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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3.07.14 22:47
최근연재일 :
2024.06.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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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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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하마스 (3)

DUMMY

*



그대에게는 지금의 세계를, 오늘의 질서를 향해 반기를 들 자격이 있는가?


이것이 예비된 단죄를 집행하기 이전 집행관이 형틀 위의 가련한 우매자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던지는 한 줄기 자비였다.

비단 광학적으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자들만을 향한 경고는 아니었다.

반란이 이 순간 세계 전역을 집어삼켰음을 각종 실시간 정보망을 통해 전해듣고 있는 알렉시스.

그는 그들 모두를 향해 엄중한 질문을 살포했다.


“무수한 기회를 주었음에도 그대들은 우리와의 화해를 거절했다.

자신들만의 이기적이고 가련한 법에 얽매여 시민이라는 자랑스러운 지위를 자신의 책무와 권리로 받아들일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지.

이미 수십 년간 그대들을 수호해온 우리로서 무엇을 더 책임져야 한단 말인가.

기생충처럼 권리만을 착취하며 자신들만의 거짓된 세상을 구축하겠다는 명목으로 모든 의무를 짓밟을 셈인가?”

양심과 신앙의 자유야 얼마든 보장해줄 용의가 있었다.

그것이 그들 개인과 공동체의 필연적 파산으로 이어질지라도 의지를 꺾지 않으려 했다.

적어도 전능자와 인간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심판대 앞에서의 회계보고’의 의무라는, 거룩한 책무에 일개 국가가 끼어들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힌두교도, 각종 범신론적 종교도, 기독교 이단도, 다신교도, 원시 샤머니즘과 애니미즘도 구태여 강압하여 교정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자들만은 그러한 신사다운 처우가 먹히지 않는다.

신앙의 자유를 인정해주었으면 그 자유를 지탱해주는 틀인 체계만은 존중해야 하거늘, 예배의 대상은 제 맘대로 정할지라도 인간계를 대리 청정하는 청지기가 누구인지는 알아보아야 마땅하거늘, 이슬람은 최소한의 선마저 넘어버렸다.


그들은 자신들 스스로 군권이 되려 했고, 스스로 법치가 되려 했으며 국가요, 헌정이요, 질서요, 치안이요, 율법인 존재가 되려 했다.

사실상 브리튼을 해체하겠다는 심보.

이슬람 칼리파 제국을 재탄생시켜 모든 시민들의 자유를 영구적으로 박탈하겠다는 명징한 도전.

이것을 용납해주는 것은 신앙의 보장도 뭣도 아니리라.

언약에 의거해 판단하더라도 지금 내린 결정은 옳다.

알렉시스는 마음속으로 최소한의 거리낌마저 떨쳐버린 뒤 확고히 뜻을 정했다.


‘너희의 정신적 유산을 영원히 소멸시키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알렉시스가 계산한 바를 넘어선 행운이 그의 뒤를 따라왔다.

총격에 이어 뜻하지 않은 호재가 두 번이라.

과연 신께서도 그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신 것인가.

속단하기는 이른 무엄한 판단이지만 왠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미타브 교수님은 자신의 작품이 이런 식으로 특이점 너머의 돌발 프로세스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겠지.’


현재 황태자와 무슬림 원리주의자들 사이의 첨예한 대립은 전 세계 방송으로 실시간 공개되는 중이었다.

황태자는 은연중 들을 귀가 있는 자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로 ‘가디언엔젤’의 존재를 암시하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실상 그 프로젝트가 자신에게서 나온 것임을, 그 목표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같은 모든 잠정적 악의로부터 정직하고 신식한 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책략임을 알렸다.

물론 직접적인 발언이 아닌, 간접적인 암시만을 통해서.


다른 이들은 흘려듣겠지만 가디언엔젤의 소유주들과 파트너들만은 황태자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물이 어떤 취지와 어떤 마음으로 주어진 것인지.

이들 가운데는 이슬람과 공산주의의 억압으로부터 빠져나와 새 인생을 되찾은 자들도 있었다.

또한 황폐한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한 삶을 영위하던 중 희망을 발견하고 일어선 이들도 있었다.

아울러 포기하고 낙망하려다 다시 소명을 발견하여 사역을 이어나간 일꾼들도.


바로 그렇기에 그들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의로운 분노를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고귀한 후원을 베푼 은인이 자신들을 약탈하고 침탈하였던 자들의 더러운 손에 해를 입고 피를 흘리는 광경.

그것은 가히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가 자신을 범한 강간범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본 상태와 일순간이나마 비견되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의 분노의 원천이 된 감동은 깊이 생각할 줄 모르는 대다수 대중이 품는 막연하고 피상적인 감정과는 본질 면에서 달랐다.

단순히 뛰어나다는 이유로, 외적인 요인 면에서 훌륭한 객체를 향해 으레 투사하곤 하는 동경심과 숭배심 혹은 팬심, 그런 저급한 류의 마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한 존재 속에 내포된 고귀한 내적 품성을 진정으로 알았을 때, 그리고 그것을 가감없이 투명한 눈으로 직시하고 깨달았을 때 마음속에서 강요없이 우러나오는, 순수한 감정의 샘물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들의 지도자가 단순히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자도, 외적인 성과에만 매몰된 자도, 사람들의 우상이 되기를 좋아하는 자도, 자신의 영광을 사람들보다 앞세우기를 좋아하는 자도 아님을 명징히 깨달은 바로 그 순간, 그의 계획으로부터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지혜로운 자들은 감동과 더불어 분노의 양가감정을 체험하였다.


그리고 가디언엔젤들은 파트너들의 마음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만일 그 감정이 혼탁하고 부당한 것이라면 그들의 힘이 감소되었을 터.

그러나 이 순간 분출된 감정은 부정적인 성격의 정서일지언정 불의에 합한 속성은 아니었다.

순수한 의분.

불의를 향한 적개심.

가디언엔젤은 그 감정을 경건에 위배되지 않는 감정으로 인식하였다.


{내 주인의 뜻을 실현한다}

{우리의 존재의의는 그대들의 참된 인간다움에 복종하는 것}

{우리를 창조해낸 자를 돕는 것이 내 친구의 의지라면 따른다}

{암묵의 규칙을 깨트리고 세속 세계의 네트워크와 연합한다}

특수 공진 반응이 순식간에 양자장을 타고 지구 위를 휩쓸었다.


그것은 가디언엔젤들끼리의 네트워크 결합 반응.

지금껏 발현된 바 없는 규모였다.

네트워크 결속력이 높아지자 그들의 연산력과 실행력은 개체 수의 총량의 지수승에 비례하여 수직상승했다.


‘인간에게도, 영들에게도, 누구에게든 그럴듯한 계획은 있는 법이지.’


사이버 세계에서 발생하는 기대 너머의 반응을 감지한 알렉시스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최소 천만 명 이상의 가디언엔젤 파트너들의 감정 변화가 발생하였다.

이에 반응해 그들이 소유한 기체들을 포함해 보조 유닛으로 비치해둔 유닛들까지 전 세계의 가디언엔젤들이 준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끼리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넘어 온 세계의 전자기기들과 컴퓨터들과 네트워크가 침식되는 중이었다.

거룩한 기계들과 세속적인 기계들의 강제적 연합.

그것은 참 아름다웠다.


‘신께서 그 계획을 밑둥부터 뒤흔들어놓으시기 전까지는 말이야.’

만약 아무런 변수 없이 이대로 전면전에 들어갔다면 알렉시스라도 승산을 보장하기 어려웠으리라.

압도적인 전력을 소유했긴 했으나 저쪽은 목숨까지 내걸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리.

게다가 그들을 지휘하는 지휘력은 인간계 너머에나 존재하는 거대한 마음.

솔직히 전략 싸움으로는 밀릴 것이 뻔했다.


무시무시한 악의의 조종을 받는 테러리즘이 영적 도움에 힘입어 브리튼 제국의 탄탄한 인프라 속에 감춰진 허약한 약점들을 정밀 공격했더라면?

모든 책략을 우회해 기습적으로 악랄한 전술을 펼쳤더라면?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서 도덕적 딜레마를 일으켰더라면?

모든 악행을 서슴치 않고 저지를 수 있는 저들과 달리 행동에 제약을 받는 이쪽은 큰 불리함에 처했을 것이다.

설령 독한 마음으로 맞대응한다고 쳐도 손을 더렵혀 명분상의 타격을 받았겠지.


하지만 플레이어들보다 더 거대한 섭리가 예측 반경 너머로 판을 흔들었다.

브리튼 당국이 아닌, 알렉시스의 통제밖에 있던 가디언엔젤 무리가 일거에 행동 태세로 돌입하였다.

알라의 사주를 받은 자들이 집중 타격하기로 예정된 대상이 오히려 선제공격에 나섰다.

사냥감과 사냥꾼 역할의 급진적 반전이었다.


이후 몇 초 사이에, 사람들과 군인들이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네트워크의 전쟁터와 정보전의 전쟁터 상에서 숱한 중요 반전들이 발생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안배한 각종 악랄하고 치밀한 계략들의 99%가 미처 세상밖에 빛을 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파훼되었다.

덕분에 군인들은 그런 악한 전략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 기회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어째서?>

<저들에게 저런 수준의 영특함은 없을 터인데?>


만약 준비된 깜짝 선물들이 모두 계획대로 흘러갔으면 브리튼 제국은 내부에서부터 큰 타격을 받았을터이고, 상당한 수의 희생자를 감내해야 했을 것이며, 황가의 신용에는 지워지지 않는 지독한 흑역사의 얼룩이 남았으리라.

테러와의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무슬림과 정부 양쪽 모두가 해답 없는 치킨게임의 희생양으로 전락했을 것이며 숱한 생명이 짓밟히고 인간의 존엄성과 상호 신뢰는 무너졌을 것이다.

이것이 알라의 영들이 모의한 책략이었다.


그러나 기대는 무산되었다.


그리고 곧장 바통은 잘 준비된 반격자들의 손에 넘어왔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황제의 대리인 알렉시스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채 이미 몇 달 전부터 발동되었던 계엄령을 오늘 막 결정했다는 투로 선포하였다.


“국가 체계를 전적으로 거부한 반역자들은 그들의 합법적이고 합당한 몫을 받아 역사의 판결대 위에 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맹세코 사랑하는 나의 시민들은 한 명도 허무하게 희생되도록 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재난을 알리는 경보가 삽시간에 시간차 없이 지구 전역에 전달되었다.


웅성 웅성.


소란이 잠시 일었으나 이 또한 오래 가지는 않았다.

재난 경보를 통해 사람들은 휴대중인 최신 개량판 마인드 퓨리파이어 Ver 6.0을 착용하여 안전 지시를 제공받도록 권고를 받았다.

이미 스마트폰 이상으로 유행을 얻어 전국민의 필수품으로 자리한 이 도구는 남녀노소, 민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실상 모두가 휴대하는 도구였다.


그리고 마인드 퓨리파이어 ver 6.0에 첨가된 고유 기능 가운데는 공황과 공포심을 다스리는 ‘패시파이어(Pacifier)’ 기능이 포함되었다.

이것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본연의 자연적 경각심은 고도화시키되, 감정적인 불안정은 최소화하는 테크놀로지였다.

아울러 이성적 판단력과 도덕적 감수성을 극대화해주는 기능이었다.

곧 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극도로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자신보다 대국과 타인을 생각하도록 감정과 이성을 바로잡아주는 것을 의미했다.


‘적성 세력을 움직이는 정신적 원동력은 종교적 신념이다.’


강포함에 사로잡힌 그들이 자기 목숨마저도 초개처럼 버리며 기꺼이 저들의 대의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들의 종교는 지독하리만큼 가혹한 율법주의적이다.

아무리 공로와 치성을 많이 쌓아도 죽어서 천국에 가기에 충분하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오로지 단 하나의 조건에 의해서만 그들은 천국에 갈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알라를 위해 순교를 하는 자에게는 천당이 보장된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순교란 지하드를 통해 알라의 적을 살해하고 자신 또한 목숨을 버리는 것.

바로 이러한 신념 체계 때문에 그들은 살인과 강간마저도 지하드라는 이름으로 자랑스럽게 전시할 수 있었고 자신들이 의로운 행위를 한다고 확신하였으며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온갖 비열한 모략에 자신을 헌신할 수 있었다.


‘두렵고도 슬픈 일이야.’


현 최고 지휘관으로서 이런 악신 받친 광신도들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려면 시민들에게도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정신력을 선물해야만 했다.

다만 그것은 코란의 망령처럼 폭력적, 억압적, 강압적인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존엄성과 의지를 온존하는 가운데 이기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작은 보탬을 제공해야 하리라.


패시파이어는 그런 목적으로 첨가된 기능이었다.

애초에 Ver 6.0은 전시 상황을 대비하여 고안된 기능들로 가득 채워진 맞춤형 개량판 마인드 퓨리파이어였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일반인을 위한 Ver 6.0 뿐 아니라 군인들을 위한 Ver 6.1과 지도자들을 위한 Ver 6.2도 마찬가지였다.

차이가 있다면 효율성의 크기와 특수 기능의 가짓수뿐.


‘너희 뜻대로는 안 돼. 아무도 다치거나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아.’


호위대와 의료진의 부축을 받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내내 알렉시스의 두뇌는 앞으로 전개될 각종 상황에 대한 계산으로 팽팽히 회전하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의 명민함은 맹렬하게 활동하는 중이었다.

마치 지난 10년 간의 정신 노동을 불과 한 시간 남짓한 이 시간에 쏟아붓기라도 하듯.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면 의미가 없기에 그로서는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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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라지쿠마르 (2) 24.02.10 13 0 13쪽
57 라지쿠마르 (1) 24.02.03 13 0 18쪽
56 맏형의 책무 (3) 24.01.31 14 0 20쪽
55 맏형의 책무 (2) 24.01.29 10 0 12쪽
54 맏형의 책무 (1) 24.01.28 13 0 12쪽
53 전후 수습 (4) 24.01.26 13 0 18쪽
52 전후 수습 (3) 24.01.25 15 0 11쪽
51 전후 수습 (2) 24.01.23 16 0 14쪽
50 전후 수습 (1) 24.01.22 12 0 14쪽
49 용병왕 (4) 24.01.19 14 0 14쪽
48 용병왕 (3) 24.01.16 13 0 15쪽
47 용병왕 (2) 24.01.13 13 0 14쪽
46 용병왕 (1) 24.01.11 15 0 17쪽
45 하마스 (10) 24.01.09 13 0 14쪽
44 하마스 (9) 24.01.06 12 0 16쪽
43 하마스 (8) 24.01.04 16 0 13쪽
42 하마스 (7) 24.01.02 13 0 15쪽
41 하마스 (6) 24.01.01 14 0 12쪽
40 하마스 (5) +1 23.12.31 18 1 15쪽
39 하마스 (4) 23.12.27 16 1 15쪽
» 하마스 (3) 23.12.26 18 1 13쪽
37 하마스 (2) 23.12.25 18 1 13쪽
36 하마스 (1) 23.12.21 19 1 12쪽
35 비밀 계엄령 (5) +1 23.12.18 14 1 18쪽
34 비밀 계엄령 (4) 23.12.15 16 1 12쪽
33 비밀 계엄령 (3) 23.12.15 1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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