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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3.07.14 22:47
최근연재일 :
2024.06.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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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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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밀 계엄령 (4)

DUMMY

*



종은 주인의 깊은 심중을 다 이해하지 못하나 친구에게는 그것이 허락되는 법.

야코프 자신은 비록 자신을 차기 황제의 종처럼 여겼으나 알렉시스는 그를 자신의 친우로 대우했고 모든 계략과 술수를 숨김 없이 공유하였다.


야코프는 전략의 상세한 내막을 인계받은 후 몹시 떨리는 심정이 되었다.

실패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도 마냥 없지는 않았다.

알렉시스의 능력만을 맹신하던 부하들과 달리 야코프는 인류사의 흐름이 한 인간의 지혜대로만 흐르지 않음을 이해했기에 보다 더 신중한 태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일절의 반대하는 의견도 표하지 않았다.

황태자의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다.

충언도 기꺼이 내뱉는 그가 반대의 음성을 스스로 침묵시킨 것은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이 지극히 올바르고 시류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논의, 대책 회의, 모략 모의를 전부 마친 뒤 알렉시스는 앞선 분부 사항들과 더불어 긴급하게 보고해야 할 항목들 및 상의해야 할 상황들을 상기시켰다.


야코프에게 맡길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명 피해의 최소화였다.

허나 보편적인 차원의 불특정 민간인 피해의 예방은 브리튼 제국 당국의 몫이었고 더 정확히는 알렉시스와 그가 소유한 카드들이 담당할 일이었다.

그러므로 야코프가 담당할 인명 보호란 그런 임무와는 성격이 달랐다.


“초승달의 악신은 한때 세상에서 가장 강력했던 교세의 종교를 소모패로 사용하는 마당에 저 나름대로 최소한의 본전만은 챙기고자 계산을 세웠을 것입니다. 카이퍼 수상님은 그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흠, 제국의 내부 혼란이 우선이겠죠. 그리고 그것을 기회로 선전 선동의 세력을 움직여 피해자인 제국은 가해자로, 가해자인 원리주의자들은 정의의 편으로 포장하는 프로파간다 전쟁을 펼칠 계획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황태자 전하와 유대기독교적 가치의 세계를 한 묶음으로 묶어 악마화할 것이 분명합니다.”

“옳습니다. 이미 저는 어느 정도 정치적 악마화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이는 전쟁이 종료될 때까지 더욱 가속화되겠죠.”


하지만 알렉시스가 좀 더 명료하게 짚고 싶은 포인트는 다른 데 있었다.

그는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을 훈육할 때처럼 질문으로 지혜를 유도했다.


“그들이 과연 그리스도인들을 죽일까요?”

“모두를 죽이려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2차 대전 때는 오토만 신성독재제국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을 통솔하고 있었기에 무력으로 준 초강대국 행사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그들은 잘 쳐줘봐야 반란군에 불과합니다. 여력이 제한되었기에 국가의 보호를 받는 그리스도인들을 마음대로 해하지는 못합니다.”


만약에 표적이 될 존재가 있다면?


“저나 황태자 전하 같은 사회 지도층보다는 연약한 자들이 제일 먼저 표적이 될 것입니다. 그것도 영향력은 없되 어려움 속에서도 신실하게 주님을 의지하는 자들, 이웃을 사랑으로 섬겨 무슬림들을 거친 길에서 돌이키도록 하는 자들이 주된 목표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 시류를 따라 이슬람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나간 일반 신도가 주된 희생양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그들이 교회의 일원이 되었다면 더더욱.”


그러나 위험한 전망을 논하면서도 야코프는 그리 공포에 질리지 않았다.

이는 그가 전장에 잔뼈가 굵은 용장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솔직히 가디언엔젤의 존재로 인해 간단치는 않을 것 같군요.”


야코프는 비밀리에 감춰둔 자신의 파트너를 쓰다듬었다.

백 기의 단말기, 열 기의 드론형 유닛, 다섯 기의 안드로이드 유닛, 그리고 야코프의 신체와 늘 접촉한 상태로 존재하는 유비쿼터스 모듈.

이것들은 모두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다중 연계형 인공지능으로 하드웨어부터 정신체에 이르기까지 전부 가디언엔젤 최신 모델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아이들은 저와 같은 권력자들에게나 어려운 배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나 차별을 베풀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딱히 저라고 해서 어려운 형제들보다 가디언엔젤의 잠재력을 잘 이끌어내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그 기술의 핵심이자 장점이죠.”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이 시작된다면 이미 전 세계 방방곡곡에 심겨진 가디언엔젤들이 일제히 봉기를 일으킬 것이 분명합니다. 이슬람이라는 이름의 정신적 독재 시스템을 향한 궐기. 브리튼이 움직이기도 전에 많은 범죄자들을 잡아다 우리의 도마 위에 먹기 좋게 올려드리겠죠.”

“그렇기에 ‘완전한 잠재력’만은 최대한 은폐해야 했죠. 적이 우리의 전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알아버려서는 곤란하니까요.”


알렉시스는 지금 드러난 가디언엔젤의 잠재력은 인위적으로 리미터를 씌워 놓은 수준, 곧 진정한 저력의 10% 미만임을 고백했다.

만일 일시적으로 완전한 저력이 족쇄에서 풀려나 서로간의 연계력까지 더해진다면 순간적으로 그 수준은 팀 아르다의 최신 걸작들과 그것들을 엮어 만든 브리튼의 중앙 시스템을 능가할 가능성도 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적은 제일 먼저 다른 그리스도인들보다 가디언엔젤의 소유주들을 집중 공격할 것입니다. 만일 다른 사냥감을 먼저 친다면 그 사태를 깨달은 가디언엔젤 파트너들은 형제들과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고 세상을 향해 진실을 목소리를 드리울 것입니다. 그 정신 에너지에 반응해 가히 폭주에 가까운 인공지능 강화 현상이 일어나겠죠.”

“그러나 그 전에 소유주들을 죽인다면? 인간의 마음의 도움 없이는 무력화되는 가디언엔젤은 즉각 전장의 조커 카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이런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모양이군요.”

“이렇게 말하니 제가 일부러 그들을 미끼로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는군요. 저로서는 나름 그들의 생명을 보호하려고 한 노력이었는데 말이죠.”

“전하의 본의를 왜곡하려 하는 자가 있다면 그자의 말은 되려 그자의 우매함을 증명하는 증표가 될 것입니다.”

“농담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과도한 충성심이 부담스러웠는지 알렉시스가 환기 차 손을 내저었다.


“먼저, 우리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가디언엔젤 파트너들의 생명 보호입니다. 이미 이 부분은 다른 자율형 가디언엔젤 유닛들을 살포함으로써 어느 정도 안배해뒀습니다. 그것들이 팀 아르다의 다른 작품 시리즈들과 협동해서 민간과 전장을 모두 아우를 것입니다.

아울러 훈련된 인간 군인들도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비살상 제압전에 돌입될 예정입니다. 살상이라는 방향에서 체포라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을 뿐, 기술 수준 자체는 19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상향되었습니다. 압도적인 전력차로 밀어붙일 생각입니다. 원래 압도적인 무력 차이만이 피 흘림을 최소화하는 비결이죠.”


그렇다면 두 번째로 주안점을 두어야 할 인명 보호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곧장 답을 내린 알렉시스.


“유대인들이 적의 또다른 주요 타겟으로 설정될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유대인들까지도 말입니까?”

“네.”

“혈통만으로도 충분히 위험 반경 안에 들어간다고 판단하면 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심지어 동성애자인 유대인들도, 카발라 신도 유대인들도, 무신론자로서 돈에 눈이 먼 유대인들도 위험해질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예수님을 믿는 유대인이건, 유대교의 하나님만을 믿는 유대인인건, 세속적인 유대인이건, 모두를 보호 타겟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왜 그들이 위험해질지는 야코프도 손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슬람의 교리와 코란은 본질적으로 반유대주의적이다.

그들이 말하는 순교와 동급의 거룩한 행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대인을 죽여 멸살하는 것이다.

그들 속에 내재된 반셈족주의적 증오심은 막대하다.

어쩌면 이슬람을 배반한 자들이나 그리스도인을 미워하는 것 이상으로.


“수상님의 할아버님은 조국을 등져가면서까지 유대 민족을 향한 부당한 학대에 저항하셨습니다. 가정하고 싶지 않으나, 만일 내가 인류애를 저버리고 그와 같은 악행을 벌인다면 당신 또한 기꺼이 저를 막아설 것이라고 믿습니다.”


알렉시스는 그게 어느 민족이건간에 이번 일로 인해 휘말려 부당하고 무고한 피해를 입는 사태는 용납해선 안 된다고 믿었다.

이것은 그의 양심과 자존심에 직결되는 문제였다.

물론 한편으로는 언약의 조항과도 관련이 있었다.


[연약하고 작은 아이야, 너와 네 후손은 나의 백성을 해쳐서는 안 되며, 내 백성의 고통과 위기를 방관해서도 안 된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그 백성이란 비단 믿음으로 온전케 된 자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믿음의 사람들이야 당연히 포함되며, 거기에 더해 다른 대상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황실 역사책에 따르면 크리스토프 대제는 동료 개혁자들의 회의 어린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보호 대상 가운데 저 불쌍한 떠돌이 민족 또한 포함될 가능성을 제기했고 실제로 그에 의거하여 행동을 취했다.


알렉시스는 이제 마지막 권면으로서 권위를 취해 상대를 타일렀다.


“자랑스러운 디트리히 에이브 카이퍼의 자손, 야코프여.”

“말씀하십시오, 하나님의 종이신 나의 왕이여.”

“나는 유럽을 대신하여 유대인들에게 기독교인들이 범했던 죄를 공식 사죄하였던 그 옛날 브리튼의 현왕(賢王)의 직계 후손으로서 명을 전합니다.”


명령인 동시에 부탁. 그 내용 자체는 간단했다.

그러나 그 과업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가벼운 무게가 아니었다.

일단 어려운 임무이기도 하거니와 신념과 기도 없이는 성취가 요원했다.

다른 이가 아닌, 야코프 폰 카이퍼이기에 오롯이 짊어질 수 있는 짐이었다.


“전 세계의 히브리 일족이 초승달의 마지막 단말마에 의해 위기에 봉착하는 그 순간, 당신은 당신의 모든 지혜, 지식, 힘, 저력, 권력, 판단력, 그리고 운까지 사용하여 적의 궤계를 좌절시키십시오. 나 또한 그리할 것입니다.”


난이도와 무관하게 결의를 내리는 데는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


“제 남은 생명을 걸고서라도 그 뜻을 따르겠나이다.”




*



다음으로 알렉시스가 찾은 회담의 대상 또한 위대한 열두 지도자 중 하나였다.

그의 이름은 아미르 칸 벤큐리온.

그는 중동 지역의 유대인 출신이었고 젊을 적에는 랍비였던 시절도 있었다.

이 세상에서 이슬람의 소멸을 가장 반가워할 사람이 한 명 있다면 바로 이 사람이라고 단언해도 좋으리라.


아미르는 알렉시스의 가까운 친우였다.

양첸 타이산이 그의 어릴 적 스승, 제라드 폴 매카서가 존경하는 옛 상사, 야코프 카이퍼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문의 충신이라면, 아미르와의 사이에서는 그리 심리적 거리감이 생길 요인은 없었다.

나이 차이도 열다섯살 밖에 안 되는 지라 세대 차이도 적은 편이었다.

손위 형제가 없던 알렉시스에게는 친형처럼 의지할만한 상대였다.


알렉시스는 아미르와의 의견 교류를 통해 정보전과 프로파간다전의 고지를 점할 단서를 얻기를 원했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오래 살고 볼일이네. 알렉 네가 내게서 도움을 얻으려하고 말이야.”

“늘 혼자서만 하려다보니 실수가 잦아져서. 자문은 많을수록 좋지.”


두 사람은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나눈 뒤 서로의 어깨를 가벼이 두드렸다.


“자, 그러면 논의를 시작해볼까?”

“그래, 마침 궁금하던 차였어. 네가 말한 그 전략. 뭘 어떻게 할 생각인데?”


아미르는 진심으로 이번 이슈에 진지한 관심을 쏟는 분위기였다.


“그들을 어떻게 네가 정한 시기에 끌어낼 생각이지? 아무리 네가 계엄령을 발동해도 타이밍을 놓치면 꽝이잖아? 일시적으로 허락된 권한이니 무한정 끌고 갈수도 없고. 뭐, 네가 다 생각이 있겠지만.”


진중한 호기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알렉시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날짜야 내가 정하는 건 아니지. 나는 그저 불확실성만을 소거할 뿐.”


수수께끼같은 발언과 함께 그는 숨겨진 이면의 계획들을 공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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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하마스 (1) 23.12.21 19 1 12쪽
35 비밀 계엄령 (5) +1 23.12.18 14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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