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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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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157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3.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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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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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50. 그래비티

DUMMY

“네는 무슨 네야. 데뷔 준비 해야지.”


아. 맞다. 3인조 데뷔하기로 했었지.


“그... 결정된 게 너무 없지 않아요?”


팀명도 그렇고... 나보고 티그를 감시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시고서는...


“뭐 어떨 땐 속전속결이 나을 수도 있어. 그리고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서 바로 나오는 거 아니야. 생각보다 이것저것 시간이 걸리는 거지.”


설단이 차를 한 모금하고 말했다.


“데뷔 직전에 가서도 멤버가 바뀌고 심지어는 데뷔 이후에 바뀌기도 하는 게 이 바닥이야. 준비는 지금부터 해도 늦었으면 늦었지 빠른 게 아니야.”


이렇게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시니 할 말이 없네.


“그럼 혹시 팀명이나 이런 건 저희가 정하나요?”


아이돌에 관심은 없었지만 적어도 아이돌 연습생이 되고 나서는 조금이라도 찾아본 것들이 있었다.


막 데뷔 과정부터 쭈욱 브이로그처럼 기록하는 팀들도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는 팀명이나 예명을 정하는 것도.


“아니. 우리 쪽에서 다 준비할 거야. 특히 노래는 너도 알겠지만 자이가 준비할 거라서...”


그럼 우리 노래로도 각성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건가?


“영광으로 생각해. 1위 작곡가 님이시니까.”


아. 그건 그렇네.


그 생각을 하니까 ‘Animal side’가 생각나면서 울컥했다. 내 노래였는데.


-----------------------------------


“... 좀 이른 게 아닐까요?”


박샘과 정샘까지 포함해서 기획팀, 마케팅팀, A&R팀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어차피 데뷔조는 데뷔를 목적으로 A팀을 운영하는 게 정석이죠. 다만 저희는 A팀 B팀 나눌 여력은 없으니 기본적으로 A팀이다 생각하고 준비를 다 해놓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렇긴 하죠.”


회의에서 자이의 발언권은 생각보다 컸다.


무려 데스티니의 메인 프로듀서에 1위 작곡가이기도 했으니까. 가끔 심심치 않게 타 엔터에서 물밑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금 예명은 다 정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베르’, ‘티그’, ‘페스’ 이렇게요.”


“... 티그, 페스... 다 입에 좀 와서 붙는 네이밍은 아니네요.”


“그럼 혹시 뜻은 어떻게 되나요?”


역시 마케팅 팀에서는 홍보에 필요하다 보니 예명이나 팀명 이런 것에 대해서 민감했다.


“예명이 다 뜻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당장은 공개하지 않을 셈입니다. 이게 컨셉이랑도 상관이 있어서...”


“아니 내부회의인데 저희한테는 공개를 하셔야죠.”


맞는 말이었다.


“대외비 자료라는 것만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컨셉이나 관련 자료가 외부에 돌면 여기에 계신 분들 중에서 나가는 거라서... 제가 못 찾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설단이 큰 덩치를 세우고 굽어보면서 말하니 사람들이 움츠러들었다.


나름 연예계 사람들이라 험악한 사람들과도 익숙하다지만 설단은 왠지 모르게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말투에도 위압감이 있었다.


“그럼 예명의 배경을 공개하겠습니다. 예명은...”


컨셉회의는 더 난리였다.


“이거 예명에 맞추기가 너무 어려운데요. 오히려 티그나 페스는 취향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베르는... 뭔가 다른 걸로 바꾸면 안 될까요?”


마케팅 팀장이 애원했다.


설단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턱을 한 번 쓰다듬고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2중으로 놔두고... 언젠가 이미지 변신 같은 걸 할 때 원래 예명의 뜻을 꺼내는 걸로.”


“... 솔직히 절대로 꺼내면 안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긴 한데요...”


“아니 처음에는 입에 제일 잘 붙는다고 하시더니 왜 그러십니까?”


“입에는 붙는데 그 뜻이 문제니까 그러죠.”


마케팅 팀장은 울상이었다.


자이가 수습에 나섰다.


“그럼 어쨌든 원 의미는 ‘언젠가’ 꺼내는 걸로 하시고, 표면적으로 데뷔할 때는 뭘로 해야 할까요?”


“음... 어차피 컨셉이니까요.”


그렇게 예명과 그룹명이 열띤 회의의 결과로 결정되었다.


-----------------------------------


“... 그렇게 해서 예명은 각성명과 동일하다. 심지어는 뜻도.”


“뜻이요?”


베르는 금시초문이었다. 애초에 베르라고만 말해줬는 걸?


그러고 보니까 이전에 머콘이랑 소라랑 이야기했을 때 다들 뭔가 줄임말처럼 되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럼 저는 뭔가요?”


“너는...”


설단이 베르를 쳐다보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슈베르트다.”


“엥?”


“그중에서도 마왕.”


“에엥...? 그게 뭔가요?”


“아니 슈베르트도 몰라?”


“아니 슈베르트를 모른다는 게 아니라... 너무 뜬금없어서...”


설단도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너에게 고뇌하는 천재 이미지라도 씌워주자는 마케팅 팀장의 노력이니까 고마워해라.”


“네?”


“그리고 티그는 스티그마. 확실히 연예계가 많이 좋아져서 이제 타투도 별 제약이 없어. 하지만 티그는 타투를 계속 바꿔야 하니까 헤나로 처리하자.”


“... 네.”


“그리고 페스는 프로페스.”


갑자기 말을 멈추고 안쓰럽다는 듯이 베르와 티그를 돌아보는 설단이었다.


“나이로 보면 티그가 가장 연장자고 들어온 순서로 보면 베르가 가장 선배인데... 안타깝게도 모두의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가장 완벽하게 하고 있는 건 페스라서... 거의 만장일치로 페스가 리더를 맡게 되었다.”


어...? 티그가 아니라?


아. 맞다. 티그는...


베르는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티그가 지금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잠깐. 그런데 나는 왜 안 되는데?


-----------------------------------


그 의문은 첫 합동 연습시간에 해결되었다.


“... 진짜 잘하네?”


티그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페스는 이미 웬만한 아이돌 센터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과묵하다는 것만 빼면 심지어 무대에서 표정 연기나 카메라를 잡아내는 것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 괜찮아.”


아니 티그형. 그 위로가 더 가슴 아프거든요?


“뭐... 괜히 ‘프로페스’가 아니겠죠.”


저 프로페스는 프로페서 또는 프로페셔널의 그 프로페스라고 한다.


하... 잘하긴 진짜 잘하네.


“저보다는 티그 형이 더 좀 그렇겠네요. 그래도 형이 저보다는 훨씬 잘하기도 하고 연장자였는데...”


베르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말에 티그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티그는 자신이 나름 완벽을 추구한다고 생각했는데, 페스를 보면서 조금 당황했다.


공부를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운동도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뭐든지 자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약점이 보이지 않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티그가 살아오는 원동력이었다.


베르가 불안정함으로 그걸 흔들었다면, 페스는 완벽함으로 그걸 흔들었다.


“뭐... 나는 사실 센터에는 욕심이 없어서.”


그것만큼은 사실이었다. 애초에 티그는 주목받고 싶은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팀명이 참...”


“뭐...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해야 할지.”


티그의 말대로 애초에 ‘데스티니’의 팀명도 고민해서 지었다기보다 중2병 느낌이 풀풀 나는 네이밍이었는데 우리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비티’


아. 뭐. 중력처럼 잡아당긴 다는데... 그럴 거면 블랙홀 어떤 가요?라고 했다가 한 대 맞았다.


이미 있다면서.


아니 내가 다른 그룹들 팀명을 얼마나 알겠냐고.


그보다 블랙홀도 있는데 그래비티를 아무도 안 썼다고?


-----------------------------------


“나는 좋은데?”


단디는 우리가 데뷔조로 연습에 들어간 것을 축하해 줬다.


“뭔가 이름이 우리랑 한 쌍 같아서 입에 척척 붙는 거 같아. 동생 그룹이라는 느낌도 들고.”


데스티니. 그래비티.


뭐. 그렇긴 하다만...


“남돌이랑 한 쌍 같이 붙으면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어이구... 우리가 그런 걸로 논란이나 될 그룹이면 모르겠네.”


자각이 없으신데 그래도 1위 찍으신 여돌이십니다만?


“베르가 슈베르트라며? 뭔가 멋있다. 거기다 마왕 설정은 또 뭐야?”


병맛 중에 병맛 아닙니까? 저도 놀랐습니다.


“뭐... 고뇌하는 인정받지 못한 천재라는데... 저는 모르겠습니다.”


내 입으로 말하면서도 얼굴이 불이 날 것 같은데.


아니 ‘흑염룡’에 익숙한 내가 이런 기분이면 이걸 보는 남들은 대체 어떤 기분으로 보는 걸까?


“우와~! 짱 멋있어. 거기다 마왕으로 반전까지 있는 거야?”


... 이게 짱 멋있다고요?


갑자기 단디가 착한 건지 약간 순수한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티그랑 페스도... 왠지 우리 때보다 더 힘줘서 지은 것 같아서 속상하긴 하네.”


데스티니는 운명의 세 여신이었던 걸로 아는데.


“여신은 무슨... 나는 경상도 출신 게스트만 만나면 맨날 놀림거리야.”


아니 그게 단디 잘못은 아니죠. 그 게스트들이 잘못했네.


“스쿨은 대학생인데 왜 스쿨이냐고 놀리고... 루드는 무례하다고 놀리고...”


루드를 무례하다고 놀리면 살아남기 힘들 것 같은데.


“티그는 ‘봉인의 낙인’이 있고, 페스는 완벽주의자 교수 역할이고... 왠지 그래비티만 훨씬...”


아니 뭔가 단디 근처로 부정적인 오오라가 피어오르는 거 같은데.


“1위를 찍으셨으면서 무슨 말씀이세요.”


그 한마디에 갑자기 분위기가 다시 밝아졌다.


“하긴. 데뷔 전에는 1위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1위를 찍어본 게 어디겠어.”


그리고 단디가 내게 살짝 눈웃음을 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기다 그 곡이 우리 베르 덕분이니까.”


아. 꿈같다.


언제까지 이 ‘우리 베르’라는 말을 듣게 될까. 이제 데뷔하게 되면 남들 시선도 있고 하니 어렵겠지.


그게 가장 아쉽다.


“성재 피디님이... 아니 자이피디님이 곡을 주신다면서? 데뷔곡이 대박 나는 거 아니야?”


자이도 이제 각성명을 예명으로 쓰고 있다.


1위 작곡가가 되기 전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신세대 작곡가는 예명을 안 쓰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까.


자이는 쿨하게 각성명으로 예명을 찍었다.


“대박이 났으면 좋겠지만...”


사실 알고 있다. 우리의 데뷔곡도 아마 각성 전용곡일 테니...


“컨셉이 아마 데스티니랑 비슷할지도 몰라요.”


“그건 괜찮아.”


단디가 웃었다.


“어차피 남돌 여돌인데 컨셉 겹친다고 팬이 겹치는 건 아니니까.”


그건 그렇네.


-----------------------------------


어쨌든 데뷔를 준비하는 만큼 빠르게 곡이 나왔다. 심지어는 완전히 픽스된 것이 아닌데도 곡에 맞게 박샘이 완전 빡센 안무를 짜서 오셨다.


“아니 너무 어렵게 짜신 거 아니에요?”


“베르 파트는 2선이 많으니까 그래도 그러려니 하렴.”


사실 메인 보컬도 아니고, 댄스도 어정쩡한 나는 사실상 ‘쩌리 멤버’가 되었다.


아니 세명 밖에 없는데...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그만 그만! 서로 안 맞잖아. 이제 혼자 하는 거 아닌데 상대를 보고 맞춰야지?”


그나마 백댄서를 뛰어본 내가 눈곱만큼이라도 두 명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타인과 맞춰서 무대에 올라봤다는 점이었다.


물론 자꾸 2선으로 빠져서 눈에 안 띄는 점이 더 컸지만.


“따로따로 잘하던 애들이 왜 합쳐놓으니까 이 모양이지? 너희끼리 연습 좀 더 해놔.”


그렇게 평소에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따뜻하던 박샘이었지만 데뷔 안무 봐주시는 데는 호랑이 같았다.


“저기.”


페스가 티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 진짜 말이 없네.


“거기서 동작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요?”


“... 맞는데?”


문제는 오랜만에 꺼낸 그 말이 다툼의 시발점이었다는 것이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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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9. 드러나는 정체 23.04.01 11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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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결코 다시 +1 23.03.28 111 4 14쪽
55 54. Phase 2 23.03.27 116 4 13쪽
54 53. 경계의 붕괴 +1 23.03.26 119 4 12쪽
53 52. 요동치는 각성계 +1 23.03.25 119 4 13쪽
52 51. 갈등 또는 갈증 +1 23.03.24 109 4 13쪽
» 50. 그래비티 23.03.23 123 4 13쪽
50 49. 결심 +2 23.03.22 117 4 13쪽
49 48. 목자 구출 23.03.21 113 4 13쪽
48 47. 세대 교체 23.03.20 112 5 13쪽
47 46. 변화 23.03.19 108 4 13쪽
46 45. 충격적인 복귀 23.03.19 114 4 12쪽
45 44. 고백도 안 했는데요 +1 23.03.19 117 5 14쪽
44 43. 뜻밖의 고백 +1 23.03.18 121 4 14쪽
43 42. 두 가지 인터뷰 23.03.17 126 4 14쪽
42 41. 서로 다른 이유로 23.03.16 135 4 15쪽
41 40. 악성민원인 23.03.15 122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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