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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잘생김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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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작품등록일 :
2021.10.18 01:01
최근연재일 :
2023.09.08 15:3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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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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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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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3 닮았다

DUMMY

돌아보면 항상 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상만, 유진과 드라마와 영화 대본에 대해 논의한다고 중간에 김율과 그 동생 김지희가 팬션에 내려온 일도 있었다.

김율과 장미 사이가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모르겠다.

처음 몇 일 동안은 별 일 없이 지나가는 것 같았는데 장미와 김지희가 대판 싸웠다고 한다.

진철은 놀러 나가 있어서 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다들 성인들이니까.

진철은 신경 끄기로 했다.

그리고, 김율은 대머리가 된 게 악령 때문이었는지 머리카락도 점점 자라기 시작했고 스트레스가 사라져서 그런지 살도 점차 빠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원래의 그 잘생긴 외모를 천천히 찾아가고 있었다.

다시 배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계속 하고 있다.

김율은 상만과 영화를 한다고 하고 유진은 김지희와 드라마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백부장은 그들에게 가능성을 보았는지 [백결영화]를 정리하고 쌈백엔터에서 새로 만드는 영상제작사로 들어오라고 꼬시는 중이다.


휴가 중에도 이지상과 형식의 수련은 계속되었다.

이지상 대리는 어느새 한시간 내에 점혈로 마비된 몸을 풀어냈고 형식도 그것에 근접했다.


진철의 연기 연습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동안 대본도 16부 거의 끝까지 나왔고 덕분에 태봉의 캐릭터 조형도 완성되었다.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팬션에 휴가왔던 사람들도 돌아갔다.

진철은 여전히 팬션에 자리를 잡고 [도화꽃 필 무렵]을 촬영하러 인근에 마련된 세트장으로 갔다.








한쪽면에 바다가 넘실거리는 도로를 끼고 쭉 늘어선 음식점들.

드라마의 주배경이 되는 바닷가 마을 홍산의 세트장이다.

진철은 좀 지대가 높은 곳에 서서 세트를 전체적으로 내려다보면서 대본을 생각하면서 촬영이 어떻게 진행될지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촬영장에는 언제나 소란이 일어난다니까?”


갑자기 옆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네?”


돌아보니 홍산초등학교 선생님 서동찬역을 맡은 김병찬 배우였다.

나이는 진철보다 일곱살 많은데 진철의 배역인 태봉의 친구역할이다.


“저기”


김병찬 배우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뭔가 떠들썩하다.


“또 누가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같아. 촬영 시작하기도 전에 거하게 한방 터뜨리네”

“목소리가 공하윤 선배님인 것 같은데요?”

“맞아”

“무슨 일이 있나요?”

“그건 나도 모르지. 그냥 뭐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네. 그런데 너는 그런데 별로 신경 안 쓰는 타입인가 봐?”

“어떤 거요?”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조그만 것 같지고 트집잡고 고집부리고 난리 치는 거”


진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그런 장면 자체를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갑자기 김병찬 배우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


진철은 그가 왜 웃는지 몰랐다.


“아, 너 정말 평판 그대로구나?”

“제 평판이요? 어떤데요?”

“연기밖에 몰라서. 현장에 나와도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일체 신경도 안 쓴다고. 싸움이 나건. 누가 기 싸움을 걸던. 너는 떠들어라 나는 나 할 것 한다. 그런다며”

“어···그런 것 같기는 한데. 누가 싸움을 걸어온 적은 없는데요?”

“아하하하~~~”


김병찬 배우가 이번에는 아주 배를 잡고 웃어댔다.


“너 연기에 진지한 척하는 거 꼴보기 싫다고 한번 눌러 주겠다고 시비걸고 그랬던 놈들 다 병신짓 한 거네. 너는 정작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진철의 눈이 약간 커졌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너 유명해 임마! 크큭! 그래도 나는 마음에 든다. 우리 잘 해보자”


진철은 얼마전까지 촬영장 자체나 다른 배우들과 합을 맞추고 친하게 지내는 것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언제나 연기로 머리속을 꽉 채우고 있어서 누가 날 선 태도를 보여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 시비를 거는 사람이 지쳐 떨어지기로 유명했다.

정작 그 자신은 알지도 못했지만.

연배 차이가 많이 나는 배우들은 그런 진철을 좋게 보는 편이라 이것저것 챙겨주고 조언도 해주고 그랬지만 또래 배우들은 꽉 막힌 대책없는 놈이라는 평판이 압도적이었다.


“아. 네. 촬영하는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편하게 해. 편하게. 그리고 선배라고 불러. 너 명예종 연기과 나왔다며? 내가 칠년 선배기는 하지만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해. 나 라떼 어쩌고 하는 그런 꼰대 아니야”


신경 쓰라는 건지 진짜 그러지 말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 진철은 정말 편하게 생각한다.


“네. 선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하하! 정말 재미있는 친구네. 아하하!”


그래도 김병찬 배우는 인간성이 꽤 괜찮은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촬영장의 소란이 좀 진정이 되자 진철과 김병찬은 고지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세트장 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세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말은 세트지만 전혀 세트같지 않고 당장 사람들이 살며 장사를 해도 될 정도로 꾸며 놓았다.


“실재로 촬영이 끝나면 여기 주인들이 들어와 장사를 하기로 했어요. 그런 조건으로 싸게 세트를 구한 거죠”


김병찬 선배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본다고 어디론가 갔고 진철의 옆에는 조감독 한 명이 붙어서 그렇게 말한다.


“강배우님. 이리 오시죠. 오늘 제가 세트 설명을 하기로 했습니다. 태봉이 집은 이쪽입니다. 동네 끝에 있어서 다른 집들과는 좀 떨어진 곳이죠”

“아. 네”


진철은 그날 조감독을 따라 세트장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여기는 동네 꼬마들이 노는 장면을 찍을 골목이고요. 여기 주르르 있는 식당 다섯개는 동네 소문 다 옮기고 다니는 수다장이 다섯 아줌마들 가게죠. 이쪽 구석이 주인공 태봉이 어머니와 운영하는 주점입니다. 저 쪽이 지구대, 저쪽 끝으로 가면 경찰서 세트가 있어요”


세트를 구경하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강배우. 세트장 다 돌아봤어? 어때? 제법 잘 꾸며놨지? 대본 보며 상상했던 것과 비슷해? 얼마전에 작가님도 왔었는데 마음에 쏙 든다고 하던데”


어느새 방피디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네. 마음에 듭니다. 역시 전문가들이 만든 세트를 보니까 현장감이 확 사네요”

“하하! 미술팀에서 들으면 좋아하겠네. 나는 드라마 시작하기 전 이맘 때가 제일 좋아. 지옥같은 촬영에 돌입하기 직전 상상력이 최대로 부푸는 시기라 그런가?”


의외의 말이다.


“방피디님은 현장이 그렇게 괴로우세요?”

“괴롭지. 항상. 신경은 곤두서 있고 몸은 지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잠은 안 와서 촬영 막바지에 가면 바람만 좀 세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상태가 되거든”

“그런데 왜 이 일을 하세요?”

“하하! 안그래도 현장 하나가 끝나면 다시 내가 이 일 하나 봐라. 하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또 편집 끝나고 방송이 나가 시청자 반응을 보다 보면 또 슬그머니 다음 작품은 어떻게 하나 생각하는 절 발견해. 마약이지. 마약”


잘은 모르겠지만 자기가 연기를 끊지 못하는 것과 똑 같은 경우라고 진철은 생각했다.


“그런데 강배우”


갑자기 방피디가 은근한 투로 말을 붙였다.


“네. 말씀하세요”

“촬영 스케쥴이 좀 꼬여서 내일 모래. 처음 찍는 씬 순서를 좀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을 거다.


“그럼 내일 모래 첫 촬영을 태봉이 씬으로 해야 하나요?”


원래 진철은 크랭크인 하고 삼일째 새벽에 첫 촬영이 있었다.

어쨌든 진철은 상관없었다.

이미 준비는 끝났으니까.


“그렇게 하시죠. 촬영 장면은 새벽 장례식 장면이 맞죠?”

“맞아. 그리고, 고마워”


방피디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그리고, 하소연이 이어진다.


“망할. 새 드라마 들어가면 꼭 시작할 때 이렇게 꼬장을 부린다니까? 연기나 좀 못하면 같이 하지 않는 건데. 연기는 또 잘해서 안 쓸 수도 없고 말야”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 것 같다.

김병찬 배우의 말과 방피디의 말을 조합하면 그 대상은 공하윤 배우밖에 없다.

아까 그 소란의 결과가 임박한 촬영 순서를 바꾸는 걸로 나타난 것 같다.

어쨌든 진철은 상관없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


‘응? 아까 김병찬 선배가 말하던 게 이런 거였나? 혹시 이게 나한테 기 싸움 걸어오는 건가?’


그렇지만 정말 진철은 촬영 순서 바뀌는 것 정도는 아무 상관없다.


“그럼 오늘은 일단 올라갔다가 내일 저녁 다시 내려오겠습니다. 새벽 촬영에 늦지 않게요”

“그래. 그럼 그 때 보자고. 그런데 숙소는 우리 스텝들 숙소 근처에 없는 것 같던데?”

“아! 저는 울산 근처 팬션에서 휴가를 보냈는데 거기 계속 있기로 했습니다”







촬영도 얼마 안 남았는데 성우로 올라올 예정은 없었다.

하지만 이지상의 부탁으로 진철은 서울 연습실에 올라왔다.


“흐음. 이 얼굴로요?”

“네”

“누구죠?”


이지상이 입을 열려고 할 때 옆에 있던 최사장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굳이 아실 필요 있나요?”

“그렇죠. 제가 굳이 알 필요는 없죠. 하지만 제가 굳이 역용술을 시술해줄 의무도 없죠”


최사장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진철은 그들에게 바라는 게 없고 그들은 바라는 게 많으니 그들 관계의 갑은 언제나 진철이었다.


“지난번 강진철씨가 알아봤던 중국 스파이가 다니는 회사의 직원의 얼굴입니다. 그 회사에 침입해서 이상만이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해요”


진철이 투철한 애국정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도 이 일을 도와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좋습니다”


사진과 비교를 해가며 공들여 이지상의 얼굴에 역용술을 시전해갔다.

그 옆에서 최사장이 조근조근 말을 한다.


“유현건씨는 지금 중국에 있습니다”

“돌아간 건가요?”

“그건 아니고. 저희와 협상을 했습니다. 일종의 프리랜서로.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좀 알아오고, 원하는 일도 좀 해주면 한국 신분을 하나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중국에서 지은 죄도 묵인해 주기로 했고”


진철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쪽에서 보기에 유현건은 어떤 사람인 것 같습니까? 장청같이 구제 못할 사람일까요?”


최사장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유현건은 강진철씨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진철은 태연한데 정작 이지상이 놀라 몸을 굼틀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얼굴에는 중요한 급소가 많아요. 아차하는 순간 기로 좋지 못한 곳을 찌르면 큰 일이 납니다”

“네”

“말도 하지 말고요”


그리고, 진철은 최사장에게 말했다.


“제가 해결사 일을 하며 살던 유현건씨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요?”

“네”

“어떤 점이요?”

“법이나 사회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에 맞춰 산다는 게 비슷하죠”


여전히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이면서도 진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는 딱히 법을 어긴 적이 없는데요?”

“그거야 아직 법을 어겨야 하는 경우를 맞닥뜨리지 않았으니까 그런 겁니다. 아마 법과 자기 기준 사이에 선택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강진철씨는 잠시의 고민도 하지 않고 자기 결정을 따라 가겠죠”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지금까지 강진철씨 행동을 종합해 판단하면 그런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결정적인 것은 그 조폭들 점혈을 한 것 때문이죠”

“아!”


그 일은 확실히 법보다는 진철 자신의 기준에 따라 행동한 거다.


“사적제제는 맹백한 불법입니다”

“점혈로 사람을 상하게 했다는 건 현대 의학으로는 증명할 수 없고, 고로 그걸 죄로 판단할 법적인 근거도 없죠”

“네. 맞습니다. 점혈이라는 건 따져보면 사람을 저주해서 아프게 하거나 죽였다는 것과 비슷한 경우니까요”


그 때 진철이 이지상의 얼구에서 손을 땠다.


“끝났습니다. 눈을 떠 보세요”

“오! 똑 같네요. 얼굴형이 비슷하기는 했어도 정말 똑 같은데요? 이정도면 따로 분장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예요”


이지상도 거울을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최사장님. 저와 유현건씨가 비슷한 면이 있다는 의견은 감사합니다. 저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겠네요”

“화 안 내네요?””

“화 낼 필요 있을까요?”


최사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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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김을 연기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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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9 니들이 뭘 알아 22.08.28 275 8 12쪽
118 118 파티 22.08.25 284 7 13쪽
117 117 미혼모와 미친놈 22.08.23 281 6 13쪽
116 116 촬영은 계속되었다. 22.08.21 304 6 11쪽
115 115 태봉과 도화와 봉구 22.08.19 290 4 12쪽
114 114 내가 미친놈인 게 다행이다 22.08.17 303 5 11쪽
» 113 닮았다 22.08.16 292 7 12쪽
112 112 괜찮아 안 괜찮아 22.04.19 693 14 12쪽
111 111 휴가 가자 +1 22.04.17 842 14 12쪽
110 110 언리얼 22.04.15 86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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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 사투리 연습 22.04.11 897 11 13쪽
107 107 라이벌리 22.04.09 901 9 11쪽
106 106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22.04.07 829 14 13쪽
105 105 MAPA 2차 주주총회 +1 22.04.05 882 18 15쪽
104 104 겨우 내가 되려고 그렇게 아팠던 걸까? 22.04.03 852 18 12쪽
103 103 뭐가 있는 날 22.03.31 712 17 12쪽
102 102 찌그러진 거울 +2 22.03.29 699 15 12쪽
101 101 도약을 해보자 +1 22.03.26 717 17 12쪽
100 100 굿이 끝나고 촬영이 시작됐다 22.03.24 759 20 13쪽
99 099 굿은 굿엔딩이 될 수 있을까? +3 22.03.22 712 22 13쪽
98 098 북소리와 방언 22.03.19 727 22 13쪽
97 097 너였냐? 22.03.15 738 21 12쪽
96 096 김율 +2 22.03.13 729 21 12쪽
95 095 어디 귀신 없나? +2 22.03.10 826 24 17쪽
94 094 중철무속연구소 22.03.08 811 26 17쪽
93 093 지옥에서의 초대 +1 22.03.06 846 22 13쪽
92 092 온갖 긍정적인 시그널의 총합 +2 22.03.04 827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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