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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97 님의 서재입니다.

뇌 용량이 보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도97
작품등록일 :
2018.10.10 18:56
최근연재일 :
2018.10.19 20:02
연재수 :
9 회
조회수 :
910
추천수 :
51
글자수 :
46,645

작성
18.10.12 19:52
조회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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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한 걸음 (1)

DUMMY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

드디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에 잠을 설쳤다.


그래도 아기라 탱탱한 피부를 놓치지 않고 있다.


“아유, 우리 용완이 졸려요? 여기서 잠깐 기다릴래?”

“어디 가요?”

“감독님 보러 가요. 여기서 얌전히 있어야 해요.”

“네.”


여기가 바로 오디션을 볼 장소인가.

엄마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셨지만 저쪽 자판기로 가는 건 큰 문제가 없겠지?


와. 여기에 담배 자판기가 다 있네.

지금까지 물가 다른 걸로 놀랐는데 담배만큼 차이나는게 없잖아?

담뱃값이 560원인게 실화냐?

담배 맛만 변하는 게 아니었으면 지금부터 쟁여 놓는 건데.


“꼬마야. 이건 먹는 게 아니야. 먹을 수 있는 건 저거야.”

“깜짝이야!”

“하하. 형아가 깜짝 놀라게 했어?”

“아, 아니에요.”


와. 강동일이다.

강동일 모르면 간첩이라더니.

진짜 잘생겼네.

나중에 연예계 씹어먹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던 게 아니었다.


“형아는 이거 마실 건데. 아기는 뭐 마실 거야?”

“저는 코코아요.”

“뜨겁지 않겠어? 호 불어줄까?”

“괜찮은데요. 형아는 누군데 여기있어요?”


아무나 주는 거 받아 먹었다고 엄마한테 혼날 수도 있으니깐···


“형아는 강동일이야. 배우지망생.”

“배우가 아니에요?”

“곧 될거야. 서울에 오늘 처음 온거거든.”


강동일도 처음 시작할 때는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형아는 잘생겼으니깐 배우하면 최고가 될 거예요.”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당연하죠. 엄마가 그러는데 연기 못 해도 귀여우면 짱이래요. 그런데 형은 잘생겼으니깐 잘생긴 걸로 짱해요.”

“뭐? 하하. 그게 뭐야.”

“내가 형아 1 호 팬 해줄게요. 절대로 코코아 사줘서 그런 거 아니에요. 나도 배우 준비해서 그런 거에요.”


이렇게 탑배우랑 인연도 맺고 하는거지.


“그럼 형아도 1 호 팬 해줄게. 아가야.”


“안돼요! 1 호 팬은 이미 있어요. 형아는 7 호 팬 해야해요.”

“벌써 팬이 그렇게 많단 말이야?”

“엄마랑 아빠랑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할머니랑 할아버지 팬이 있다구요. 대신 행운의 숫자를 가져가는 거니깐 엄청 의미 있는 숫자에요.”

“행운의 7?”

“네, 맞아요. 럭키 세븐! 형은 잘생기고 럭키 세븐도 가졌으니깐 엄청 유명해질거에요.”


눈이 마주쳤는데 내가 상상한 표정과는 조금 달랐다.

처음 도전할 때 옆에서 이런 말을 해주면 감동받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표정이 아니다.


이··· 이게 아닌데?

뭔가 좀 우리 할머니가 자주 지으셨던 표정인데?


“용완아! 거기서 뭐해!”

“엄마? 형아 난 그럼 가볼게!”


조금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오셨다.


“하여튼 형아 파이팅이야!”

“하하. 그래. 용완아, 너도 파이팅이야!”


이제야 식은 코코아를 들고 달려갔다.

종이컵 밖으로 넘칠 거 같아서 중간에 마시기도 했다.


“누구랑 있었어?”

“강동일 형아랑 있었어요. 나랑 같은 배우지망생이래!”

“용완이는 오늘 잘 하면 배우일텐데?”


맞다.

내가 여기 온 게 오디션 보러 온거지?

강동일 만났다고 깜짝 놀라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내가 오디션을 못 볼까봐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내 능력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적당할지가 고민이다.

3 살짜리 아기가 글을 읽는 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목을 끌텐데 그걸 한 번에 보고 외워버리면 너무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내가 이번 생에서 바라는 것은 내게 맞는 재능을 찾아 편하게 사는 것이지 다시 공부하는 인생은 아니다.

이미 저번 생에서 30년가까이를 공부하는 인생에 쏟으면서 충분히 후회했다.


한 번에 외울 수 있는 순간기억능력이 있지만 이 능력이 내게 있는 재능은 아니니까.

만약 이 능력이 사라진다면 나는 다시 부모만 믿고 사는 인생이 된다.


그러니까 공부 인생으로 살지 않기 위해 적당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용완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 감독님이 용완이 얼굴보려고 부른거지. 용완이가 못한다고 탈락시키진 않을 거야.”

“왜?”

“왜냐하면 엄마가 나가는 조건으로 용완이랑 나가는 거거든.”


으음?

부모님 손 안 벌리고 사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낙하산이나 다름 없잖아.

죽어라 공부했던 전생이 부정당하는 기분이다.

엄마 빽으로 연기한다고 말 나올 거 같다.

배우로 시작하는 처음을 잘 못 하는 걸까?


“엄마는 용완이랑 같이 티비에 나오고 싶은 걸? 티비에 나온 거 같이 보면 참 좋겠다.”


생각보다 엄마가 매우 좋아하신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면 낙하산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르게 보면 이 나이에 대뷔하려면 딱히 본인의 노력이 크진 않을 것이다.

대부분 부모님 손 붙잡고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대사를 읊지 않았을까?


3 살부터 어떤 걸 할 것이다!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테니까···


“감독님!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 전배우! 전배우 아들이 얜가?”

“용완아, 안녕하세요해.”

“안녕하세요.”


“전 배우가 그렇게 자랑하는 아들이 너였구만? 똘망똘망하니 공부 잘하게 생겼네. 집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외웠다며?”

“네.”

“아저씨가 대사 한 줄 줄건데 그것도 외울 수 있어?”

“네!”

“그래 그럼 어디 이거 함 해봐라.”


중간 중간 호응도 해야해서 한 줄보다는 더 긴 대사다.

기대 했던 것보다 대사가 훨씬 더 적은데?


집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외웠는데 이 정도면 한 번 읽고 외웠다고 해도 될 것 같다.


하긴, 언제 연기를 해봤다고 조연급 자리를 주지는 않겠지.

내가 오해를 하고 있었나 보다.


[대본을 읽습니다.]

[추가 저장 공간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82로 올랐습니다.]


그래도 읽는 모습은 대충 보여줄 수는 없지.

책이랑 마찬가지로 추가 저장 공간을 얻을 수 있다니! 완전 좋잖아!


“다 외웠어요!”

“벌써?”


나름 꼼꼼히 읽는 척 했다.

그 기준이 조금 높았나보다.


“그냥 평소 엄마랑 대화 하듯이 하면 된다.”


딱히 울거나 하는 장면은 없으니까 대사만 안 절면 문제 없을 거 같긴 하다.

대본 보니깐 그냥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바라는 것이다.


최대한 눈 동그랗게 뜨고 웃으면서 하면 되겠지?


“엄마, 우리 그럼 죽은 거에요?”

“그러게···”

“엄마랑 나랑 천국 갈 수 있는 거에요?”

“글세, 저 아저씨가 알려줄거야.”


“주문하신 천국 나왔습니다.”


“엄마! 우리 천국간데! 엄마랑 같이 가서 너무 좋다.”

“엄마두··· 엄마도 너무 좋다.”


“그러취!”

“깜짝이야!”


오늘따라 큰 소리가 많이 들리네.


“전배우 재능을 아주 똑 빼닮았네! 오늘 처음으로 연기 도전하는 거라고?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 처음에는 자네가 아들자랑하는 줄 알았더니 진짜 천재를 대려왔어!”

“김감독님, 제가 어디 거짓말 할 사람인가요?”

“그러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원석을 숨기고 있던 거잖아. 어쩜 그동안 한 마디도 안 해주다가 이제야 말해주는 거야?”


나 잘한건가?


“감독님이 하도 일거리를 늘려주니까 우리 아들 볼 시간이 없어서 그랬죠.”

“크으, 내 탓이구먼! 내일 당장 작가님께 말씀 드려야겠어! 전배우의 유전자가 아주 큰 일을 했다고!”

“촬영은 언제 가면 되요?”


갑자기 감독님이 엄마 눈치를 본다.

촬영이 취소되기라도 한 걸까?

감독님이 무슨 말을 꺼내려고 그러신 걸까?


“··· 6 개월 뒤에 오면 되네.”

“조금 여유롭네요?”

“그래서 내가 천천히 찾아 본다고 말했잖아. 그 사이에 아이 마음이 변하지는 않겠지?”


감독님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저는 약속 꼭 지켜요.”


감독님 표정이 약간 현실에서 돌아온 표정이다.

감독님은 그 사이에 내 마음이 바뀌는 것을 걱정하셨나?

망설임은 그 때문이고.

내가 진짜 애도 아니고 그럴 걱정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그럼 약속의 증표로 다른 작품 하나 더 출현하는 건 어때?”

“어머, 제 허락도 없이요?”

“이번에 은작가님 시리즈 알지? 응답바람 1988말이야. 거기 주인공 아역을 찾는데 그게 꾀나 어려. 사실 방금 그 대본보다 이게 더 급해. 해줄 수 있어?”

“그런거라면 용완이 의지가 더 중요하죠.”


나는 하고 싶다.

감독님이 엄마 때문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을 보고 원하는 것이다.

엄마의 낙하산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배우의 길을 정말 들어가도 될 거 같다.


원하는 것이 생겼을 때의 눈빛으로 엄마를 봤다.


“용완이도 하고 싶어 하는데, 나중에 촬영 시간대를 알려주세요. 제가 오늘은 일일 매니져도 해서.”


좋았어!

내가 배우를 하게 되었다!


“애한테 나쁜 조건은 아니야. 야외세트촬영이 있어서 주로 낮시간대에 할거야. 애기들 자는 씬도 있으니까 낮잠시간에 맞춰서 재워볼까해.”


갑자기 감독님이 목소리를 줄이면서 주의를 끈다.


“그런데··· 아직 소속사는 안 정한 거야? 이번만 하고 안 시키려고?”

“아무래도 아직 어리잖아요. 지금은 엄마 직업 체험 정도 시키려고 왔죠.”

“그냥 이렇게 지나기에는 안타까운 재능인데···”

“요즘 아역들 보면 날고 기는 애들 많던데요. 제 욕심에 아이 직업을 선택하면 안되죠.”


감독님이 아깝다는 눈초리다.

전생에도 느껴보지 못한 신뢰가 두 볼을 뜨겁게 달궜다.


“쩝. 그렇다면야···”

“용완아 이제 들어 가야지.”

“안녕히계세요.”


“그래. 다음 주에 보자!”

“다음 주에요?”

“응답바람이 다음 주에 대본리딩이 있어. 내주에 볼꺼지?


내게 배우에 재능이 있는 줄 몰랐다.


외우는 거야.

내 능력이 아니어서 그렇지만.

연기로 어디 흠잡힌 곳도 없고.

심지어 깨나 괜찮았는지 다른 작품까지 추천받았다.


당연히 간다고 한다.


“네! 다음 주에 꼭 올게요!”

“들었지? 전배우님, 다음 주 부터는 일일 매니져 말고 진짜 매니져랑 올래?”

“그럼 다음 주 부터는 임시 매니져네요. 아직 몰라요.”

“용완아! 그때까지 엄마 좀 설득해봐. 알았지?”

“히히히”


웃음이 터져나온다.

비록 감독님 한 분뿐이지만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게 매우 좋다.


“어머 얘도 참.”

“나 작가님한테 배우 뽑혔다고 다 말한다! 꼭 데려와야 해.”

“제가 언제 거절한다고 했나요? 촬영 시간 알려달라 한 건 잊으셨어요?”

“아니지, 안 잊었어! 내가 정확한 시간은 따로 전해줄 게. 꼭 와야해!”

“알았어요. 저희 진짜 가봐도 되죠?”





*****





“그나저나 우리 아들 벌써부터 이렇게 인기가 많으면 어떻하지?”

“하아암···? 엄마 방금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아직 집가려면 조금 걸리니깐 더 자도되요.”

“난 안 졸린데에엠···?”

“후후. 알았어요. 그럼 집가서 낮잠자자.”


얼굴만 귀여운 줄 알았는데.

벌써 온갖 것을 외워대는 천재에다

연기에도 재능이 있는 거 같고···

엄마가 우리 아들을 너무 완벽하게 낳았네.


나중에 커서 뭐가 된다고 할까···?


작가의말

 앞으로 연재는 매일 저녁 8시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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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 (1) +2 18.10.12 10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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