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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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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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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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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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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68. 액션 서바이버

DUMMY

“... 좋지 않군.”


가만히 있던 로테의 말에 옆에 있던 설단이 돌아봤다.


“무슨 말씀이시죠?”


“미국이 주최한 대 각성계 회의에서 우리가 CIA를 ‘전멸’시켰던 영상을 공개했다.”


설단은 가만히 앉아있던 것 같았던 로테가 그걸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지만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도 헷갈렸다.


“물론 우리가 경고할 생각으로 움직이긴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걸 좋아할 정도로 관심에 목마른 건 아닌데 말이죠. 그럼 저희가 ‘인류의 적’ 같은 걸로 규정된 겁니까?”


“그랬으면 이미 지금쯤 여기가 쑥대밭이겠지.”


설단은 움찔하고 사무실을 둘러봤다. 백야의 습격 때 박살 났다가 새로 장만한 집기들이 아직 새것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금은 이춘봉과 박만운을 비롯한 각성자들이 마치 휴게실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그보다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양쪽에서 다 접선해 올 거다. 여차 하다가는 사이에 끼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지.”


“... 각주랑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공적은 안 된 거다. 각주까지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고 몰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


뭔가 회의실에 있다가 온 것 같은 발언에 설단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니 근데 누님은 어떻게 그걸 아시는 거죠?”


“봤으니까.”


“... 어떻게요?”


“난 볼 수 있으니까.”


설단은 로테와 그 방향으로는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맨날 바넘한테 물어보러 다니더니 이제 나한테 다 물어볼 생각인가?”


“... 그래도 중요한 결정들은 방향을 잡아주셔야죠.”


“우리의 목적이 뭐지?”


질문을 질문으로 돌려 막자 설단은 머리가 아파왔다.


“어... 살아남는 거요?”


“산다는 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 건가?”


“그... 렇지 않을까요?”


“그렇게 계속 살아남다가 나이가 되면 죽는... 그게 원하는 삶이야?”


설단은 말문이 막혔다.


“만일 전쟁과 전투 속에 쫓기듯이 괴로워하면서 늙어 죽기를 기다린다면 그건 살아남는 건가?”


“... 생명 유지만의 문제는 아니군요.”


“그래서 묻는 거지. 목적이 뭐지?”


설단은 고민에 빠졌다.


“너의 목적과 나의 목적이 다를 수도 있다. 지금 네가 나에게 방향을 묻는 것은 둘 중 하나겠지. 너와 나의 목적이 같거나, 또는 네가 목적이 뭔지 모르니 나의 목적을 향한 길에 동승을 원하는 것이거나.”


설단은 바넘과 이춘봉, 박만운을 만난 이래로 스트루프를 피해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살아왔었다. 그런데 각성계의 경계가 풀리고 나니 스트루프는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단순하게 살아남는 문제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로테의 질문을 들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져 버렸다.


오히려 로테는 다시 느긋하게 찻잔을 들었다.


“위기는 사람들에게 쉽게 목적을 주지. 정말로 살아남는 것에 목적이 없는 자들에게도 무언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주는 것처럼.”


설단은 로테의 마지막 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그냥 이야기하는 것인지 조금 헷갈렸다.


“아니 그래서 우리의 다음 목표인지 방향인지는 뭐냐고.”


옆에서 아무 말 않고 듣고 있던 이춘봉이 말했다.


“너는 목적을...”


로테의 말을 끊고 이춘봉이 말했다.


“나나 박 씨나 둘 다 살만큼 살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목표는 지금껏 살았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그래서 같이 하던 단이 같은 애들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뭔가를 하고 싶을 뿐이고.”


이춘봉의 말에 박만운이 진심으로 놀랐다.


“나도 동감이다. 춘봉이 너 70년을 살더니 이제 좀 똑똑해졌구나.”


이춘봉은 순간 화를 낼 뻔했지만 박만운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져서 꾹 누르고 넘어갔다.


“좋다. 춘봉이 너와 만운이는 나와 목적이 같다.”


로테가 잠시의 텀을 두고 말했다.


“나의 목적은 두 가지다. 그중 하나는 너희들처럼 이 ‘어라우절’에 모인 사람들과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로테가 말을 멈추고 가만히 있자, 설단이 중얼거렸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하나는...”


설단의 구시렁 거림에 로테는 잠깐 쳐다보고는 말했다.


“나와 왕의 개인적인 맹약이 있었기에 그걸 지키는 것이 목표다.”


대놓고 ‘개인적’이라고 말한 탓에 그걸 물어보기는 애매했다.


“어쨌든 그럼 저희와 방향이 같은 거니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말씀 좀 해주시죠.”


“우리한테 가장 위협적인 대상이 누구지?”


“...”


설단은 대답할 수 없었다. 예전이라면 간단하게 각성계의 악마들이라고 이야기했겠지만 지금은 ‘악마’의 형상은 없고 각성계의 ‘각성자’들만 세상에 나와 있었다.


“... 아무래도 각성자 아닐까요?”


“그럼 우리에게 같은 편이 있을까?”


“...”


설단은 처음에 회사 직원들을 입에 담으려고 했지만 그들이 어라우절의 실체를 알고서도 자신의 편일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심지어 데스티니마저도.


“그리고 우리는 CIA와도 적이 되었지.”


그렇게 말하고 보니 같은 편은 없고 적만 한가득이었다. 괜찮은 건가?


“... 살아남는 게 목적인데 적만 한가득 있으면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요?”


“생각보다 같은 편이라는 건 간단하다.”


“네?”


“적의 적이거나, 또는 장기적이지 않을지라도 서로 도움이 된다면 같은 편이 된다.”


“...”


설단은 자신의 각성 능력에 언변 스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이 스킬은 로테를 대상으로는 발동하지 않는 것 같았다.


“조금 기다리면 엄청나게 연락이 많이 올 거다. 너한테.”


“... 저요?”


“그래. 표면상 어라우절의 대표는 너고, 표면상 각성계의 왕은 자이인데 둘 다 접촉하려면 당연히 너한테 하지 않을까?”


설단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황급히 물었다.


“아니 그래서 그렇게 접촉이 오면 어떻게 하냐는 게 처음 질문이었잖아요?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온 겁니까?”


“이유를 알고 하는 것과 모르는 것은 전혀 다른 행동이다.”


맞는 말 같지만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드는 설단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가만히 있는 방향’을 택한다.”


“... 이제와서요?”


설단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의 위험성은 충분히 보였으니... 이제 밀당을 해야지. 아마도 각성계와 전쟁이 코앞이라 우리가 뒤통수를 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어내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거다.”


-----------------------------------


의외로 전화가 불이 난 것은 다른 이유였다. 데스티니의 해외 활동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데스티니의 주가가 더 솟구치기 시작했다.


“... 도저히 요즘 사람들의 감각은 저도 따라가기가 힘드네요.”


자이가 말하자 설단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나이에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냐? 심지어 지금 뜨는 노래들이 다 네가 작곡한 건데.”


“제가 예술가의 혼을 담아서 만든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만든 건데... 그게 대박이 나니까 뭔가 허탈하기도 해서요. 그렇게 ‘일로 했던 노래’는 성공하고 만일 제가 진짜 마음에 드는 음악을 만들었는데 그건 망하면 제 자신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 거 같은데요.”


설단이 잠깐 생각해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설단은 자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래도 너의 덕분에 이 어라우절 엔터의 식구들부터... 우리 각성자 식구들 먹고사는 것까지 어려움 없이 가고 있어. 너의 공이 크다.”


“... 감사합니다.”


“진심이라고. 심지어 지금 그래비티도 러브콜이 들어와서 고민하고 있을 지경이야.”


짧은 활동이었지만 당장 데스티니가 국내에 없다 보니 어라우절과의 끈이라도 만들기 위해서 그래비티의 섭외를 요청하는 방송국이 많았다. 거기다 그래비티 자체의 인기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헤일의 인기는 예상대로 탑급 아이돌에 못지않았고, 그만큼 안티가 꽤나 많기도 했다.


잘생기고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데 집안이 재벌가라고? 안티가 없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래비티는 지금 뭐해요?”


“아. 걔들...”


-----------------------------------


그 시간 그래비티는 방송국 출연자 대기실에 와 있었다.


“아니 한동안 활동하지 말자고 하시더니...”


누가 들었으면 갓 데뷔한 신인이 배부르다고 난리 쳤을 소리였다.


“아... 뭐 그렇지.”


사실 이 섭외가 들어올 때 베르는 사무실에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곤란하다며 거절하던 설단은 게스트 비용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승낙하고 전화를 끊은 설단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던 베르를 발견하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돈이었어.”


아무리 봐도 각성자보다 소속사 사장 역할에 몰두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설단이었다.


“대본은 받았지?”


“네.”


매니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어라우절의 이상한(?) 방침 상 데스티니와 달리 그래비티는 예능 같은 부분이나 SNS 활동이 거의 없이 음원활동과 음방활동이 주 활동이었다.


“이번 일이 잘 되면 섭외가 엄청 들어올지도 몰라. 그리고 너희들 체력과 운동신경은 충분히 믿고 있으니까 한번 보여줘 봐.”


프로그램 자체가 토크쇼와 간단한 게임 위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다.


“토크쇼 부분은 그냥 잘 맞춰서 넘어가고, 어차피 우리는 홍보에 주력하면 되니까. 알았지?”


하지만 이미 토크쇼 대본을 본 그래비티의 표정은 오묘했다.


괜히 설단을 원망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같이 온 게스트들이 여성 게스트들이 많으니까 더 조심하고. 신인 때 이상하게 찍히면 답 없다. 알지?”


“... 네.”


매니저가 시계를 잠시 확인했다.


“지금쯤 대기실 한 바퀴 돌면 되겠다. 가서 인사 한 바퀴 돌아야지.”




-----------------------------------


“안녕하십니까.”


게스트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 그래비티에 꽤나 많은 돈을 베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같이 불려 온 게스트는 데스티니와 라이벌 그룹으로 여겨지고 있는 ‘에이라인’이었다.


고개만 끄덕하는 멤버도 있었지만 리더로 보이는 멤버가 웃으면서 말했다.


“어. 왔어? 오늘 대본 봤지?”


“네.”


“너무 딱딱하게 하지 말고. 알지?”


“네.”


“어휴. 대답 딱딱한 것 좀 봐. 나 데스티니 애들이랑 친해. 걔들 나랑 연습생 생활 같이 했단 말이야.”


그건 사실이었다. 에이라인의 소속사는 바로 설단이 데뷔조 탈락 그룹을 데리고 온 그 소속사였다.


“나랑 자매 같은 애들이라 나갈 때 얼마나 울었는데. 단디가 베르 네 자랑도 많이 하더라?”


베르는 당황했다.


“제 얘기요?”


“그래. 네가 노래 보는 눈이 그렇게 좋다며? 다음에 우리 곡 들어갈 때도 한 번 들어봐 주는 거다?”


“아니... 네...”


에이라인의 리더가 쿡 웃었다.


“단디 말대로 엄청 수줍어하네.”


“자. 그럼 이제 곧 방송시간이라...”


매니저가 시계를 자꾸 확인하더니 결국 인사를 마무리시켰다.


“그래. 그럼 이따 촬영할 때 봐. 재밌겠네.”


손을 흔드는 에이라인의 리더를 뒤로 하고 대기실을 나왔다.


-----------------------------------


“버라이어티 액션 쇼! 쇼! 쇼! ‘액션 서바이버’에 참여한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데스티니의 동생 그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유명해졌죠? 그래비티 여러분입니다!”


자연스러운 헤일과 어색한 베르, 그리고 별다른 표정이 없는 페스까지 차례대로 입장했다.


“셋, 둘, 안녕하세요. 그래비티입니다.”


세 명이 입을 모아 인사했다. MC의 멘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국내 정상급 아이돌이라는 명칭으로도 부족합니다. 해외에서 더 이름을 날린다는 한류의 선봉장! 에이라인입니다!”


에이라인은 능숙하게 입장하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에이라인입니다!”


MC들이 능숙하게 방송을 이어갔다.


“야~! 모시기 어려운 유명 그룹을 무려 두 팀이나! 제작진이 오늘만 방송하고 그만 둘 모양이죠?”


“아니 에이라인이 나오는데 제 출연료를 깎아서라도 해야죠.”


“PD님 들으셨죠? 여기 출연료 좀 깎아버려요.”


“아니 무슨 소리예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적당히 분위기가 올라오자 첫 순서를 시작했다.


“자~! 이번에 저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코너는 뭐죠?”


“크... 이 코너가 지금 게스트 분들도 모르는 코너입니다. 지금 세상에 가장 핫한 키워드가 뭡니까?”


“저 아닌가요?”


“아니 개그 타이밍 지나갔으니까 프로그램 진행을 하라고요.”


“네. 죄송합니다. 바로 각성계와 각성자 이야기죠?”


“그렇습니다. 얼마 전 미국을 비롯해서 각국이 각성자 확보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있고 말이죠. 한국에도 각성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게 그래비티가 약간이나마 긴장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하필이면 주제가 ‘각성자 게임’이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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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 액션 서바이버 23.04.10 107 3 14쪽
68 67. 트리플 A 23.04.09 106 3 15쪽
67 66. 핫라인 발동 23.04.08 106 3 14쪽
66 65. 왕의 자격 23.04.07 97 3 13쪽
65 64. 압도적인 23.04.06 104 3 13쪽
64 63. 혼돈의 회의 23.04.05 106 3 14쪽
63 62. 팀 머콘 23.04.04 113 3 14쪽
62 61. 첫 번째 선택 23.04.03 104 3 13쪽
61 60. 시작 +1 23.04.02 107 5 14쪽
60 59. 드러나는 정체 23.04.01 114 3 14쪽
59 58. 전운 23.03.31 112 4 15쪽
58 57. 그래비티 데뷔 23.03.30 116 4 13쪽
57 56. 보호 23.03.29 106 4 13쪽
56 55. 결코 다시 +1 23.03.28 111 4 14쪽
55 54. Phase 2 23.03.27 116 4 13쪽
54 53. 경계의 붕괴 +1 23.03.26 119 4 12쪽
53 52. 요동치는 각성계 +1 23.03.25 118 4 13쪽
52 51. 갈등 또는 갈증 +1 23.03.24 109 4 13쪽
51 50. 그래비티 23.03.23 122 4 13쪽
50 49. 결심 +2 23.03.22 117 4 13쪽
49 48. 목자 구출 23.03.21 113 4 13쪽
48 47. 세대 교체 23.03.20 112 5 13쪽
47 46. 변화 23.03.19 108 4 13쪽
46 45. 충격적인 복귀 23.03.19 114 4 12쪽
45 44. 고백도 안 했는데요 +1 23.03.19 117 5 14쪽
44 43. 뜻밖의 고백 +1 23.03.18 121 4 14쪽
43 42. 두 가지 인터뷰 23.03.17 124 4 14쪽
42 41. 서로 다른 이유로 23.03.16 135 4 15쪽
41 40. 악성민원인 23.03.15 122 4 14쪽
40 39. 돌파 23.03.14 12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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