왕의 왕관을 가져간다. 에반의 밀명을 받은 군부는 코르와 퓨그의 국경인 두크린강(=압록강) 하류 해군 기지에 고문단이 머물 때 기습을 감행하여 왕관과 조공을 되찾지만, 왕에게 돌려주지 않고 에반이 빼돌린다. 또한 적 고문단의 기습으로 베니안이 죽고 코르군도 몰살당했으며, 조공과 왕관은 모두 적이 챙겨 달아났다고 거짓말을 하여, 분노한 왕이 직접 전쟁터인 맨츠로 나가도록 유도한다.

 처음에는 손쉽게 맨츠를 점령해가지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모한 공격으로 인해 코르군은 차츰 난관에 빠진다. 죽은 줄 알았던 베니안과 샤키가 극적으로 탈출해 왕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지만, 추위와 보급품의 차질로 위기에 내몰린 코르군은 적의 청야 전술에 휘말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베니안 왕세자는 결국 병사한다.

 매머드와의 일전을 예상하고 훈련했던 에반의 군대는, 퓨그가 재건한 화노블산 비밀기지에서 나와 코르군의 뒤를 치는 불곰과 늑대 군단의 공격에 혼비백산한다.

 전멸의 위기에 처한 코르군은 후퇴를 결정하고, 때마침 정학이 풀려 인덤스(=인당수) 해전에서 퓨그 해군을 물리친 하멜, 하이란, 샤니는 맨츠로 날아와 공중전을 펼쳐, 퓨그의 전투기를 모두 물리치고 적 지상군의 진격마저 저지한다. 그러나 몇 대의 적기는 생도들과의 교전을 피해 후퇴하는 코르군을 찾아 공습하는데, 이때 휘레스왕이 큰 부상을 입는다. 왕은 생도들에게 부탁했던 사라진 별(=사자의 심장)에 대한 마지막 단서가 뒤늦게 생각나, 이를 가까스로 말하다 눈을 감는다.


 국왕에 오를 핏줄이 모두 사라졌으니 대장군 에반을 왕으로 옹립하자는 측과, 이에 반발하는 파르코 측 간에 유혈충돌이 일어날 위기에 빠진다. 궁전의 근위 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얀스는, 에반에게 붙는 게 ‘사자의 심장’을 찾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었던 파르코를 체포한다.

 빼돌린 왕관으로 에반이 대관식을 치르려는 순간, 완저 총독은 코지섬에서 대규모 군사를 이끌고 한즈로 입성하여 에반의 역모를 저지한다. 에반은 완저를 반기는 척하며 왕조의 혈육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왕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완저는 그동안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하이란이 바로 브리젠 왕세자(=소현 세자)의 친딸임을 확인시키고, 에반 측을 체포한 뒤 그녀를 국왕으로 옹립한다. 하이란은 코르가 호렌 대륙의 새로운 제국이 될 것임을 선포하고 당당히 황제에 오른다.

 에반이 퇴학을 정학으로 낮춘 것처럼, 하이란도 에반을 당장 죽이지는 않고, 한 명의 적이라도 무찔러 명예를 회복하라고 최전방으로 보내며, 우리의 적은 오직 퓨그의 황제라고 못을 박는다. 그런데 에반과 얀스를 포함한 대역죄인들은 최전방으로 압송되던 중에 탈출에 성공하여 적국으로 넘어가, 거꾸로 조국의 등에 비수를 꽂는 일을 자처한다.


황제 하이란과 근위 대장 하멜은 휘레스왕이 말한 디퍼슨일기(=소현세자 심양일기)에서 사라진 별에 대한 단서를 찾아, 크란산 전몰 장병의 묘지에 있는 충혼탑 안에 황제의 별이 있었음을 확인한다. 하이란이 별의 주문을 풀자 사방으로 초록빛이 뿜어져나가며 코르군 전투기들은 신비한 힘을 받게 된다. 또한 초록빛에 이끌린 호랑이 떼가 하이란을 찾아와 충성을 맹세하자, 하이란은 호랑이들에게 적의 불곰과 늑대 군단과 맞서게 한다. 벌판을 달릴 말이 부족했지만, 완저가 코지섬에서 사는 사슴들을 불러내어 이것으로 대치한다.

맨츠 벌판에서 벌어진 최후의 결전에서, 하이란과 코르군은 별과 자연의 힘을 빌려 엄청난 개미 떼와 메뚜기 떼를 불러내어 적의 매머드를 잡고 공군기를 섬멸시킨다. 그러자 퓨그의 황제 호크런은 악의 주문을 외워, 땅속으로부터 유령들을 불러낸다. 전세는 다시 코르군이 밀리는데, 이때 갤라산 지하의 신선의 왕(=광해군)이 보낸 남풍이 불어 전장에 있던 사슴들이 모두 신선으로 변해 유령들과 싸운다. 단 한 마리의 사슴만이 신선으로 변하지 않고 그냥 사슴으로 있자, 하멜은 아버지 사슴이라 확신하여 만나려고 달려가지만, 전세가 기운 호크런은 최면을 걸어 아버지 사슴을 타고 북극으로 달아난다.

맨츠 벌판과 퓨그의 수도 디퍼슨을 함락시킨 하이란은, 맨츠의 모든 부족에게 자유와 평화를 선사한다. 디퍼슨의 카론성에 들어갔다가 모진 고문에 미치광이로 변한 얀스를 발견하는데, 하멜의 반지를 보자 그는 실성하여 19년 전 하멜의 아버지 요한슨을 죽인 장본인이 자신임을 실토하고, 이에 격분한 하멜의 손에 최후를 맞는다. 하멜은 자신의 몸에 정복욕에 불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악의 기운이 있었음을 깨닫고, 울부짖으며 반지를 파괴하려 하지만, 하이란은 선과 악이 혼재하고 있는 하멜을 사랑으로 감싸안으며 반지를 다시 그에게 끼워준다.

이제는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하멜과, 연인이자 황제인 하이란을, 신하들은 국혼을 치르게 하여 영원히 맺어준다. 하멜은 ‘사자의 심장’을 포기하고, 나라를 잘 다스리는 것은 신비한 별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왕이 선한 마음으로 백성과 함께 해야 된다는 진리를 깨닫고는, 하이란과 잠시 이별을 한 뒤 비행기를 몰고 고향인 네론으로 날아간다. 별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던 ‘가장 위대한 자’는, 호크런도 아니고, 신선의 왕도 아니고, 브리젠 세자도 아니었고, 오직 선한 백성이 선한 마음으로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동방의 점처럼 작은 나라 ‘이스트 포인트’, 즉 코르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이스트 포인트는 육군사관학교를 의미함과 동시에, 대한민국과 독도 그 자체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프롤로그>


 우두두두둑~ 우두둑~ 우두둑~

갑자기 숲속이 부산해진다.

놀란 사슴 떼는 혼비백산하지만, 거침없이 말을 달리는 하멜의 눈빛은 단 한 마리에만 고정되어 있다.

드디어 거리가 가까워지자 하멜은 활을 들어, 끝까지 쫓았던 큰 수놈을 향해 시위를 조준한다. 살아야 한다는 처절한 사슴의 큰 뿔도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고, 말 위에 있는 하멜의 몸과 활 또한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하멜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조준점을 한 곳으로 좁혀 들어간다.

‘그래, 더... 더... 그래... 조금만 더...’

그렇게 목표물이 거의 다 한 점으로 모였을 때,


 휘이이익~!! 퍽!!! 켁!!!

 화살은 사슴의 목덜미를 정통으로 뚫는다.

갑자기 모든 소음이 수그러들고, 하멜은 말에서 내려 사슴에게 다가가 뿔을 잡아 들어본다. 콸콸 솟은 피로 인해 주위는 이미 검붉게 물들었다.

 “넌 그나마 내 손에 죽었으니, 왕자의 사냥감이었다는 멋진 훈장 하나는 얻은 거야!!” 하멜은 죽은 사슴을 비웃듯 건방진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한다.

 뒤늦게 달려온 근위병들은, 사슴의 시체 앞에서 왕자의 활솜씨에 감탄해마지 않는다. 하멜은 그들에게 사슴의 피나 생고기 맛을 좀 보겠냐고 권하며, 호탕한 표정으로 거만함을 한껏 발산한다.


 *            *            *


 쾅!!!

 분노한 마크(Mark) 1세가 하멜의 방문을 거칠게 젖히며 들어온다. 왕자의 시종들은 국왕의 갑작스런 행차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선다. 도둑질을 하다 들켜 주인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모두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들이다. 하지만 국왕은 하찮은 피라미들에게는 관심이 애초부터 없다.

하멜의 방을 대충 둘러보던 왕은, 갑자기 노여움을 감추지 못한다.

 밝은 빛이 영롱한 샹들리에와, 비싼 목재로 만든 최고급 가구들, 화려한 자수의 오렌지색 선명한 커튼은 그대로이지만, 황금으로 만든 촛대나 장식품,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은 하나도 남아있질 않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누가 감히 하멜 왕자의 방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느냐 말이다?!”

 서슬이 퍼런 왕의 분노에, 함께 따라온 신하들은 그저 서로의 눈치만 살피다가, 늙은 대신 하나가 우물거리며 겨우 말을 꺼낸다.


 요즘 하멜 왕자는 바깥출입이 잦아졌다. 술과 여자에 빠져 엄청난 돈을 탕진했고, 그것도 모자라 국왕 소유의 사슴 숲에서 도박사들을 모아 놓고 사냥 대회를 벌이기가 일쑤이다. 가진 돈이 바닥나자, 왕자는 방에 있는 집기들을 담보로 또 내기를 걸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이 방 안에 있던 귀중품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이미 백성들 사이에서는, 왕자의 방탕한 생활이 입방아에 오르내린지가 한참 되었다...


 이 말에 화가 끝까지 치민 마크 1세는, 단숨에 칼을 꺼내 왕자를 보필하던 시종 하나를 그 자리에서 죽이려 한다. 하지만 다른 대신 하나가 재빨리 나서서 흥분한 왕을 말린다.

 자신들도 왕자의 기행을 막아보려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까지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멜 왕자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는 폐하의 손자이자, 이 나라 왕실에서 단 하나 남은 혈육이고, 네론(Nehron) 왕국의 유일한 왕위 계승자이기 때문이다. 일찍 부모를 여읜 그 상처 때문에, 차츰 성장하며 생각이 깊어진 왕자가 요즘 많이 괴로워하는 것 같다. 계속해서 저희가 설득을 해볼 터이니, 폐하께서는 조급해하지 마시고, 그저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 시간이 좀 더 흐르다 보면, 천천히 좋아지지 않겠는가?


 이런 대신의 설명과 사과에도 화가 가시지 않은 마크 1세는, 들고 있던 칼을 바닥에 세차게 내동댕이치고는 밖으로 그냥 확 나가버린다.


 *            *            *


 사슴 숲의 중앙에는 호화로운 정원이 있고, 연못에는 멋진 유람선도 떠다닌다. 이처럼 마크 1세 국왕이 가장 아끼는 숲을, 손자인 하멜은 추잡한 도박판과 술판으로 만들고 있다.


 사냥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귀족의 자제들은, 하멜이 근위병을 대동하고 당도하여 자신이 잡은 수사슴을 보여주자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어여쁜 무희들도 "왕자님 최고!"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하멜에게 몸을 비빈다. 하멜에게 내기를 걸었던 젊은이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술을 또 들이킨다.

 하지만 잠시 후, 

 하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오늘 내기의 경쟁자인 귀족 람펜(Rampen)이 자신의 사냥감을 가져오자, 조금 전의 분위기는 싹 바뀐다. 복부에 화살을 맞고 죽은 람펜의 사슴이 확실히 하멜의 사슴보다는 조금 더 크다. 옆에 있던 몇몇이, 지금껏 이처럼 큰 사슴을 본 적은 없다고 말하며 웅성거린다.

 그러나 근위병들은, 목덜미들 정통으로 맞힌 왕자님의 실력을 더 높게 쳐줘야 한다며, 심판관의 얼굴만 쳐다본다. 그러자 심판관은 왕자의 눈치를 살피면서 잠시 머뭇거린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자님? 심판관에게 오늘 승부의 심사 기준을 다시 한 번 물어볼까요?” 람펜은 공손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구차하게 따지는 건 나답지 않으니까. 람펜 친구의 사슴이 분명 나의 것보다 더 크니, 이 사냥은 그냥 내가 진 것이야. 두말할 필요 없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네!” 왕자도 더 이상은 토를 달지 않는다.


 내기에서 진 벌칙으로 하멜은 값비싼 황금 촛대 9개를 모두 빼앗기고야 만다. 그리고 자신의 소유로 되어있는 숲 주변의 넓은 토지를, 람펜에게 넘긴다는 서류에도 곧장 서명을 한다. 아무리 왕자지만 귀족들 앞에서 한 약속이기에, 하멜도 어쩔 수가 없다.


 술에 취한 어떤 젊은이는, 잡은 사슴으로 만찬을 열자며 왕자의 대범함을 칭송한다. 하지만 귀족 자제 대부분은 하멜에게 내기를 걸었기에, 그 많은 돈을 어이없게도 모두 잃고야 만다.

 람펜은 하멜에게 슬며시 다가와, 어쨌든 고생하셨다는 말을 건네며 위로한다. 하멜은 잠시 어색한 웃음을 짓다가, 시종들에게 당장 술자리를 준비하라고 명령하며 잠시 자리를 뜬다.

 국왕이 가장 아끼는 사슴 숲은 이처럼, 오늘밤도 그렇게 그렇게 젊은이들의 흥청거리는 소리와 함께 술에 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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