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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방랑 성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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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21.02.26 22:37
최근연재일 :
2021.03.13 23:5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992
추천수 :
130
글자수 :
89,395

작성
21.03.13 23:55
조회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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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17화

DUMMY

“주교님! 무슨 일입니까!”


밖에서 대기하던 성기사들은 주교실에서 들리는 고성에 급히 들이닥쳤다.

외눈의 성기사 룩스는 발치에 걸린 무언가를 보고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의 동공이 커다랗게 확장됐다.


“니콜라스 주교님!”


바닥에 떨어진 니콜라스의 머리가 부릅 뜬 눈으로 성기사들을 노려봤다.

니콜라스 주교가 살해된 것이다.

일순 상황을 파악한 그들은 일제히 무기를 뽑아 로드릭에게 겨눴다.

이 한목숨 바쳐 언제 어디서든 주교님을 지키겠다던 맹세를 어겨버린 성기사들이 격노와 울분에 찬 얼굴로 말했다.


챙챙챙!


“주교님을 살해하다니!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이냐!”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


섬뜩한 살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로드릭의 관심은 다른데 쏠려 있었다.

의자에 축 늘어져 대롱대롱 흔들리는 니콜라스 주교의 몸뚱어리.

놈은 아직 살아있다.

왜냐하면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스슥-


머리가 잘려 울컥울컥 피를 뿜던 목에서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상처가 저절로 봉합된 것이다.

그러더니 새로운 머리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저게 무슨······.”


니콜라스 주교의 목이 쭉 늘어나며 뱀의 머리가 솟구쳤다.

배가 불룩하고 튀어나오더니 인간의 살갗이라 볼 수 없는 딱딱한 비늘들이 온몸에서 돋았다.

손과 발이 있어야 할 부분은 퇴화하고, 손톱과 발톱이 날카롭게 자라 바위도 잘근잘근 부술 것처럼 돋아났다.

커다란 뱀이 기다란 혀를 날름거렸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샛노란 눈동자가 유리알처럼 빛나며 눈앞의 인간들을 주시했다.


“허억!”


성기사들은 그 눈빛에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본능이 어서 도망치라며 소리쳤지만, 뇌가 명령 신호를 거부하고 있었다.

마치 포식자를 마주친 피식자처럼 제멋대로 통제되지 않았다.

그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이는 로드릭뿐이었다.


기회를 노리던 로드릭이 양손으로 칼을 잡아 뛰어올랐다.

성기사들은 훑어보던 눈동자가 그에게 향했다.

칼날이 벼락처럼 떨어지며 목을 노렸다.


캉-!


미친. 얼마나 단단한 거야.

칼날이 부들부들 진동하며 사시나무처럼 떨어댔다.

그 반동으로 튕겨져 나간 로드릭이 바닥에 착지하며 자세를 잡았다.

그는 두꺼운 쇠를 두드린 양, 손이 저릿저릿한 기분을 맛봤다.


키샤앗!


그 모습에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은 뱀이, 이번에는 자기 차례라는 듯이 커다란 몸을 움직였다.

덩치와는 걸맞지 않게 돌진해 오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눈 깜짝할 새에 로드릭의 앞까지 당도한 뱀이 쩌억하고 아가리를 벌렸다.

커다란 송곳니가 로드릭을 씹어 먹고자 갈고리처럼 날아들었다.

마땅하게 피할 곳이 없던 로드릭은 뱀의 아가리 속으로 침투했다.

침샘이 가득 고인 입안은 지독한 악취를 풍겨왔다.


뱀처럼 생긴 주제에 놈은 수많은 톱니 이빨을 가졌다.

로드릭은 재빨리 아가리 틈 사이로 칼을 끼워 넣었다.


까드득-


칼의 양 끝부분이 살짝 구부러지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것도 잠시.

결국 놈의 치아에 버티지 못한 칼이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

로드릭은 팔과 다리에 힘을 줘 아가리가 닫히려는 것을 막았다.

팽팽한 힘 대결이 이어졌다.

그는 이를 악물며 안간힘을 썼다.


키아악-!


인내심에 한계가 온 놈이 혓바닥을 채찍처럼 뻗어왔다.

식사를 방해하는 먹잇감의 허리를 휘감아 단숨에 집어삼키기 위해서.

로드릭은 윗니를 잡고 있던 한쪽 손을 떼 반쯤 부러진 롱소드를 사선으로 휘둘렀다.


크아악!


잘린 혓바닥이 바닥에 톡 하고 떨어졌다.

혀가 잘린 뱀 악마는 온몸을 뒤틀며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가리 틈에 낀 로드릭의 몸 또한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쿠웅-!


놈에게 반쯤 매달리던 로드릭이 벽에 던져졌다.

어찌나 세게 부딪힌 것인지, 벽에 거미줄처럼 금이 가며 돌무더기 무너져 내렸다.

쉭쉭 숨을 내쉬는 뱀의 입에선 침과 피가 뒤섞여 걸쭉하게 흘러내렸다.


“니, 니콜라스 주교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뱀 악마의 고개가 돌아갔다.

네 명의 인간이 보였다.

인간들은 다리를 덜덜 떨며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인간은 바지에 오줌을 지렸는지 지린내가 났다.


뱀 악마는 눈을 반달처럼 곱게 접었다.

이미 정체는 들통났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만찬을 즐기는 것뿐.

피부로 전해져오는 감각이 이곳에는 먹잇감이 풍족하다고 고하고 있었다.

니콜라스 주교라는 인간이 제물로 바치는 것보다 더욱 많은 인간이 여기에 존재했다.


“으악!”


하반신을 뜯긴 외눈의 성시가 룩스가 바닥에 철퍽하고 널브러졌다.

낮은 시야 사이로 바닥을 기며 점점 다가오는 뱀이 보였다.

룩스의 의식은 거기서 끊기고 말았다.


“룩스님!”

“사, 살려줘!”

“안돼!”


성기사들의 공포 가득한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피로 점칠된 굽은 곡선의 길이 만들어졌다.

입가에 피칠을 한 뱀은 기다란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갔다.

밑에도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먹잇감들이 가득했기에.


“통고의 성··· 저, 저게 뭐야?”

“괴물이다!”

“모두 도망쳐!”


죄를 고백하며 차례를 기다리던 순례자들도, 그들을 관리하거나 면죄부를 찍어주던 성직자들도.

커다란 뱀의 모습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쿵쿵쿵-


“문 좀 열어주시오!”


바깥에서 순례자들을 관리하던 마이한 사제가 의아함을 느꼈다.


“무슨 일이오? 고해성사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을 텐데.”

“빠, 빨리 문이나 열라고!”

“히익! 괴물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중간에 문을 하나 끼고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이한 사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정하라며 외쳤지만, 그럴수록 순례자들은 더욱 언성을 높여갔다.

욕을 퍼붓는 사람까지 등장하자 마이한 사제도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렸다.


‘우리가 팔고 있는 면죄부가 없으면 죄를 지어 감옥에 갈 놈들이······.’


마이한 사제는 이 무례한 순례자들을 내쫓고, 다시는 도시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할 예정이었다.

물론 그들이 지니고 있을 면죄부까지 회수하면서 말이다.


“으아악! 빠, 빨리!”

“알았으니 잠깐 기다리시오.”


마이한 사제는 느긋한 태도로 문지기들에게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낑낑거리며 문을 열던 문지기 하나가 커다란 꼬리에 휘감겨 반쯤 열린 문틈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미아한 사제는 두 눈을 비볐다.


“무슨······.”

“저건 뭐야!”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온 커다란 뱀이 태양빛을 맞으며 그 자태를 드러냈다.

그 뒤로는 유혈이 낭자하고 있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고해성사를 하던 순례자들처럼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뱀은 물 만난 고기처럼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한편, 로드릭은 부러진 칼에 몸을 지탱하며 돌무더기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문 밖에는 살육의 현장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놈을 얕봤군.’


놈의 육체는 강철처럼 단단했다.

평범한 칼로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을 딱딱한 비늘.

힘은 로드릭의 능력치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만약 그의 직업이 야만 전사였다면 압도적인 무력을 바탕으로 잡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체력과 근력 수치론 어림도 없었다.

신앙을 올릴수록 일정 수준 다른 능력치들을 보정하는 ‘성전사의 가호’

이 스킬로도 메꿀 수 없는 격차가 존재했다.


로드릭은 지하 구울들을 사냥하고 얻은 레벨업 포인트를 모조리 신앙 능력치에 투자했다.

그리곤 뱀 악마의 발자취를 좇아 계단을 내려갔다.

사방은 온통 피투성이.

주인 없는 팔다리가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계단을 내려온 로드릭은 마침내 통고의 성모 앞에 다다랐다.


[통고의 성모]

[스스로 죄인의 낙인을 몸에 새긴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심장에 일곱 개의 칼을 박은 성인이다. 그러나 짊어진 죄는 무겁고 홀로 감당하기 벅차기에 저주라는 형태로 뒤틀려버렸다. 신앙이 70 미만이면 기적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오.”


로드릭은 부러진 칼을 여신상의 가슴에 푹하고 찔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주르륵 핏물이 흘러나왔다.


[최소 요구치(신앙)을 달성했다.]

[통고의 성모가 허락한 기적이 그대를 맞이한다.]


칼이 박힌 틈 사이로 눈부신 빛줄기가 쏟아져 나와 로드릭을 휘감았다.

공간의 일그러짐과 함께 캄캄한 어둠 속에 눈을 뜬 로드릭.

공중에 둥둥 뜬 여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 개의 왕관을 층층으로 쌓아 올린 교황관.

붉은색의 긴 휘장으로 가슴과 치부를 가린 헐벗은 통고의 성모.

로드릭이 일으킨 기적으로 그녀는 저주에서 벗어난 것이다.


[나의 고통으로 얼룩진 심장에 숨결을 불어 넣은 기적의 존재여. 구원을 간절히 바라는 자들이 내 곁으로 오게 하소서.]


통고의 성모는 여덟 번째로 꽂은 칼을 서서히 뽑아냈다.

로드릭의 칼이었다.


[고행의 길을 걷는 고행자여, 나의 기적이 그대의 여정과 함께 하기를. 타락하여 구원에 목마른 어린 양들에게 안식을 내려주소서.]


부러진 칼이 새하얀 빛에 휩싸였다.

칼날은 기다랗게 자라났으며 흑색으로 물들었다.

칼자루 부분은 커다란 십자가 형태를 띠며 두텁게 변했다.

완연하게 장검의 자태를 갖춘 검은, 검이라는 카테고리에 집어넣기엔 너무 컸다.

로드릭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통고의 성모가 건네는 검을 두 손으로 받들었다.


[피 묻힌 손으로 무거운 죄를 떠안으려는 자여. 그 칼로 원죄를 행하소서.]


통고의 성모 머리 위로 환한 빛줄기가 내려앉았다.

그녀가 양팔을 벌려 휴거를 맞이했다.

로드릭은 성검 살루티스를 든 채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도신에는 검의 이름이 상형문자처럼 새겨져 있었다.

성검 ‘살루티스’가 기적의 힘에 이끌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핏자국을 따라 교단을 빠져나왔다.


반파되어가는 도시.

악마의 마수를 피해 허겁지겁 도망치는 사람들.

귓가에 파고드는 찢어질 듯한 죽음의 비명.

저 멀리 뱀 악마가 보였다.


“살- 루티스.”


로드릭이 시동어를 읊자 성검 ‘살루티스’가 반응해 왔다.

은은한 빛이 도신 전체를 감쌌다.

그 힘은 어둠 속성의 적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신성한 기운에 이끌린 뱀 악마가 살루티스를 든 로드릭을 돌아봤다.


[살루티스가 기적을 발휘한다.]

[악마들은 그 앞에서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리라.]


키사마앗-!


지금껏 살육의 만찬을 벌이던 뱀 악마는 꺼림직한 빛을 꺼뜨리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기어 왔다.

왠지 지금이라면 놈의 목을 자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로드릭은 확신했다.


“흐아압!”


악마 뱀이 똬리를 틀더니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로드릭도 그와 동시에 하늘 높이 도약하였다.

태양 밑으로 두 개의 그림자가 교차했다.


촤아악-


악마의 힘을 억제하는 성검 ‘살루티스’가 강철조차 튕겨내던 딱딱한 비늘을 완전히 찢어발겼다.

두 동강 난 뱀의 거대한 몸뚱이가 아래로 추락하며 먼지를 일으켰다.

그 연기 속에서 로드릭은 유유히 바닥에 착지했다.

그의 얼굴엔 가느다란 붉은 실선이 그어져 있었다.


[레벨이 상승했다.]


놈이 완전히 죽었다는 걸 알려주듯 알림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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