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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97 님의 서재입니다.

뇌 용량이 보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도97
작품등록일 :
2018.10.10 18:56
최근연재일 :
2018.10.19 20:02
연재수 :
9 회
조회수 :
912
추천수 :
51
글자수 :
46,645

작성
18.10.11 19:30
조회
114
추천
5
글자
11쪽

아, 응애에요

DUMMY

아기가 아무것도 안하고 사는 줄 알았다.

그냥 먹고 싸고 자는 것만 하는 줄로만 알았다.

지난 시간 동안 느낀 점은 다르다.


잠에서 깨자마자 가장 먼저 생각 한 것은 똥오줌 못가리는 게 가장 부끄러울 거라고 생각했지.

우유먹고 트름 하나 제대로 못해서 더부룩해 하고 있다가 토하기 부지기수.


몸뚱아리 움직이는 것도 힘든데 언어도 다시 처음부터 배워햐 한다!

스킬이 있는데 레벨이 낮아서 쓰지 못하는 기분을 인생에서 느껴야 한다니!


겨우겨우 단어 몇 개 이어서 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되기 거의 2년이 걸렸다.

말도 할 수 있는데 주변에서 천재인지 영재인지 안 물어보는 이유가 뭐냐고?


아직 숫자 공부도 못 했다.

숫자도 모르는 데 한글은 어떻게 뗄 수 있을까?


2 살 때의 난, 그저 말 좀 잘하는 아기일 뿐이다.


그리고 3 살이 되었을 때,

드디어 손 근육이 연필을 쥘 수 있게 되었다.


“아이고 우리 손주! 커서 뭐가 되려고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나?”

“뇌 용량 그려요. 사람마다 다 다르다해요.”


지금 이게 큰 비밀이어서 숨겨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봐라.


말을 할 수 있을 때부터 무슨 말이든 사용했다.

그래야만 나중에 내가 원할 때 쓸 수 있는 말이 되니깐.


지금에 와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않게 되었고 솔직하게 얘기를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고 고놈 참.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데?”


할머니의 이런 애기 취급은 좋긴 좋은데 민망하다.


“내 눈에는 다 보여.”


사람 이름 옆에 숫자가 다 떠 있다.

내가 추측하기로는 뇌용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용완이 그런 것도 볼 수 있어? 여기 숫자가 다 그거야?”

“응. 이건 엄마고, 이건 아빠야.”

“엄마는 92이고 아빠는 90이야?”

“어. 왜냐하면 엄마는 술 하고요, 담배 하고를요. 안하는데요. 아빠는 술하고요, 담배 하고요!”

“92랑 90 중에 어느 게 큰 건지 아는거야? 우리 똥강아지가 천재라니깐.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알아요.”


하하.

아는 것을 입도 뻥긋 못하고 일반 애기처럼 성장했다.

말하는 것도 완전 애기같아!

천재 아기 되는 건 언제 될 수 있는거야!


“여보, 애가 하는 말 봐요. 당신은 용완이를 위해서라도 술, 담배를 끊을 필요가 있어요.”

“허허, 거 참.”

“스리슬적 넘어가려 하지 말고!”

“알겠어요. 여보. 내가 주의할게요.”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아기 취급도 나쁘지만은 않다.

나이 들어서 아빠한테 술, 담배 끊으라고 해도 그냥 흘려들으시더니.

어려지니 내 말 하나하나에 신경써주신다.

이대로 지내더라도 부모님 건강도 지키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할머니는? 누가 할머니에요?”

“여기 내 옆에 90!”

“할머니는 왜 90이야?”

“할머니는 92도 되는데, 오늘은 90이야.”


치매에 걸리지 않는 할머니를 만나는 것도 신기했다.

내 기억 속의 할머니는 이미 치매 말기에 가까워서 중얼거리셨는데 말이다.

다행이 아직은 멀쩡하시니깐 최대한 치매를 늦출 수도 있을 것이다.


“할머니!”

“아, 내 정신 좀 봐. 우리 손주 간식을 깜빡했네. 잠깐만 기다려.”


설마, 그 치매의 시작이 지금이었나?


“할머니. 깜빡깜빡하면 아픈거래. 용완이랑 병원 가자.”

“용완이가 벌써부터 할매 걱정을 다 해주네. 그거 덕분에 할머니 더 오래 살겠다.”


요즘들어 할머니 뇌용량에 변화가 없었다했는데, 그게 치매 초기 증상이었나?

뇌용량이 안 늘으니 최근 기억이 나지 않는 거고?


“아냐. 할머니! 꼭 병원 가야해.”

“그려그려. 울 손주가 걱정해 주는데 꼭 병원 가볼게.”

“꼭이야. 할머니! 꼭!”

“알았어! 할머니 걱정해 주는 건 울 손주 뿐이네.”


다음에 왔을 때도 병원에 안 가셨다면 내가 울거야.


“나 간식 필요 없어! 할머니 오래오래 살아!”

“그려그려. 내일 바로 갈게. 울 손주 오래 보려면 손주 말 들어야지.”


정말이겠지?

건강검진 받아 보시겠지?


옆에서 엄마가 궁금한 게 있는 지 내 그림을 가르키며 묻는다.


“용완이는 왜 77이야?”

“용완이는 점점 커져서 77이야.”

“그럼 할머니는 계속 줄어들고 용완이는 계속 커지는 거야?”

“할머니는 이제 안 줄어들어!”


시스템 창이 안 나온 지도 오래 됐다.

갓 태어났을 때는 아무거나 먹기만 해도 오르던 숫자가 안 오른지도 꽤 되었다는 말이다.

77을 마지막으로 먹는 것으로 저장 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끝이 났다.


지금까지 배운 것은 숫자가 다 여서 전생의 기억을 따로 적어놓지도 못했다.

신기한 건 그 기억이 절대 희미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만화에만 나오던 순간기억능력자가 된 기분이다.

한 번 본 건 내가 원하지 않는 이상 지워지지도 않고 쭉 기억에 남는다.


용량에 넘치는 정보가 들어오면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고 사라진다.

바로바로 정리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저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 이거 엄마한테 말하지 말고 잘 가지고 있다가 과자 사먹어야해.”

“엄마 몰래 주는 용돈이야?”

“쉿!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쉿! 비밀이다!”


천재가 되는 것 말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이 돈 차곡차곡 모아서 나중에 비트코인 사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시기만 잘 잡으면 성공할 수 밖에 없다.


정확히 언제 만들어 졌는지는 모르지만.

언제 팔아야 할 시기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중에 비트코인이 한창 유행했다.

비트코인을 파는 것은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에 팔면 되는 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어도 손해는 안봤을텐데, 너무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부모님이 창업하라고 주신 돈을 절반이나 까먹어버렸다.


이번에는 절대로 성공할 것이다.


“어머니, 뭘 이렇게 많이 주셨어요.”

“많이 주긴 무슨! 과자 몇 개 사먹으면 사라질 돈이다.”

“용완아, 할머니한테 할머니 감사합니다. 했어?

“할머니,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해서 이 은혜 갚을게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있으셔야해요.





*****





“가 나 다! 하!”

.

.

.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카 타 파 하!”


드디어!

드디어 한글을 뗐다.

내 천재성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용완이 이제 한글 읽을 수 있으니까 동화책 혼자 읽을 수 있겠네요?”


그 전에 동화책 혼자 읽을 수 있게 연습부터 해야겠다.

왜 할 수 있는데 할 수가 없는 거니?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으면 추가 저장 공간이 생깁니다.]


뭐?

기존의 뇌 용량은 차지하지 않고도 저장할 수 있다고?

그럼 다시 삭제하면 저장용량이 늘어날 수 있는건가?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와 관련된 기억을 지우시겠습니까?]


지워도 동화책 한 권 분량이니깐 다시 읽으면 되.


“응! 책 내용까지만 지우겠어!”


[삭제 완료되었습니다.]


좋았어!

용량이 줄어들었다는 알림창 같은 건 안 떴잖아!

이제 부족한 용량을 늘릴 수 있게 되었어.


삼 년만에 본 시스템 창아, 반갑다!

.

.

.


“엄마, 나 이거 다 외웠어!”

“응?”


한 번 읽은 동화책은 다시 읽어도 시스템 창이 뜨지 않는다.

지금까지 읽은 책이 동화책이라 힘든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 상태로는 한 번 훑는 것만으로도 외우는 게 가능해 졌다.

따로 하는 일도 없이 책만 읽기만 해도 즐겁다.


문제는 거실을 가득 채우는 동화책을 다 읽어서 더 이상 읽을 책이 없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내가 다 외운거야. 이제 새 책 사주세요.”


“얘는, 책을 사준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 사달라고 조르는 거니?”

“그래도 장난감 같은 게 아니니깐 사주는 게 어때?”

“장난감이 아니라도 그렇죠. 너무 사주는 버릇들이면 안 좋데요.”


단순히 어린아이의 소유욕으로 보고 계신다.

이미 읽은 책은 내게 필요 없는 건데 말이다.


“용완아. 새 책을 사는 것도 좋지만 책을 만드려면 나무가 아야! 해요.”

“그렇지만, 다 읽었고, 다 외웠어요. 새 책 사주세요.”

“얘가, 유치원에 갔다 오고는 왜 땡깡을 부릴까?”


왜냐하면 그 유치원에서 아주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죠.


80을 찍고 좋아했는데, 내 또래의 친구들은 85를 기본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노력했는데.

그만큼 결과가 안 나오는 이유가 고작 저 숫자 때문이라니!


도저히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


“용완아. 그럼 엄마가 아무거나 뽑을테니깐 외운 거 말해봐야해? 알았지?”

“응!”


.

.

.


“책 사러 갈꺼에요?”

“당연하지! 용완이 똑똑한 거 엄마가 몰라준 거 미안해.”

“음?”


생각보다 엄마가 기뻐하지 않네···?


“용완이가 이거 다 외울 때까지 엄마가 몰랐잖아. 엄마 일 관두고 용완이랑 있을까?”


으음···?!


“아니야! 나는 엄마가 티비에 나오는 거 좋아! 유치원에서 나만 엄마가 티비에 나와!”

“그랬어? 엄마가 유명해서 불편하지는 않고?”

“아니야! 하나도 안 불편해! 나도 티비에 나오고 싶어!”

“오구오구 그랬어?”


나 때문에 엄마가 일을 안한다고 하면 슬플 거 같아···

지금 유명세는 아무것도 아닐만큼 나중에 우주 대 스타가 된단 말이야.


“용완이 티비 나오고 싶으면 엄마가 나오는 드라마에 나올래?”

“드라마?”


이렇게 갑자기?

내가?

드라마에?


“집에 있는 동화책 외운 것처럼만 하면 되.”

“엄마, 나 연기 못하는데?”


엄마, 나 진지하게 묻는 거에요. 그렇게 입꼬리 씰룩 거리지 말아주세요.


“괜찮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아기 때부터 잘하는 사람은 더 없어.”


괜히 엄마 일하는 거 방해하는 거 같아.

엄마만큼 해내지 못하면 어떻하지?


“용완이는 엄마 닮아서 귀여우니깐 됐어. 아기는 귀여우면 일 다 한거야.”

“내가 귀여워?”

“그럼! 아기는 원래 다 귀여워.”

“나 그럼 막 발연기 한다!”

“발연기가 뭔지도 알아?”


날 너무 대견하게 보시잖아.

이.. 이건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 아닌데?


“나 그럼 막 책 읽듯이 읽는다!”

“엄마가 방금 뭐라 했어. 동화책 외운 것처럼만 하면 된다니까!”

“나 그럼!”

“그래! 엄마가 대본 받아올 테니까 기다려.”

“으, 응!”


으음?

처음은 분명 엄마 위로하려 했는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어쨌든 나한테 좋은 건가?

아역 배우가 발연기를 하든 뭘 하든 크게 욕하는 사람은 없을 거 아냐.

이 나이에 나만큼 정확하게 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을 거야.


나는 왜 어렸을 때, 연예인이라는 꿈을 꾸지 않았을까?

내가 연예인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은 다 기억할 수 있으니깐 대본 실수도 없을테고···


어쩌면 연예인이 내 적성에 맞을 수도 있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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