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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97 님의 서재입니다.

뇌 용량이 보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도97
작품등록일 :
2018.10.10 18:56
최근연재일 :
2018.10.19 20:02
연재수 :
9 회
조회수 :
913
추천수 :
51
글자수 :
46,645

작성
18.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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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깨닳음 (2)

DUMMY

단풍의 계절 가을이 됐다.

미래에는 이런 가을이 없어진 거 같았다.

더위가 가자마자 추워서 전기장판을 틀어야했다.

선선한 날씨를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지.


지난 두 달은 폭풍처럼 지나갔다.

3년 동안 했던 일 보다 두 달동안 했던 일이 더 많았다.


드라마를 다 찍은 후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촬영 마지막 날 다 같이 하는 회식도 참가했다.

같이 술잔을 들지 못해서 아쉽지만 사이다로 만족했다.


내가 자야할 시간이 되어서 자리를 뜨려할 때 감독님의 말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드라마 전에 오디션 봤던 영화가 내일부터 촬영한다는 것이다.

까먹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받아 본 대본 속의 분량이 드라마에 비해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카메오였다.

드라마보다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다 착각이었다.

카메오도 할 일이 많았다.

제일 큰 문제는 특수분장이 필요한 영화라는 것이다.

얼굴에 분장 하는 것만 하루 종일 걸렸다.

이 분장 때문에 드라마보다 더 오랜기간 촬영해야 했다.


가장 허무했던 날은 분장 다 했는데 날씨가 안 따라 준 날이다.

결국 그날 촬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날씨는 영화 촬영 내내 좋지 않았다.

비가 안 온다고 해서 촬영지에 가면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또 비가 온다고 한 날에는 촬영지만 해가 쨍쨍했다.


날씨가 계속 안 따라주자 밤샘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날까지 밤을 새지 않은 날이 없었다.

문제의 마지막 날은 비는 안 불었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특수분장이 바람에 휘날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새벽이 다 돼서야 바람이 사그라졌다.

동이 트기 전에 촬영을 끝내야 해서 순식간에 촬영이 끝났다.


“분장 때문에 힘들지? 원래라면 일주일도 전에 끝났어야 했는데··· 내가 많이 부족해서 날씨가 안 따라줘.”

촬영이 끝난 마지막 날이 되자 감독님이 사과를 했다.


“됐어요. 그게 감독님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감독님이 고생이죠. 저희야 이렇게 끝나지만···”

“에휴···”

감독님의 한숨을 뒤로 하고 집으로 갔다.


온몸에 힘이 빠져서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었다.

차에 탄 것까지 기억이 났다.

눈을 떠보니 삼촌 품에 안겨 집으로 가고 있었다.


지난 두 달이 폭풍처럼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 이유는 다 이러한 사정 때문이었다.

촬영 때문에 뒤바뀐 밤낮을 되돌리기위해 너무 힘들었다.


쉬는 시간마다 쪽잠자는 습관이 들었다.

이 습관 때문에 겨우 밤에 잠을 잔다해도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유치원도 못가고 낮에는 잠자는 데 시간을 보냈다.


하여튼 촬영장에서 깊게 잠들지 못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스텝들은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얘기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 소문 중에 하나가 안재현이다.


안재현의 엄마는 저번 드라마에서 감독님 눈 밖으로 단단히 난듯하다.

원래 좋게 나지도 않은 소문에 못을 박은 것이다.

이 구역이 넓지 않아서 안재현은 앞으로 아역 배우로 성장하기 힘들 것이다


안재현이 미래에 계속 연예인을 못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니.

쌤통이다.


인성 때문에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면서 그렇게 잘난척은.

나중에 공무원 시험 준비할 때 놀리러 가야겠다.

갈 곳은 뻔하다.

밤마다 술집 가 있는 놈이니까.


아.

이럴 때가 아니다.

광고 보느라 쓸데 없는 곳까지 생각이 튀었다.


오늘은 드디어 내 인생 첫 드라마가 방영하는 날이다.

오프닝이 끝나고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내 얼굴이 보였다.

엄마를 닮아서 잘 생겼다.


과거의 난 관리를 안해서 살이 찌고 키도 잘 안 컸다.

살이 쪄서 느낀 점은 외모도 하나의 재능이라는 것이다.

무시당하고 뒤에서 손가락질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가꿔야지.


“언제 시작했데?”

지인에게 전화를 돌리던 아빠가 들어오셨다.

아들의 첫 드라마가 퍽 자랑스러우신가보다.


“시작한 지 얼마 안됐어. 당신도 전화 그만하고 이리와서 봐.”

“누구 닮았는 지 화면 참 안 받아.”

“오자마자 무슨 소리에요. 어서 앉기나 해요.”

엄마가 사과를 깎던 손을 멈추고 손짓했다.


“당신도 그렇고 우리 아들도 그렇고 테레비보다 실물이 훨 낫다는 거지.”

아빠가 능글맞게 답했다.

“실없긴.”

아빠의 아부가 싫지 않으셨나보다.

엄마가 제일 큰 사과를 아빠에게 물려주셨다.

그리곤 이내 드라마에 집중하셨다.


드라마는 재미있었다.

벌써 네 번째 시리즈가 나온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소품 하나하나 다 신경 쓴 것이 보인다.

지금과 다른 제품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흐음···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가 아직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게 있다면 반응 보는 재미도 있을 거 같은데.


“이렇게 보니까 그새 더 큰 거 같기도 하다?”

아빠가 중얼거렸다.

힘든 일이 생겨서 젓살이 조금 빠졌다.

그것 때문에 차이가 더 생겼다.


아빠는 드라마에 집중하지 못하셨다.

티비에 내 얼굴이 나올 때마다 비교하느라 바쁘셨다.


드라마가 끝나자 아빠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셨다.


왜지?

드라마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걸까?

그렇게 문제는 없어 보였는데?


“그, 용완아.”

“···왜요?”

아빠 때문에 덩달아 엄마도 진지한 표정이다.

전혀 짐작가지 않는다.


“연기가 정말 하고싶니?”

“···?”


뭐지.

내가 그렇게 심각하게 발연기였나?

주변에서 재능 있어 보인다고 한 건 그냥 하는 말이었나.


“그게 아니라. 이렇게 보니까 눈에 확 띄어서 그래. 아빠는 용완이가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몸 상해가면서 연기하는 거 보고싶지 않구나.”

“그래그래. 용완이 좋아하는 거 막는 거 엄마는 싫은데. 지금은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좋겠어.”


“아···”

저런 얘기였어?


그런 거라면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을텐데.

나는 앞으로 내 외모관리 확실하게 하면서 클 것이다.


“안 힘들게 하면 되잖아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일을 해야한다.

지금이야 나처럼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애들이 없지만 나중에 크면 다 똑 같은 사람이 된다.

내가 나중에 커서 시작하려고 하면 이미 늦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경력을 쌓아야 한다.


“···지금도 힘들어서 유치원에서 꾸벅꾸벅 존다면서?”

“그건···”

유치원에서 배우는 게 유치해서 그래요.

거기서 배울 거라곤 없고, 친구라고 해도 말도 제대로 안 통한다.

만날 소꿉놀이를 한다.

소꿉놀이 지겹다.

그만하고 싶다.


그러던 중 촬영을 핑계삼아 유치원도 빠지다가 다시 다니니 죽을 맛이다.

듣기 싫은 데 잠이라도 자는 것이다.

이런 걸 말씀 드려야 할까?


“그 일이 편하게 하고 싶다고 편히 할 수 없는 거 알잖아. 원해서 밤새 촬영하는 것도 아니었잖아? 정 그렇게 연기하고 싶으면 좀 더 커서 하는 건 어떠니?”

“그치만···”


지금 무슨 말을 하기 좋은 타이밍은 아닌 듯 하다.

다음에 다른 때에 말씀 드려야 겠다.

하아···

지금은 어리다고 못하게 하시고, 나중에 나이 들면 평범해 질텐데···


“알겠어요···”

“그래. 우리 밤 새서 하는 거 말고 다른 거 찾아 볼 까? 책 읽는 거 좋아했잖아. 사고 싶은 책은 있니?”


책을 읽는 이유가 뇌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올 해 아무리 읽어 봤자 뇌 용량은 늘지 않는다.

내년부터 읽는 거면 모를까 올 해에 읽는 것은 손해다.


“책은 내년부터 사주셔도 되요. 집에 책 많잖아요.”


음, 이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갑자기 부모님이 짠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신다.

아닙니다.

지금 생각하고 계신 거 그거 아닙니다.


“용완아. 그럼 영어 배울까?”

“···영어요?”

아니, 갑자기 무슨 영어인가요?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그리고 또 무슨 영어 공부를 사탕 주듯이 말씀하시나요.

공부가 상도 아닌데요···


“그래. 영어 배우면 영어로 된 책 읽을 수 있어.”

“영어 배우는 게 연기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걸?”


엄마, 아빠···.

두 분이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저도 영어가 뭔지 압니다.

영어로 약 파시지 마시죠.


“용완이가 영어로 된 책은 한 번도 안 읽어 봤구나.”

“영어로 된 책은 한글로 된 책이랑 또 다를걸?”


저 그렇게 책벌레 아닙니다.

원래 책 안 좋아합니다.

대학 때도 전공 책 아니면 안 봤습니다.


“그럼 아빠가 내일 영어 알려줄거야.”

“···내가?”

아빠가 놀라서 펄쩍 뛰셨다.

아빠도 영어 딱히 안 좋아하시잖아요.

그러시면서 왜 저한테···


“내일 주말이잖아요. 알파벳 정도만 알려주세요.”

엄마가 이를 악물고 아빠한테 속삭였다.


··· 다 들린다.

이 넓은 집에 셋 밖에 없어서 옷깃 스치는 소리도 크게 울리잖아요.

아무리 속삭여도 이 집에선 안 통해요.


“자, 왕자님 어서 들어가서 주무시죠. 벌써 10시가 넘었어요.”

“···여보?”

“아 맞다! 치카치카를 안 했구나. 엄마 정신 좀 봐.”

“···엄마?”


갑자기 이렇게 정신없게 하기 있나요?

저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 됐습니다.

대화에 쉬는 시간이 필요해요.


“호호. 오랜만에 부자끼리 씻고 오세요.”

“여보!” “엄마!”


당황해 하는 두 부자를 화장실로 들이 밀고서는 엄마는 유유히 빠져나왔다.

두 눈만 껌뻑껌뻑 뜨다가 아빠랑 눈이 마주쳤다.


어···

일단은 씻기는 해야겠지?


“크흠. 욕조에 물 받아 놓고 있을 테니깐. 먼저 옷 벗고 있어.”

아빠도 나와 같은 생각이셨다.

근엄한 척 말하셨다.

이미 나랑 같이 당황한 거 들키셨는데요?


“네에.”


‘뭐, 내가 넘어가 줘야지.‘

어깨가 으쓱했다.


이렇게 같이 목욕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그동안은 아빠가 나를 씻기느라 바쁘셨는데, 지난 2 년이 스쳐지나간다.


이제 아빠 등을 밀어드릴 수 있을 수 있다.

아니다.

아직은 무리다.


아빠가 살집이 있으셔서 등이 넓다.

아직 내가 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힘들어?”

이런 내 생각이 들켰는 지 아빠가 내게 물었다.

“아니야. 안 힘들어.”

힘들어도 아빠 등은 다 밀어드려야지.


“용완아.”

“응?”

“아빠는 용완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음?”


지금 기대라는 건가?

아빠는 아들보고 안아달라는 말이 그렇게 쑥스러우신 가.

뭘 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씀하시고 있어.


“이렇게?”

“하하. 그래 이렇게. 힘들다고 말하기 힘들면, 이렇게 아빠한테 기대.”

“히히.”

“용완이도 때 보자. 얼마나 나오나. 아이구 이걸로 국수해도 되겠다.”

“치. 아빠 등에 있는 때가 나한테 묻은 거야. 내꺼 아니야.”

“그런거였어?”

“응. 그런거야.”


아빠랑 이리저리 장난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손 발이 다 불어서 쪼글쪼글 해졌다.


따뜻한 물에 몸을 불리니 온몸이 노곤노곤해졌다.

몸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따뜻해진 거 같다.

잠이 슬금슬금 오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뒤척임도 없이 푹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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