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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97 님의 서재입니다.

뇌 용량이 보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도97
작품등록일 :
2018.10.10 18:56
최근연재일 :
2018.10.19 20:02
연재수 :
9 회
조회수 :
908
추천수 :
51
글자수 :
46,645

작성
18.10.19 20:02
조회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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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동생

DUMMY

일요일 오전,

내가 잠들고 있는 사이에 부모님은 부엌에 모였다.


“애가 너무 우울해 하네요.”

아빠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는 분에게 여쭤보니, 바쁜 사람이 갑자기 일을 안 하면 우울함이 몰려온다고 하네요. 보통은 퇴직한 직장인한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래요.”

어떤 증상인지 알아내신 엄마도 답답하신지 한숨을 쉬셨다.

그 한숨에도 답답증이 가시지 않았는지 냉수를 벌컥벌컥 드셨다.


“아이한테는 그냥 일을 하라고 했어야 했을까?”

아빠가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떨고 있는 다리가 그 불안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것도 안돼요. 아이가 힘들어하잖아요.”

엄마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리곤 이내 미간을 풀었다.

“아이 볼살이 빠질정도로 고생했잖아요. 우리 그 문제는 아이가 다 큰 다음에 생각해보도록 해요.”


“우리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게 있을까?”

“여보. 그게 무슨 소리에요.”

“대본도 하루 아침에 외웠다면서요. 영어도 일주일이면 할 수 있는 아이인데··· 우리보다 더 좋은 부모 밑에서 컸다면 더 크케 성장하지 않을까요?”


자식이 부모보다 똑똑하다고 느끼는 문제점이다.

만약 이용완이 우울해하지 않고 행복하게 성장했다면 부모님은 이런 말을 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용완은 우울해하고 있다.

그 때문에 부모님은 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용완의 고민은 사실 그리 큰 고민이 아닐 수도 있다.

집에 우환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라가 망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감도 잡지 못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어디에 써야하는 지 조차 모른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아무것도 안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보통 이러한 고민을 지금부터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학을 진학을 해야한다거나 직장에서 은퇴를 하지 않는다면 쉽게 하지 않을 생각이다.

5살 꼬마가 해야하는 고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용완은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비록 중간 기억을 지우긴 했어도 27살이라는 나이에 회귀를 한 5살이라는 것이다.

그냥 회귀를 한 것도 아니고 기역력이 뛰어난 아이가 되어 회귀를 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선에서 진실을 말하긴 했다.

진실이 마치 장난처럼 느껴지도록 연기를 섞어서 말이다.

그는 자신의 몸이 5살이지만 실제로는 5살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 5살 꼬마를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몸과 머리의 괴리감도 그의 우울함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여보. 우리는 잘 하고 있을 거에요. 지금 용완이에게 필요한 것은 취미를 찾게 해주는 거에요. 취미가 있으면 괜찮아질거라고 해요.”

엄마가 아빠를 달래며 말했다.

“이참에 자기도 일 좀 줄이고 용완이랑 취미 만들어요.”


“갑자기 줄이기엔 회사가···”

“당신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지만 용완이는 우울해 하잖아요. 제 일도 줄이고 있지만 용완이에게 엄마로는 부족한 거 같아요.”

“내가 용완이한테 도움이 될까?”

용완이의 우울함이 아빠에게까지 옮겨갔는지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다.


“처음 영어를 배울 때, 당신뿐만 아니라 용완이 표정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죠?”

엄마가 아빠에게 다가가 말했다.

“용완이가 이 큰 집에서 혼자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봐요.”


혼자 있을 그를 떠올렸다.

확실히 아이 혼자 집에 있기에는 집이 좀 크다.

고민하던 아빠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난 듯 눈을 번뜩였다.

“용완이가 외로워서 그랬다고? 그럼 아빠만으로 부족할텐데?”


아빠가 엄마에게 키스를 했다.

이 짧고 강력한 키스는 그의 생각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도록 했다.


“우리가 집에 다 있다면 뭐가 부족해요?”

“이 사람이 다 알면서 모른 척 하기는.”

“알기는 뭘 알아요?”

“갑시다. 용완이 동생 만들러.”

“어멋!”


역사는 밤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





이용완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일어났다.

그에게 지금 잠은 현실을 외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나든 잘 수 있는 최대로 잠을 잤다.


잠에서 깨고 난 뒤에는 한탄부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다시 살 수 있게되면서 머리가 좋아졌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낀다.

전생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영어를 일주일만에 뗐다.

집에서는 천재 소리를 하며 나를 치켜세워주신다.

덕분에 사촌 형들의 미운털이 조금 박힌 거 같다.


영어를 아무리 잘 할 수 있으면 뭐 할까.

그것을 어디에 써먹어야 하는 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 능력이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처럼 느껴진다.


인터넷을 통해 활용하려해도 아직 윈도우 xp도 깔리지 않는 컴퓨터다.

저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걸 배우려면 내가 저 컴퓨터를 일단 써야한다.

티비도 별로 좋게 보지 않는데 컴퓨터를 시켜줄 리 만무하다.


소설에서 보는 환생자들은 전부 인생 탄탄하게 잘 살던데, 나는 왜 이럴까.

이 따위 능력.

다시 태어 날 수 있다면, 그 힘으로 그냥 19살로 되게 해주지 그랬어.

어차피 그때 시작하나 지금 시작하나 다 똑같을 듯 한데!



급기야는 능력을 탓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태어남을 슬퍼하기 전에 그를 부르는 소리가 생겼다.


“용완아. 일어났니?”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일어났으면 나와서 밥 먹자.”

그는 이불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어보인다.

결국 억지로 일으켜 세워 방 밖으로 나갔다.


“빨리 와 앉아라. 국 다 식는다.”

아빠의 재촉에 식탁에 가 앉았다.

넘어가지도 않는 음식을 깨작거리고 있다.


“크흠”

갑자기 들리는 헛기침 소리에 놀라 숟가락을 놓쳤다.

음식으로 장난쳤다고 한 소리 들을 것만 같았다.


“용완아.”

“네. 아빠.”


‘나란 녀석은 나이가 몇인데 이런 걸로 혼날 준비를 할까?’

우울함이 지구 내핵을 뚫어 반대편까지 찍을 기세다.


“크흠. 아빠가 왕년에 그림 좀 그려봤는 데 말이다.”

“···?”


용완이는 그가 무슨 말을 꺼낼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혼을 내실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웬 그림 이야기일까?

심지어 아빠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사실은 전생에도 모르고 있었다.


“아빠랑 같이 그림 그려볼래?”

“그림?”

“당신 젊을 때 그림 그렸다고 했지? 잘됐네.”


밥 먹다 말고 생뚱맞게 나온 소리에 바로 이해가 되지 않고 있다.


“아빠 젊었을 때 미대 다니셨데.”

“아빠가?”

“그럼. 이 아빠가 왕년에 미대오빠였다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엄마가 아빠의 허리를 꼬집으며 말했다.


“윽! 하여튼 아빠가 저녁마다 그림 알려주마.”

“저녁마다? 어머, 잘됐네. 용완아. 이제 아빠 야근 안 하시나봐. 좋지?”


‘좋고 말고 할 것 없이, 이 대화 전혀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의 동공지진이 전혀 안 보이는 듯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나간다.


“아빠 그림 잘 그린다.”

“맞아맞아. 당신 연애할 때 그려준 그림이 있을텐데.”

“그게 아직도 있어?”


“당연하죠. 가만 있어봐. 앨범이랑 같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엄마가 일어날 시늉을 하자, 아빠가 말린다.

“에헤이. 내가 뭐 보고 싶다고 했나? 밥 먹고 해요. 밥 먹고.”

“그럴까요? 용완이 아직도 밥 많이 남았네. 그만 먹을거야?”

아빠가 말씀하신 밥은 엄마 밥일텐데, 엄마는 내 밥을 걱정해 주신다.


“아 아뇨. 밥 먹을 거에요.”

얼떨결에 밥을 먹겠다고 했다.

한 술 크게 떠서 재빨리 삼켰다.

입맛은 없지만 상황파악을 위해선 일단 밥을 다 먹어야 할 듯 싶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밥을 해치웠다.

기다려 주신 아빠는 나를 번쩍 들어 올려 서재로 향했다.

서재에 도착하니 먼저 와서 찾고 계시던 엄마가 보였다.


“이것 좀 봐봐요.”

엄마가 그림 대신 다른 것을 찾으신 듯 하다.


“용완이 어렸을 때에요.”

“하핫. 그거 보고 있었어?”

“이때 정말 작았는데··· 언제 이렇게 컸지?”

“그러게. 쪼그만 게 언제 크나 했더니 벌써 이만큼 컸네.”


갑자기 분위기 앨범이다.

‘··· 그림 보여주신다면서요?’


“용완아. 이것 봐. 누군지 알겠어?”

엄마가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물었다..

“어렸을 때 저라면서요.”

나는 멀뚱멀뚱 있다가 답했다.


“용완이가 날 닮아서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거야.”

“날 닮아서 이쁜거에요. 누가 봐도 전지연 아들이네요.”

“외모 말고, 머리가 날 닮았다니까.”

“무슨 소리에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날 쏙 빼닮았지.”

엄마가 내 볼에 뽀뽀를 하고 말했다.

아빠가 질 수 없다는 듯이 더 진하게 뽀뽀를 했다.

얼굴이 찌부되는 것 같다.


‘부부싸움을 내 볼에서 하지 마요.’

차마 마음속의 말은 하지 못하고 버둥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다음에는 날 닮은 아이로 해요.”

아빠가 내 코를 깨물고는 말했다.

이번엔 눈물이 찔끔 나올만큼 아팠다.


“어머. 애 앞에서 못하는 말도 없어.”

내 눈물이 보이지 않는지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못할 말이 뭐가 있다고.”

아빠가 내 눈물을 격하게 닦아주며 말했다.

보통은 옷으로 얼굴을 닦을텐데 투박한 아빠의 손은 옷에 얼굴을 문질렀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읍! 읍!”

아빠의 살 때문에 비명소리가 막혀서 났다.

내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두 분 다 아무 말이 없었다.


아침, 아니 점심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도대체 내가 자고 있을 때 뭘 하고 계셨던 거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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