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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97 님의 서재입니다.

뇌 용량이 보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도97
작품등록일 :
2018.10.10 18:56
최근연재일 :
2018.10.19 20:02
연재수 :
9 회
조회수 :
915
추천수 :
51
글자수 :
46,645

작성
18.10.15 20:01
조회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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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한 걸음 (3)

DUMMY

첫 촬영이 있는 날이다.

눈을 뜨자마자 이불 정리를 했다.


“일찍 일어났네? 10분 있다 깨우려고 했는데.”

“오늘 첫 촬영이 있다면서요. 빨리 가고 싶어서요.”

“준비 다 한거 맞아? 지금 바로 가도 되지?”

“네.”


오늘은 전과는 다르게 엄마의 매니저도 함께 움직였다.

엄마의 스케줄이 따로 생기는 바람에 앞으로 있을 촬영은 매니저 삼촌이 함께 하기로 했다.


“오늘까지 엄마랑 같이 다니는 거고 다음부터는 삼촌이랑 같이 다니는 거야. 괜찮지?”

“괜찮다니깐요. 저 벌써 다섯 살이에요. 다 컸어요.”

“불안한데. 그냥 엄마가 스케줄 취소하고 싶다.”

엄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매니저 삼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누님! 안돼요. 이건 벌써 중국에 판권까지 팔 준비 마친 작품이에요. 대박 작품이라니깐요. 이거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에요.”

매니저 삼촌이 엄청 다급한 목소리를 했다.


“알았어요. 아들 혼자 보내려니깐 불안해서 그랬지.”

“괜찮아요! 엄마. 삼촌이랑 잘 있을 수 있다니깐! 오늘 엄마는 구경만 하고 있으면 되!”

이대로 가다가는 최소 한 시간이 지난다.

전에는 매니저 삼촌만 믿고 가만히 있었다가 두 시간까지 들은 적도 있다.

그냥 이쯤에서 내가 말려야 한다.


“정 그렇게 불안하면 오늘부터 나랑 삼촌이랑 다닐게. 엄마는 마음 푹 놓고 쉬고 있어.”

“얘는 엄마 서운하게. 벌써부터 엄마랑 따로 떨어지고 싶은 거야?”

“그런 거 아닌 거 알잖아. 내가 엄마 사랑하는 거 알지?”

“엄마도 용완이 사랑해요.”


전부터 그러시더니 배우와 엄마의 간극 때문에 생각이 많으신 거 같다.

앞으로 내 재능을 발휘하려면 이런 일이 많을 테니, 엄마한테는 내가 사랑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만이 최선이다.

엄마랑 대화하는 사이에 벌써 촬영장에 도착했다.


1988년대 골목을 재현한 세트장이 신기하다.

주택이 좌우로 늘어져 있고 그 골목 한 가운데에는 평상이 위치해 있다.

촬영 장비만 없었어도 실제 사람 사는 집이라고 착각할 것만 같았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지연씨는 오늘도 일찍 도착 하셨군요. 이거 아드님이 피곤해 하지 않으실까 걱정되네요.”

“그러진 않을 거 같아요. 용완이가 절 닮았는 지 저보다 먼저 나갈 준비를 끝냈더라구요.”

“용완이가 정말 천상 배우인가 봅니다.”

“그래도··· 앞 날은 모르는 거 잖아요. 저 때문에 한 길만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렇게 재능도 있고 노력하는 애를?”


감독님이 나를 가르키며 말씀하셨다.

다들 첫 촬영이라 떨렸는지 대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아역이 나오는 부분을 촬영하는 것이라 동일이 형은 오지 않았다.

같이 놀 사람이 없으니 인사를 마치고 다른 친구들과 대사를 맞추고 있었다.


“용완이 말고 다른 애들도 연습하잖아요. 제 앞이라고 계속 용완이만 칭찬하시는 데···”

“지연씨. 어디 내가 그럴 사람인가요? 자세히 보세요.”


그렇다.

다른 친구들은 손에서 대본을 떼지 못하고 있다.

대사 한 마디 하고 대본을 다시 읽는 애도 있다.

그에 반해 나는 손에 대본을 들고 있지 않다.


한 번만 봐도 다 외울 수 있으니 대본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본을 외웠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 뒤부터 문제는 연기인데, 그건 나한테 전혀 걱정거리가 아니다.


지금 내가 맡은 역할이 어린 아이이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 연기라고는 지난 3년 동안 계속 해왔던 것이다.

물론 그게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책을 읽을 수 있을 때부터 두뇌 성장이 빠르더니 지금은 성인 평균 숫자만큼 성장했다.


[90, 이용완]


지금까지 주변에서 어색함을 느낀 사람이 없으니 어린 아이 연기만큼은 누워서 떡 먹는 것 만큼이나 쉬운 것이다.

그런 내가 계속 반복해서 같은 장면을 연기하려니 지루해서 감독님과 엄마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흐음··· 제가 오히려 용완이 앞길을 막고 있던 걸까요?”

“아니죠.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연씨 없었으면 용완이가 이번 역할을 받을 수는 없었겠죠. 다 지연씨 덕분 인거죠. 그냥 앞으로 하고 싶은데로 하게 해두세요.”

“그럴까요? 이번 촬영이 끝나면 용완이한테 물어봐야겠네요.”

“용완이가 이 길로 온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배역 걱정은 안 해도 되겠죠.”


‘맞아요! 감독님! 계속 말해주세요. 저는 이 길로 가고 싶어요!’

감독님이 엄마를 잘 설득해 주셨으면 좋겠다.


“자, 다들 모였으면 촬영 준비 합시다!”

“넵!”


“우리 아역들도 힘내고! 너희들은 이번 주만 고생 좀 하자!”

“네에.”


드디어 기대하던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찍으려는 장면은 우리가 뛰노는 장면이다.

이 씬에서 우리가 할 일이라고는 즐겁게 놀면 된다.

따로 주어진 대사도 없다.

나중에 따로 나래이션이 입혀지기 때문이다.

첫 촬영의 긴장을 노는 장면을 통해 풀려는 감독님의 노련함이 보인다.


그 뒤의 장면들은 전부 순탄하게 끝나갔다.

주둥이 함부로 놀려서 싸움을 만들 것 같은 안재현도 의외로 얌전했다.

어쩌면 그럴 정신도 없었을 수도 있다.


“컷! NG 한 번만 다시 가자. 재현아. 넌 정환이를 연기해야 하는 거야. 정환이가 그렇게 질투가 많지는 않아. 눈에 화를 좀 풀자.”

“···네.”

“괜찮아. 잘 하고 있으니까 너무 기죽지는 말고.”


다들 조금씩 NG를 내도 나는 한번도 그렇지 않고 촬영이 끝이 났다.

뇌 용량이 늘어서 확실히 좋은 점이 많다.

원래라면 스처지나갈 수 있는 것이 머릿속에 남아서 맴돌았다.

남들은 필요 이상으로 기억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옆에서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의 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맴도는 장면을 곱씹어 보면 오랫동안 연기를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노련함이 보인다.

그럼 그 노하우만 취하고 그 장면은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는 것이다.


촬영장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그 노하우가 쌓이게 되고 그 노하우를 나의 것으로 만들면 끝이다.


“촬영 끝났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촬영을 했지만 노하우를 쌓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촬영이 끝났다는 소리가 아쉽기만 하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촬영장 주위를 맴돌자 장미란 선배님이 나에게 오셨다.


“아이고. 태경아. 어쩜 연기를 그렇게 잘하니? 너희 엄마가 족집게 강의라도 해준거야?”

“아니요... 오히려 엄마는 하나도 안 알려줘요. 너무 어렸을 때부터 꿈을 정하는 건 안좋다면서요···”

“그럼 이게 처음하는 연기라는 게 참말이야?”

“네.”

“부럽네. 부러워. 연기천재가 태어났네.”

“헤헤. 감사합니다.”

“그래. 엄마 기다리신다. 어서 가봐.”

“네.”


촬영장 내내 뚫어져라 분석한 보람이 있다.

사실 분석하는 것도 한번에 여러 사람을 동시에 할 수는 없어서 특정 사람을 중점으로 연기를 분석하게 되었다.

그 분이 바로 성근일 선배님과 장미란 선배님이었다.

장미란 선배님을 가장 열심히 분석했기에 더 뿌듯하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인정받는 기분이다.


“흥. 야 바보야.”

“!”


날아갈 듯한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런 기분 나쁜 말투를 보아하니 누군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바둑도 못 두는 바보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칭찬받는 것도 오늘로 끝이라 이거야. 너 내일부터는 바둑 잘 둬야 하는 데 넌 바둑 아얘 모르잖아. 흰 돌이랑 검은 돌이랑 붙는다는 건 알아?”

“그렇게 시비 걸 시간 있으면 눈에 힘푸는 연습이나 하고 있지 그래?”

“··· 오늘 감독님한테 혼난 건 내가 생각한 정환이랑 감독님이 생각한 정환이가 달라서 그런거야. 난 내일부터 이런 NG 같은 거 없다고!”

“뭐래. 왜 시비 거는 거야?”

“시비 건 적 없어! 이 바보야!”

“근데 나한테 화내는 건 뭐야.”

“난 화나지 않았어! 그냥 니가 싫은 거야!”


쟤는 저번 생에도 그러더니 이번 생에서 왜 또 이럴까···

머리 위에 떠 있는 87이란 숫자를 보면 좋은 머리로 태어났다.

좋은 머리로 태어나면 뭐할까?

하는 행동은 자기보다 못하는 사람한테 시비걸고, 잘하는 사람은 시기 질투하는 꼴이 썩 좋진 않다.

딱히 성악설 같은 걸 믿고 있진 않았는데 안재현 쟤를 보면 사람이 악하게 태어난 다는 게 딱히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전에는 내 인생 한탄에 바빠서 제대로 대응을 못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앞으로 내 인생 탄탄대로나 다름없다.

그런 마음에서 나오는 여유는 생각을 변화 시켰다.


내 자존감 빵빵하다 이거야.


이젠 주먹부터 나가는 내가 아니라 말로 후두려 팬다 이거야.


“네가 날 안 좋아해도 상관 없어. 모든 사람이 괜찮은 취향을 가진 건 아니니까.”

“니가 싫다니깐 그게 무슨 헛소리야?”

“그게 무슨 소리긴. 날 어떻게 싫어할 수 있어? 니 취향 무진장 구리다는 뜻이다.”

“이게 쪼그만게 까불어?”

“화내는 거야?”

“닥쳐! 이 바보야!”

진짜 바보는 너야.

조용히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큰소리가 나면 신경쓰는 어른들이 있기 마련이야.


“용완아, 무슨 일 있어?”

그리고 그 어른은 날 주시하고 있던 매니저 삼촌이다.

삼촌이 내 편일 확률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아무것도 아니야. 형아가 나중에 바둑 알려준데.”

“바둑?”

“응! 내가 최태경을 연기하니깐. 바둑 두는 법을 알려준데.”

“···그래?”

삼촌은 미심쩍은 표정이다.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도 삼촌이 의심을 풀지 못하는 건 안재현 얼굴 때문이다.

누가봐도 나 분해요 하는 표정이다.

그러면 뭐하나.


“응! 형아 다음에 봐.”

“···”


최대한 무해한 표정을 짓고 안재현을 봤다.

여기서 화를 내면 일이 커진다.

일이 커진다 해도 내가 잘못 한 것은 하나 없다.

안재현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한 마디도 못한다.


내가 예전의 그 이용완이 아니라 이거야.

난 이제 걱정 같은 거 안해.

내 미래는 성공으로 갈 수 밖에 없어.

너 같은 애들은 모르는 삶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삶 말이다.


다시 태어나서 사는 삶은 다르다.

책을 읽으면 읽는 대로 외워지고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한다.

하루하루 달라진다.

이렇게 성장하는 게 보이는 데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자기 직전까지 책을 읽었다.

나중에는 동화책만으로 알림창이 뜨지 않아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 양을 짐작해 보자면 야구 경기장을 가득 채우다 못해 관중석까지 넘칠 것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전생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노력하는 것 뿐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노력하는 만큼 성장하는 사람이라 이거다.


“내일··· 두고봐···”


저 말 지난 주에 들은 거 같은데.

너는 성장하지 못했구나?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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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 걸음 (2) +2 18.10.14 102 6 12쪽
3 한 걸음 (1) +2 18.10.12 10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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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 18.10.10 19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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