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도97 님의 서재입니다.

뇌 용량이 보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도97
작품등록일 :
2018.10.10 18:56
최근연재일 :
2018.10.19 20:02
연재수 :
9 회
조회수 :
914
추천수 :
51
글자수 :
46,645

작성
18.10.14 20:00
조회
101
추천
6
글자
12쪽

한 걸음 (2)

DUMMY

“빨리 왔네.”

대본 리딩을 하러 들어가자마자 감독님이 반겨주셨다.

감독님의 말씀과는 다르게 벌써 도착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지연씨! 여기에요.”

엄마를 반갑게 맞이하는 소리가 들린다.

티비에서 본 적 없는 얼굴이다.

“은작가님, 일찍 오셨네요.”


아, 이 분이 작가님인가보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용완입니다.”

“안녕. 너가 태경이 아역이구나. 잘생겼네.”

“감사합니다.”


나와는 간단한 인사 정도로 끝났다.

그리고는 엄마와 수다가 시작되었다.

언제 끝나나 기다리다가 구석에서 대기 중이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강동일 형이었다.


“동일이형!”

“아기야. 안녕?”

동일이 형도 심심했는지 반갑게 인사해준다.


“형아도 여기서 연기해요?”

“형아도? 아기는 여기서 무슨 연기 하는데?”

“아기 말고 용완이라고 해주세요. 저는 여기서 태경이 아역을 해요.”

“용완이가 태경이 아역이라고? 하하.”


이 형이 갑자기 왜 이러지?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지?”

뭐가?

“형이 태경이야.”


“우와.”


강동일은 첫 드라마부터 떠서 승승장구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 강동일 아역이라면 단순한 역할을 맞은 거 같지 않다.


“나는 잘생겼고, 너는 귀여워서 이렇게 뽑혔나보다.”

눈을 뗄 수 없다.

이게 바로 천상계의 잘생김인가보다.

얼굴만으로 사람 꼬실 수 있다는 게 이런건가.

부럽다.

나도 저런 얼굴 가져보고 싶다.


“안녕하세요!”

저쪽에서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덕분에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용완이 친구들이 왔네. 가서 같이 놀고 있어.”

“형아도 가서 어른들이랑 같이 놀고 있어.”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최대한 시선을 피했다.

나는 여자를 좋아해!

저 형은 여기서 왜 어린애를 꼬시는 표정이야.


“하핫. 그래. 어디 나가진 말고.”

“네.”


형이 다시 붙잡을까봐 후다닥 달려갔다.


후우. 나의 무언가가 위협당할 뻔 했다.


가까이 가면서 무언가가 이상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아역인데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87, 안재현]

머리 위에 떠있는 이름이 익숙하다.

··· 안재현이라고?

얼굴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전생의 어느 싸가지랑 참 닮았는데···


“안녕.”

내가 인사를 머뭇거리고 있으니 먼저 반겨주었다.


세상에 동명이인이 얼마나 많은데, 설마 아니겠지.


“안녕?”

“난 안재현이야. 너는?”

“나는 이용완이야.”

“몇 살인데?”

“다섯 살.”

생일이 빨라서 삼 년만에 다섯 살이 되었지.

내가 바로 족보브레이커다.


“그래? 나는 일곱 살이야. 형이라고 해.”

“···재현형?”


아, 설마 진짜 안재현 걔였어?

걔가 어렸을 때 연예인을 했다고?

어렸을 때 유명했다는 게 이런 얘기 였어?


“말도 안돼!”

“내가 두 살 형니까 그런거야. 형아라고 해.”


연예인 했으면 계속 하지.

굳이 공무원 시험까지 쳐가면서 날 괴롭힌거야.

이번 생에서는 왜 또 여기서 만나는 거야.


“너 전에 연기 해 본적 있어? 없으면 내가 선배님이야. 형아라고 하기 싫으면 선배님이라고 해도 되.”



약간 으스대는 것 같다?

말투는 싸가지 없는 거 같고.

선배님 타령 하는 거 보니 벌써부터 꼰대 기질이 다분하다.


내 기분이 나쁜 걸 보니 진짜 안재현이 맞다.


“너는?”

“나는 태경이야.”

“그래? 그럼 너 바둑 둘 줄 알아?”

“바둑?”

“응. 태경이는 어렸을 때부터 바둑 잘한다고 하잖아. 그럼 너도 바둑 잘해야지.”


그럼 의사 연기하려면 의사해야하고, 살인자로 나오면 사람 죽여봐야하는 거냐?

저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야.

다른 데로 가야겠다.


“응? 바둑 잘하냐고.”

“몰라.”

저리가라. 난 다른 곳으로 갈 터이니.


“모르면 형이 가르쳐 줄 수 있는데. 형아 바둑 잘해.”

“필요 없어. 바둑 못해도 연기는 할 수 있어.”

“연기 하려면 바둑이 뭔지는 알아야지. 너 바보야?”


싸가지 없게 느껴진 건 기분 탓이 아닌 걸로.

얘는 어릴 때부터 싹수가 노랗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싸움나기 전에 다른 데로 가야지.


“어디가?”


얘는 뭔데 이렇게 쫒아오는거야.

너 피해서 다른 데로 간다.


지금 마침 엄마 대화가 끝나가는 거 같으니 그리로 갈까?


“어? 전지연 선배님한테 가려고?”


···선배님?

“선배님?”


“저 선배님은 엄청 무서운 선배님이야. 저번에 화냈을 때 엄청 무서왔어.”

“화냈다고?”

“응, 누가 늦게 왔는데 엄청 화내셨다니까. 너도 조심해.”

“어. 알았어.”


엄마가 화내신 걸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일할 때는 화도 내시는 구나.


“어디가?”

“엄마한테.”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뒤로 숨었다.


“너··· 너희 엄마라고?”

안재현이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처음으로 보는 저 녀석 당황하는 표정이 볼만하다.


요 녀석아. 울 엄마 아들인지는 몰랐지?

어딜 함부로 말을 하고 다녀.


“어? 용완이 벌써 친구 생겼어요?”

“친구 아니야.”

“마··· 맞아요. 친구 아니에요. 제가 형이에요.”


···이게?

우리가 언제 그렇게 친했냐?

친한 척하는 게 수준급이다.

저리 꺼져줬으면 하다.


“그러니? 듬직한 형이구나. 우리 용완이 잘 부탁한다.”

“당연하죠. 제가 용완이한테 많이 가르쳐 주고 있었어요.”


가증스럽다.

가르쳐 준게 뭐가 있다고.

너 방금 전까지 울 엄마 얘기 하지 않았냐.


“아유, 착해라. 곧 있으면 대본 리딩 시작하니까 저기 앉아 있으렴.”

“네. 너도 같이 가자.”


어디서 친한 척이냐고.


“용완아. 형아 따라 가봐.”

“네에···”


엄마 앞에서 욕을 할 수도 없고···

내가 엄마 때문에 참는 거야.


아오





*****





<태경아, 너도 같이 놀자. 이리 와.>

<이거까지만 하고>

<지금까지 계속 바둑했잖아. 애들 다 모였어. 너만 오면 되.>

<알았어.>


“오케이.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 아역들도 연기 잘하네. 아주 좋아.”

은작가님이 대본 리딩하는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발연기 하는 사람 없어서 좋으신가보다.


“특히 벌써 대본 다 외운 사람이 있어서 더 좋아. 태경아.”

“네?”

“네.“

태경이가 둘이라 대답도 둘이 했다.


“태경이들이 아주 열일해. 두 태경이가 대본 다 외우고 오고 말이야.”

““감사합니다.””

“이번에 배역을 잘 뽑았어. 좋아, 좋아.”


작가님 칭찬이 계속되자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누군진 알 것 같지만 시선을 따라가봤다.


역시나 안재현이다.

안재현도 대사를 외우긴 했는지 처음에는 대본을 안 보고 시작했다.

작가님한테 연기 지적을 몇 개 받더니 대사를 더듬더듬 거려서 한 번 더 지적받았다.


결국 대본을 보고 리딩을 했다.


대본 리딩은 리딩일 뿐이라 대사를 외우고 올 필요는 없긴 하다.

그래도 외운 사람이랑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교가 될 수 없다.

그 중에서 난 외운 사람이고.


한 번만 봐도 외울 수 있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좋다.


“오올, 작은 태경이. 대본 깨끗해서 외워온 지 몰랐는데.”

“작은 태경이도 큰 태경이랑 같은 생각이에요.”

“뭐? 하하.”


[97, 강동일]


잘생기고 머리도 좋고 세상 혼자 사는 사람이다.

나도.

나도 지금 뇌 용량 성장 중이라고!

85면 이 나이 또래 중에서 평균보다 높아.


“나도! 나도 다 외웠는데. 오늘 긴장해서 그런거야!”

안재현이 결국 분함을 못 이겼는지 옆에서 한 마디 했다.


[87, 안재현]


어릴 때부터 좋은 머리는 저런 걸 말하는 거 겠지.

숫자 1 올리려고 거의 한 달을 아등바등 해야 했는데···

아직도 더 노력해야한다니.

노력없는 천재의 길은 멀기만 하다.


“너도 대단해. 대본에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걸.”

“두고봐. 다음 번엔 내가 칭찬 받을 거야.”

강동일의 칭찬은 들리지도 않았는지 씩씩거리며 돌아갔다.


두고보자는 사람 중에 무서운 사람 없다더라.

뛰어가는 뒷모습이 더 무섭지 않아 보이게 한다.


꼬리 말고 도망가는 개같다.


“하핫. 아직 꼬마라 그런가.”

얼떨결에 말이 씹혀버린 동일이 형이 머슥해 한다.


“형아는 어디갈거야?”

“이제 집 갈건데. 왜?”

“나랑 같이 저녁먹자.”

“저녁을?”

“응. 엄마가 오늘은 외식한데.”

“그런 건 엄마한테 먼저 여쭤봐야 하지 않을까?”


동일이 형이 엄마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이미 외식 얘기가 나오자 마자 엄마한테 물어봤다.

당연히 허락도 받았다.


“그럴 걱정은 안 해도 되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편하게 해요. 편하게. 우리 용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그 동일이 형이라는데.”

“그렇습니까?”


“누나라고 해요. 선배님은 너무 딱딱하게 들리잖아요.”

“네, 누님.”


엄마가 초 동안이라 그런지 동일이 형의 누님이라는 말도 어색해 보인다.

두 사람이 서로 인사를 하는 동안 동일이 형의 손가락이 꼼지락 거리는 것을 보았다.

이 자리가 어색한 듯 하다.


이대로 가다간 같이 저녁먹으러 가는 건 그른 거 같은데···

이럴 때는 메뉴를 먼저 공개해야 같이 갈 것이다.


“엄마, 배고파요.”

“엄마도 배고프네. 동일씨도 같이 가요.”

“우리 소고기 먹을 거에요.”

“소고기요?”

동일이 형이 침 삼키는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렸다.

저 시기의 배우는 그렇게 잘 벌지 못하니 고기 먹은지도 오래 됐을 것이다.

고기는 언제나 옳고 그 중 소고기면 대환영이다.


“그냥 사주는 거 아니에요. 볼 때마다 용완이 돌봐주잖아요. 그게 감사해서 그래요. 지난주에 코코아, 맞죠?”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그럼요. 잊기 힘든 얼굴인 거 알죠?”

“얼굴이요?”

“잘생겼잖아요.”

“하하. 그렇습니까? 저번의 용완이랑 같은 말을 하시네요.”

“어머. 그랬어요?”

“이번에 연기하는 것도 그렇고. 용완이가 선배님 판박인가 봅니다.”

“용완이가 동일씨 따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요. 말도 참 이쁘게 잘하네요.”

“감사합니다.”


지금이다!


“빨리 소고기 먹으러 가요. 저 많이 배고파요.”

“그래그래. 동일씨 차 안 가지고 오셨죠? 같이 타고 가요.”

“네, 네!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


앗싸. 성공!


근처 고깃집이어서 금방 도착했다.

차 안에서 계속되는 칭찬 릴레이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 분위기는 소고기를 먹는 내내 이어졌다.


내가 이렇게 강동일 형이랑 친해지려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단순히 나중에 유명해지는 사람과 친해지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난 생의 깨닳음 때문이다.


저번 생에서는 내가 아는 인맥이 없어서 회사 면접마다 떨어졌다.

처음에는 내가 잘 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현실을 깨닫자 얼마나 허무했는가.


학연, 지연, 혈연의 나라.

겨우 인서울을 해서 인지.

학연은 그리 강력하지 않았고, 서울 사람끼리 무슨 지연을 찾을까.

아빠 회사를 피해서 면접을 보니 최종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부모님 힘을 빌리는 것이 뭐 어떤다는 것인가?


난 지금 어리고, 부모님의 보호 아래에 있으니 뭐라 할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내겐 지금 배우의 재능이 흐르고 있다.

연예계 인맥을 늘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금이야 엄마의 도움을 받지만 나중에는 나 혼자 설 수 있을 것이다.


연기도 뭐···

지금까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대사도 전부 외워버릴 수 있고

생긴 것도 엄마를 닮았으니


“후후후.”

엄마가 운전하는 중에 움찔한다.


“얘는 무슨 꿈을 꾸길래 이렇게 웃을까?”


세상을 놀래키는 연예인이 될 것이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뇌 용량이 보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공지 +2 18.10.20 69 0 -
9 동생 +2 18.10.19 67 5 10쪽
8 깨닳음 (2) 18.10.18 66 5 12쪽
7 깨닳음 (1) +2 18.10.17 72 6 12쪽
6 한 걸음 (4) +4 18.10.16 95 7 12쪽
5 한 걸음 (3) 18.10.15 84 6 11쪽
» 한 걸음 (2) +2 18.10.14 102 6 12쪽
3 한 걸음 (1) +2 18.10.12 109 6 12쪽
2 아, 응애에요 18.10.11 115 5 11쪽
1 프롤로그 +2 18.10.10 199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