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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97 님의 서재입니다.

뇌 용량이 보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도97
작품등록일 :
2018.10.10 18:56
최근연재일 :
2018.10.19 20:02
연재수 :
9 회
조회수 :
916
추천수 :
51
글자수 :
46,645

작성
18.10.17 20:00
조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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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깨닳음 (1)

DUMMY

벌써 마지막 촬영이라니.

아쉽다.

오늘로써 아역들의 촬영 분량이 끝이다.

안재현은 저번의 바둑 사건 이후로 촬영장에서 조용히 지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째려보는 점만 제외하면 크케 문제되는 것도 없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저런 째려봄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며 안재현을 처다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시야를 차단한다.

메이크업을 해주시던 은영이 누나였다.


“재현이 쟤는 벌써부터 질투가 많으니 어떻하지···?”

그걸 본 혜경이 누나가 머리를 만지다 말고 중얼거렸다.


“얘는!”

은영이 누나가 혜경이 누나를 타박했다.

혜경이 누나는 내가 뭘 잘못했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투닥거림도 잠시 다시 말이 없어졌다.

두 사람 다 집중 할 땐 말이 없는 타입이다.


“자. 우리 용완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볼까요?”

오래지 않아 침묵이 깨졌다.

촬영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이다.


“너무 귀여워! 어떡해.”


붉게 칠해진 젓살에 두꺼운 옷을 입었다.

한 겨울에 노는 모습을 찍기 위한 것이다.

옷이 두꺼워서 움직임이 둔해졌다.

하는 수 없이 귀뚱귀뚱 걸더니 주변에서 귀엽다고 난리다.


“바지가 너무 두꺼운거 아냐? 촬영 때도 저렇게 움직이면 안되잖아.”

내 귀여움에 어느정도 내성이 있는 삼촌이 말했다.


“뭐 어때. 감독님이 뭐라하시면 그때 갈아입히면 되지.”

“귀여우면 됐지! 뭐 어때?”

혜경이 누나가 말했다.

저 누나 동공이 풀린 것 같다.


“혜경아 정신차려. 내가 감독님한테 여쭤보고 올게.”

“용완아, 그동안 누나랑 놀까? 뭐하고 놀까?”

무··· 무서워···


“용완이랑 같이 갔다 올거야. 넌 여기서 정신이나 차리고 있어.”

“그럼 나랑 용완이가”

“가자. 용완아.”

“응!”


빨리 저곳을 벗어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데로 빨리 뛰어 갔다.

땀이 조금 난 거 같다.


“저··· 감독님. 용완이 의상에 문제가 있어요.”

“음? 문제?”

“바지가 두꺼워서 그런지 용완이가 팽귄처럼 걷더라고요.”

“걷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얘 땀도 흘린다.”

“바지는 얇은 걸로 교체하겠습니다.”

“그래.”


조금 맺힌 거 같았던 땀이 구렛나루를 타고 주륵 흐른다.

메이크업 지워질까봐 함부러 건드리지는 못한다.

여름에 두꺼운 옷 입으려니 이런 점이 힘들다.


신체 반응은 연기로 조절 할 수 없는 문제다.


촬영하는 내내 우리들이 흘리는 땀이 발목을 잡았다.

쉬는 시간마다 선풍기 앞으로 모였다.

실외라 에어컨도 없어서 더 고생이다.

아까 실내 세트장에서는 에어컨이 없어서 몰랐던 고충이다.


“오케이. 컷!”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흘리는 땀을 닦으며 박수쳤다.


“다들 고생 많았어요. 애들이야 오늘 끝이지만 우린 아직 멀었다. 조금만 더 힘내자!”

““넵!””

우리들이 갈 채비를 하자 끝나는 분위기가 되었다.

감독님이 분위기를 다시 잡으려 한 소리 하셨다.

스텝들의 대답이 시원찮았는지 감독님이 입술을 달싹였다.


감독님보다 더 큰 목소리가 촬영장에 울려퍼졌다.


“감독님! 촬영 다시해야해요!”

오디오 감독님이었다.


“뭐?”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에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감독님의 반문에 오디오 감독님은 우물쭈물 하셨다.

설명해 줄 사람이 말을 안하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오디오가 꺼진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디오가 처음부터 맛이 간게 아닐 거 아냐?”

“그게···”

“어디부터 찍어야 하는데?”

“애들이 밖으로 나가는···”

“처음부터 간 거잖아! 왜 말 안했어?”

“촬영 중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다시 들으려니까 목소리가 없어졌습니다.”

“그게 말이 되!”


우리 모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촬영장으로 돌아왔다.

문제의 오디오 장치로 가보았다.

요즘 운이 좋더라니···

촬영을 다시해야 하는 건가?

어쩐지 운이 좋더라니···?


오디오 시스템에 연결이 되지 않은 곳이 있다.

줄이 서로 뒤엉켜서 위에서는 보이지 않을 듯 하다.

운이 좋다니까!


“감독님!”

의자에 앉아 좌절하고 계시는 감독임을 불렀다.

“감독님! 감독님! 오디오 감독님도 오세요!”

감독님 옆에서 우울해 하시던 오디오 감독님도 불렀다.


“이거 망가진 거 아니에요!”

계속 불러도 처다도 안보시던 감독님이 그제야 나를 봤다.


“망가진 게 아니라니?”

오디오 감독님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셨다.

숨 고를 세도 없이 나한테 물어보신다.


“여기 이걸 보면 저 선이 빠져서 안 됬나봐요.”

“어디?”

오디오 감독님이 바닥에 있는 흙먼지는 신경도 안쓰시고 엎드렸다.

그리고는 다급하게 손을 휘저으며 머리를 치우라 하신다.


“그늘져서 잘 안보여.”

“저것만 다시 끼우면 오디오 장치를 활성화할 수 있을 거에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디오 감독님이 일어나셨다.

밑을 확인하자 제대로 끼우셨다.


“드··· 들려요!”

헤드셋을 끼고 있던 스텝이 소리질렀다.


“우··· 우와아!”

오디오 감독님이 괴성을 내뿜었다.

나를 껴안으시고는 이리저리 흔들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힘이 넘치시는지 내 볼에 뽀뽀도 하신다.


앞이 보이지 않아···


“으윽!”

“하하하. 용완아. 니가 은인이다. 은인이야!”

목청 크신 오디오 감독님 때문에 귀가 다 먹먹했다.

방금 엄청 익숙한 소리가 들린 것 같은 데···?


[시스템이 활성 모드로 전환됩니다.]


“시스템이!”


너무 반가운 마음에 시스템을 외쳐버렸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 할 것 같다.

입을 막고 주변을 둘러보자 다들 흐뭇하게 바라봐준다.


“그래그래. 시스템이 다시 돌아간다. 오디오 시스템이.”

“연기도 천재더니 기계에도 볼 줄 알아?”

“살았다. 살았어. 이 더위에 또 껴입을 뻔 했네.”


다행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하기 보다 이 상황을 벗어났다는 것에 행복해 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시스템 창이 보였는데 여기서 이러고 싶지 않다.


“삼촌. 이제 집에 가도 되요?”

“하하하. 용완이 뭐 갖고 싶은 건 없고?”

“네. 괜찮아요.”

“그래. 오늘 고생 많았지? 나중에 회식할 때 부를게. 꼭 와야해!”


오디오 선 하나 찾은 걸로 영웅이 되었다.

이대로 계속 붙잡힐 수는 없는데···


“용완아. 가자!”

“네.”


먼저 가서 차를 빼겠다던 삼촌이 왔다.

누가 붙잡을 세라 후다닥 뛰어갔다.


“잘가!”

“촬영 한 건 두 뒤에 시작되는 거 잊지 말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모르는 삼촌은 어리둥절하다.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


시스템 활성 모드가 뭔지 알아보고 싶다.

저게 무슨 소리인지 안다면 내가 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텐데.


“···그래? 그럼 안전벨트 꼭 매고.”

“네.”

삼촌은 미심쩍어 했다.

지금은 그걸 설명 할 때가 아니다.


“시스템?”


[상태창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생각도 못했던 문구가 떴다.

상태창이라니!

그런 것도 있었단 말이야?


“당연하지!”

“··· 진짜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게 맞아?”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어요.”

“흐음···”


[상태창을 확인합니다.]



==================

[사용자] 이용완


[수준] 90


[경험치] 0.00%


[저장목록] ▼

<1차> 13~20 살

25~27 살


<2차> 2~3 살 (진행중)

[원하시는 삭제 구간이 있나요?]


[보유기술] ▼

(활성) 빠른 암기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암기


(활성) 한국어 구사

한국말에 대한 <자유로운> 듣기, 말하기가 가능


(활성) 한글 구사

한글에 대한 <적당한> 읽기, 쓰기가 가능

<자유로운> 구사까지 1821976자 남음


(활성) 수학

사칙연산과 중, 고등 수학이 가능


(활성) 연기

인물, 성격, 행동을 <적당히> 표현

<자유로운> 표현까지 35738 시간 남음


==================



게임처럼 체력이나 매력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저장 목록이랑 보유 기술이 뜬다.


눈에 띄는 문장이라고는 경험치 0.00% 뿐이다.

다른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다.

90이 되고 난 후 91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래도 0이라는 숫자는 기분 나쁘다.


기분이 엄청 나쁜 와중에 삼촌이랑 눈이 마주쳤다.

혼자서 좋아하다가 혼자서 기분 나빠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한다.


상태창에서 볼 것도 없는데 시야를 가린다.

닫고 싶은데 아까처럼 외치면 삼촌이 더 수상하게 볼 것 같다.


‘상태창 닫기.’


[상태창을 닫습니다.]


다행히 마음 속으로 생각해도 되는 듯 하다.


[주의]

[일정 나이마다 얻을 수 있는 경험치의 한계가 있습니다.]

[주의 사항은 임의로 알려드립니다.]


시스템 창이 활성화 되더니 주의 사항도 알려준다.

나이마다 얻을 수 있다는 경험치가 있다는 거라면 내년에 책을 읽으면 다시 저 숫자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저 나이의 기준이 뭘까?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건가?

아니면 해가 지나면 되는 건가?


어찌됐는 희망이 있다는 거 잖아.

내 생일도 1월에 있어서 반 년은 기다려야 된다는 것은 똑같다.


“흐흐흐.”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용완아. 정말 괜찮아?”

내 웃음에 삼촌은 이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린아이가 하기에는 수상쩍은 곳이 있는 웃음이었다.


“진짜. 괜찮아. 진짜야.”

“아무래도 안되겠다. 감독님한테 한 번 전화해 봐야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이참. 삼촌은 내 말 못 믿는 거에요?”


내 귀여움에는 면역이 생겼지만 아직 눈빛에는 괜찮겠지.

삼촌이 움찔했다.


“못··· 못 믿는 건 아닌데. 그래! 못 믿어!”

“쳇.”

벌써 눈빛에 익숙해 졌나.

지금까지 이 공격에 면역이 생긴 사람은 엄마, 아빠 뿐이었는데···

촬영하면서 삼촌과 너무 오래 있었다.


“쳇은 무슨 쳇이야. 가만 있어봐.”

<왜 무슨일이야?>


이 목소리는 혜경이 누나인데?


“어, 혜경아! 전화 가능해?”

<어 가능해. 무슨일인데?>

“그게 용완이랑 촬영장에서 무슨 일 있었어? 얘가 갑자기 이상해서.”

<아, 용완이? 우리 영웅님께 무슨 일이 생겼어?>

“···영웅?”

<우리들의 영웅! 용완이는 최고야! 혹시 이거 듣고 있니, 용완아? 안 들리면 민수야. 니가 대신 전해줘. 용완아. 누나가 사랑하는 거 알지?>

“뭐라는 거야. 알아듣게 설명해 봐.”

<그게···>

<이런 일이 있었다니까!>

“그게 다야?”

<그게 다인데? 왜?>

“그것 때문에 용완이한테 사랑한다고 한거야?”

<참나. 질투는.>

“질투라니! 나는 그 말 듣기 얼마나 힘들었는데!”


‘···’


커플이야?

언제부터?

저건 아무리 봐도 내 핑계로 통화하는 건데?


연애 못하는 꼬맹이는 살 수 있나!

커플 지옥이다!

망할.

시스템이나 더 확인해야지···


‘시스템.’

시스템 활성이 됐다면서 왜 대답이 없지?


‘···시스템!’

활성 됐어도 대답은 안해주는 거야?


‘···상태창.’


[상태창을 확인합니다.]


됐어···

다 나가주세요.

혼자 있고 싶으니까···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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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 걸음 (4) +4 18.10.16 95 7 12쪽
5 한 걸음 (3) 18.10.15 85 6 11쪽
4 한 걸음 (2) +2 18.10.14 102 6 12쪽
3 한 걸음 (1) +2 18.10.12 109 6 12쪽
2 아, 응애에요 18.10.11 115 5 11쪽
1 프롤로그 +2 18.10.10 19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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